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442)
-슈우우우우!
요수 흠원이 거대한 두 날개를 펄럭이며 마차를 내릴 위치를 찾고 있었다.
원래라면 한쪽 날개가 찢겨 날 수 없었던 흠원이지만, 밀회의 제 일계 춘추의 힘 덕분에 이를 고작 반 시진도 안 돼서 회복할 수 있었다.
춘추의 피는 이매망량을 회복시킬 수 있는 기이한 힘을 지니고 있었는데, 이 덕분에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클클. 그냥 뛰어내릴 테냐?”
“······우리가 주군이나 그 괴물 여자도 아니고 여기서 뛰어내리면 어쩌겠다는 겐가?”
파계승 자금정의 말에 섭춘이 혀를 찼다.
아무리 무위가 뛰어난 그들이라도 주군처럼 능공허도(凌空虛道)까지 펼칠 수 있는 수준에 이른 것은 아니었기에 무사히 착륙하려면 더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그런데 그때 우호법 마라현이 어딘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길 봐라.”
“허어.”
그곳을 본 팔독사장 구양소가 인상을 썼다.
그도 그럴 것이 그곳에 족히 삼백여 명은 되어 보이는 이들이 죽림 숲을 향해 진군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나 같이 복면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적이 틀림없었다.
몽무약이 죽림 쪽을 바라보았다.
멀어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목경운이 귀검으로 짐작되는 이를 붙들고 있었고,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춘추가 뭔가와 싸우고 있었다.
“서둘러 내려가야 할 것 같습니다.”
저들이 주군을 방해받지 못하도록 도와야 할 듯했다.
* * *
“그렇게 월맥의 비서를 넘긴 후에 다시 몸의 통제권을 얻기까지는 다행히도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곳에 다시 갔을 땐 이미 한 아기가 사라져 있는······.”
“잠깐.”
목경운이 도중에 끼어들며 귀검을 이야기를 중지시켰다.
귀검이 의아해하며 목경운을 쳐다보았다.
“왜 그러는 거지?”
“······월맥의 비서가 화신을 설득할 수 있다니 그게 무슨 소리지?”
배화교에서 예언하는 존재인 화신이 인간으로 변했다는 것부터 귀검이 말하는 모든 이야기에서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있던 그였다.
그런데 그의 과거 이야기에서 뜬금없이 나온 월맥의 비서에 목경운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연목검장이 언급된 시점에서 월맥의 비서가 무엇을 말하는지 단번에 깨달은 목경운이었다.
그것은 청령이 봉인되어 있던 비서(秘書)가 틀림없었다.
대체 그게 화신과 무슨 상관이기에 그걸로 뭘 어떻게 설득하겠다는 것인가?
하는데 귀검이 미간을 찡그리며 답했다.
“스스로가 누군지 아직 자각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류소월을 풀어준 것이 그대가 아니었단 말인가?”
“······그걸 어떻게?”
목경운의 표정이 더욱 굳어져 갔다.
장주 목인단이 숨겨둔 연목검장의 비급과 직인을 찾으러 갔다가 우연히 얻게 된 것이 바로 류소월, 즉 청령을 봉인해두었던 월맥의 비서였다.
천지회에서는 저주받은 비급이라 불리며 누구도 펼 수 없었던 비서를 목경운은 열어냈고 청령의 봉인을 풀 수 있었다.
그것은 그저 우연이 겹치며 벌어진 일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소리지?
“청령, 아니 류소월을 풀어준걸······.”
-흠칫!
목경운이 하던 말을 멈추고서 이내 동쪽 편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다수의 기척이 몰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를 느낀 것은 그만이 아니었다.
귀검이나 춘추도 마찬가지였다.
-채차차차창!
목경운이 자신의 부친인 귀검에게 위협을 가한다고 여겨 이를 막기 위해 무형검과 싸우고 있던 춘추가 황급히 소리쳤다.
“놈들이야.”
“······.”
“계속 이럴 거야?”
이에 목경운이 이내 정신을 분산해가며 운용하던 무형검을 거둬들였다.
-스스스스!
무형검이 사라지자 다소 지친 기색이 된 춘추가 내심 혀를 내둘렀다.
거의 귀검에게 집중하고 있어서 무형검을 금방 뚫을 수 있을 거라 여겼는데, 결국은 그러지 못했다.
정말 괴물 같은 인간이다.
‘하긴 그러니 본체가 아니라 해도 목간을 쓰렸을 테지.’
그러는데 동쪽 편에서 진군을 하듯이 몰려오는 삼백여 명의 복면인들이 보였다.
보통 자들이 아니었다.
하나 같이 적어도 절정의 고수 이상으로 이루어진 자들인 듯했다.
개중에는 초절정의 고수들마저 끼어 있었다.
