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452)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단검을 보며 목경운은 눈살을 찌푸렸다.
겉보기에는 분명 평범한 단검으로 보였다.
만년한철이라든지 특별한 철로 만든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역량을 한 점으로 집중시킨 일검의 궤로를 바뀌게 한 거지?
찰나의 순간 단검에 하얀 뇌전(雷電) 같은 것이 일어났던 것이 그 원인인가?
의아해하던 차였다.
-훌륭해. 소담검까지 나서게 하다니 말이야.
‘!?’
이게 무슨 소리지?
검을 쓰게 만들다니도 아니고 검이 나섰다고?
마치 검을 하나의 인격체처럼 이야기한다.
-고오오오오오!
의아해하는 그 순간 악귀 가면의 사내의 철검으로 사방의 자연지기가 몰려들었다.
그와 함께 반탄력이 일어나며,
-채아아아앙!
악귀 가면의 사내를 붙들고 있던 목경운의 신형이 이내 뒤로 튕겨 나가고 말았다.
그 위력이 어찌나 강한지 순식간에 이십여 장 가까이 밀렸는데, 덕분에 산봉우리 너머 절벽까지 튕겨 나갔다.
발을 디딜 곳이 없는 낭떠러지였지만,
-팟!
목경운은 진기로 공기를 박차며 허공답보(虛空踏步)를 펼쳤다.
허공을 박차고서 다시 악귀 가면을 향해 신형을 날리려는 그 순간,
-쾅!
그때 악귀 가면이 바닥에 진각을 밟으며 자신을 향해 철검을 뻗는 것이 보였다.
그와 함께 검 끝에서 검세가 나선으로 회오리를 치며 폭풍과도 같은 기세로 목경운을 뒤덮어왔다.
‘이건?’
목경운은 그가 펼치는 것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보았다.
육천호 진예린의 절기 중 하나인 성명검법(星明劍法) 축아회검(逐亞回劍)이었다.
그런데 이 축아회검은 기존의 알던 것과는 달랐다.
진예린이 펼치는 축아회검은 말 그대로 나선의 형태로 검세가 회전하여 상대를 휩쓸어버리는 수법이라면,
-촤촤촤촤촤촥!
이 축아회검의 안에는 또 다른 역 나선의 검세가 회오리를 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유일한 공략법이라 할 수 있는 회오리의 중심부의 약점이 존재하지 않는 완전무결에 가까운 검초로 변해 있었다.
게다가,
-슉! 슉!
뒤쪽으로 어느새 하얀 뇌전을 뿜어대는 단검이 날아와 목경운이 피하려는 경로들로 궤적을 그어 이를 방해하고 있었다.
‘진퇴양난의 상황. 과연 어찌할 것이냐?’
악귀 가면의 사내가 목경운을 유심히 살폈다.
바로 그때였다.
-슥!
목경운이 왼손과 오른손에 동시에 검결지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왼손을 하얀 뇌전의 궤적을 향해 뻗자,
-쾅!
그때 산봉우리 바닥을 뚫고서 튀어나온 요검 겁살이 검은 궤적을 그리며 목경운의 후방을 막으려 드는 단검과 부딪쳤다.
-채채채채채챙!
검은 선과 하얀 선이 사방을 가득 메우며 복잡하게 경합을 하는데 과연 장관이었다.
그러나 눈앞에는 여전히 검세의 회오리가 닥쳐오고 있었다.
그때 목경운이 오른손 검결지를 들어올리자,
-우우우웅!
눈앞에서 세 자루의 거대한 무형검(無形劍)이 생겨났다.
그 상태로 목경운이 검결지로 원을 그리자 생겨난 세 자루의 무형검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서 풍차처럼 빠르게 회전했다.
이렇게 회전하는 무형검은 날카로운 검세로 풍압의 방패를 만들어냈다.
이를 본 악귀 가면의 사내가 피식하고 웃었다.
-무형검이 소용없는 건 진즉에 알았을 텐데.
그와 함께 악귀 가면의 사내가 왼손으로 목경운이 만들어낸 무형검의 방패를 향해 손을 뻗었다.
예기를 흩어지게 만들 작정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파아아아아앙!
그때 악귀 가면이 만들어낸 회오리의 한 가운데의 공간이 울렁이더니, 물결처럼 퍼지며 이내 그 가운데로 검세의 회오리가 빨려 들어갔다.
-파아아아아앙!
‘공진의 식?’
그것은 바로 파사팔식 중 하나인 공진(空鎭)의 식(息)이었다.
회오리의 한가운데, 그 중심부에서 역으로 회전하던 검세의 회오리가 사라지자, 그것은 원래의 축아회검과 같은 형태가 되어버렸다.
