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486)
남은 육마(六魔)의 하나인 사타왕(弑海王)과의 개전의 신호탄을 날린 것은 대법사 명률과 송종각의 각주 방신 안공연이었다.
-슈우우우우우우
뿔이 달린 호랑이에 하체는 갈색 비늘로 뒤덮인 용(龍)의 형태를 하고 있는 이매망량이 보랏빛 독무의 구체를 날리자, 사타왕이 거구와는 맞지 않는 날렵한 움직임으로 이를 피해댔다.
-파앙! 파앙! 파앙!
-콰타타타타타타타타!
그것도 모자라 사타왕은 그들을 향해 지(之) 자 형태로 왔다갔다하며 빠르게 질주해왔다.
“온다!”
“알고 있다!”
그런 사타왕을 두 육방신 대법사 명률과 안공연이 두 손을 모아 비사문천인(毘沙門天印)의 수인을 맺어 겨냥하고서 동시에 주술을 외웠다.
“원지원 제아지신 천하지신 지하지신 목진시진 인사지신 양신 우마지신 우마신 원지원 유지유 천하지신 지하지신 일신지원장!”
‘천마차력법(天馬借力法) 토붕함경(土崩含境)의 술(術)!’
-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현 방사의 정점이라 불리는 두 방신 급의 방대한 주력(呪力) 맞물리며 술식(術式)을 만들어내는 순간 사타왕의 주변을 땅들이 일순간에 폭발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단순히 땅을 무너뜨려 빠뜨리기만 하는 수법이 아니었다.
-쿠르르르르르르!
무너지는 땅에서 돌로 만들어진 손들이 튀어나와 사타왕의 뒷다리와 꼬리를 붙잡아 밑으로 끌어내리려 했다.
-크와아아아아앙!
그러자 사타왕의 입에서 요력으로 이루어진 탄(彈)들이 연거푸 쏟아지며 돌로 만들어진 손들을 순식간에 파괴시켜버렸다.
-콰콰콰콰콰콰콰!
붙잡는 손이 없어지자 사타왕이 계속해서 무너져내리는 토사물들을 타고서 엄청난 속도로 뛰어올라왔다.
‘빌어먹을! 아예 통하질 않는구만.’
두 방신들이 혀를 내두르며 당혹스러워하며 다음 수법을 준비하려던 찰나였다.
-팟!
함몰되는 땅 속에서 기어이 위로 솟구쳐 오르는 사타왕의 눈앞에 전광석화처럼 튀어오르는 두 화경 급의 고수들이 있었다.
“크흐흐! 괴물 놈아! 진혈금체의 힘을 보여주마!”
-슈우우우우우!
전신이 붉게 달아올라 진혈금체(進血金體)를 펼치고 있는 거구의 사내가 있었으니, 사련맹의 이맹주 해역원이었다.
-파치치치치!
그리고 그 옆에서 붉은 뇌전(雷電)이 담긴 혈옥수(血玉手)의 절기를 펼치고 있는 것은 구혈교의 혈성 담백하였다.
‘적혈금신(赤血金身) 패권무적(敗拳無敵)!’
‘혈옥수(血玉手) 뇌천파강(雷天破强)!’
처음부터 전력을 다 하는 두 사람의 절기는 절묘하게 위로 솟구쳐 오르는 사타왕의 이마를 강타시켰다.
-파파파파파파팍!
그러나 육마(六魔)라는 칭호가 이매망량들에게서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사타왕은 이를 조금도 개의치 않고서 고개를 가볍게 뒤로 당겼다가 머리를 튕겨내는 것만으로 두 화경의 고수들을 날려버렸다.
-파아아아앙!
“컥!”
“악!”
“이맹주!”
“담 혈성!”
그렇게 날아가는 두 고수들을 사련맹의 오맹주 수라섬도(修羅殲刀) 유경과 팔맹주 아라권(阿羅拳)의 부편석이 받아냈다.
“헉!”
-파아아아아앙!
가볍게 튕겨낸 것 같았는데 사타왕의 요력이 어찌나 강했는지 두 고수들을 받아내는 순간 그들 역시도 그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튕겨나가고 말았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그러는데 사련맹의 후발대에서 활을 들고 온 천여 명의 궁수 기마대들이 달리는 말 위에서 사타왕을 향해 시위를 겨냥했다.
“쏴라!!!”
-촤촤촤촤촤촤촤촤촤!
진기가 실린 화살비에 사타왕이 코웃음을 치며 바닥을 손으로 내리쳤다.
-쾅!
-파차차차차차창!
그러자 강한 풍압과 함께 화살들이 튕겨나갔다.
“미친!”
“조금도 통하지 않잖아.”
놀란 기마대들이 황급히 말의 고삐를 당겨, 방향을 틀어 거리를 벌리려 했다.
그러나 그것을 놓아줄 사타왕이 아니었다.
