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489)
“전부 모습을 드러냈으니 제대로 해도 되겠군.”
‘!?’
제대로 해?
네놈 지금 무슨 헛소리를······.
-스윽!
목경운이 검결지로 요검 악즉의 검신을 훑자,
-스르르르르륵!
검신이 완전한 흑색으로 물들어갔다.
-흠칫!
‘이건······.’
검에서 느껴지는 심연과도 같은 어둠에 순간 등골이 오싹해진 대력왕과 하나가 된 목간이 본능적으로 불길함을 느꼈는지 입을 벌려 포효의 광풍을 날렸다.
-크워어어어어어어!
-콰콰콰콰콰콰쾅!
입에서 뿜어져 나온 요력의 풍압이 광풍을 일으키며 목경운을 향해 쇄도했다.
그를 필두로 집결해 있던 삼대 세력의 수장들을 비롯한 무사들이 몰아쳐 오는 광풍에 당황해하며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그 순간 목경운이 광풍을 향해 검을 그었다.
-촥!
공간이 가로지르는 예리함.
이윽고 허공으로 검은 선이 생겨나며 광풍이 반으로 갈라졌다.
‘!!!!!!!!’
뒤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삼대 세력의 고수들이 탄성을 흘리며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아아아!”
방금 그 검은 대체 뭐지?
검을 갈고 닦는 검수들이라면 누구나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검(劍)이 존재한다.
그런데 방금 전 목경운의 그 검은 말 그대로 완전무결에 가까웠다.
‘이놈······.’
대력왕 우마왕과 하나가 된 목간의 세 번째 눈동자 속의 붉은 안광이 흔들리는 촛불처럼 일렁였다.
놈에게서 불길함을 느껴 급조한 요력의 광풍을 날렸다고는 하나, 그걸 일순간에 베어버릴 정도의 검이라니.
거대화한 무형검(無形劍)으로도 광풍을 막기 버거워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정말로 전력을 드러낸 게 아니었다고?
순간 목간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여력을 아낄 상황이 아님에도 이를 드러내지 않았다는 건, 네놈의 진짜 노림수는 본좌를 찾는 것이 아니라······.
-슥!
목간의 눈동자가 하늘 위에 떠 있는 금색의 천왕(天王)에게로 향했다.
천왕을 바라본 목간의 눈동자가 더욱 흔들렸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새 금색의 천왕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따르는 천의 일족을 비롯해 모든 만물을 아래로 보기에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존재가 희열에 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지금 이 일검을 보고도 조금도 위화감이나 경계심조차 생겨나지 않는다는 건가?
이런 그의 짐작은 정확했다.
금색의 천왕은 목경운의 검에 조금도 경계심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욱씬욱씩!
핵(核)의 고통을 상기시키고 있었다.
만물이 경외를 표해야 하는 절대적인 신(神)인 자신에게 유일하게 고통을 남긴 존재.
그 존재가 모든 힘을 잃고 인계에서 소멸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그렇기에 눈을 통해 그를 찾기 위해 시간을 소요했다.
그리고 그의 판단은 옳았다.
놈은 역시 살아있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금색의 천왕이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뭐가 즐겁다는 건지 고개까지 뒤로 젖혀가며 웃고 있는 그의 눈동자는 비웃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당연히 살아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찾지 못했던 이유가 설마 인간이 되어 있었다니.
-본 왕과 유일하게 힘으로 견줄 수 있는 존재가 하찮은 필멸자가 되어 겨우 숨통을 부지하다니. 이런 유희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하하하하하하하하!
일말의 가능성마저 염려했던 자신의 판단이 우습게 여겨질 정도였다.
살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는 존재를 찾아서 후환을 없애려 했던 것이 부질없게 여겨질 만큼 말이다.
한참을 웃어대던 금색의 천왕 얼굴에서 웃음이 완전히 사라졌다.
흥미가 떨어졌다는 듯이 무미건조해진 눈빛으로 금색의 천왕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우우우우우우우웅!
그의 오른 손목에 걸려 있던 화려한 금색의 팔찌가 저절로 떠올라 금빛의 고리 형태가 되어 커져 갔다.
이를 바라보던 목경운이 황급히 큰 소리로 소리쳤다.
“눈 감아아아아아아!!!!”
사자후를 터뜨리는 듯한 엄청난 외침 소리.
그러나 금색의 천왕은 늦었다는 듯이 피식하고 웃어보였다.
이윽고 거대해진 금빛 고리에서 오색찬란하기 그지없는 강렬한 빛이 흘러나왔다.
어찌나 화려한지 누구라도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크워어어어어어!
-쿠우우우우우!
-크카카카카카카!
빛에 노출된 이매망량들이 뭔가에 홀린 것처럼 광폭한 포효를 내질렀다.
단순히 포효만을 내지른 것이라면 문제가 될 건 없었지만, 어느새 이매망량들의 육신이 부풀어 오르며 더욱 흉폭한 모습으로 변해갔다.