그 상태로 목경운의 신형이 흐릿해지며 중심부를 향해 검은 선이 그려졌다.
-촥!
역량을 한 점으로 모아 중심으로 파고드는 것이었다.
그러자,
-슥!
악귀 가면이 왼손의 검지를 뻗었다.
그 순간 찰나에 악귀 가면의 바로 앞의 공간이 물결 형태로 퍼져나가며 주변의 공간이 그대로 압축되었다.
-아쉽게 되었네. 전략은 좋았는데 공자 앞에서 문자 쓰는······.
-흠칫!
그 순간 악귀 가면은 위를 비롯해 양방향에서 날아드는 날카로운 기세를 감지했다.
어느새 방패처럼 활용하려 했던 무형검들이 세 방향으로 자신을 향해 그대로 풍차처럼 회전하며 날아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축아회검을 펼치는 도중이었기에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에 악귀 가면의 선택은,
-우득!
진기를 거두는 것과 함께 육체의 과부하를 감당하는 것이었다.
축아회검을 펼치던 것을 멈추는 것과 함께 악귀 가면의 사내가 이내 위로 뛰어오르며 검으로 부드럽게 원을 그렸다.
그 순간,
-파치치치치치칙!
마른하늘에서 번개가 내려치며 철검에 휘감겼다.
그것은 단순한 뇌기(雷氣) 수준이 아니었다.
‘뇌벽천둔(雷霹天遁) 신로 성명검법 비추형검(泌鰍形劍)!’
번개로 휘감긴 검에서 뇌력에 휩싸인 검세가 부드러운 버들가지처럼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그것은 흡사 파도처럼 넘실거리며 이내 세 방향에서 풍차처럼 회전하며 날아드는 무형검과 부딪쳤다.
-채채채채챙! 파차차차차창!
회전하는 무형검의 검세와 뇌력에 휩싸인 검세가 부딪치자 눈부신 불꽃이 사방으로 튀어 오르며 주변에 뇌력과 풍압이 섞여서 엄청난 여파를 일으켰다.
-파치치치치칙! 콰콰콰콰콰쾅!
그것은 산봉우리를 가르고 초토화하기에 이르렀다.
부서진 산봉우리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고 지지대가 사라지며 격렬히 부딪치던 무형검과 뇌력이 실린 검초가 상쇄되고 말았다.
-탓!
무너져 내리는 바닥에서 악귀 가면의 사내가 가볍게 신형을 날리며 눈동자를 움직여 목경운을 찾았다.
공진의 식으로 도중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으나, 목경운은 이것에서 벗어났다.
분명 초고속이동으로 자신을 노리고 있다.
-스륵! 스륵!
‘찾았다.’
악귀 가면의 틈새로 보이는 눈동자에서 목경운이 부서지는 봉우리 파편들을 지지대 삼아 경신법을 펼치며 다가오고 있는 게 보였다.
파편을 밟고서 종횡무진으로 날아오는 모습이 그야말로 신출귀몰 그 자체였다.
‘타고난 감각도, 적응력도 남다르군.’
악귀 가면이 내심 혀를 내둘렀다.
지형지물에 조금도 영향을 받지 않고 그에 맞춰서 대응해가는 모습이 감탄스러울 지경이었다.
-오랜만에 전의가 샘솟게 만드네.
이렇게까지 길게 싸우게 될 줄은 몰랐다.
인위적인 공간과 의념(意念)이라는 제약도 있었고 원래의 목적은 그를 시험하여 결정을 내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겨루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성장하는 모습에 점차 호승심이 생겨났다.
-우우우웅!
악귀 가면이 들고 있는 철검에서 공명음이 흘러나왔다.
이에 악귀 가면이 눈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너도 그런가 보네. 남천.
전의가 제대로 솟은 악귀 가면이 남천이라 부른 철검을 꽉 쥐고서 제대로 싸울 태세를 취하자, 어느새 악귀 가면의 옆으로 단검이 날아와 공명음을 냈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마치 그 모습이 단검이 재잘거리며 말을 거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악귀 가면이 눈살을 찌푸리며 이내 알겠다는 듯이 손사래를 쳤다.
-알겠어. 알겠어. 그만.
이윽고 그의 눈동자로 목경운이 자신을 향해 무섭게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는데,
-철컹!
검집에 검을 집어넣은 악귀 가면이 이내 두 손을 뻗어 양옆으로 젓는 시늉을 했다.
그 순간,
-콰르르르르르르!
부서진 봉우리의 파편들이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양옆으로 밀려나는 것이 아닌가.
