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447)
불과 반각 전.
육천호 소예린이 죽림 근방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한참 싸움이 벌어지던 차였다.
양상은 죽림으로 들어가는 것을 저지하고 막으려는 이들과 이를 뚫고서 들어가려는 자들의 구도였다.
다만 한쪽은 수백여 명에 이르렀고 다른 한쪽은 소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소수 쪽은 전부가 초절정의 극 이상으로 이루어진 굉장한 초고수들이었기에 어느 정도 비등한 구도가 이어지고 있었다.
‘늦은 건가?’
이런 그들의 대결을 보며 그녀는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최대한 서둘러서 온 것인데 밀회(密會)가 자신보다 더 빨랐던 것일까?
하는데 그녀의 눈에 누군가가 띄었다.
그는 금의위에서 자신을 보좌했었던 가면의 마라현이었다.
[마라현!] [육천호!]그 또한 그녀를 발견하고서 외쳤다.
이에 그녀가 마라현을 향해 달려드는 적들을 풍영팔류(風影八類)의 절초 중 하나인 사영권퇴(四影拳腿)로 순식간에 휩쓸었다.
-파파파파파팍!
[컥!] [끄억!]십여 명이나 되는 절정의 고수들을 한순간에 절초로 물리친 그녀가 이내 마라현에게 물었다.
[벌써 담백하 공이 도착했나?]목경운에게 자신이 발견한 정보를 전달해 달라고 구혈교의 혈성 담백하에게 부탁했던 그녀였다.
그러나 곧장 죽림으로 향한 자신과 달리 담백하에게 그 정보를 받기까지의 시간이 있기에 당연히 늦어질 거라 예측했었다.
그런데 마라현도 그렇고 익숙한 얼굴들인 섭춘과 몽무약이 보이는 걸 보면 분명 목경운도 이곳에 도착했음을 의미했다.
한데,
[담백하 공이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담백하 공에게서 내 전갈을 받은 게 아니었나?]이런 그녀의 말에 마라현이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투로 말했다.
[그건 아닙니다. 저희는 주군을 따라 그 밀회란 곳에서 위험한 금술 취하려는 것을 막으러 이곳에 온 겁니다.] [아······.]이런 그의 대답에 소예린이 다행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내심 놀라워했다.
자신이 얻은 정보를 이미 목경운도 알아냈고 오히려 먼저 움직인 셈이었다.
오히려 이들이 먼저 도착하지 않았다면 저들의 손에 중요한 금술이 넘어갔을지도 몰랐다.
어쨌거나 지금은 누가 먼저 도착했냐가 문제가 아니었다.
‘저들의 손에 그게 들어가면 안 돼.’
이에 그녀가 주변을 훑으며 물었다.
[목 공자는?] [먼저 들어간 적이 있어서 그를 막기 위해 대나무 숲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먼저 들어간 자가 있다고?] [네. 아까와 달리 대나무 숲이 한결 조용해진 걸 보면 주군이 그자를 제압했을 수도······이런!]그때 마라현이 그들의 저지선을 뚫고서 죽림을 향해 달려가는 밀회의 복면인들을 발견했다.
이에 나서려는데, 육천호 소예린이 나서지 말라며 손을 내밀고는 신형을 날렸다.
-팟!
[저들은 내가 해결할 테니 이곳을 지켜!] [알겠습니다.]실력 면에서는 목경운 산하의 전력들이 압도한다고 해도 적들의 수가 워낙 많은지라 일부가 뚫리는 것을 제때 막아낼 수가 없었다.
하나 마라현은 다행이라 여겼다.
절묘한 순간에 최고의 아군이라 할 수 있는 그녀가 도착했으니 말이다.
신형을 날린 소예린이 풍영보로 분신을 만들어 죽림을 향해 경공을 펼치는 이들을 순식간에 따라잡아 그들을 제압했다.
-촥! 촥! 촤촤촤촤촤촥!