-우득! 우드드드득!
-꿀럭꿀럭!
마치 진화하는 것처럼 보였다.
훨씬 커지고 날카로운 발톱이 두터워지며 그 흉폭함이 강해져가는 이매망량들은 한층 더 위험해지고 있었다.
이 같은 현상은 격이 낮은 이매망량들에게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었다.
육마(六魔)의 하나인 사타왕의 갈기가 도산(刀山)을 보는 것처럼 날카로워지며 근육이 부풀어 올라 몸이 더욱 커지고 있었다.
-크와아아아아아앙!
마찬가지로 다른 육마의 하나인 백붕마왕 역시도 새하얀 날개가 검붉게 물들어 위화감이 가득한 모습으로 바뀌며 요력마저 급격히 치솟았다.
-쿠쿠쿠쿠쿠쿠쿠쿠!
호흡을 맞춰보지 않았지만 뛰어난 연계로 육마들을 호각으로 상대하던 이들마저 이런 급격한 변화에 당황하여 거리를 벌려야만 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우득! 우드드득!
“끄으으으!”
“끄아아아아아!”
진열을 갖추고 있던 삼대 세력의 무사들 중 여기저기서 주화입마(走火入魔)라도 입은 것처럼 괴성을 지르며 두 눈이 시뻘게져서 괴이한 변화를 일으키는 자들이 속출했다.
“뭐, 뭐야?”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이보게! 정신 차리게!”
그들은 전신의 핏줄이 검게 물들어 울룩불룩 징그럽게 부풀어 오르는데, 그 모습은 마치 목유천이 역혈사공(易穴邪功)을 펼치는 것과 흡사해 보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폭주를 넘어서 완전히 이성을 잃고서 인지를 상실한다는 점이었다.
그 모습은 말 그대로 흉폭한 짐승 그 자체였다.
“크르르르.”
“크카카카카카!”
-푹!
“컥!”
-콰득!
“이, 이게 무슨 짓이야? 끄악!”
“놔! 놓으라고!”
여기저기서 비명과 외침이 터져나오며 진열이 흐트러졌다.
이성을 잃고서 흉폭하게 변한 이들이 갑자기 멀쩡한 무사들을 공격했기 때문이었다.
한둘도 아닌 수천에 이르는 아군의 폭주는 혼란을 주기에 충분했다.
‘봤군.’
목경운이 이런 그들의 폭주에 옅은 숨을 내쉬었다.
금색의 천왕에게는 천의 일족의 보물이라 불리는 다섯 절대 신기(神機)가 있다.
팔에 차고 있던 저 금색의 고리는 아덴의 링이라는 것으로 생명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원기를 타락시키고 한계까지 폭주하게 만들어 죽을 때까지 싸우도록 하는 위험한 물건이었다.
한 번 쓰게 된다면 백 년 이상은 기운이 충전될 때까지 쓸 수 없고, 빛을 육안으로 직접 노출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걸려들게 되면 전선에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는 최악의 신기임은 확실했다.
“끄으으으으.”
“명도왕! 정신 차리게!”
빛에 노출된 것은 일반 무사들만이 아니었다.
각 세력의 간부들이나 문파의 장문인 중에서도 목경운의 외침에 눈을 감지 않은 이들이 더러 있었는데, 그들의 폭주는 혼란을 야기시키는 것을 넘어서,
-콰직!
-촥!
“끄악!”
“자, 장문인을 붙잡아라!”
“송 방주 정신 차리십시오! 제발······컥!”
고수일수록 폭주로 인해 더욱 강해졌기 때문에 수많은 사상자를 발생시키고 있었다.
명도왕 손윤의 곁에 있던 섬독왕 백사하와 암종의 종주 환야선이 그를 어떻게든 붙들고서 제압하려 했지만,
-파아아아아아앙!
폭주한 공력이 어찌나 강한지 그들을 너무도 손쉽게 뿌리쳤다.
그것도 모자라 손윤이 흉측하게 변한 손이 섬독왕 백사하의 허벅지를 뜯어버릴 지경이었다.
-콰득!
“으헉!”
허벅지가 뜯겨나가면서도 백사하가 전광석화와 같은 독장으로 반격하며 그를 제압하려 했으나,
-퍽!
‘아닛?’
-부우우우웅!
독장에 일격을 당하고도 손윤은 꿈쩍도 하지 않고서 오히려 거도를 휘둘러, 백사하를 뒤로 물러나게 만들었다.
“멈추게!”
안 되겠다 싶었는지 파부왕 호태강마저 나서야만 했다.
그가 나서서 거대한 도끼를 휘둘러 명도왕 손윤의 거도를 막아냈다.
-채아아아아앙!
원래라면 경지에서 밀렸기에 공력의 반만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격이었지만 도리어 호태강의 도끼가 튕겨 나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무슨 공력이?’
호태강이 황급히 공력을 끌어올려 대응하려던 찰나였다.
