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460)
반사육팔인신장법(反使八人神將法).
그것은 팔인부(八人符)를 활용하여 귀신을 부리는 법술의 일종이다.
이 수법을 잘 활용하게 된다면 혼백(魂魄)이 완전히 하늘과 땅으로 흩어지기 전에 인위적, 정확히는 주술로 원혼을 탄생시킬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만들기 위해서 가장 큰 전제 조건이 붙는다.
이는 죽기 전에 강한 원념을 품게 만들어야 한다.
충분히 가능성은 있었다.
귀검은 충절과 목간에 대한 강한 분노를 가졌기에 원념이 될 수 있는 조건을 가졌으나, 마지막에 와서 딸인 춘추의 한 마디에 그 모든 것이 일순간 해소되고 말았다.
그것은 숨을 거두며 편안해진 그의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어째서······. 멈춘 것이냐?
청령의 그 물음에 목경운이 옅은 내쉬며 답했다.
-원혼(怨魂)이 될 수 없으니까요.
‘······많이 변했구나. 중생.’
목경운의 대답에 청령은 기분이 묘해졌다.
원혼인 자신보다도 분노 외에는 어떠한 감정도 느낄 수 없었던 그였다.
그런데 이제는 타인의 감정에도 어느 정도 감응하고 있었다.
예전의 그였다면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춘추의 목을 베어서라도 귀검의 분노를 끌어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를 보내줬다.
무감정했던 그가 점점 인간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었다.
다만,
[월맥의 비서가 화신을 설득할 수 있다고 한 거. 그게 무슨 소린지만 말해라. 쓸데없는 소리 전부 배제하고 빨리!] [류······소월과 그대······. 그대는······연······.]대체 이게 무슨 소리지?
귀검이 마지막으로 남긴 그 말이 계속해서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목경운과 오랫동안 함께 해왔기에 그가 겪은 일들도 대부분이 같이했다.
그렇기에 목경운에 대한 마음과 달리 그 출생에 대한 의문 또한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그의 안에 있는 알 수 없는 존재를 비롯해 배화교의 예언에 나오는 화신.
그리고,
[네놈······. 정말로······. 핵을······. 잃고서······인간이······된 것이······. 맞느냐?] [귀검에게 들은 것이냐?] [인간이 되다니······. 인간이······. 크크큭. 정말 싫구나. 네놈이 정말 싫다. 아니 증오스럽다. 일족에게서 밀려나 추방당한 존재가 스스로 퇴화하면서까지 인간이 되다니. 네놈의 가증스러운 속내가 보이는구나.]목간이 한 그 말은 대체 뭐지?
그는 마치 목경운이 인외(人外)의 존재였다가 인간이 된 것처럼 말을 했다.
그녀는 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졌다.
처음에는 그저 우연이라 여겼다.
그런데 어느 순간 목경운과 자신의 행보가 점차 얽히고설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체 뭐지?
절대로 그럴 수가 없다고 부정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누군가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 역시도 평범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죽음으로 인해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원혼이 되었다.
[류······소월과 그대······. 그대는······연······.]설마 귀검이 마지막에 하려 했던 말이······.
바로 그때였다.
“목 공자.”
진예린이 죽은 귀검과 그를 안은 채 흐느껴 울고 있는 춘추를 빤히 바라보고 있던 목경운을 작은 목소리로 불렀다.
고개를 돌리니 그녀의 얼굴이 붉게 상기된 것이 보였다.
두 눈가도 촉촉한 것을 보아하니 이들 부녀를 보며 눈물을 흘린 모양이었다.
그녀 역시도 아버지를 잃었기에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심정이었던 것이다.
“흠흠. 결국 그에게서 아무것도 듣지 못했나요?”
진예린이 목이 메었는지 기침으로 이를 풀며 작게 속삭이며 물었다.
그 물음에 목경운이 고개를 저었다.
정말 묻고 싶었던 몇 가지는 끝내 듣지 못했다.
이런 목경운의 답에 진예린이 난처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결과적으로 좋진 않군요. 목간의 분신을 패퇴시켜서 금술(禁術)이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고는 해도 정작 그의 본체가 어디에 있는지는······.”
