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491)
-크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사타왕의 목구멍을 타고 터져 나오는 엄청난 포효.
“아악!”
“큭!”
사타왕의 요력이 담긴 포효에 일순간 진예린과 사마착은 고막이 찢겨나가며 뇌까지 그대로 충격을 받게 되었다.
그로 인해 그들은 그대로 몸이 마비가 되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출혈로 혼미한 와중이었기에 진예린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서 사타왕이 무형검에 입천장과 턱을 뚫어버리는 고통을 참고서 입을 강제로 다물려 했다.
‘안 돼.’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이대로 아무 것도 못해보고 죽음을 맞이하는 건가.
세상에 유일하게 피가 이어진 어르신을 만나게 되었는데 이렇게 가는 건 너무 허무하다.
주마등처럼 찰나에 수많은 기억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던 순간이었다.
-더 지켜보기만 하면 영의 원망을 들을 것 같구나.
머릿속을 울리는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은 선조 진운휘였다.
‘!?’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하고서 받아들이거라.
‘선조님……’
-안녕. 미리 작별을 고하마. 더 이상 복수나 일족의 부흥이 아닌 오로지 너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렴.
진운휘의 따뜻한 인사에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져갔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팍!
그녀의 품속에서 천둔의 비서가 저절로 튀어나왔다.
시공을 뛰어넘어 그녀를 대신하여 천둔을 운기하던 비서가 타올랐다.
-화르르르륵!
이윽고 진예린의 흐릿하던 두 눈동자가 금빛과 핏빛으로 광채를 내며 그녀의 의식으로 누군가가 들어섰다.
-칠성현문의 일곱 번째 별 요광(搖光)이여 빛을 발하라.
-고오오오오오오!
진예린의 손등으로 북두칠성 형태의 푸른빛이 일렁이며 그녀의 정기신(精氣神)이 일시적이지만 하나로 이어졌다.
-우우우우우웅!
그와 함께 공명음이 흘러나오며 죽은 무인들의 피로 얼룩져있던 대지가 푸른 빛으로 일렁이기 시작했다.
푸른 빛은 이윽고 사람의 형태를 이루었다.
그 모습에 사련맹의 무인들이 붉어진 눈시울로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죽은 동료들의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졌던 것이었다.
-스스스스스스스스!
주인을 잃었던 검들이 그곳에 남아있던 무인의 의지와 함께 일제히 떠올랐다.
푸른 빛들과 검들의 은광으로 반짝이는 대지는 흡사 은하수처럼 찬란하기 그지없었다.
진예린이 이내 사타왕을 향해 손을 뻗자,
-푸푸푸푸푸푸푸푸푹!
푸른빛에 휩싸인 수많은 검들이 날아와 사타왕의 입 속으로 파고들었다.
-크워어어어어어어!
갑작스러운 파고드는 검들에 사타왕이 괴성에 가까운 포효와 함께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아니?’
월악검 사마착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체 무슨 일인가 했더니 푸른빛으로 이루어진 수천의 의지체들이 검을 쥐고서 사타왕을 향해 쇄도하고 있었다.
마치 푸른빛의 유성우가 날아가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파파파파파파파파팍!
이건 설마?
사마착의 시선이 진예린에게로 향했다.
흐릿해져 있던 진예린의 두 눈동자로 금빛과 핏빛이 뒤섞여 광채가 흘러나왔고, 진운휘의 형상이 겹쳐 보였다.
‘너!’
자신을 단번에 알아보는 사마착에게 진예린, 아니 진운휘가 말했다.
-영이가 장인어른께 안부 전해달랍니다.
‘………’
그 말에 사마착의 눈빛이 빠르게 먹먹해져갔다.
이런 그를 향해 미소를 지은 진운휘가 이내 허공을 박차며 위로 솟구쳤다.
-팟!
검들의 의지체가 유성우처럼 사타왕을 향해 몰아치고 있었고, 당황한 놈이 결국은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망치려 하고 있었다.
이에 진운휘가 검을 하늘 위로 들어올리자,
-우르르르쾅쾅!
하늘에서 번개가 내려치며 검에 휘감겼다.
검에 강력한 뇌력이 휘어감기자,
‘뇌벽천둔(雷霹天遁) 신로 성명검법 축아회검(逐亞回劍)!’
-파치치치치치치칙!
번개로 휘감긴 검 끝에서 뇌력에 휩싸인 검세가 회오리를 치며 거대한 뇌전의 폭풍이 되어 앞으로 뻗어나갔다.
그 위력은 진예린이 직접 펼쳤을 때와는 비교도 힘들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하늘에서 내려치는 뇌전의 폭풍은 도망치려 하는 사타왕을 가둬버렸고, 그대로 몰아치는 검들의 유성우가 놈에게 꽂혀갔다.
-푸푸푸푸푸푸푸푸푸푸푸푹!
-크와아아아아아아!
사방을 울리는 사타왕의 괴로움의 포효.
죽어가는 사타왕의 포효 소리에 육마(六魔) 대력왕 우마왕과 하나가 된 목간의 세 번째 눈동자 속 붉은 광채가 흔들렸다.
