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485)
“육마가 셋도 아니고 넷이라니 이건 계약 이상으로 보이는데.”
육방신의 일인이자 송종각의 각주 안공연이 아홉 개의 황금빛 꼬리가 살랑거리는 여인의 뒷모습을 보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런 그의 말에 옆에 있던 또 다른 육방신의 일인인 대법사 명률 역시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백면왕이라고?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백면왕(百面王) 금모구미호(金毛九尾狐).
육마(六魔) 중에 가장 오래되고 그 힘으로는 최강으로 알려진 대력왕보다도 어떤 의미로는 더욱 최악이라 불리는 존재다.
그 존재는 불길함과 악의(惡意) 그 자체이면서 모든 것을 멸망으로 이끈다.
-주르륵!
대법사 명률이 식은땀을 흘렸다.
청령의 분노로 인해 그는 턱이 뜯겨져 나가고 양팔이 잘려나가는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나 천운으로 발동한 이혼(移魂)의 술 덕분에 혼백이 준비해뒀던 몸으로 이동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됐어! 하하하하하핫!]이혼의 술은 미완성에 가까웠기에 위험부담이 컸다.
술자가 죽어야만 그 술법이 발동하기에 어떤 누가 섣불리 죽음을 택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술법은 성공했다.
처음 그는 이대로 잠적하려고 했다.
어차피 모두가 자신이 죽었다고 여긴다면 굳이 모습을 드러낼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목간의 금제를 완전히 해지했다고 여겼는데, 그 금제는 자신의 혼(魂)에마저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그로 인해 그는 이혼의 술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앞을 볼 수가 없었다.
‘놈으로 인해서였나?’
앞을 볼 수 없는 이유가 명확해지자 그는 절망과 함께 크게 분노했다.
언젠가 이혼의 술에 성공한다면 다시 앞을 볼 수 있게 되고 놈에게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여겼는데 그 모든 게 무산 된 것이었다.
‘놈을 죽이지 않는다면 이 굴레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어.’
그렇기에 그는 대재앙이 시작이자 최종 결전지가 될 십만대산으로 오게 된 것이었다.
한데 대재앙은 그가 예상했던 모든 범주를 넘어섰다.
그 하나만으로도 한 나라가 멸한다고 알려진 육마(六魔)가 넷이나 이 자리에 모였다.
이것은 한 나라가 아니라 중원 대륙의 씨가 마를 수 있는 천재지변의 중심지로 들어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계약을 떠나서 육마가 넷이나 모였다. 도망칠 구멍이 있어 보이나? 안 각주.”
“흥! 고작 술법 하나에 큰 대가를 치르게 생겼군.”
그 말과 함께 이윽고 방신 안공연이 왼손에 부적들을 꺼내며 오른손으로 수인을 맺기 시작했다.
“그나마 저게 제일 무난하군.”
안공연의 시선이 육마들 중 가장 체구가 작은 금빛 갈기의 사타왕에게로 향했다.
* * *
-크워어어어어어어어어!!!
한 순간에 자신이 날려버린 포효의 광풍을 소멸시킨 백면왕 금모구미호의 힘에 분노라도 한 듯이 대력왕 우마왕이 분노의 포효를 내질렀다.
천지를 울리는 쩌렁쩌렁한 포효 소리에 금모구미호가 코웃음을 쳤다.
“여전하네. 시끄러운 건.”
그와 함께 금모구미호가 아홉 개의 꼬리를 살랑거리며 목경운의 옆으로 천천히 날아왔다.
목경운을 보며 금모구미호는 내심 놀라워하고 있었다.
그녀는 황궁에 있었지만 천지의 기운이 요력의 파동들로 요동치는 것을 통해 육마(六魔)들이 깨어나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머지않아 대륙이 피로 물들 것을 예측했다.
‘육마 셋이 한 자리에 모였기에 얼마나 대단한 짓거리를 하려나 왔는데 네가 여기에 있었네.’
그녀는 자신의 요력이 담긴 장신구를 만들어 목경운에게 주었다.
그 덕분에 목경운이 어디에 있든 그 위치를 언제든지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개봉의 황궁에서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목경운의 힘은 흥미로운 정도에 불과했었다.
제법 강하기는 하나 그래봐야 인간 그 이상이 될 순 없었다.
한데 불과 몇 달 만에 완전히 달라졌다.
