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482)
그것은 눈으로도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지평선을 가득 메우고도 끊임없이 밀려오는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이매망량들에게 압도되어 두려움이 사로잡혔던 무사들의 눈동자로 검은빛이 일렁였다.
-고오오오오오!
수천 자루의 병장기에서 흘러나온 검은빛의 탄검강(彈劍罡).
그 빛줄기는 순식간에 하늘을 뒤덮으며 검은 유성우(流星雨)가 되어 십만대산을 향해 밀려오고 있는 이매망량들을 향해 뻗어갔다.
-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
엄청난 속도의 탄검강의 유성우들.
진군하고 있던 이매망량들이 이를 인지하고서 방향을 틀려고 했지만, 양옆과 뒤를 가득 메우고 있는 아군들로 인해 그럴 수가 없었다.
-크워어어어!
-크르르르르!
이윽고 공간을 가로지르는 검은 빛줄기들이 이매망량들에게 직격했다.
-콰콰콰콰콰콰콰콰!
그와 함께 탄검강이 전방의 이매망량들을 관통하며 사방으로 녹색과 보라색 피들이 터져 나왔다.
수천에서 여덟 갈래로 나뉘며 수만이 된 탄검강들.
탄검강들은 파죽지세(破竹之勢)의 기세로 이매망량들을 갈라놓았다.
격이 낮은 흉수(兇獸)나 괴수(怪獸)들은 견디지 못해 산산조각이 나다시피 했고 요력이 강한 요수(妖獸)급 이상의 이매망량들조차 마기가 담긴 탄검강의 엄청난 기세에 버티지 못하고 밀려났다.
그 놀라운 광경에 이내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전 천지회 산하의 무사들은 자신들의 주군이 보이는 천지개벽 수준의 절대적인 위용에 사기가 용솟음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함성은 어느새 또 다른 외침으로 이어졌다.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외침이 십만대산 전체로 퍼져나갔다.
“천마강림(天魔降臨)! 만마앙복(萬魔仰伏)!”
천마가 강림하였으니, 모든 만마(萬魔)가 엎드려 우러러본다.
-천마강림(天魔降臨)! 만마앙복(萬魔仰伏)!!!!!
-천마강림(天魔降臨)! 만마앙복(萬魔仰伏)!!!!!
-천마강림(天魔降臨)! 만마앙복(萬魔仰伏)!!!!!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는 천마(天魔)를 향한 경배에 정의맹과 사련맹의 무사들은 굳어진 얼굴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정의(正意)와 협의(俠義)를 숭상하는 정의맹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마(魔)에 전율을 느꼈다.
“천마강림······만마앙복······.”
“우리가 대체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 거지?”
“아미타불. 태동에만 그치던 마(魔)가 결국 개화된 겁니다.”
항산파의 정명 사태가 합장을 한 상태로 어두워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런 그녀의 말에 점창파의 영군 진인이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요? 정명 사태.”
“백(白)과 흑(黑), 정(正)과 사(邪)로만 이분되어 있던 세상에 순수한 정념인 마(魔)가 깨어난 것입니다.”
불가(佛家)에서는 간사한 마음보다 더 멀리해야 할 것을 순수한 악(惡)인 마(魔)라 한다.
그것은 도가(道家)에서도 마찬가지로 친다.
정과 사로 이분되어 있던 세상에 세 번째 정념인 마(魔)가 태어나게 된 것이다.
“마도(魔道)!”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천마강림(天魔降臨)! 만마앙복(萬魔仰伏)!!!!!
울려 퍼지는 마의 종주를 향한 경배.
그것은 마를 숭상하는 이들을 하나로 묶어주고 있었다.
정과 사가 힘을 합쳐서 무조건 막았어야 할 마의 탄생을 지금은 망연자실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인외의 존재인 요(妖)를 마(魔)가 누르고 있다.
요(妖)가 인간을 멸하려하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정사마(正邪魔)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
-콰콰콰콰콰콰쾅!
검은 유성우가 닿는 곳은 오직 파괴와 죽음만이 가득했다.
이를 바라보는 목간의 분신 단목세가의 가주 단목인호의 눈빛이 차갑게 식어갔다.
‘······.’
어찌 인간의 몸으로 이런 신위가 가능한 거지?
수천 자루의 병장기를 동시에 다루는 공간지각능력과 마르지 않는 샘물, 아니 대해(大海)와도 같은 무상의 역량.
이것은 한낱 인간의 몸으로 가능한 영역이 아니었다.
‘설마 원래의 힘을 되찾은 건가?’
놈은 화신이다.
