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455)
-파르르르르!
진예린의 품속에 있던 죽간이 강하게 떨려왔다.
뭐지?
왜 죽간이 제멋대로 떨리는 거지?
의아해하던 그녀가 설마 하는 마음에서 그것을 품속에서 빼냈다.
돌돌 말려 있던 죽간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는데, 저 혼자 펴지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팍!
“앗!”
그때 그녀의 손에 쥐어져 있던 죽간이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강제로 날아갔다.
그것은 착(着)의 식(式)이었다.
이를 빼앗은 자는 다름 아닌 험악한 인상을 하고 있는 목간의 분신이었다.
“안 돼!”
저 죽간 안으로 목경운이 빨려들었기에 당황한 진예린이 신형을 날려 이를 다시 빼앗으려 했지만 자신을 만류하는 손길에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녀를 붙잡은 자는 바로 귀검이었다.
귀검이 고개를 저었다.
만약 죽간을 되찾기 위해 신형을 날렸다면 그대로 목간의 분신에게 치명상을 입었을 것이다.
-파르르르르!
목간이 떨리고 있는 죽간을 쥐고서 입을 열었다.
“이게 뭐지?”
“······.”
그의 물음에 진예린은 입을 다물었다.
저 안에 목경운이 있다고 답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우드드드득!
‘!!!!!!!’
그 순간 목간의 분신이 떨리며 저절로 펴지려고 하는 죽간을 움켜쥐고서 그대로 부서뜨리고 말았다.
움켜쥐는 형태로 그대로 부서진 죽간을 바라보는 진예린의 두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그렇게나 떨리던 것이 부서진 순간부터 더 이상 그러지 않았다.
‘아······.’
목경운이 돌아오는 전조인가 했다.
아니 그럴 확률이 높았다.
그런데 그러기도 전에 희망이 부서져 버리고 말았다.
이런 그녀의 반응을 눈치채기라도 했는지 목간의 분신이 입꼬리를 비릿하게 올리며 말했다.
“수를 써보기도 전에 막혀서 아쉽겠군.”
“······.”
“죽간에서 느껴지는 기운을 보아하니, 저 안에서 너를 밖으로 내보내 준 그 계집이 준 것이냐?”
“······”
“꽤 비장의 수였나 보군. 후후후.”
“······”
진예린은 허탈함에 사로잡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저벅저벅!
이런 그녀의 모습에 목간의 분신이 흥미가 떨어졌다는 얼굴로 천천히 다가갔다.
사실 당장에라도 끝을 낼 수 있었지만 목간은 신중했다.
왜냐하면 눈앞에 있는 저 여인이 진가의 핏줄이었기 때문이다.
구무림 시절 천하제일검이라 불렸으며 타락한 교룡마저 죽인 그자의 피를 물려받은 일족들을 전부 죽였다고 여겼던 그였다.
그런데 금술을 취하고 천마를 죽이러 온 자리에서 그 살아남은 핏줄을 발견하게 되다니.
“이번엔 확실하게 그 혈통을 끊어주마.”
“하아······. 하아······.”
-으득!
진예린이 검을 쥐고 있는 손의 손등을 물었다.
힘이 들어가지 않기에 통증을 주어서 감각을 되살리기 위해서였다.
이 모습에 목간의 분신이 코웃음을 쳤다.
“고작 이 정도에 한계가 온 것이냐?”
“······닥쳐.”
“본좌가 과민반응을 한 모양이로군. 지금껏 잘 숨어 있다가 모습을 드러내서 준비해둔 한 수가 있을까 했는데 그저 우연이었나.”
이런 목간의 도발에 진예린은 진심으로 화가 났다.
하나 합공을 하고도 밀린 이 상황에서 냉정을 잃게 되면 놈이 원하는 대로 되고 만다.
이에 진예린은 차분한 목소리로 대응했다.
“그게 네 진심이로군.”