“너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금모구미호가 배시시 웃으며 목경운의 옆으로 다가와 물었다.
그 물음에 목경운이 그녀를 쳐다보지 않고서 전방을 주시한 채 입을 열었다.
“뭐 하러 온 거지?”
처음 그녀가 나타났을 때 혹시 하는 마음을 가졌던 목경운이었다.
그러나 대력왕 우마왕의 포효를 막아내는 것을 보고서 목간과 관련이 없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런 목경운의 물음에 금모구미호가 혀로 윗입술을 핥으며 답했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게 뭔 줄 알아? 불구경이랑 싸움 구경이야. 그리고 아비규환에 피바다가 된 세상만큼 흥미로운 것도 없지.”
“시답잖은 이유군. 그런 거라면 물러나라.”
“…….너 분위기가 좀 변했네.”
힘뿐만이 아니라 뭔가 전과는 다르다.
그때도 압도적인 힘에 의해 눌리면서도 굴복하지 않는 것도 모자라 그 속에 내재된 흉폭함에 흥미를 느꼈던 그녀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의 불완전함도 흉폭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여유로우면서도 완전무결해졌다.
‘재밌네.’
모든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인간의 잠재능력은 이매망량 그 이상임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타고난 그릇에 한계가 있어서 성장의 끝이 정해져 있다.
그렇기에 그녀는 어떠한 인간도 결국에는 이매망량들의 아성에는 닿지 못할 거라 여겼다.
하지만,
“예언이 틀리지 않았나봐. 아니 내 눈이 정확했던 걸까?”
“그만 가라. 너와 이렇게 한가하게……”
-탁!
목경운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그의 팔에 찰싹 달라붙어 뺨을 비비적거리며 말했다.
“흐응. 너무 섭섭한데. 천마. 기껏 네가 위험해질까봐 나서준 거였는데.”
“위험?”
“그래. 아무리 강해졌다고 해도 저건 좀 규격 이외라서 말이지.”
금모구미호의 시선이 지옥의 대마귀처럼 우두커니 서서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는 붉은 안광의 대력왕 우마왕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육마(六魔)라고 해서 전부 인정하는 게 아니었다.
오래 전 태고의 선인들과 겨룰 수 있는 수준의 괴이는 오직 셋뿐이었다.
그 중 하나는 순리를 넘어서 이 세상에서 사라졌지만 유일하게 자신과 대적할 수 있는 괴물은 오직 저 우마왕뿐이다.
-슥!
금모구미호가 목경운의 뺨에 손끝을 갖다대며 속삭였다.
“이 몸이 낭군이 될 남자를 위해 저건 어떻게든 막아줄게. 대신 여기서 살아남는다면 지난번의 뜨거운 밤을 이어보자고.”
“관심 없다고 했을 텐데.”
“나는 관심이 많은 걸. 네 몸에도 그리고 급격히 상승한 그 힘에도 말이야.”
금모구미호의 황금빛 눈동자가 호승심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목경운은 그녀가 단순히 자신을 놀리는 게 아님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자신의 힘을 확인하고 싶어했다.
-크워어어어어어어!
그때 대력왕 우마왕이 포효를 내지르더니 이내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콰아아아아앙! 화르르르륵!
대지가 갈라지고 불길이 치솟는다.
이 모습에 금모구미호가 입 꼬리를 비릿하게 올렸다.
“화가 많이 났나 보네. 그런데 어쩌지. 난 내 걸 노리는 걸 안좋아하거든. 대력왕.”
-고오오오오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의 몸이 위로 떠오르더니, 이내 황금빛의 눈부신 광채를 내기 시작했다.
황금빛 광채는 점차 커지며 짐승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그것은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황금빛 여우였다.
백면왕(百面王) 금모구미호(金毛九尾狐)의 본신이 드러나자 사방으로 섬뜩하기 그지없는 불길한 요력이 퍼져 나오며 방술사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금모구미호라니 저게 대체 어찌?”
“사형 진정해요. 방금 금모구미호가 목 공자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잖아요. 뭔지는 몰라도 이 자리에선 아군인 것 같아요.”
여수린의 그 말에 그녀의 사형이 질색팔색을 했다.
“말이 되는 소릴 하거라. 육마 중에서 상고 시절부터 수많은 나라들을 멸망시킨 대요괴다. 저게 어찌 인간들을 위해…..”