마(魔)의 왕(王).
원래의 힘을 되찾았다면 이 모든 게 가능할지도 모르겠으나, 삼안(三眼)으로 바라보는 놈은 여전히 인간이었다.
‘······핵(核)이 없어.’
마의 일족이라면 있어야 할 핵의 부재.
놈이 예전의 힘을 되찾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결정적인 증거였다.
-꽉!
단목인호의 쥐고 있는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하면 놈은 인간으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 경지의 한계에 이르렀단 말인가?
생사의 경계 속에서 이르는 생사경은 끝이 아니다.
대자연의 오행(五行)의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된다면 그 끝이라 할 수 있는 자연경(自然境)에 이를 수 있다.
그리된다면 대자연에서 기운을 끌어올 수 있기에 진기에 있어서 그 한계가 없어진다.
‘영물을 취했나?’
그런데 그때 놈은 다른 분신에게 말했다.
[그딴 건 네놈이나 취해라.] [뭐?]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다.]놈은 오만하기 그지없다.
마의 왕이었기에 그런 건지 모르겠으나 기존의 모든 것을 부수려 한다.
그런 놈이 자신의 말을 어길 리가 없다.
백 년을 넘게 오직 놈만을 떠올렸고 숙명의 적이었기에 알 수 있다.
하면 무상의 역량이란 것은 대자연의 기운에마저 필적하는 무한에 가까운 힘을 지니기라도 했다는 것인가?
-파르르르르!
“큭······. 크크큭. 크하하하하하하핫!”
이윽고 단목인호가 미친 듯이 광소를 터뜨렸다.
참으로 경외심을 느낀다.
네놈이야말로 필생을 바쳐서 죽여야 할 가치를 느낄 숙적이 틀림없다.
그래. 쉽게 끝낼 싸움이었다면 재미가 없지.
“이건 시작이다. 그리고 네 그 엄청난 절초에도 약점이 없는 것이 아니지.”
-파창!
그때 검은 유성우의 탄검강을 내뿜고 있던 병장기들에 이변이 일어났다.
병장기들의 날붙이들이 부서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파스스스스!
부서진 날의 조각들은 마기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산화되었다.
단목인호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역시 예상대로다.
평범한 병장기들은 놈의 힘을 온전히 견디지 못한다.
이매망량들조차 짓이기고 관통할 정도의 저 탄검강을 평범한 병장기가 버티는 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파차차차차차창!
이윽고 마기를 견디지 못한 병장기들이 빠르게 부서져 갔다.
순식간에 절반 가까이가 부서졌고 다른 병장기들도 금이 가고 갈라지는 것이 곧 전부 부서질 듯했다.
그래. 그게 그 절초의 한계다.
그리고 지금이 기회다.
-팟!
단목인호는 목경운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수천 자루에 이르는 검들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지금은 다른 곳에 시선을 둘 수가 없다.
정의맹도 사련맹도 그의 뒤를 노리지 않겠지만 자신은 아니다.
자신은 인류를 멸하려는 적.
네놈의 죽음을 간절히 바란다.
‘다른 육신들에 비해서 부족하다고 하나 지금 네겐 이 정도로 충분하다.’
-우우우웅!
단목인호가 검강(劍罡)을 극도로 압축하여 검에 집중하였다.
‘천(天)의 검식(劍式) 천하패검(天下敗劍)!’
-촤아아아아아아!
목경운을 향해 쇄도하는 그의 신형은 하나의 검이 되었고 그 패도적인 기세는 존재하는 모든 것을 베어버릴 듯했다.
이것은 그의 역량을 한 점으로 모으는 수법에 기인하여 만든 절초였다.
이 육신으로는 단 한 번에 불과했지만 상관없었다.
단 한 번의 기회로 놈을 죽일 수······.
-채아아아아아앙!
-촤촤촤촥!
‘!?’
단목인호의 세 동공이 흔들렸다.
목경운은 여전히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허공에서 생겨난 무형검(無形劍)이 검은 선을 만들어냈고, 자신의 천하패검을 파쇄해버린 것도 모자라 일순간에 사지를 갈랐다.
여기서 이 정도로 여력이 남아 있다고?
‘분신들로는······.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이냐?’
진정한 괴물이다.
본체가 아니고는 도저히 어찌해볼 수 없는 괴물.
그렇게 사지를 베여버린 그의 육신이 선혈을 뿜으며 바닥으로 추락하려 했다.
그러나,
-파악!
심후한 진기에 의해 그의 몸이 떠올랐다.
그러더니 이내 떠오른 그의 몸이 목경운에게로 이끌려갔다.