이들을 보며 춘추가 말했다.
“제 삼계뿐만 아니라 제 이계도 섞여 있어. 목간도 급하긴 했나 보군. 근방에 있는 회의 모든 전력을 전부 끌어모은 듯하네.”
“······.”
“계속 이럴 작정인가?”
이 말에 귀검이 아직 자신을 향한 무형검을 거두지 않은 목경운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못다 한 말은 전부 전하겠다. 하니 잠시 이를 거둬다오.”
“아니. 계속 듣는다.”
“저들이 노리는 건 우리가 아니다. 이러고 있을 틈이 없다.”
귀검이 슬며시 눈동자를 돌려 죽림 쪽을 바라보았다.
파제에 이어서 저렇게 많은 수의 밀회의 고수들을 보냈다는 건 목간에게 있어서도 혼백을 하나로 합칠 수 있는 금술(禁術)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주군!”
그때 그들이 있는 곳으로 목경운의 수하들도 도착했다.
팔독사장 구양소와 가면의 마라현, 파계승 자금정, 섭춘, 몽무약 등이었다.
물론 그들이 다가 아니었다.
지상으로 내려와 크기를 조절한 요수 흠원도 있었다.
“알유.”
-다그닥! 다그닥!
목경운의 부름에 동남쪽 방향의 수풀에서 머리에 뿔이 달려 마치 용(龍)과 닮은 얼굴에 전신에 붉은 털이 나 개와 소를 섞은 듯한 이매망량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청령을 추적하도록 먼저 보냈던 마수(魔獸) 알유였다.
목경운이 이들에게 명을 내렸다.
“여길 지키고 있어라. 금방 정리하고 오겠다.”
그런 그의 명에 파계승 자금정이 어처구니가 없어 했다.
“클클, 보통 그 반대가 아닌가?”
물론 여기서 최고 전력은 목경운이었으니 그가 작정하고 나선다면 자신들보다 더 빠르게 적들을 정리하는 게 가능할 것이다.
심지어 다수를 상대하는 것에도 특화되지 않았던가.
그런데,
-쾅!
어디선가 커다란 굉음과 함께 갑자기 바닥이 들썩거리며 흔들렸다.
이에 모두의 시선이 동시에 그 진원지로 향했다.
그곳은 바로 죽림(竹林)이었다.
‘!?’
대나무 숲이 흔들리며 그 가운데서 뿌연 먼지가 흩날리며 솟구치고 있었다.
이를 본 귀검이 당혹스러운 기색과 함께 소리쳤다.
“파제다.”
“뭐?”
“놈이 땅속을 통해 죽림 내부로 들어간 게 틀림없다.”
목경운이라는 절세강자와 자신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이 껄끄럽기에 잠시 후퇴했을 거라 여겼는데, 아무래도 방심한 모양이었다.
절진으로 이루어진 곳이라 섣불리 다가가지 않을 거라 여겼는데, 놈도 자신들을 의식했는지 무리해서 진입한 것 같다.
“당장 놈을 막아야 한다. 금술이 빼앗기게 둘 생각인가?”
이에 목경운이 귀검을 빤히 바라보았다.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에서 끊겼기에 이를 빨리 듣기를 원했던 그였다.
그런데,
-키리리릭! 주인. 거기 그놈의 말대로 하는 편이 나을 거다.
“뭐?”
-키릭키릭! 주인이 따라잡으라 했던 그 격이 높은 원혼이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았다.
“무슨 소리지?”
목경운이 무섭게 굳어진 얼굴로 고개를 돌려 마수 알유를 바라보았다.
홀로 섬서성 북단으로 향하는 청령을 추적하라 보냈었다.
-말 그대로다. 네 발밑에 있는 그 인간 놈을 따라 그 원혼이 들어갔는데, 갑자기 사라졌고 저놈만 대나무 숲 밖으로 걸어 나왔다.
-으득!
그 순간 엄청난 살의가 뿜어져 나오며 목경운이 귀검을 노려보았다.
마수 알유의 보고대로라면 둘 중 하나였다.
굉장히 복잡하게 만들어진 절진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든지 혹은 귀검과 청령이 싸워서 무슨 사달이 벌어졌다는 것인데,
“청령······. 아니 류소월을 어떻게 한 거지?”
이런 목경운의 말에 귀검이 황급히 해명햇다.
“오해다! 그분의 손에 금술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나 그대에게 소중한 존재를 내가 어찌할 리가 없지 않은가.”
“······너.”
목경운이 그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감정을 아는 것은 오직 청령 본인뿐이다.
그런데 자신에게 소중한지 아닌지를 어찌 이자가 가늠하고 이를 확신한단 말인가?
귀검을 노려보던 목경운이 이내 무형검을 거둬들였다.
-스스스스!