-쾅! 쾅! 쾅!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거대해진 금모구미호가 앞으로 돌진하더니 걸어오고 있던 산봉우리보다도 거대한 대력왕과 그대로 부딪쳤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그 여파로 사방으로 엄청난 풍압이 몰아쳤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금모구미호의 아홉 꼬리가 움직여 대력왕 우마왕의 팔과 다리를 묶더니 그를 뒤로 밀어붙이려했다.
그러나,
-크워어어어어어어!
우마왕은 힘으로는 최강이라 불리는 육마였다.
두 팔과 다리가 묶였음에도 불구하고 가소롭다는 듯이 전신의 근육이 울룩불룩해지더니, 아홉 꼬리를 억지로 뜯어버리려 했다.
-뿌드드드드득!
하지만 이를 예측하기라도 했는지,
-콱!
금모구미호가 똑바로 서서는 그대로 우마왕의 턱과 윗입을 붙잡고서 쩌억하고 강제로 벌리게 만들더니,
-촤아아아아아아아아!
그 입안으로 엄청난 요력이 담긴 금빛 광선을 내뿜었다.
광선이 체내로 파고들자 타격을 받았는지,
-커커커커커컥!
-콰콰콰콰콰콰콰쾅!
대지가 흔들리며 거대한 파편들과 분진이 위로 솟구치며 우마왕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그 광경에 방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말로 저 백면왕 금모구미호가 자신들의 편이 맞단 말인가?
여수린의 사형이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그저 부딪친 것만으로도 대지가 부서지고 변형될 만큼의 천재지변들에 가까운 것들이 저 육마들이다.
그런데 그 중 하나가 자신들의 아군이라면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다고 할 수 있었다.
“그, 그럼 우리도 하자꾸나. 네 역할이 중요하다.”
“당연하죠. 그러니까 파문까지 각오하고 이걸 가져왔잖아요.”
여수린이 쥐고 있던 황금빛 륜을 들어보였다.
해선각의 각주인 방신 적미노선의 대법구 천환만역금륜(千環萬易金輪)이었다.
지금은 대법구라 불리지만 해선각의 방사들은 저것이 태고의 삼황오제 시절에는 신기(神器) 혹은 보패(寶貝) 불리던 것을 알고 있었다.
“시작해라.”
“네!”
여수린이 나머지 두 육마인 사타왕와 백붕마왕을 바라보다 이내 백붕마왕을 바라보았다.
스승님의 오랜 벗인 육방신의 일인인 대엄사의 주지승 각원 대사와 밀교 대엄사의 법승들을 전부 몰살시킨 참사의 괴물이었다.
-착!
그녀가 들고 있는 커다란 붓에 대법구 천환만역금륜의 사이에 넣고서 이를 회전시켰다.
-촤르르르르르르!
처음에는 그녀의 힘에 의해 돌던 것이 어느새 저절로 빠르게 회전했다.
맹렬히 회전하는 금색의 륜이 그녀가 술법을 외우자, 갑자기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금빛 륜이 거대해지자 이를 눈 여겨 보고 있었던 건지 백붕마왕이 두 날개를 활짝 펴며 날개 짓을 했다.
-솨아아아아아아아!!!
서리 폭설이 휘몰아치며 광풍이 일어났다.
그것도 모자라,
-우득! 우득!
“컥!”
“끄악!”
주력이 약한 방사들이 백붕마왕의 요력에 사로잡혔는지, 전신의 핏줄이 울룩불룩 튀어나오더니 머리가 폭발하는 이들이 속출했다.
-콰득! 콰득!
“요력으로 이문법(移文法)을 펼치고 있다. 천마차력법(天馬借力法)을 펼쳐라!”
-차차차차착!
사형의 외침에 방사들이 수인을 맺었다.
그러자 그들의 몸에서 광채가 흘러나오며 전신이 반짝였다.
그와 함께 무언가가 광채에 부딪치는지 타탁거리며 푸른 불꽃을 튀겼다.
요력에 의한 폭주는 그렇게 막았다지만 불어오는 백붕마왕의 한기가 넘치는 광풍은 그들의 힘으로 막아내기 힘들었는데,
-콰아아아앙!
무언가 나타나 엄청난 권풍들을 일으키며 한기의 광풍을 막아냈다.
