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481)
십만대산의 하늘을 뒤덮고 있는 수천 자루의 검과 병장기들.
그 엄청난 위용에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오직 상대를 죽이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던 삼대 세력의 무사들의 시선이 하늘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검 한 자루가 절로 움직여도 이기어검술(以氣馭劒術)의 묘리라며 놀랄 판국이었는데, 이것은 상상을 뛰어넘는 광경이었다.
그런 그들의 귓가로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퍼졌다.
“나는 천마(天魔). 만마(萬魔)를 이끌며 모든 것을 어둠으로 인도하는 찬란한 불꽃이다.”
‘!!!!!!!!’
천마?
지금 천마라고 한 거야?
십만대산의 여기저기가 술렁였다.
근래에 가장 무림을 뒤흔들었던 이름이 바로 천마(天魔)였다.
초출에 소림사의 백팔나한진(百八羅漢陣)을 일보에 무너뜨린 군림보(君臨步).
정의맹, 아니 정파 무림과 사파 무림을 통틀어도 독(毒)과 암기술로 악명이 높은 사천당가를 홀로 무너뜨려 봉문시키는 아성.
정사 어디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중립 세력에 있어서 최고라 일컬어지는 영검산장과 현 무림의 정점 중 하나인 구천무 장주의 굴복.
이 행보만으로 그는 무림사상 역대 최단기간에 무림의 정점이라 불리는 하늘의 칭호를 얻게 되었다.
여기까지만으로도 이미 대단하다고 할수 있겠지만,
그의 파격적인 행보는 끝나지 않았다.
‘천지회.’
그는 삼대 세력이라 불리며 팽팽하게 균형을 맞추고 있던 무의 단체 중 하나인 천지회를 무너뜨리고 자신의 수족으로마저 삼게 되었다.
이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애초부터 정의맹에 속해 있는 두 세력과 마찰이 있었다는 명분도 있었지만 그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멈추지 않는 질주와도 같은 이 행보를 보고 있자면 그 칼날이 어느 순간 자신들의 턱 끝에 닿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이 모든 것이 그들을 움직이는 진짜 계기가 되었다.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거야?”
“괴물……..진짜 괴물이다.”
“내공이 무한히 샘솟기라도 하는 건가?”
수천 자루의 병장기들을 진기로 통제하면서도 자신들에게 의사를 전달할 정도의 심후한 진기.
이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했다.
정(正)과 사(邪)라는 입장이라는 것이 있기에 그들은 어떻게든 부정하고 싶었지만 속으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 존재야말로 현 무림의 진정한 정점이었다.
이미 눈앞에서 칠천의 일인인 광악패제 항심이 당하는 것을 본 이상 저 존재의 무(武)는 완전히 다른 영역에 있었다.
-고오오오오오!
일기당천(一騎當千)이라는 말이 있다.
한 사람이 천의 기병을 당해낸다는 말이지만 이를 넘어서 저 자는 홀로 이 많은 무림인들을 감당할 기세다.
저걸 대체 무슨 수로 막을 있지?
적들이 이렇게 그의 존재를 두려워하는 반면, 목경운 산하의 전 천지회의 무사들은 달랐다.
지금까지 압도적인 적들의 전력과 싸우며 사기가 떨어져가고 있던 그들은 자신들이 모시는 주군의 압도적인 위용을 보는 순간 전의가 치솟는 것과 함께 함성이 터져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십만대산 전체를 울리는 무사들의 쩌렁쩌렁한 외침.
이것은 모든 아군들로 하여금 피가 들끓게 만들었다.
-쿵!
파부왕 호태강이 자신의 도끼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흥분을 금치 못했다.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모든 것을 믿고 따를 수 있는 절대자의 등장.
지금까지 천지회는 삼대 세력에 속해 있었으나 그 균형 상태에만 머무르고서 늘 이 끓어오르는 피를 삭혀야만 했다.
‘하…….’
이것은 그만이 아니었다.