그리고는 죽림을 바라보다 이내 수하들과 식신들에게 말했다.
“나는 귀검과 죽림으로 들어가겠다. 저들을 막아라.”
“충!”
“명을 받듭니다!”
-파파파팟!
그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수하들과 식신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명을 받들어 죽림을 향해 진격해 오고 있는 밀회로 짐작되는 적들을 향해 달려갔다.
귀검이 자신의 여식인 춘추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들만으로는 힘들다. 네가 도와다오.”
그런 그의 부탁에 춘추가 발을 바닥에 굴리며 콧방귀를 뀌었다.
“흥! 이럴 때만 부탁이야.”
불만을 토로했어도 지금 당장에 목경운의 수하들만으로 저들을 막아내기에는 전력적으로 부족했다.
이에 춘추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신형을 날렸다.
그녀까지 적들을 막기 위해 가자 목경운이 귀검을 향해 말했다.
“앞서라.”
“알겠다.”
-팟!
그들이 동시에 죽림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속도를 거의 맞추다시피 한 상태로 귀검이 목경운을 향해 말했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나는 이곳에 들어갔었다. 그런데 그 기억이 사라져 있다.”
“천지회주에게 같은 전서구를 그리 보낸 게 그런 이유에서였나.”
“뭐?”
“열두 번이나 전서구를 반복적으로 보냈다고 했다.”
‘!?’
이런 목경운의 말에 귀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자신의 손바닥에 남겨진 상처 덕분에 이곳에 들어가 뭔가와 조우한 듯한데, 기억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인지했던 그였다.
그런데 그 말이 사실이라면 한 번이 아니라 열두 번이 넘게 들어갔다가 나왔고 그 기억이 사라졌다는 게 된다.
대체 저 진법 안에 무엇이 숨겨져 있기에 그런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콰콰콰콰쾅!
그런데 죽림의 안쪽에서 또 다시 굉음성이 터져 나왔다.
이에 귀검이 무언가를 말하려다 말고 속도를 높여 그곳으로 향했다.
이윽고 유일하게 죽림에서 대나무가 자라지 않은 공터와 같은 중심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에는 아까 전과 달리 전신에 하얀 비늘로 이루어진 갑주로 뒤덮인 누군가가 보였다.
그는 바로 파제였다.
-우우우우우웅!
파제의 주변으로 수많은 강기의 알들이 떠 있었는데,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지경이었다.
주변에 복잡한 진식을 이루고 있는 대나무들이 휘어져 있었고, 곳곳이 부서지고 타들어 가고 있었다.
이를 본 귀검이 다그쳤다.
“멈췃!”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진식을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힘으로 강제로 부수려 든다면 그 입구를 찾기는커녕 영원히 없어질 수도 있었다.
이런 귀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파제가 코웃음을 치며 소리쳤다.
“짐을 막을 수 있다면 막아봐라.”
파제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아주 성가신 놈이구나.
‘!?’
주변을 울리는 목소리에 파제가 주변을 훑었다.
대체 어디서 들리는 소리인지 그 진원지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는 목경운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동력(瞳力)을 개방했는데도 불구하고 소리가 어디서 들리는지 파악할 수가 없을뿐더러, 주변의 진식을 통해 만들어진 기운들이 점점 변화하고 있었다.
“어디에 숨은 누구인지 모르겠으나, 금술을 지키는 자라면 당장 모습을 드러내는 게 좋을 게다.”
-슥!
그 말과 함께 파제가 수백의 강기들을 출수하려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강기의 알들이 움직이기도 전에 대나무가 안쪽으로 휘어지며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기이한 현상에 파제가 강기들을 날리며 땅을 파고들려고 했다.
그러나,
-쑤욱!
그 순간 일그러지는 공간 속에서 손이 뻗어 나와 파제를 머리를 움켜쥐더니,
“헛?”
-쏙!
그의 몸이 그대로 일그러진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그 상태로 공간이 다시 닫히려 하는데,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서 목경운이 검결지를 뻗었다.
그러자,
-촥!
일그러지는 공간 앞으로 투명하기 그지없는 무형검이 날아들어 그곳에 꽂혔다.
그 상태로 목경운이 검결지를 나선 방향으로 돌리자.
-쩌저저적!
일그러지는 부분에 균열이 갈라지며 그 부위가 커졌다.
-아닛?
갈라지는 균열 속에서 당혹스러운 기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팟!
이에 목경운이 균열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쑥!
몸이 균열 속을 통과하자 잠시 사방이 어두워지더니, 이내 환한 빛과 함께 눈앞에 푸른 초원이 펼쳐졌다.
그리고 그 초원의 한복판에 청흑색 머리카락의 고양이와 같은 눈매를 가진 아름다운 여인이 파제의 머리를 움켜쥐고 있는 것이 보였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