“엇? 당신들은?”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방사들이지요? 우리 일족이 당신들을 보호하겠습니다.”
그들은 유무진을 비롯한 유가 일족들이었다.
전신의 근육이 최대치까지 부풀어 오른 유가 일족의 피부는 검었고 전신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무공도 아닌데 타고난 엄청난 용력(勇力)에 방사들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지금이 기회다! 수린아!”
-착! 착! 착!
사형의 외침에 여수린이 두 손을 모아 내사자인(內獅子印)의 수인을 맺었다.
그리고 백붕마왕을 향해 맹렬히 회전하는 거대한 금빛 륜을 날렸다.
-파아아아아아앙!
날아오는 금빛 륜에 담긴 거대한 선기(仙氣)를 읽은 백붕마왕은 날개 짓을 하며 위로 날아오르려 했다.
-펄럭! 펄럭!
그런데 그 순간 금빛 륜이 백팔 개로 나뉘어졌다.
그와 함께 그 백팔 개의 륜들이 진법을 펼치는 용맹한 무사들처럼 백붕마왕을 가두려했다.
그러나 백붕마왕은 순식간에 엄청난 한기를 내뿜으며 륜들을 얼려버렸다.
-쩌저저저저적!
그 순간 방사들이 일제히 수인을 맺었다.
병(兵)! 투(鬪)! 열(裂)! 진(陳)!
구자활법의 수인이었다.
팔백여 명에 달하는 이들이 술법을 펼쳤는데 그것은 사봉연쇄술(四峰聯鎖術)이었다.
-파아아아아아!
백붕마왕의 머리 위로 수천 개의 기둥들이 내리꽂혔다.
-쿵! 쿵! 쿵! 쿠쿠쿠쿵!
기둥들이 내리꽂히자 백붕마왕이 작은 날개들을 날려 이것들을 전부 힘으로 파괴해버리려 했다.
그때 여수린의 사형이 양팔에 차고 있는 화려한 법구를 쥐고서 술법을 외웠다.
-고오오오오오오!
그러자 먹구름을 뚫고서 하늘 위에서 커다란 악귀의 얼굴이 달린 천왕문(天王門)이 떨어지며 날개 짓을 하는 백붕마왕을 짓눌렀다.
-콰아아아아아앙!
-차차차차차차차창!
그와 동시에 얼어붙었던 백팔 개의 륜들이 강렬한 빛을 내뿜으며 되살아났다.
그렇게 살아난 백팔 개의 륜들은 다시 한 번 진을 만들어 백붕마왕의 주변을 완전히 가로막았다.
천왕문에 짓눌려 있던 백붕마왕이 고개를 들어 입을 벌려 한기의 요력을 뿜었다.
-촤아아아아아아아!
그런데 그런 한기의 요력은 회전하고 있는 륜의 가운데로 빨려 들어가더니,
-촤아아아아아아아!
그대로 다른 륜으로 튀어나와 백붕마왕의 등으로 내리꽂혔다.
-크워어어어어어!
자신의 공격에 자신이 당한 백붕마왕이 노했는지 엄청난 요력을 발산하자, 그 주변을 뒤덮고 있던 륜들이 흔들리며 밀려나려 했다.
‘주력이 모자라.’
여수린은 쉬지 않고 술법을 외우고 있었는데, 그녀의 눈과 코에서 핏물이 흘러내렸다.
그러는데 언제 날아갔는지 백붕마왕의 위에서 나타난 유무진과 유가 일족들이 두 손으로 깍지를 하고서 빙글빙글 몸을 회전시켜 백붕마왕의 머리로 돌진했다.
-콰콰콰콰콰콰쾅!
그 덕분에 백붕마왕의 머리가 밑으로 떨어지며 바닥에 내리꽂히고 말았다.
이렇게 이들이 분전을 하고 있는 사이,
남은 육마의 하나인 사타왕 역시도 영수를 부리는 두 방신들과 사련맹의 만여 명에 이르는 고수들과 대립하고 있었는데,
-우르르쾅쾅!
하늘 위로 떠오른 한 여인이 검을 위로 들어올리자, 먹구름이 낀 하늘 위에서 천둥번개가 내려치며 뇌전이 전신을 감쌌다.
-파치치치치치칙!
그녀는 바로 천하제일검의 후손인 진예린이었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