그와 더불어 무너진 봉우리에서 땅이 솟구치며 이내 평평한 바닥이 생겨났다.
기이한 현상에도 불구하고 목경운은 기세를 멈추지 않고 악귀 가면을 향해 검초를 펼치려고 했다.
살의(殺意)와 역량을 한 점에 모은 검초였다.
감각이 점점 예리해지며 목경운은 그 검을 점점 완성의 형태에 가깝게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때 악귀 가면이 목경운을 향해 손을 뻗자,
-푸슈슈슈슈슈슈!
지반의 바닥에서 느닷없이 폭포수와 같은 물줄기가 거꾸로 치솟았다.
덕분에 목경운은 역으로 치솟는 폭포수를 뚫고 나오게 되면서 온몸이 젖을 수밖에 없었는데,
-팍!
밖으로 튀어나오니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
어느새 주변이 푸른 초원으로 바뀌어져 있었고, 그 한 가운데 원형의 탁자와 함께 찻잔이 놓여 있었다.
심지어 그곳에 악귀 가면이 앉아서 찻잔에 따뜻한 차를 따르고 있었다.
이 모습에 목경운은 더욱 경계심이 올라갔다.
눈앞의 저 사내 그저 강할 뿐만이 아니라 이 공간 내에서는 거의 전지전능한 모습마저 보이고 있었다.
잠시 멈춰선 목경운이 그에게 말했다.
“지금 뭘 하자는 거지?”
-보면 모르겠나? 차라도 한잔하자는 거지.
“차?”
-그래. 그대가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렀는지 확인했으니 더는 싸울 이유가 없지.
“확인?”
목경운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지금 이자가 자신을 상대로 시험이라도 했다는 건가?
묘한 불쾌감이 올라오려 하는데,
-시험당한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나?
그 생각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악귀 가면의 사내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이에 목경운이 옅은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여긴 대체 어디지?”
-대답해줄 테니 와서 한잔하며 한숨 돌리지 그러나? 의념인 나와 달리 자넨 실재하여 꽤 지쳤을 텐데 말이야.
‘의념?’
지금 의념이라고 한 건가?
목경운이 눈동자를 움직이며 주변을 살폈다.
분명 생동감 있게 느껴지나 주변의 어떠한 것도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 느낌이 바로 이것에서 비롯된 것이었나?
‘심상? 아니야. 그것보다 더 고차원적이다.’
-실제처럼 구축하고 있는 것이 귀의영역 이상이다. 중생.
청령의 목소리에 목경운도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의념이라 하면 말 그대로 자신의 머릿속에서 심상으로 일어나야 하는데, 이곳은 마치 실존하는 것과 비슷하다.
해서 오감(五感) 전체를 속이고 있었다.
아마도 진(鎭)의 식(式)처럼 광범위하게 암시를 거는 것과 같았다.
이에 목경운이 찻잔을 채우고 있는 악귀 가면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그대는 누구지?”
-고집이 세군. 이렇게 친절히 차를 권하는데 말이야.
-저벅저벅!
목경운이 악귀 가면을 향해 다가가며 말을 이어갔다.
“진예린을 상회하는 고차원적인 성명검법······. 무쌍성의 그분이라는 자가 남겼다는 파사팔식을 나 이상으로 자유자재로 운용하는 실력, 그리고 소림사에 남아있는 잔류 사념 속과 동일한 그 악귀 가면.”
-호오.
“당신······. 진예린의 선조인 건가?”
여러 단초 속에서 목경운이 내린 결론은 바로 이것이었다.
설령 말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머릿속에서는 이렇게 답을 내렸다.
그러자 이윽고 악귀 가면이 깍지를 낀 손등 위로 턱을 괴며 입을 열었다.
-천기란 건 의외로 안개와도 같고 단순하여 그 형세만 읽을 수 있지. 해서 자네와 이렇게라도 만날 기회가 생길까 의문이었는데 그게 이뤄졌군.
“······.”
-슥!
사내가 이윽고 악귀 가면을 쥐고서 말을 이어갔다.
-지금은 어찌 기억되는지 모르겠지만 한때는 악인 취급을 받던 혈마(血魔)라 불리던 시기가 있었고, 또는 선인의 표본인 검선(劍仙)이라 불리던 시기도 있었지.
-탁!
악귀 가면이 벗겨졌다.
그와 함께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두 눈동자의 동공 속에 기묘하게도 핏빛과 황금빛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는 훤칠한 얼굴의 사내였다.
-하나 나 역시 자네의 말대로 그저 나일 뿐이지. 내 이름은 진운휘. 자네가 짐작한 대로 진예린이란 아이의 선조일세.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