“방금 뭐라고 했지?”
“네?”
“방금 그의 본체 이전에 말이다.”
“금술이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고 했어요.”
그녀의 그 말에 목경운이 미간을 찡그리다 이내 물었다.
“악심파파가 내게 준 금술의 비서 외에도 주술을 직접 외우고 있었나?”
“······맞아요.”
자신이 놈에게 붙잡힌 바람에 악심파파가 놈들에게서 자신을 구하기 위해 금술을 알려줬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을 위해 끝내 희생마저 했다.
여기서 다시 북받쳤는지 진예린이 붉어진 눈시울로 입을 열었다.
“하나 여기 있는 분신 하나는 공자의 손에 죽었고 나머지 두 분신은 철수련 공이 진식을 부숴서 가둬놨으니 결과적으로는 목간의 본체에게는······.”
“아니. 그들은 의사를 공유한다.”
“네?”
-툭툭!
목경운이 자신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리며 답했다.
“분신들과 기억을 공유한다는 거다. 결과적으로 목간의 본체 손에 금술이 들어갔다.”
목경운이 그 말과 함께 혀를 찼다.
하지만 이를 누구의 탓으로 돌리기도 힘들었다.
만약 자신이 파사팔식의 죽간으로 끌려들어 가지 않았다면 무상(無上)의 역량과 무상의 검(劍)을 지금까지 이르지 못했을 테니 위험했을지도 몰랐다.
결국 하나를 얻고서 하나를 잃은 셈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놈이 얻은 것이라고는 금술의 술식 하나뿐이라는 것이었다.
‘청령과 위소연은 다행히 이쪽에 있다.’
만약 둘 중 하나라도 놈의 손에 있었다면 곤란했겠지만, 중간에 청령의 혼(魂)을 가지고 있는 위소연도 탈취했기 때문에 금술로 문제될 것은 없었다.
이를 모르는 진예린은 당혹스러워하며 말했다.
“그럼 이러고 있을 틈이 없어요.”
“아니 그래도······.”
“제가 담백하 공을 통해 보낸 건 보지 못했죠?”
“담백하?”
“아아. 못봤군요. 밀회의 수장인 목간의 손에 금술이 들어갔다면 그들은 지난번과 비교도 할 수 없는 규모의 대재앙의 날을 일으킬 거예요.”
그런 그녀의 말에 목경운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금술과 대재앙이 무슨 상관이라는 거지?”
목간이 금술을 얻으려 하는 것은 자신이 차지하고 있는 육신의 의사인 천맥의 비용헌 때문이었다.
놈은 끝나지 않는 광기로 청령을 자신의 손에 넣기 위해 그녀의 혼(魂)이 제대로 환생도 하지 못하게 강제로 붙들고 있지 않았는가.
이런 그의 의문에 대답하려는지 진예린이 예리한 기운으로 바닥에 그림을 그렸다.
-슥슥슥!
그녀가 그리는 것은 중원 전체의 전도였다.
대체 이걸 왜 그리는 건지 의아해하는데 그녀가 중원 전도를 가장자리 쪽 다섯 군데를 짚었다.
북쪽에 하나, 동북쪽과 서북쪽에 하나씩, 그리고 동남쪽과 서남쪽에 하나씩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사이에 술식으로 보이는 주술을 새겨 넣는 그녀였다.
‘!?’
그것을 본 순간 목경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이건······.’
대체 무언가 했는데 이 술식을 본 적이 있었다.
천지회의 시혈곡(尸血谷) 두 번째 시험에서 깃발을 차지하는 과정에서 폭주한 이매망량 괴수(怪獸) 갈저(羯狙)를 상대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 또 다른 삼안(三眼) 조태청이 가지고 있던 방술서와 연구서들에서 이매망량을 폭주시키는 술법도 발견했는데 그것과 거의 동일했다.
한데 이 술법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대기 중의 음(陰)의 기운을 폭증시켜 그들의 살성(殺性)을 폭주시키기에 주력(呪力)의 소진이 상상 이상으로 크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주력이 전부 소진되고 나면 폭주도 끝난다는 것이었다.
‘이런 엄청난 규모로 술법을 행하려면 상상을 초월하는 주력이 필요하다. 이걸 행할 만큼의 주력 확보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건가?’