-팍!
그때 명도왕 손윤의 뒷목을 누군가 내려쳤는데, 끄떡하지도 않고 계속 폭주할 것만 같던 그가 눈이 뒤집혀서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그의 뒷목을 내려친 것은 다름 아닌 목경운이었다.
“주군!”
이 광경에 파부왕 호태강이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주군의 강함이 이미 다른 영역에 이르렀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폭주하여 화경에 버금가는 공력을 내는 손윤을 고작 손짓 한 번에 쓰러뜨릴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은 경이롭기마저 했다.
그런데 그때 하늘에 떠 있던 고리가 진동을 일으키며 기이한 공명음을 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그러자 공명음 소리가 울려 퍼지기가 무섭게 폭주하여 주변의 아군을 공격하고 있던 삼대 세력의 무사들이 일제히 목경운을 향해 달려드는 것이 아닌가.
이는 무사들만이 아니었다.
-두두두두두두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이매망량들마저도 목경운이 있는 곳으로 질주해왔다.
사타왕과 백붕마왕은 그들을 상대하고 있던 이들이 막아섰지만 이매망량들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크카카카카카!”
“죽어! 죽어!”
“주군을 지켜라!”
“막아라!”
목경운 산하의 간부들과 무사들이 몰려오는 폭주한 이들을 막으려 했지만, 그 수가 너무 많은데다 폭주하여 흉폭해진 이들의 기세는 공격을 해도 멈출 줄을 몰랐다.
고통조차 느끼지 않는지 상처를 입혀도 소용없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금색의 천왕이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필멸자가 되어 그들의 구원자가 되려 했으나, 결국 그들의 손에 죽거나 그들을 죽이게 되었구나.
네놈은 인간을 사랑하여 인간이 되었다지?
하면 네 손으로 그 인간들을 없애는 모순을 보여주어라.
그 유희를 즐기면서 바라보······.
-흠칫!
바로 그 순간이었다.
목경운이 무릎을 가슴까지 들어 올렸다.
그러자 주변의 모든 기운이 들썩일 만큼 무상의 역량이 집중되었다.
‘!?’
대체 뭘 하려는 건가 싶었는데,
-콰아아아아아아앙!
목경운이 바닥을 향해 진각을 내려찍자,
-쩌저저저저적!
-쿠르르르르르르르르!
발바닥이 닿는 곳을 중심으로 바닥이 갈라지는 것을 넘어서 그의 반경 수백여 장이 흔들리며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대지가 흔들렸다.
그와 함께 목경운을 향해 폭주하여 달려들던 삼대 세력 무사들의 눈이 뒤집히고 입에 거품을 물더니 가슴을 부여잡으며 그대로 쓰러지는 게 아닌가.
-털썩! 털썩! 털썩!
“이, 이럴 수가······.”
“설마······. 이건 천마군림보!”
여기저기서 놀람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모두가 소문은 익히 들었다.
진각 한 번에 소림사의 백팔나한진을 무너뜨렸다고 알려진 군림보(君臨步).
무림에서는 그 군림보를 두고서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라고 불렀는데, 그것이 그들의 눈앞에서 펼쳐진 것이었다.
그것도 수천, 아니 만이 넘는 폭주한 이들이 진각 한 번에 쓰러졌다.
‘괴물······. 그야말로 괴물이로다.’
개방의 방주 홍원석은 두려움에 가득 찬 표정으로 뒷걸음마저 쳤다.
그들 역시도 폭주한 이들을 그를 노리는 듯하여 막기 위해 나섰지만, 그 모든 것이 허탈하게 느껴질 만큼 압도적인 강함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파아아아아아앙!
이들을 한 번에 쓰러뜨린 목경운이 허공으로 도약하더니 이내 십만대산, 아니 자신을 향해 질주해오는 헤아릴 수 없는 수의 이매망량들의 위까지 단번에 날아올라,
‘만검홍련(萬劍紅蓮)!’
-고오오오오오오!
마기(魔氣)에 의해 검게 물든 요검 악즉을 위로 치켜들었다가 그대로 이매망량의 무리가 있는 한가운데 바닥을 향해 내리꽂아버렸다.
-푹!
바로 그 순간이었다.
-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
목경운이 검을 꽂은 곳을 중심으로 바닥에서부터 검게 물든 검강(劍罡)들이 만개하는 홍련의 꽃봉오리처럼 솟구치며 수십, 수백, 수천, 수만 갈래가 되어, 물결처럼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크커커커컥!
-카아아아악!
바닥에서 올라오는 검강들은 그대로 이매망량들을 관통하며 찢어나갔는데, 그들이 쏟아낸 형형색색(形形色色)의 피들로 인해 사방이 오색 빛으로 얼룩져가고 있었다.
‘!!!!!!!!!’
장관을 넘어서 믿을 수 없는 엄청난 위용에 삼대 세력의 모든 무인의 두 눈이 찢어질 듯이 커진 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