그녀가 복면인 다섯을 제압하는 것은 고작 셋을 세는 시간이면 충분했다.
이들을 단숨에 제압한 그녀는 다시 마라현과 이들을 도우려다 죽림 안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챙! 챙!
안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키케케케켁!
-카악! 카악!
‘저건?’
이에 그녀는 죽림 안으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기괴한 형태의 이매망량들과 싸우고 있는 한 검객을 발견했다.
그는 바로 귀검(鬼劍)이었다.
목경운을 따라서 비틀린 공간의 틈새로 들어가려 했던 귀검은 파제가 만들어놓은 구멍 속에서 튀어나오는 이매망량들로 인해 그들을 막고 있었다.
귀검을 처음 본 소예린은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부상을 입은 듯한데, 혼자서 꽤나 강해 보이는 이매망량들을 대단한 검술 실력으로 수월히 상대하고 있었다.
‘이화접목이 극에 이르렀구나.’
적은 힘으로 강한 적을 상대하는 수법이 바로 이화접목이다.
귀검은 인간이 아닌 이매망량의 기괴한 공격조차도 검으로 흘려보내 다른 이매망량을 공격하는 등 높은 수준의 묘리를 보여 주고 있었다.
하나 이매망량들 또한 보통이 아닌데다 계속해서 구멍을 통해 올라오는 걸 보니 그 혼자서 막기에는 벅차 보였다.
이에 그녀가 신형을 날려 이매망량을 공격하며 그를 도우려 했다.
[저도 돕겠습니다!]-팟!
그러자,
[후우······. 후우······. 누군지 모르겠으나 그를 모시는 자라면 저 안으로 들어간 그를 도와라.]귀검이 이를 거절하고는 왼손으로 비틀린 공간의 틈새를 가리켰다.
이런 그의 말에 육천호 소예린은,
‘그를 모시는 자?’
대체 그게 무슨 소리지?
혹 자신이 목경운의 수하라고 착각한 것인가?
오히려 그가 목경운의 지인이거나 그와 관련된 자라고 여겼던 그녀였다.
의아해하는 그녀에게 귀검에 소리쳤다.
[밀회의 최고 간부가 저 안에 있다. 만약 그자의 손에 금술이 들어가게 된다면 모든 게 끝난다.] [밀회?]그럼 완전히 막은 게 아니었던가?
이런 귀검의 외침에 결국 소예린은 방향을 틀어 비틀린 공간의 틈새로 몸을 날렸다.
* * *
안으로 들어온 육천호 소예린의 눈에 먼저 띈 것은 다름 아닌 초토화되다시피 한 초원과 하얀 비늘 갑주를 걸치고서 기절해 있는 사내였다.
하나 이자에게서의 시선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그것은 심상치 않은 기세로 대치하고 있는 두 절세고수 때문이었다.
‘······이럴 수가?’
이를 보자마자 그녀는 내심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세는 현 무림의 정점이라 불리던 육천(六天), 아니 칠천(七天)의 일인인 금의위 남진무사 북파도왕(北派刀王) 구성백조차 미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났다.
그녀는 진심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게 정말 그 목 공자라고?’
분명 괴물 같은 재능을 지닌 것은 직접 겨뤄봤기에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런데 이건 도저히 믿기 힘들었다.
황궁에서 헤어진 지 고작해야 두 달 채 되었을까?
자신 역시도 그사이에 북파도왕과의 대결로 깨달음을 얻어 더욱 무위가 발전하기는 했으나, 이건 정말 경악스러운 일이었다.
목경운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분명 검극(劍極)에 이르러야만 가능하다는 무형검(無刑劍)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는 건,
‘벽의 벽을 넘어섰단 말인가?’
그야말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괴물이었다.
어떻게 저런 괴물이 존재할 수 있는 거지?
잠시 할 말을 잃었던 그녀는 이내 목경운과 대치하고 있는 상대를 바라보았다.