사타왕의 금빛 갈기가 급격히 부풀 오르더니, 갈기의 털들이 도망치는 기마대와 자신을 포위하려 드는 사련맹의 무사들을 향해 뻗어나갔다.
-촤촤촤촤촤촤촤촤촤!
멀리서 보면 빳빳해진 털에 불과했지만 그 크기는 창이나 다름없었다.
수천의 금빛 창들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자 천 명의 궁수 기마대들이 순식간에 피할 틈도 없이 쓸려나가고 말았다.
사타왕의 털 창이 스쳐지나간 곳은 피와 고깃덩어리만 남았다.
“안 돼에에에에!”
-팟!
겨우 멈춰선 이맹주 해역원이 황급히 신형을 날려 이를 막으려 했다.
그러나 아무리 그가 화경의 고수라 하더라도 공간을 가로질러 가며 그것을 막을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하지만 절묘한 순간에,
-우우우우우우웅!
무사들이 있는 하늘 위로 반원 형태의 거대하고 은은하게 빛이 나는 불투명한 막(幕)이 생겨나 장대비처럼 날아드는 털 창을 막아냈다.
-파차차차차차차창!
하늘 위에서 영수 타위의 위에서 두 방신들이 수선막(守璇幕)의 술(術)을 펼치고 있었다.
보통 방사들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규모였지만 두 방신들이 모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꾸우우우욱! 콰아아아앙!
뒷다리의 근육이 잔뜩 부풀어 오른 사타왕이 뛰어올라 단숨에 앞발로 영수 타위와 함께 그들을 찢어 갈기려 했다.
‘이런 젠장!’
바로 그때였다.
-우르르콰콰콰쾅!
천운이 닿기라도 한 것일까?
하늘에서 번개가 내려치며 공교롭게도 사타왕이 이를 맞고서 그대로 떨어지고 말았다.
-파치치치치치칙!
-크워어어어어어!
구혈성 담백하의 뇌전에는 조금도 타격을 받지 않았던 사타왕이었지만 자연적으로 내려치는 번개의 뇌기는 그 위력이 엄청났는지 고통의 포효를 내질렀다.
그러다 사타왕이 노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위를 노려보았다.
-우르르쾅쾅!
사타왕의 눈동자로 하늘 위로 솟구친 한 여인이 검을 위로 들어올리자, 먹구름이 낀 하늘 위에서 천둥번개가 내려치며 뇌전이 전신을 감쌌다.
-파치치치치치칙!
그녀는 바로 천하제일검의 후손인 진예린이었다.
전신이 뇌전으로 물든 진예린이 사타왕을 향해 검을 휘두르자 먹구름에서 뇌력이 일어나 번개가 연거푸 내려쳤다.
-콰콰콰콰쾅!
이에 사타왕이 황급히 몸을 날려 벼락을 피해냈다.
처음으로 공격이 통하는 듯하자 사련맹의 무사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저 괴물이 피하고 있어!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게 천둔(天遁)의 힘!’
뇌전의 엄청난 힘을 펼치는 진예린의 눈동자가 전의로 불타올랐다.
이곳으로 오는 동안 틈틈이 선조가 남겨둔 안배를 익히기 위해 천둔 성명검법의 비급서를 폈던 그녀였다.
그런데 비급서를 편 순간 그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연히 천둔 성명검법이 원래의 성명검법을 더욱 갈고 닦은 검법일 거라 예측했던 그녀였다.
한데 그게 아니었다.
비급서에 적혀 있는 내용은 도저히 인간이 익힐 수 없는 그런 영역의 수련법이 적혀 있었다.
‘대체 이걸 어떻게 익히라는 거지?’
더군다나 비급의 내용에는 선도(仙道)와 관련된 구절도 적지 않기에 상당히 난해하기 그지없었다.
아무리 영리하고 천부적인 자질을 갖춘 그녀였지만 도통 이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던 그녀는 어떻게든 이 비서를 익히기 위해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비서의 문장들을 속으로 읽었다.
-솨아아아아아!
그런데 그 순간 눈앞이 환해지며 그녀는 심상의 세계로 빠지게 되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선조인 진운휘를 만났다.
전과 같았다면 선조 진운휘를 원망했을 그녀였지만 악심파파 철수련을 통해 진실을 알게 된 그녀는 원망보다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런 그녀를 선조 진운휘는 말없이 끌어안으며 보다듬어주었다.
어느 정도 슬픔이 가신 후에 일족의 선조, 즉 가문의 어르신을 만난 그녀였기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부친이 돌아간 이래 처음으로 그녀는 어린 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응어리를 풀 수 있었다.
그리고 서로 간의 이야기를 마치고 나서 그녀는 선조 진운휘에게 예를 갖춰 부탁했다.
[선조님 부디 길을 열어주십시오.]자신의 재능으로도 비서를 도저히 익힐 길이 없었다.
