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457)
진예린은 진심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방금 전 목경운의 그 검은 그야말로 헤아리기 힘든 무상의 역량을 지니고 있었다.
검극(劍極)이라 불리는 무형검이 검의 끝이라 여겼던 그녀였다.
그러나 그것을 넘어서는 그 위가 존재할 줄이야.
‘······그야말로 천재로구나.’
그녀는 목경운의 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 역시도 부친으로부터 굉장한 재능을 타고났다고 들었지만, 목경운의 무재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무학조차 아직 대성하지 못한 자신과 늘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 새로운 영역에 이르는 목경운을 비교할 의미가 있을까.
‘부끄럽다.’
가문의 부흥과 오직 복수만을 생각했으나 목경운의 끝없는 발전에 그녀는 처음으로 무를 대하는 자신의 마음가짐에 수치심마저 느꼈다.
어쩌면 자신보다 훨씬 하수였던 자가 닿을 수 없는 곳에 도달했기에 더욱 그럴지도 몰랐다.
반면,
‘아직 부족해.’
목경운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검에 무상의 역량을 일으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무엇일지 모르지만 여전히 더 채워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슈우우우우!
몸 전체에서 열기로 아지랑이가 올라왔다.
무상(無上)의 검은 역량을 한 점에 발휘하는 검보다도 육신의 과부하가 심했다.
게다가 강한 의지가 필요했기에 심력(心力) 소모 또한 굉장했다.
원하는 형태의 검을 발휘하는 순간 몸이 탈력(脫力) 상태에 이를 만큼 소진이 심했기에 아직 남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목경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끝이 없군.’
이게 무(武)의 묘미인가.
생사경의 경지에 이르러 검극인 무형검(無形劍)을 완성했을 때만 하더라도 이게 검의 끝이라고 생각했으나 전혀 아니었다.
이걸로 증명됐다.
무(武)에는 끝이 존재하지 않는다.
-츄르르르르!
그때 목간의 잘려 나간 목 부위에서 핏줄이 꿈틀거리며 재생하려 했다.
이를 본 목경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몸통이 통째로 날아가도 회복하려 할 만큼이라면 평범한 재생 수준이 아니라 그야말로 불사(不死)에 가깝지 않은가.
‘흠.’
이를 바라보는 목경운은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그간에 상대했던 적 중에는 이렇게 뛰어난 재생력을 지닌 이들이 있었다.
이런 자들은 굉장히 성가신 것이 자신들의 재생 능력을 믿기에 보통 자들과는 다른 기행을 벌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일반적인 적들과 다르게 재생으로 인해 대결의 양상 자체가 달라진다.
언제든지 변수가 발생한다.
‘······재생마저 능가하는 무상의 역량을 발휘할 수 없을까?’
하나 역량이라는 건 말 그대로 역량이다.
재생력은 말 그대로 하나의 능력이지 사물 그 자체가 아니었다.
이 개념은 역량만으로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보통 이들이라면 여기서 그쳤겠지만 목경운의 사고는 그 위로 향하고 있었다.
‘검세가 검력이 재생마저 할 수 없을 만큼 날카로움을 더 할 방법이 없을까?’
목경운의 이런 생각은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그 이유는 정말로 목간의 육신이 재생을 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츄르르르르!
핏줄들이 이어지며 뼈가 자라나며 근육이 돋아나고 있었다.
경이로울 정도의 재생력에 목경운은 혀를 찼다.
하나 다행스러운 것은 한 번 겨뤄봤기 때문에 이자의 약점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촥!
목경운이 검결지를 긋자 자라나던 부위가 잘려 나갔다.
“컥!”
이를 자른 목경운이 그의 이마에 있는 눈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러는데 목간이 입을 열었다.
“네놈······. 정말로······. 핵을······. 잃고서······인간이······된 것이······. 맞느냐?”
‘!?’
그 말에 눈알에 손을 가져가던 목경운이 손이 잠시 멈칫했다.
이마의 눈알을 빤히 쳐다보던 목경운이 말했다.
“귀검에게 들은 것이냐?”
“······.”
목간은 부정하지 않았다.
죽림으로 와서 가장 먼저 한 것은 귀검을 제압한 것이었다.
오랫동안 자신과 손발을 맞춰왔던 또 다른 동족이 소멸한 것을 확인했기에 더 이상 놈이 자신의 수족이 아니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녀석이 알아낸 것이 무엇인지를 캐내려 했다.
그러나 놈은 입이 무거웠다.
오히려 자신을 혼란하게 만들려했다.
[하아······. 하아······. 화신은 더는······. 그대의 적이······될 수 없소.] [적이 될 수 없다?] [핵을······잃은······. 그는 스스로 퇴화의 길을 택했소.] [퇴화?]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소. 그는 당신을 위협할 화신이 아니라 이제는 평범한 인간일 뿐이오. 하니 더 이상······.]-꽉!
[컥.] [핵이 왜 느껴지지 않는진 모르겠다만 네놈이 아직 숨기는 게 있구나.] [컥······. 컥······.] [평범한 인간 따위가 내게 대적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네놈이 숨기는 모든 걸 전부 말해야 할 거다.] [컥······. 네놈······. 네놈 따위에게 할 말은······없다!] [뭐?] [그······그분에게서······. 썩······꺼져라.] [······.]이런 귀검의 말에 목간은 내심 놀라웠다.
백여 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는데 여전히 의사가 소멸되지 않은 것도 모자라 끝내 동족마저 없앤 것도 놀라웠는데, 아직까지 주인을 향한 충심이 살아있다고?
고작 인간 따위가 어떻게 이 정도로 강한 의지를 지닐 수 있는 거지?
