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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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간의 옆 얇은 측면에 새겨진 문양.
그것은 오행(五行)을 뜻하는 화(火), 수(水), 목(木), 토(土), 금(金)으로 보였다.
어찌하여 이것을 옆에 새겨놓은 건지는 몰라도 파사팔식(破思八式)의 구결을 나름 규칙적으로 배열한 것과 관련이 있어 보였다.
‘규칙적인 배열과 오행······.’
이것은 분명 연관이 있었다.
파사팔식은 궤를 달리하는 깨달음을 삼십 자 내로 함축시켜놓았기에 시각을 다각화해야만 새로운 구결을 깨달을 수 있다.
하나 이것을 뚫어지게 쳐다보아도 뭔가 규칙적으로 배열한 것치고는 어떠한 구결에 대한 단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조합이 되지 않아.’
애초에 이 배열 자체가 맞지 않았다.
일부러 이것을 의식하게 만들어 방해하려는 것처럼 오히려 구결이 엉킨다.
‘어째서지?’
구결이 엉키는데 이런 식으로 한다는 것 자체가 뭔가 이상하다.
의도적으로 만들었는데 배열이 맞지 않다라.
대체 왜 이렇게 만든 것일까?
고심하고 있는데 진예린이 그를 불렀다.
“목 공자?”
“······왜 그러지?”
“그러고보니 목 공자는 어떻게 이걸 알고 계시는 거죠?”
“이거?”
“파사팔식 말이에요.”
“아······.”
“소문이야 목 공자도 들었다면 알 수 있겠지만 이 내용물을 직접 보지 않는 이상 이게 파사팔식인지 아닌지 알 수 없어요.”
이런 그녀의 말에 철수련도 동의하며 끼어들었다.
“그렇군. 파사팔식을 대체 어디서 본 거지? 고작 서른 글자뿐인 구결을 안다는 건 애초에 이것을 외우지 않고는······.”
“무슨 대답을 원하는 거지?”
“뭐?”
“여기저기 떠돌고 있던 것이 우연히 내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한데 그걸 묻는 건 이제 와서 새삼 소유권을 따지고 싶은 건가?”
목경운의 그 말에 철수련이 기가 차다는 듯이 혀를 차며 언성을 높였다.
“하? 소유권? 아주 웃기는 놈이로구나. 어찌 그걸 얻었는지 모르겠으나 네놈이 알게 된 그 구결은 그분께서 깨달음을 집약하여 후손을 위해 남긴 것이다. 그게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느냐? 네놈이 익힌 구결의 진짜 주인은 당연히 진가의 마지막 혈족인 진예린 아가씨뿐이라는 거다.”
“웃기는군.”
“웃겨? 너······.”
“그 주인이라는 당사자조차 이제 막 알게 되었으면서 구결을 어떻게 알고 있냐며 추궁하는게······.”
“그만!”
그때 진예린이 끼어들어 목경운이 하던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짙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추궁한 것도 아니고 공자의 말대로 이제 와서 이걸 두고 소유권이니 뭐니 따질 생각은 없어요. 그저 그분께서 무쌍성의 숨겨진 지하 비고에 남겼던 것이 어디로까지 흘러들어 가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물어봤을 뿐이에요.”
그녀가 진짜로 묻고 싶은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다른 자도 아니고 선조인 그분의 깨달음을 집약시킨 지고의 비서였기에 이 구결을 목경운이 알고 있다는 건 나름의 들어온 경위가 있으리라 여겼던 그녀였다.
해서 이것이 어디로부터 목경운의 손에 들어간 건지 알고 싶었을 뿐이었다.
“밀회의 수장 세 번째 목간이다.”
‘!?’
목경운의 갑작스러운 말에 그녀의 표정이 이내 굳어졌다.
서로 간에 알고 있는 정보를 공유했기에 대재앙의 날을 일으킨 배후에 밀회라는 조직과 세 번째 목간이라는 우두머리가 있음을 알고 있는 그녀였다.
“미, 밀회의 수장이라니 그게 대체······.”
“어디로까지 들어갔는지 궁금하다고 하여 말한 것이다. 얼마 전 목간의 분신과 겨뤄서 알게 된 사실이니 확실하다.”