명도왕 손윤 역시도 목경운의 위용과 아군의 치솟는 사기에 감응이라도 되었는지 혈색이 점차 짙어져갔다.
‘그저 월맥의 맥을 잇기 위해 데려왔을 애송이였는데.’
그런 그가 모두를 두려워하게 만들고 경외심이 느끼게 하는 절대자가 되었다.
흥분으로 전신이 떨릴 지경이었다.
-고오오오오오!
노구를 이끌고서 전장의 후방에 있는 산봉우리에 올라와 있는 성화령주와 그녀의 손녀 예송아와 연인 구연우가 전율을 금치 못했다.
-쿵!
“할머니!”
성화령주가 갑자기 무릎을 꿇자 그녀를 부축하고 있던 예송아가 당혹스러워하며, 다시 일으켜 세우려 했다.
“아니다. 아니다.”
그런데 그녀는 괜찮다며 이를 거부했다.
그러더니 붉어진 눈시울로 하늘에 있는 목경운을 바라보며 양 손을 가슴에 모으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아아아! 어둠으로 인도하는 찬란한 불꽃이 세상에 강림하였도다. 그는 진정한 신(神)이다.”
그러더니 그녀가 두 눈을 감고 경건하게 읊조렸다.
“이 한 몸 성화 불에 불사르니 생과 사에 미련 없네. 가고자 하는 길에 있어 광명을 밝히니, 기쁨과 슬픔은 모두 한낱 먼지로 남으리. 근심 많은 중생 가련하도다.”
‘경문!’
그것은 배화교의 경문이었다.
그녀가 이를 읊자 그녀의 곁에 있던 예송아와 구연우도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성화령주처럼 두 손을 가슴에 교차하며 수천 자루의 병장기들을 날개처럼 펼치고 있는 목경운을 향해 경건하게 경문을 외웠다.
“이 한 몸 성화 불에 불사르니 생과 사에 미련 없네. 가고자 하는 길에 있어 광명을 밝히니, 기쁨과 슬픔은 모두 한낱 먼지로 남으리. 근심 많은 중생 가련하도다.”
두 사람만이 읊조리는 것이 아니었다.
천지회로 모인 수백여 명의 교인들이 경문을 읊자 그것이 경건하게 퍼져나갔다.
그와 함께 목경운의 주변에 있던 수많은 병장기들에서 검은 불꽃이 일렁이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화르르르륵!
검은 불꽃에 일렁이는 수천 자루의 병장기들.
그것은 단순히 검이 떠올랐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위용이었다.
-오싹!
‘어찌…..어찌 이런 일이.’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위를 바라보던 항산파의 정명 사태가 이내 어두워진 얼굴로 바닥에 정좌를 했다.
그와 함께 그녀가 합장을 하며 경을 읊었다.
“아미타불.”
검은 불꽃이 치솟자 하늘에서 퍼져나오는 마기(魔氣)는 그녀의 정념을 흔들어놓았다.
이에 이를 붙들기 위해 경을 외울 수밖에 없었다.
이런 영향을 받는 것은 그녀만이 아니었다.
도가의 문파들 역시도 어둠 그 자체에 가까운 마기에 짓눌려 원시천존을 읊으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빌어먹을……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그걸 나한테 물어서 어쩐단 말이느냐?”
“일맹주마저 저리 되었는데 저런 괴물과 어찌 싸운단 말이오?”
저 검은 불꽃.
아무래도 강기(罡氣)로 보였다.
그것도 단순한 강기가 아니라 마기(魔氣)가 담겨 있다.
저건 인간이 아니었다.
어떻게 인간의 몸으로 수천 자루의 병장기에 강기를 실을 수 있단 말인가?
너무도 압도적이었기에 그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사련맹의 삼맹주 적사련주(赤邪連主) 임무군이 일그러진 인상으로 혀를 내둘렀다.
‘틀렸어. 저건 인간이 어찌해볼 수 있는 영역의 존재가 아니다.’