목경운의 급격한 역량의 상승도 상승이었지만 저 여자도 만만치 않았다.
겉보기에는 고작해야 이십 대 초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어떻게 저 정도 무위에 이른 거지?
이들을 보면 현 무림의 정점의 칭호들이 바뀌어야 할 판국이다.
그런데 목경운과 대치 중이던 여인을 바라보던 육천호 소예린의 두 눈이 커졌다.
‘설마?’
그녀는 오래 전 부친인 진영인이 자신에게 해준 이야기를 기억했다.
옛날 구전동화를 하듯이 선조들의 일화를 들려주었는데, 그 전설 속에 등장하는 이들이 있었다.
부친은 그들의 외양을 상세히 알려주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정확히 기억했다.
‘말도 안 돼. 저분이 아직까지 살아계셨다고?’
너무 놀란 나머지 그녀는 자신의 입을 손바닥으로 틀어막았다.
믿기 힘든 일이었으나 이내 그녀는 정신 차렸다.
생각해보면 어르신과 구혈교의 혈성 담백하조차도 이리 오랫동안 장수하고 있는데, 그녀라고 해서 못 할 것도 없었다.
더군다나 이미 그 시절에 있어서도 가장 장수했던 인물이 아니던가.
이에 그녀는 이러고 있으면 안 된다고 여겼다.
‘저들의 싸움을 막아야 해.’
-팟!
대치하고 있는 그들에게 신형을 날린 소예린이 소리쳤다.
“멈춰!!!”
찢어질 듯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목경운도 그렇고 악심파파 역시도 서로에게서 전혀 눈을 떼지 않았다.
이에 안 되겠다 싶었는지, 그녀는 그들의 사이로 신형을 날려 비집고 들어갔다.
이런 그녀를 보며 악심파파가 다그쳤다.
“방해하지 마라. 계집.”
“그럴 순 없어요. 악심파파 철수련.”
“너······. 누구지?”
그녀의 이런 물음에 육천호 소예린은 혈천대라공(血天大邏功)을 운용했다.
-고오오오오!
그러자 그녀의 검었던 머리카락이 피처럼 붉어져 갔다.
이를 바라보는 악심파파의 두 눈이 커졌다.
그런 그녀에게 머리카락이 완전히 핏빛이 되어버린 육천호 소예린이 두 손을 모아 포권지례를 하며 말했다.
“무쌍성의 마지막 소성주 진영인의 여식 진예린이 그분을 모시던 심복 철수련 공에게 인사를 올립니다.”
‘!?’
순간 전의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던 악심파파의 표정이 완전히 누그러졌다.
눈앞의 이 여인이 그분의 혈손이라고?
핏빛으로 붉어진 머리카락만 보더라도 부정할 수 없는 그분의 혈족이었다.
하면 자신과 대치하고 있는 저자는 누구란 말인가?
그분의 절기 중 하나인 성명검법(星明劍法)과 풍영팔류(風影八類)의 경신법을 펼칠 줄 알기에 당연히 혈손이라 짐작했던 그녀였다.
그러는데 이런 그녀의 생각을 읽기라도 하듯 소예린, 아니 진예린이 고개를 돌려 목경운에게 말했다.
“목 공자. 이분은 적이 아니에요. 멈춰주세요. 그리고 철수련 공. 여기 있는 목 공자는 저희 진가와 무관한 분이 아닙니다. 이분은 사마······.”
-오싹!
그녀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
당연히 서로가 아군이라 알렸기에 싸움을 멈출 거라 여겼던 진예린이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목경운이 엄청난 살의와 함께 신형을 움직인 것이었다.
“목 공······.”
-파악!
“앗!”
목경운이 손을 휘젓자 흉폭한 기운에 의해 진예린의 몸이 옆으로 튕겨 나갔다.
그와 함께 목경운의 신형이 흐릿해지며 검은 선이 되어 허공을 갈랐다.