“목간의 분신? 그게 무슨 소리죠?”
“놈은······”
-툭툭!
목경운이 자신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건드리며 말을 이어갔다.
“이마에 있는 세 번째 눈동자······. 즉 이매망량과 하나가 된 존재다. 사실상 이매망량 그 자체라 보는 게 맞을 거다.”
“이매망량······.”
“놈은 자신의 정신과 의사를 다른 육신에 심어서 분신(分身)으로 다룰 수 있다. 알아두는 게 좋을 거다. 놈의 분신은 하나가 아니다. 적어도 여럿은 된다. 그리고 분신 하나하나가 의사를 공유하기 때문에 놈의 본체에 거의 필적한다고 보면 된다.”
목경운은 어차피 공유하려 했던 정보였기에 알고 있는 것들을 알려주었다.
이런 목경운의 말에 진예린이 혀를 내두르며 물었다.
“그 분신은 어떻게 했죠? 놓친 건가요?”
“죽였다.”
“아!”
목경운의 대답에 그녀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일족을 멸망시키고 대재앙의 날을 일으킨 놈의 흔적을 쫓고 있었고 이제 겨우 중요한 단서에 접근했는데, 목경운은 놈과 직접 조우까지 했고 겨루다니.
이를 놀라워하던 그녀가 이내 스스로를 진정시키며 말을 이어갔다.
“······당신은 늘 저를 놀라게 하는군요.”
“본체를 죽이지 않았으니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그래도 간접적이더라도 의사를 공유하는 존재에게 다가갔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죠.”
혀를 내두르던 그녀가 이내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한데 그분이 남긴 비서가 어디로까지 넘어갔냐는 질문에 밀회의 수장인 그자를 언급했는데 하면 그자가 파사팔식을 소유했다는 건가요?”
“그래.”
-꽉!
목경운의 대답에 진예린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악심파파 철수련 또한 인상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어찌 이런 일이······.’
그도 그럴 것이 철수련에게는 그분이 남긴 절학이었고 진예린에게는 선조가 남긴 안배였다.
그런데 그 중요한 것이 다른 이도 아니고 대재앙의 날을 일으킨 배후의 손에 들어갔다는 것이 되지 않는가.
이 사실은 그들을 분노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목 공자. 혹시 그게 어떻게 밀회의 수장에게 들어갔는지 알고계신가요?”
“알고 있다.”
천지월회의 기원을 알고 있는 청령을 통해서 파사팔식의 기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들은 목경운이었다.
그 멸망했다는 단체가 설마 무쌍성인지를 몰랐을 뿐이었다.
참으로 공교롭기 그지없었다.
인연이라는 게 이런 식으로 이어지는 것이 말이다
멸망한 무쌍성의 비서로 인해 무림에는 수많은 다툼이 벌어졌고 그로 인해 천지월회, 그리고 천지회라는 단체가 생겨났다.
그런데 눈앞에 그 무쌍성의 마지막 정통 후예가 있었다.
마치 수많은 갈래 길이 종국에서 와서는 하나로 모이는 느낌이다.
“어떻게······. 어떻게 그분의 깨달음을 놈이 가지게 된 거죠?”
진예린이 애써 분노를 가라앉히며 물었다.
그녀에게 이것은 매우 중요했다.
이에 목경운이 대답하는가 했는데, 이내 진예린이 아닌 악심파파 철수련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 전에 금술이 먼저다.”
“뭐라!”
목경운의 그 말에 철수련이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이미 알려주기로 했는데 이놈 뭐가 그리 급하다고 이리 종용하는 거지?
진예린 역시도 분노를 억누르는 상황에서 목경운이 자신의 목적을 먼저 우선시하자 짜증이 났는지 이를 표출할 수밖에 없었다.
“목 공자. 그건 이미 철수련 공이 알려준다고 했는데 왜 이렇게······.”
“밖에 적들이 있다. 그리고 수하들이 이를 막고 있다.”
“알고 있어요. 저는 이곳에 오래 있을······.”
“변수라는 건 언제든지 발생한다. 하니 금술이 먼저다.”