저 존재 하나만으로도 이미 전력이란 게 무의미해졌다.
초월적인 힘에 짓눌린 그는 더 이상 전쟁을 이어나가고픈 마음조차 사라졌다.
그러는데 목경운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퍼졌다.
“어리석은 농간에 휘둘려 나의 권지로 침입한 이들이여.”
“큭!”
사자후처럼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여기저기서 귀를 틀어막았다.
이기어검의 묘리도 모자라 강기마저 일으켜놓고 진기에 이 정도 여유가 있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임무군은 진심으로 저 존재가 두려웠다.
이는 그만이 아니라 이곳에 모여 있는 대부분이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긴장을 금치 못하게 있는데 목경운의 목소리가 이어서 흘러나왔다.
“그 대가는 죽음이어야 마땅하나, 만마를 이끄는 절대적인 존재를 향한 두려움과 하찮은 농간에 의한 무지몽매함으로 벌인 일이기에 일말의 자비를 베풀어주마.”
‘자비?’
지금 자비를 베푼다고 했나?
귓가를 울리는 그 말에 정의맹의 간부들과 사련맹 측의 맹주들, 고수들의 얼굴이 굴욕으로 일그러져갔다.
그들은 수성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정의를 바로잡고 장차 무림에 위험을 일으킬 종자를 제거한다는 명분 하에 이들을 몰살하기 위해 결집했다.
그런데 쳐들어온 자신들에게 자비를 베푼다고?
너무도 모욕적이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이 말에 반박을 하지 못했다.
이는 각 파의 원로들과 장로, 최고 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꽉!
‘어찌…..이런……일이…….’
‘대참사에 가까운 일이다. 고작 단 한 사람의 기세에 밀려 굴복한다니.’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러나면…..안 된다. 여기서 물러나게 된다면 후세가 우리를 비웃을 일이다.’
‘설령 최악의 결과를 낳더라도 싸워야 하건만.’
누구 하나 섣불리 입술을 뗄 수가 없었다.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처참한 결과를 무책임하게 일으킬 수 없는 노릇이었다.
-으득!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공포와 두려움에 차있는 정의맹의 무사들과 기둥들의 모습에 목유천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자신이 희생되는 한이 있더라도 정의맹의 윗사람들을 설득하여 그렇게나 막으려 했던 전쟁을 놈은 오직 힘 하나로 이를 종결시키려 하고 있었다.
‘넌 대체…….’
허탈해진 목유천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더 이상 녀석에 대한 호승심도 경쟁심도 사라졌다.
천지회 내전 때도 닿을 수 없는 영역에 이르렀다고 여겼지만 지금은 하늘의 별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하아…….”
이젠 모르겠다.
지금은 그저 삼대 세력이 충돌하지 않은 걸로 만족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찰나였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그때 어디선가 광소가 터져나왔다.
갑작스러운 웃음소리에 목경운을 바라보고 있던 이들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그곳에 또 다시 하늘 위로 부유하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사련맹의 이들은 그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지만 정의맹 측은 아니었다.
“단목 가주?”
그는 단목세가의 가주 단목인호였다.
능공허도(凌空虛道)를 펼치고 있는 그의 모습에 정의맹 측 장로들과 간부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한 세가의 가주였지만 그 무위가 그리 높진 않았다.
완숙한 초절정의 고수 정도로 알고 있던 그가 경공에 있어서 극의라 불리는 능공허도를 펼치는 모습에 모두가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그러는데 이런 이들의 시선은 개의치 않는지,
-두드드득!
이윽고 단목인호의 이마에서 세 번째 눈이 개안했다.
“이마에 저건 대체?”
“눈?”
그의 그런 모습에 여기저기서 술렁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단목인호가 코웃음을 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어리석은 인간 놈들이 서로를 해하며 멸망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즐기려 했건만, 네놈이 기어이 그 재미를 망치는구나.”
대체 이게 무슨 소리지?