술법의 범위가 커도 너무 컸다.
중원 전체를 뒤덮을 정도의 수준의 주술이라니 이건 상상을 넘어서는 규모였다.
이 정도라면 주력이 담긴 수많은 법구와 수천, 아니 수만 명에 이르는 방사들이 자신의 모든 주력과 원기를 소진시켜야 가능할지도 몰랐다.
그러는데 이렇게 완성된 술법의 진식 사이로 진예린이 몇 군데 특별한 표식을 하는 것이 보였다.
한군데는 사천당가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고 또 다른 한 곳은 정확히 천지회를 가리키고 있었다.
여긴 대체 뭘 가리키는 거지?
이에 목경운이 물었다.
“그것들은 뭐지?”
“모르겠어요. 이 점 네 곳을 짚고서 여기에 금술이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어요.”
“여기에 금술이 필요하다고?”
천지회라면 위소연이 있는 곳이었으니 이해가 간다.
그런데 다른 세 곳은 대체 뭔지 모르겠다.
규칙성도 없고 제각각 떨어져 있었다.
“이게 다인가?”
“아! 그러고 보니 금술이 필요하다고 적힌 곳 아래에 육마(六魔)라고 써놓았어요.”
‘!!!!!’
이 말에 목경운이 한 쪽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갔다.
그런 그에게 청령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중생······. 천지회에서의 일이 기억나지 않느냐? 그곳에 육마(六魔)의 하나인 시해왕(弑海王)이 있다.
이매망량(魑魅魍魎)이라 칭해지는 괴이들에게는 격이 존재한다.
그 격에는 흉수(兇獸), 괴수(怪獸), 요수(妖獸), 마수(魔獸), 영수(靈獸)로 나뉜다.
그중 최고로 일컫는 격을 영수(靈獸)라고 하는데, 그들 중 한없이 신수(神獸)에 가까운 여섯 영수가 존재한다.
이매망량들은 이들을 일컬어 육마(六魔) 혹은 육마왕이라 부른다.
이 육마는 하나, 하나가 재해(災害)라 불리는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천지회의 시혈곡 비고에는 그런 육마 중 하나인 시해왕(弑海王) 구환천구(拘貛天狗)가 봉인되어 있다.
* * *
같은 시각.
밑을 내려다보면 아득한 나락을 보는 것처럼 끝이 보이지 않은 낭떠러지.
낭떠러지에서 멀지 않은 결계 바깥에는 수많은 이매망량의 시신들이 넘쳐났고 그 사이로 근육질의 미청년이 녹색과 검은 피범벅이 되어 힘겹게 서 있었다.
“하아······하아······.”
미청년은 바로 이곳을 지키는 유가 일족인 유무진이었다.
지쳐서 호흡을 고르는 자신의 모습에 두려움으로 잠시 멈춰 있던 이매망량들이 다시 앞으로 슬금슬금 다가오려 하고 있었다.
‘······많아.’
부친인 유무적과 함께 거의 천, 아니 수천이 넘는 개체를 죽였다.
이렇게나 죽였는데도 아직 눈앞에 헤아리기 힘든 수의 이매망량들이 끊임없이 몰려오고 있었는데, 어지간해서는 지치지 않는 자신이 힘겨울 정도였다.
그러는데 뒤에서 엄청난 굉음 소리가 들려왔다.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앙!
굉음이 터질 때마다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대지가 흔들렸다.
뒤를 힐끔거리던 유무진이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진법의 입구로 밀려드는 이매망량들을 막아내다가 뒤에서 들려오는 그 존재의 포효소리에 황급히 그곳으로 향한 부친이었다.
‘너무 빨라.’
부친이 놈을 잠재운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깨어났다.
주기적으로 이제는 우려가 되는 수준이었다.
평소라면 모를까 부친 역시 자신과 함께 이곳에서 이 엄청난 이매망량들을 상대하느라 상당히 지친 상태였다.
-콰아아아아앙!
-크워어어어어어어!
그때 굉음 소리와 함께 그 존재의 포효 소리가 이곳까지 들려왔다.