계속해서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목경운에게 철수련이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네놈은 적당히라는 게 없······.”
“철수련 공.”
“아가씨. 안 됩니다. 이자가 외인이 건, 아니 건 월악검의 가르침을 받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상호 간에 존중 없이 자신만을 우선시하는······.”
“철수련 공······. 제가 부탁드릴게요.”
“······하아.”
진예린의 간곡한 부탁에 철수련이 탄식을 내뱉었다.
이미 그녀가 체념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화가 나기는 했으나 그녀의 심경을 이해했기에 결국 철수련은 초가의 서재에 꽂혀 있던 낡은 서적 하나를 거칠게 넘겼다.
-팍!
“아가씨만 아니었다면 네놈에게 이걸 넘길 일은 없었을 거다.”
“······.”
목경운은 말없이 서적을 받아들고 이를 빠르게 넘기면 내용을 훑었다.
이런 그를 바라보며 진예린이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공동의 적을 두고 있었기에 그와 이런 걸로 다투고 얼굴을 붉혀봐야 의미가 없기에 결국 양보했지만 한편으로는 의문이었다.
밀회는 무언가를 배후에서 꾸미기에 금술을 노리는 듯하지만, 목경운은 왜 이렇게까지 그 금술을 얻으려 하는 건지 말이다.
-슥!
그러는데 목경운이 품속에 금술의 서적을 집어넣고서 입을 열었다.
“바쁘니 간략히 설명하겠다. 대재앙의 날 무쌍성이 멸망했을 때 공교롭게 숨겨진 지하 비고에 있던 비고지기가 살아남았다.”
“비고지기요?”
“그래. 그자의 이름은 양비류. 그자는 운이 좋게도 지하에 있느라 살아남았다고 하더군. 그렇게 살아남은 양비류는 오랫동안 무쌍성의 후인을 찾아 파사팔식을 넘겨주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결국 무쌍성의 후인을 찾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고 한다.”
“하아. 그래서 파사팔식의 비서가 세상에 나오게 된 건가요?”
“결과적으론 그렇겠지. 양비류가 죽고 나서 그의 세 양아들이 이를 두고 꽤 오랫동안 다퉜다고 하더군. 심지어 그게 어느 순간 세력 다툼마저 될 정도로 말이다.”
“아······.”
그것이 세상에서 이야기하는 지고의 비서를 두고서 일어난 전쟁이었다.
목경운은 이 과정에서 세 일족이 맹약을 맺어 전쟁을 멈추고 비서의 주인을 정해 새로운 단체를 만들게 되는 것을 간략히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천지월회가 생겨났다가 그 중 천맥 일족 수장의 몸을 차지한 밀회의 우두머리 목간의 계략과 광기로 월맥의 일족이 멸망하고 지금의 천지회가 생겨난 것까지를 빠르게 알려주었다.
물론 청령과 관련된 자세한 일화는 생략했다.
이를 전부 듣게 된 진예린은 심란해질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흘러가게 된 거지?’
그분의 깨달음이 담긴 비서가 정작 살아남은 일족의 후인인 부친 진영인의 손에 들어가지 못하고, 살아남은 비고지기 양비류의 후인들 간의 전쟁 속에서 떠돌다가 결국 무쌍성의 멸망시킨 목간의 손에 들어간 셈이었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것은 천지회 역시도 어떤 의미에서는 무쌍성의 후인들로 이루어진 단체인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었다.
철수련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그 천지회란 곳도 결국 무쌍성에서 파생되었다고 봐도 무방하겠군요.”
“······그렇네요. 하나 그분의 깨달음이 무쌍성을 무너뜨리고 일족을 죽음으로 몰고 간 배후의 손에 들어간 건 너무 치욕적이에요.”
-꽉! 파르르르!
진예린은 손톱이 살점을 파고들 만큼 세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진심으로 그 배후인 목간을 잡아다 전신을 찢어버리고 살점 하나하나를 다 태워서 죽여버리고 싶은 심경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목경운이 대뜸 물었다.
“한데 왜 이걸 둘로 나눴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군.”
“네?”