단목세가의 가주가 왜 저런 말을 하는 거지?
-쿠르르르르르!
모두가 의아해하는데 전방의 산봉우리에 있던 이들이 뭔가 이상을 발견했다.
그것은 목경운의 등장으로 일시적으로 전쟁이 멈춰 있는데 대지의 떨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갑자기 왜 땅이 흔들리는 거지?
하던 이들 중 누군가 눈이 찢어질 듯이 커져서 소리쳤다.
“저길 봐!”
“저, 저게 대체 뭐야?”
누군가의 외침에 근방의 시선이 일제히 그곳으로 향했다.
십만대산의 전방으로 지평선을 가득 메우며 진군해오는 검은 무언가들.
그것들을 바라보던 이들의 눈동자가 떨려왔다.
그것은 인간이 아니었다.
짐승이라고 하기에는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는 저것들은 틀림없는 괴이(怪異)였다.
“무슨 수가…….저리……”
-쿠르르르르르!
대지가 떨림이 강해지고 그 소리도 점차 커져갔다.
지평선을 가득 메우고도 끊임없이 밀려오는 엄청난 괴이들의 수에 전방에서 얽혀 있던 삼대 세력의 무사들이 누구 할 것 없이 굳어진 안색으로 뒷걸음을 쳤다.
저 많은 괴물들이 어째서 이런 곳에 밀려온단 말인가?
공포와 두려움은 전염된다.
압도적이기 그지없는 이매망량들의 수는 이윽고 십만대산에서 대부분의 산봉우리에마저 보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로 인해 찾아오는 혼란과 술렁임은 목경운의 등장 못지않았다.
“…….이럴 수가.”
“이 무슨 괴현상이란 말인가?”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괴이한 존재들, 아니 이매망량들이 어찌 저리 집단까지 이뤄서 밀려오는 거지?
엄청난 수에 압도된 모두가 넋이 나갔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단목인호가 광기에 서린 얼굴로 입 꼬리를 비릿하게 올렸다.
‘그래. 그것이 너희 하찮은 존재들이 지어야 할 얼굴이다.’
좀 더 서로 싸워서 자멸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이젠 상관없다.
이렇게 된 이상 지난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대재앙으로 무림을 먼저 지우고 인간의 씨를 말려버리면 된다.
“이게 절망이라는 것이다.”
-슥!
단목인호가 고개를 돌려 목경운을 노려보았다.
놈의 힘이 자신의 상정을 한참 넘어섰지만 저 수천 자루의 이기어검강들은 저것은 그저 보기기 위한 허장성세에 불과하다.
아무리 공간에 대한 장악력과 검과의 감응, 무상의 역량을 지녔다고 해도 저 많은 검들을 동시에 다루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차차차차차차차차차차착!
바로 그때였다.
하늘을 가득 메우며 십만대산 아래를 겨냥하고 있던 수천 자루의 검들이 진열을 바꾸더니 이내 십만대산의 전방으로 몰려오고 있는 이매망량들에게로 향했다.
그 모습에 단목인호가 눈살을 찌푸리며 목경운에게 소리쳤다.
“네놈 대체 뭘 하려는 것이냐? 아무리 네놈이라고 해도 이건 무리수다. 절대로……”
“못할 것도 없지.”
“뭐?”
“천공섬광(天空晱光) 팔선검경(八僊劍競).”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였다.
마기에 의해 타오르고 있던 수천 자루의 병장기들의 끝에서 탄검강(彈劍罡)이 검은 빛줄기가 되어 터져나왔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
그렇게 터져 나온 빛줄기가 허공에서 다시 한 번 여덟 갈래로 갈라지며 일순간 하늘이 검은 빛줄기, 아니 검은 유성우(流星雨)로 뒤덮였다.
‘!!!!!!!!!!’
앞을 가득 메우며 날아드는 수많은 검은 광채들에 무언에 의지에 사로잡혀 앞으로 진군하고 있던 이매망량들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