그러는 사이 천공섬광(天空晱光) 팔선검경(八僊劍競)을 펼치고 있는 수천 자루의 남은 병장기들이 부서졌다.
-채차차차차차차창!
바로 앞까지 날아온 사지가 잘린 단목인호의 세 번째 눈을 향해 목경운이 검결지를 겨냥했다.
“언제까지 숨어 있을 작정이지?”
“······.”
“본체. 이제 모습을 드러내라.”
단도직입적인 목경운의 물음에 단목인호의 입꼬리가 실룩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 목경운은 흥미가 떨어졌다는 듯이 단목인호의 세 번째 눈을 향해 예기를 날리려 했다.
그러자,
-우득우득!
세 번째 눈동자의 핏대가 울룩불룩해지며 이내 목소리가 달라졌다.
그것은 비용헌의 의사가 아니었다.
“본좌가 오랫동안 짜온 판에서 화신 네놈과 인간들의 역량을 어느 정도로 상정했을 것 같으냐?”
“뭐?”
“교마왕(蛟魔王)의 인요(人妖) 대전과 첫 번째 대재앙을 통해 우린 많은 전략을 수정했다. 아무리 하찮고 벌레 같은 존재더라도 궁지에 몰리게 되면 그 한계를 함부로 재단할 수 없음을 말이다.”
“······.”
“수백 년에 걸쳐 일어났던 인요 대전과 대재앙은 그저 전초에 불과했다는 것을 너희 인류는 깨닫게 될 것이다.”
-고오오오오오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천공섬광의 폐해로 인해 뿌옇게 가려졌던 앞이 서서히 드러났다.
수많은 이매망량들의 시신이 처참하게 펼쳐져 있었다.
거의 수만에 이르는 듯했다.
그 모습에 목경운 산하의 전 천지회 무사들을 비롯해 정의맹과 사련맹의 무사들의 화색이 밝아지려 했는데 그것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쿠르르르르르르!
또다시 진동과 함께 십만대산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뿌연 연기가 걷히며 보이기 시작한 지평선을 가득 메우고 있는 그림자들.
그것을 바라보던 무사들의 얼굴이 굳어져 갔다.
“이럴 수가······.”
“대체······. 대체 얼마나 있는 거지?”
지평선 너머로 꾸역꾸역 밀려오는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이매망량들이 죽은 괴이들의 시신을 밟고서 다가오고 있었다.
이를 바라보는 목경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문득 목경운은 진예린이 바닥에 그렸던 중원 전도를 떠올렸다.
중원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진식.
‘······중원에 있는 모든 이매망량들이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는 건가?’
첫 번째 대재앙 때 중원 곳곳의 이매망량들은 폭주하여 인간들을 해하려 들었다.
그리고 두 번째 대재앙에서의 이매망량들은 놈에 의해 통제되고 있었다.
그저 폭주하는 수준이 아니라 뚜렷한 목적을 가졌다.
평범한 인간들에게는 힘들겠지만 이매망량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힘을 지닌 것이 무공을 익힌 무림인들이다.
놈들은 십만대산에 모여 있는 모든 무림인을 참살하려 하고 있었다.
‘본체를 죽여야 해.’
이 술식을 통제하는 것은 분명 놈이다.
놈을 죽이지 않는다면 이매망량들과 끝없는 싸움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슥!
목경운이 놈의 세 번째 눈으로 손을 뻗으려 했다.
대부분의 분신이 전부 소멸한 이상 이제 의사를 추적한다면 본체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으리라
그렇게 손이 닿으려던 찰나였다.
-흠칫!
순간 목경운의 손이 멈춰졌다.
-솨아아아아아아아!
그와 동시에 폭풍이라도 몰아치는 것처럼 엄청난 풍압이 십만대산 전체로 퍼져나갔다.
바람이 어찌나 거센지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였다.
“우욱.”
“무, 무슨 바람이 이리!”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바람은 단순한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었다.
어느 순간 그들은 알 수 있었다.
십만대산의 앞으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음을 말이다.
그리고 그림자가 점차 작아질수록 불어오는 바람은 북풍을 동반한 것처럼 차가워져 사방에 서리마저 생겨나고 있었다.
-쩌저저저저적!
모든 것을 짓눌리는 차가운 바람은 이윽고 절망을 동반했다.
-펄럭! 펄럭! 펄럭!
-솨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날갯짓 한 번에 모든 것을 얼릴 듯한 폭풍을 동반하는 거대하고 새하얀 존재.
그것은 십만대산의 산봉우리 하나보다도 거대한 대붕(大鵬)이었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