“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더니, 우리 진가가 얼마나 두려웠으면 그리 경계하는 거지?”
이런 그녀의 대응에 목간이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불쾌함을 느꼈는데 애써 이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모습이었다.
이를 눈치챈 진예린은 더욱 그를 도발했다.
“하긴 천하제일이라 불리던 그분이 있던 시절이었으면 너 같이 타인의 육신을 빼앗아 기생하는 음험한 이매망량이 날뛸 일도 없었지.”
“기생?”
“타인의 육체가 없으면 고작해야 눈알 따위에 불과하다는 걸 내가 모를 것 같으냐?”
-우득!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목간의 이마에 있던 세 번째 눈을 중심으로 핏줄이 울룩불룩 돋아났다.
도발이 제대로 먹힌 듯했다.
“감히 한낱 벌레만도 못한 것이 감히······.”
바로 그 순간이었다.
계속해서 기회를 엿보고 있던 귀검이 신형을 날렸다.
그 역시도 세 번째 눈과 육신을 공유하고 있던 시절이 있기에 이 존재의 약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것은 이마의 저 눈이었다.
다리에 부상을 입었음에도 전광석화와 같은 경공술로 순식간에 목간의 사각으로 날아든 귀검이 검강(劍罡)으로 눈을 찌르려 했다.
그러나,
-팟!
검강이 닿기도 전에 머리를 가볍게 틀어 이를 피한 목간의 분신이 귀검의 복부를 걷어찼다.
-퍽!
이런 그의 발차기가 복부에 닿는 순간 귀검이 다리를 휘어 감고서 붙들었다.
-팍!
‘!?’
진짜 노림수는 자신이 아니었다.
어느새 바람과도 같은 신형으로 목간의 분신의 뒤에서 나타난 진예린이 그의 목을 단숨에 베어버리려고 했다.
‘죽엇!’
-촥!
-채앙!
하지만 그녀의 검은 목간의 분신의 목에 닿지 못했다.
허리를 옆으로 틀은 목간이 왼손으로 날아오는 검날을 붙잡았기 때문이었다.
선천진기로 일으킨 검강은 일반적인 강기보다 훨씬 강하고 이매망량의 요력을 억누르는 힘마저 가지고 있으나,
-파차차차차창!
목간의 분신은 그야말로 괴물이었다.
분신임에도 불구하고 선천진기를 상회하는 요력으로 오히려 그녀의 검을 그대로 부러뜨리고 말았다.
-챙강!
그리고 그렇게 부러뜨린 검날로,
-팟! 푹!
진예린에게 날려 그녀의 좌측 어깨 쪽을 관통시켰다.
순간적으로 그녀가 몸을 틀지 않았다면 어깨가 아닌 심장이 관통당해 그대로 죽음을 맞이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어깨를 관통당해 균형이 무너지며,
-꽉!
그녀의 목을 목간의 분신이 붙잡았다.
이런 진예린을 구하기 위해 목간의 분신의 다리를 한 팔로 휘어 감고 있던 귀검이 남은 모든 진기를 끌어내 다리를 부러뜨리려 했지만,
-퍽!
목간의 분신이 코웃음을 치며 다른 한 발로 귀검의 안면을 걷어차 버렸다.
안면의 뼈가 으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귀검이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그대로 튕겨 나가버렸다.
-쿵! 콰콰콰쾅!
날아간 귀검은 대나무들을 뚫고 들어가 바닥에 처박히고 말았다.
안면이 함몰되어 얼굴이 흉측하게 된 귀검은 몸을 일으켜 세우려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없었다.
“끄으으으.”
그의 몸은 한계에 이르렀는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이런 귀검을 무미건조하게 바라보던 목간의 분신이 이내 목을 움켜쥐고 있는 진예린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제 발악도 끝이구나. 진가의 마지막 혈통이여.”
“컥컥!”
-팍! 팍!