‘이런!’
이에 진예린의 등장으로 전의가 수그러들었던 악심파파가 황급히 무형조로 감싼 두 손으로 역량을 한 점으로 모은 일검을 붙잡으려 했다.
겨루던 초반부와 다르게 더욱 날카로워진 목경운의 검을 그냥 막을 수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자신도 모든 전력을 다해야만 막을 수 있었다.
-파차차차차차창!
무형조로 감싼 두 손과 무형검이 부딪치는 순간 섬광과 함께 주변으로 푸른 불꽃이 동시에 튀어 오르며 여파로 바닥이 균열과 함께 함몰되어갔다.
-콰르르르르르르!
-파르르르르!
악심파파의 두 손과 팔이 심하게 떨려왔다.
그녀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비록 전의가 내려갔다고는 하나 지금의 일검은 이때까지의 위력과는 상이하게 달랐다.
검에서 오직 자신을 죽이고자 하는 집요한 일념(一念)과······.
-스멀스멀!
‘뭐지?’
무형검이 흉폭한 흑색 기운에 물들어가고 있었는데,
-탁! 탁!
“흐읍!”
점차 그녀의 신형이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파트트!
무형검을 붙들고 있는 두 무형조의 손바닥 부근 역시도 균열이 가고 있었다.
이로 인해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전의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남자가 자신을 압도해나가고 있었다.
여기서 손을 떼고 더 밀려나게 된다면 이대로 반토막이 될 것이다.
-으득!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그녀는 역량을 넘어서 자신의 모든 진기를 두 손으로 모았다.
그녀의 무형조 역시도 더욱 하얀 빛으로 물들어갔다.
그러는데 이런 엄청난 여파를 겨우겨우 뚫고서 누군가 다가오며 소리쳤다.
-파아아아아앙!
“목······공······자······. 멈······춰······요!”
핏빛 강기로 몸을 보호하고 있는데도 그녀는 엄청난 여파로 인해 숨을 쉬기조차 힘들 지경이었다.
이에 악심파파가 그녀가 우려되었는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대······. 대체······왜 이러는 것이냐? 진가의 혈족과도 연이 있다면 이리 목숨을 걸어가며 싸울······이유가 없지······않느냐.”
“그녀를 소멸시킨 대가다.”
“그녀라니? 대체······.”
‘!?’
순간 악심파파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그녀가 대체 누군가 했는데 소멸이라는 말 때문에 설마 하고 떠오른 것이었다.
악심파파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잠깐······. 설마······그······원혼을 말하는 것이냐?”
“대가는 네년의 목숨이다.”
“하?”
악심파파는 진심으로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정말 원혼 하나 때문에 자신을 이리 죽이고자 하는 것인가?
대체 그녀가 무엇이기에 이런단 말인가?
한낱 원념이 담긴 백(魄)이 무엇이라고 이렇게까지 분노와 살의를 태우는 것인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았으나 그녀는 이내 진실을 밝혔다.
“소멸······하지······않았다.”
“······뭐?”
“그······원혼······계집은······. 저기······초가에······갇혀 있다.”
바로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였다.
-파앗!
“헛?”
죽일 듯이 검으로 밀고 들어오던 목경운이 느닷없이 힘을 거두는 것과 함께 흘려보내는 것이 아닌가.
덕분에 무형검을 붙들고 있던 악심파파는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질 수밖에 없었다.
-콰아아아앙!
앞으로 고꾸라지며 힘을 거둘 수가 없었기에 무형조에 닿은 땅바닥이 부서지며 그대로 함몰되고 말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목경운은 초가로 신형을 날리고 있었다.
‘!?’
이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진예린조차 어안이 벙벙한 눈으로 영문을 몰라 했다.
‘표정이?’
갑자기 바뀌었다.
분명 지독한 살의로 가득했던 그 싸늘하고 무심하기 그지없던 얼굴이 한순간에 환해졌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