“아까 이야기하지 않았나. 그 그분이라는 선조가 후인들을 위해서 숨겨진 비고에 파사팔식을 남겼다고 했다. 한데 그게 후손의 손에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짐작했다면 굳이 처음부터 그곳에 파시팔식을 남겨놓을 이유가 없다.”
“아······.”
목경운의 말에 진예린 또한 의아해졌다.
생각해보면 파사팔식을 이곳에 남겼을 거라면 굳이 무쌍성의 지하 비고에 남겨놓을 이유가 없었다.
또한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곳에는 왜 천둔 성명검법의 비서를 넣어두지 않았던 거지?
철수련은 이 비서야말로 그분이 이곳을 찾아올 후인을 위한 중요한 안배라고 했다.
그럼 이것 역시 지하비고에도 넣었어야 하지 않는가.
‘이상해.’
뭔가 조금씩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분은 정말 후인을 생각해서 혹시 하는 마음에 저것만을 지하 비고에 남겼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그것은 정작 무쌍성을 멸망시킨 밀회의 수장 목간의 손에 들어갔다.
천기마저 읽을 수 있다면 이 또한 예측할 수 있지 않나?
다른 누군가의 손에 들어갈 비서를 굳이······.
‘아?’
고민하던 그녀가 순간 파사팔식의 구결이 적혀 있는 죽간을 들고 있는 목경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목경운 역시도 우연의 산물로 파사팔식의 구결을 얻었다고 했다.
‘잠깐······. 설마······.’
-콰아아아앙!
그때 밖에서 굉장한 굉음이 흘러나오며 초가 전체가 흔들렸다.
-쿠르르르르르!
그 여파인지 초가의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기둥에 일부 정도가 아니라, 그것의 삼분지 일 가량이 갈라지며 균열이 갔다.
이를 본 그들은 본능적으로 진식에 뭔가 문제가 생겼음을 깨달았다.
이에 철수련이 목경운에게 소리쳤다.
“그 죽간은 아가씨께 드려라.”
이 또한 그분의 안배이기에 진예린이 챙겨야 한다고 여긴 그녀였다.
이미 구결을 알고 있는 데다가 측면에 새겨진 문양과 배열의 규칙성을 외워둔 목경운이었기에 별달리 욕심부리지 않고 이를 다시 말아서 넘기려 했다.
그런데 죽간을 마는 그 순간이었다.
-촤륵!
그 순간 죽간이 말리는 것과 함께 공간이 비틀리며 목경운의 몸이 그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탁!
그와 함께 바닥으로 돌돌 말린 죽간이 떨어졌다.
‘!?’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진예린과 악심파파 철수련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이에 황급히 진예린은 허공섭물로 죽간을 빨아들이며 이를 다시 펴려고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쾅!
바로 그들의 앞에 있던 초가의 벽면이 그대로 뜯겨나가고 말았다.
그와 함께 밖이 드러났는데,
‘!!!!!!’
그곳에 이마에 세 번째 눈동자가 있는 중년의 사내가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 * *
목경운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주변에 있던 진예린과 철수련이 사라지더니 갑자기 주변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분명 초가 안에 있었는데 주위를 둘러보면 이곳은 왠 산봉우리로 보였다.
이에 목경운은 대체 이곳이 어디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산봉우리의 끝인 절벽으로 다가갔는데,
‘이게······. 대체?’
목경운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분명 하늘은 맑고 푸른데 봉우리 아래로는 지상이 보이지 않았다.
온통 검은 바닥만이 보였는데 마치 끝없는 나락처럼 보였다.
대체 여긴 뭐지?
착각한 것일 수도 있기에 봉우리 가장자리를 걸으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는데, 한 바퀴를 전부 돌아도 아래가 보이지 않았다.
이를 의아해하고 있던 차였다.
-쳐다보아도 내려갈 곳은 없다.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목경운이 미간을 찡그렸다.
분명 산봉우리 위에는 오직 자신뿐이었다.
심지어 뒤에서 아무런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는데 어째서 목소리가 들린 거지?
찰나에 고민하던 목경운은 이내 검결지를 움켜쥐며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
그곳에 허리 정도 높이 크기의 바위 하나가 있었고, 그 위로 악귀 가면을 쓴 정체 모를 누군가 걸터앉아 있었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