진예린은 목간의 분신의 손을 뿌리치기 위해 발버둥을 쳤지만 이미 대부분의 선천진기를 소진하여 벗어날 힘이 없었다.
숨이 막혀서 괴로워하는 그 모습이 처절하기마저 했다.
목간의 분신은 이를 즐기듯이 입꼬리가 귓불까지 걸리고 있었다.
‘끝이다.’
비록 몇 체 남지 않은 소중한 분신 둘을 잃었지만 혼백을 하나로 합치는 금술도 무사히 얻었고 진가의 마지막 핏줄까지 이렇게 처리했으니 손해는 아니었다.
“흐으으······.”
점차 진예린의 몸에 힘이 빠져갔다.
하얗게 질린 얼굴에 팔다리가 축 늘어지는 그녀의 모습에 목간은 흡족해하며 확실한 마무리를 위해 목을 비틀어버리려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콰지지지직!
어디선가 무언가 찢겨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목간의 분신이 의아해하며 소리가 나는 진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는데,
‘!?’
그곳은 다름 아닌 자신이 부쉈던 죽간이 떨어진 바닥이었다.
목간의 분신이 미간을 찡그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이마에 있는 세 번째 눈동자로 부서진 죽간이 떨어진 곳을 중심으로 공간이 찢겨나간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뭐지?’
하던 찰나였다.
-흠칫!
그 순간 검은 선 하나가 허공을 스쳐 지나갔다.
‘이건?’
이를 보자마자 역량이 모인 일검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목간의 분신이 황급히 진예린의 목을 붙잡고 있던 손을 떼어내려 했는데,
-촥!
‘!?’
이미 그의 손목이 베여나갔다.
그리고 어느새 눈앞에 있던 진예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에 이마에 있는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그렇게 움직이던 눈동자가 삼십여 보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는 누군가에게로 고정되었다.
그곳에 흑발을 흩날리며 진예린을 안고 있는 미형의 청년이 보였다.
그는 바로 목경운이었다.
“쿨럭쿨럭!”
목경운이 목에 붙잡혀 있던 잘린 손을 떼어내자 호흡이 돌아온 진예린이 미친 듯이 기침을 해댔다.
그렇게 기침을 하던 진예린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죽간이 부서져서 목경운이 돌아올 방법이 없어졌다고 여겼던 그녀였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이지?
의아해하는데 목경운이 그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여기 있어라.”
“쿨럭쿨럭······. 모, 목 공자······.”
“금방 처리할 거다.”
그 말과 함께 목경운이 발걸음을 돌려 목간의 분신을 향해 다가갔다.
이를 보며 목간의 분신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금방 처리해?”
-스르르륵!
목간의 분신이 빠르게 재생하는 잘려 나갔던 왼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지난번과 같은 행운이 또 반복될 것 같으냐? 그때는 새로운 육신이었기에 몇 할도 본좌의 힘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했으나 지금은 다르다.”
-스륵!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목간의 분신의 신형이 흐릿해지며 사라졌다.
그와 함께 순식간에 목경운의 앞으로 도달하여 미간을 향해 쾌속하게 검결지를 찌르려 하는데,
-촥!
그러기도 전에 날카로운 감각이 팔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의 눈동자로 자신의 검결지를 들고 있던 팔로 붉은 선이 생겨나며 갈라져 나가는 것이 보였다.
‘!?’
-팟!
목간의 분신이 황급히 목경운과의 거리를 벌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여유롭기 그지없던 눈빛에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놈이 검을 휘두르는 것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다.
심지어 방심을 하지 않기 위해 세 번째 눈으로 움직임을 정확히 주시했는데도 말이다.
‘뭔가······. 달라졌어.’
천지회에서 상대했을 때와 달랐다.
묘한 경계심으로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데 목경운이 다가오며 말했다.
“두렵나? 왜 거리를 벌리지?”
그 물음에 일순간 목간의 분신의 인상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