여기서 경이로움과 흥미를 동시에 느낀 목간은 그의 정신을 완전히 파헤쳐보려고 했으나, 그때 진식에서 진예린이 나오게 되면서 지금까지로 이어진 것이었다.
목간이 목경운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왜······. 왜 인간이 된 것이냐?”
“······.”
이런 목간의 물음에 목경운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자신 역시도 귀검을 통해서 알게 된 진실이었고 지금도 아직까지 이 사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었다.
그렇기에 목경운은 복잡한 생각은 버렸다.
과거가 어찌 되었든 지금은 자신에게 집중하기로 한 것이었다.
“큭······. 크크크큭······.”
그때 목간이 대뜸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씁쓸하기 그지없는 광소였다.
한참을 웃어대던 그의 눈에 광기가 서렸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인간이 되다니······. 인간이······. 크크큭. 정말 싫구나. 네놈이 정말 싫다. 아니 증오스럽다. 일족에게서 밀려나 추방당한 존재가 스스로 퇴화하면서까지 인간이 되다니. 네놈의 가증스러운 속내가 보이는구나.”
“속내? 멋대로 지껄여라. 나는······.”
“넌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내가 얻지 못한다면 너 또한 얻을 수 없다.”
“······헛소리.”
“네게 진정한 절망을 안겨주마. 내가 겪었던 고통 그 이상을 알려주마.”
저주를 퍼붓는 듯한 목간의 말에 목경운은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다고 여겼는지, 그의 이마에 있는 눈동자로 손을 가져갔다.
눈동자와 접촉하여 그의 본체가 있는 곳을 알아내기 위함이었다.
-푹!
놈이 또 다시 자폭을 할 수도 있었기에 이번엔 빠르게 눈알을 뽑아서 기운을 조종하지 못하게,
-촤촤촤촤촥!
눈알에 보이는 실핏줄들을 전부 잘라버렸다.
저 실핏줄 하나하나로 기운이 유동하는 것을 보면 혈도나 혈맥과 운기경로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듯 했다.
그렇게 목경운이 눈을 잡고서 눈을 감았다.
분신 중 하나가 죽었으니 분산되어 있는 후보군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
그 순간 목경운의 머릿속에 어두운 대전과 함께 그림자로 드리워진 석좌가 있었고, 그 석좌에 앉아 있는 한 존재가 보였다.
너무 짙은 그림자로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이마의 삼안(三眼)은 특유의 광채 때문에 선명했다.
설마 이자가 본체인 건가?
분신들이 있는 곳으로 정신이 분산되지 않고 한 번에 그 위치가 파악된다고?
의아해하는데 석좌에 앉아 있는 목간이 입을 열었다.
-때가 왔다.
‘뭐?’
-네놈이 본좌를 찾은 것이 아니라 본좌가 드러낸 것이다.
‘······.’
무슨 의도인 거지?
천지회에서 부딪쳤을 때만 하더라도 분신 어쩌고 하면서도 자신의 위치가 발각되지 않게 다른 분신들의 위치로 추적이 분산되게 만들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번엔 분신인 눈을 자폭하려 들지 않았고 순순히 위치를 보였다.
여기서 목경운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데 석좌의 목간이 말했다.
-마지막 기회를 주지. 혼(魂)과 백(魄)을 순순히 바친다면 자비로 편안한 죽음을 내려주마.
이런 그의 제안에 목경운이 코웃음을 쳤다.
그러더니 의사를 보냈다.
-나와 생각이 다르군.
-생각이 달라?
-나는 네놈이 제발 죽고 싶다고 애원할 만큼 실컷 괴롭혀줄 거거든.
-콰득!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석좌의 손잡이가 으스러지며 그림자 사이로 보이는 세 번째 눈동자의 안광이 살기로 물들었다.
대전 전체가 점차 흔들리는데 대단한 공력이었다.
목간이 들끓는 목소리로 위협하듯 말했다.
-기회를 끝끝내 놓치는군.
그런 그에게 목경운이 피식하고 웃고는 오만한 목소리로 답했다.
-기회를 주는 건 강자가 가질 수 있는 자격이다. 네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지.
-쾅!
그 말이 끝나자 석좌가 산산이 부서지며 목간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데,
-스르르륵!
그러거나 말거나 목경운은 이를 개의치 않고서 심상의 추적을 멈췄다.
놈이 어디에 있는지 대략적인 위치는 알아냈으니 더는 대화가 무의미했기 때문이었다.
심상이 끊기는 도중에 광기에 찬 놈의 외침 소리가 들려왔으나 알 바가 아니었다.
-콰직!
목경운은 손안에 들고 있던 목간의 분신의 눈 또한 터뜨려버렸다.
눈을 터뜨리자 흘러나오던 불길한 기운도 끊겨버렸다.
그러는데 청령이 기대감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놈을 찾았느냐?
-네.
-어디! 어디에 있는 것이냐?
-가르쳐주면 또 혼자 찾아가려고요?
-······.
이런 목경운의 전음에 청령이 말문이 일순간 막혔다.
이에 목경운이 어깨를 으쓱하며 실망스럽다는 투로 말했다.
-설마 했는데 진짜였나 보네요. 그런 거면 가르쳐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같이 간다고 약조······.
-약조는 필요 없다.
-네?
-그런 게 없어도 너랑 같이할 거다. 이젠 그게 최후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간에 너와 끝까지 함께할 거다. 이제 되었느냐?
-······.
이런 청령의 말에 목경운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다가오는 진예린의 기척에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이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이를 보며 진예린이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분명 웃고 있었던 것 같은데.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