그러자 멈춰 있던 이매망량들이 이내 그 존재의 엄청난 포효에 사기가 오른 군사들마냥 마찬가지로 포효를 내지르며 앞으로 진격해왔다.
-크워어어어!
-키케케케케케!
-카카카카카카!
기세가 다시 살아난 몰려오는 이매망량들에 유무진이 다시 오른팔에 차고 있던 경력환의 돌림쇠를 돌렸다.
-끼리리리릭!
-슈우우우우우!
그것을 전부 돌리자 유무진의 전신에서 하얀 수증기가 흘러나오며 전신이 검게 물들어갔다.
지쳤다고 하나 이것들을 막지 못하면 일족이 지키던 그곳이 노출되고 만다.
유무진이 주먹을 움켜쥐고서 휘두르려 했다.
그런데,
-욱씬!
“큭.”
너무 무리했던 것인가.
아직 낫지 않은 심장에 끔찍한 통증이 찾아오며 유무진이 가슴을 움켜쥐고서 비틀거렸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서 이매망량들 중에 격이 높은 요수(妖獸), 마수(魔獸) 급들이 동시에 유무진을 공격해왔다.
-크워어어어어!
-카아아아아아!
‘빌어먹을!’
유무진은 심장의 통증을 겨우 참아내며 놈들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유무진이 휘두르는 주먹에서 엄청난 풍압이 일어나며 달려드는 요수와 마수를 동시에 뒤덮었다.
-콰콰콰콰쾅!
그렇게 그들을 물리쳤나 싶었지만 먼지 파편을 뚫고서 나온 마수 하나가 유무진을 붙들고서 미친 듯이 산 벽을 향해 돌진했다.
-콰르르르르르르!
“끄으으윽!”
산 벽에 부딪힌 유무진은 벽에 부딪히면서도 계속해서 밀려 나갔다.
그러는 사이 검은 인영 하나가 유무진이 밀려나면서 열려버린 진법의 입구 쪽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 * *
“후우······후우······.”
땀으로 젖은 유무적이 붉은 글씨의 경문이 새겨진 뾰족한 나무 기둥을 들고서 호흡을 가다듬으며 나락과도 같은 낭떠러지 아래를 바라보았다.
-쿠르르르르르르!
‘낭패로군.’
힘이 부족했던 것인지 낭떠러지 아래에서 보이는 푸른빛이 약해지기는커녕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이러다간 정말로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지도 몰랐다.
-꽉!
“후우.”
숨을 크게 들이쉬자 이내 유무적의 몸이 검게 달아오르며 이내 전신에서 수증기 같은 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힘을 끌어모은 유무적은 낭떠러지 아래를 향해 붉은 경문이 새겨진 나무 기둥을 던져버렸다.
-파아아아아아앙!
공기의 층들을 뚫고 들어가는 나무 기둥.
지나가는 곳마다 물결의 파동이 강하게 일어났다.
그런데 그것이 점이 되어가기도 전에,
-크워어어어어어어어어!
푸른빛이 강하게 일렁이며 포효 소리가 흘러나오더니 역으로 파동과 함께 폭풍과도 같은 풍압이 낭떠러지에서 치솟았다.
그와 함께 나무 기둥이 닿기도 전에 소멸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파스스스스스!
‘이런!’
유무적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러다 정말로 이 존재의 봉인이 풀릴지도 몰랐다.
그러는데,
“확실히 유가 일족이라 해도 인간은 인간인가 보군. 물량 앞에서는 장사가 없는 걸 보니 말이야.”
-흠칫!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유무적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런 그의 십 보 앞으로 죽립을 쓴 한 존재가 뒷짐을 지고 서 있는 게 보였다.
아무리 체력을 소진해서 지쳤다고는 하나 이 거리까지 다가오도록 자신이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이것도 놀랐지만, 순간 그의 머릿속에 아들인 유무진이 스쳐 지나갔다.
‘무진.’
그 아이가 설마 쓰러진 것인가?
-스릉!
당혹스러워하고 있는데 죽립을 쓴 존재가 허리춤에 있는 검을 뽑으며 이죽거리며 다가왔다.
“그간 수고했으니 이제 그만 대력왕(大力王)을 풀어주실까.”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