그러나 여기서 그녀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너는 천둔(天遁)을 익힐 수 없다.]-콰콰콰콰콰콰쾅!
그때의 심상 속에서의 기억을 떠올린 진예린이 내려치는 벼락을 피하고 있는 사타왕을 향해 연달아 검을 휘둘렀다.
진운휘는 그녀에게 말했다.
[재능의 여부와 상관없이 천둔을 익히려면 정말 오랜 세월이 소요되고, 그것은 몸으로 수천 번의 벼락을 받아내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천둔(天遁)은 애초에 그녀가 익힐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하면 대체 어째서 이 안배를 남긴 거지?
익힐 수 없는 것이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는가.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 선조 진운휘가 말했다.
[오랫동안은 힘들겠지만 남겨놓은 비서가 도화선에 있는 나와 너를 잇게 만드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매개체?] [나는 너를 대신하여 매개체를 통해 천둔의 운기를 행할 것이다. 네게 초식의 운용법을 전수해줄 터이니, 길진 못해도 적어도 반 시진 가량은 천둔을 쓸 수 있을 것이다.]그것이 그녀가 천둔(天遁)을 쓸 수 있게 된 과정이었다.
진운휘는 천둔이 태고의 선인들의 비술이기에 세상에 남으면 안 되는 힘이라 이렇게밖에 도와주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선조의 고심을 알게 된 그녀는 오히려 그에게 감사했다.
비록 잠시에 불과하더라도 천재지변이라 불리는 육마(六魔)를 상대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으니 말이다.
-쾅! 쾅! 쾅! 쾅!
또 다시 특유의 몸놀림으로 내려치는 번개를 피하던 사타왕이 진예린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질주해왔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내려치는 번개마저 피해내고 있었다.
-파칙! 파칙!
진예린의 눈에서 핏물이 흘러내렸다.
품속에 있는 비서가 매개체의 역할을 해 운기를 대신 해주고 있지만, 완전히 익히지 않은 천둔의 뇌전을 다루고 있기에 그 힘이 계속해서 역류하며 고통스러웠다.
이것은 선조 진운휘도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극도의 인내심으로 이를 참아내며 어떻게든 천둔의 힘을 제대로 다루려 했다.
-파칙!
“하윽!”
하지만 고통으로 인해 결국 그녀는 내려치는 천둔을 쓰다가 역류하는 뇌력에 튕겨나가 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사타왕은 그 찰나를 놓치지 않았다.
-크와아아아아앙!
사타왕이 떨어지는 그녀를 향해 질주했다.
그때 바닥에서 굵은 나무줄기들이 채찍처럼 솟구치며 그런 사타왕의 두 다리와 몸을 휘어감았다.
그것은 대법사 명률과 방신 안공연의 술법이었다.
-뿌드드드득!
“아닛?”
그러나 급히 펼친 술법이었기에 사타왕은 나무줄기들을 뿌리 채 끊어버리고서 떨어지는 진예린을 집어삼켜버리려고 했다.
“안돼에에에에에에!”
“아가씨이이이이!”
이맹주 해역원과 혈성 담백하가 몸을 날렸지만 이미 늦었다.
그녀의 몸이 쩌억하고 벌린 사타왕의 입안으로 들어가려던 그 찰나였다.
-촥!
순간 모두의 눈동자로 거대한 은빛 보름달이 비춰졌다.
-크워어어어어!
그와 동시에 사타왕이 콧등이 잘려나가며 그대로 누군가가 떨어지는 진예린을 안아들고서 뒤로 신형을 날리는 것과 함께 땅으로 착지했다.
이 광경에 혈성 담백하가 붉어진 눈시울로 탄성을 흘렸다.
“무월공검(無月空劍)!”
보름달을 연상케 하는 무형(無形)의 검(劍)이 만들어낸 저 검초는 분명 그분의 검이었다.
-파칙파칙!
역류하는 뇌력을 이겨낸 진예린이 겨우 정신을 차렸는데, 이내 그녀의 눈동자가 떨려왔다.
비록 머리카락이 하얗게 새고 주름이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강렬한 안광에 학사의 품격을 지닌 노인이 그녀를 향해 인자하게 웃고 있었다.
“이제야 찾았구나.”
진예린이 노인을 꽉 껴안으며 소리쳤다.
“착 어르신!”
그런 그녀를 노인이 손주 대하듯이 등을 토닥였다.
그들의 모습에 사련맹의 이맹주 해역원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얼굴로 혈성 담백하에게 물었다.
“저, 저분이 정말 살아계셨던 거요?”
“말하지 않았느냐? 나는 어르신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이맹주 해역원이 이렇게 놀라는 이유는 간단했다.
진예린을 안고 있는 노인.
노인의 정체는 구무림의 전설 중 하나인 월악검(月惡劍) 사마착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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