오랫동안 세상을 지켜봤기에 그는 이 같은 광경을 기억하고 있었다.
교마왕이 일으킨 인요(人妖) 전쟁에서였다.
그 같은 상황이 또 벌어지다니.
-꽈아아아악!
저것만이 아니다.
저 성가신 유가 일족 또한 마찬가지다.
육마 백붕마왕 역시도 내외부의 동시 공격으로 육신이 빠르게 망가져가고 있었다.
무쌍성의 후예, 유가 일족……대체 이것들은 무엇이기에 되살아와 자신의 대계를 이리 어그러뜨린단 말인가.
이 모든 변수를 제어하기 위해 얼마나 오랜 세월 공을 들였던가.
그 모든 게 엉망이 되고 말았다.
‘…….더는 안 돼.’
육마의 둘인 사타왕과 백붕마왕이 소멸하게 된다면 전세는 알 수 없게 된다.
이에 우마왕과 하나가 된 목간의 시선이 금색의 천왕에게로 향했다.
신기(神器)의 힘을 사용했는데도 불구하고 전황이 뒤집히기는커녕 밀리고 있는데, 놈은 여전히 경계심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역시인가.’
놈에게 있어서 움직이는 천재지변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육마도 저 많은 이매망량들도 전부 장기패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그들이 죽든 말든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 것일 거다.
-으득!
목간의 시선이 폭주하고 있는 이매망량들을 압도적인 위용으로 학살하다시피 하고 있는 화신과 금색의 천왕을 교차했다.
금색의 천왕에게 다른 존재들은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
오직 놈을 죽이는 것 이외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은 오히려 잘된 것일지도 몰랐다.
‘어부지리를 노린다.’
어차피 놈에게 있어서 자신 역시도 얼마든지 버릴 수 있는 패였다.
그리고 이미 지배에서 벗어나려하는 모습마저 보였기에 화신과의 일전이 끝나고 나면 처분 대상일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놈의 뜻대로 움직일 이유가 없었다.
‘고리의 영향에서는 벗어났다.’
하나 계속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않은 척 기다리자.
금색의 천왕은 화신이 인간이 되었다는 것 하나 때문에 그를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놈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강해졌는지 몸으로 체감했다.
저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이다.
분명 금색의 천왕과 겨루는 도중에도 성장할 것이다.
‘하나 금색의 천왕은 육마조차도 우습게 여길 만큼 신(神)에 가까운 존재다. 저 둘의 승부는 쉽게 나지 않고 양패구상이 될 수도 있다.’
그때를 노린다면 둘 모두를 처치할 수 있는 가능성……
-푹!
-컥!
그 순간 대력왕과 하나가 된 목간의 가슴으로 뚫고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이, 이건……’
그것은 털 하나하나가 날카롭게 칼날처럼 바뀐 백면왕 금모구미호의 꼬리였다.
대력왕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나가 되기 전에 이미 대력왕의 공세에 회복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고 여겼고 모든 정신이 전쟁과 고리의 지배에 벗어나는데 있었던 그였다.
‘방심했어.’
-끄으으으으!
-꽉!
대력왕과 하나가 된 목간이 황급히 가슴을 뚫고 나온 금모구미호의 꼬리를 붙잡았다.
그런 그의 귓가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확실히 숨통을 끊어놓고서 다른 곳에 한눈을 팔았어야지.
-이녀어어언!
-쿠르르르르르르!
대력왕의 두 손에서 검붉은 용암이 흘러나왔다.
가만히 어부지리(漁夫之利)를 취하기 위해 상황을 관조하기는 글렀다.
이대로 있다간 오히려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대력왕과 하나가 된 목간은 가슴이 뚫린 고통을 억지로 참아가며 몸을 돌려 금모구미호를 공격하려 했다.
그러나,
-촤르르르륵!
금모구미호의 꼬리들이 일순간 그의 두 팔과 다리를 전부 묶으며 그럴 수가 없었다.
그때 금모구미호가 몸에 대력왕의 등에 달라붙어 어깨까지 올라왔다.
이에 대력왕이 이를 힘으로 뿌리치려 했는데,
-꽉!
금미구미호가 머리를 붙들고서 그대로 대력왕의 이마에 있는 세 번째 눈을 향해 입을 벌려 금빛 광선을 쏘았다.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뿌드드득!
목숨의 위기를 느낀 대력왕과 하나가 된 목간이 한순간 엄청난 힘을 발휘하며 팔을 휘감고 있던 두 꼬리를 뜯어내는 것과 함께 그녀를 내동댕이쳤다.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금모구미호가 내동댕이쳐지자 바닥이 흔들리고 균열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그녀의 입에서 뻗어 나온 금빛 요력의 광선이 바닥에 내리 꽂히기 전에 대력왕의 왼쪽 눈과 왼쪽 뿔을 갈라 버렸다.
-촤아아아아아아아!
-크워어어어어어어어!
요력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뿔이 잘려나가자 그 고통을 견딜 수가 없었던 대력왕과 하나가 된 목간이 포효를 내질렀다.
-이 빌어먹을 여우 년이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고통은 이윽고 분노가 되었고 대력왕과 하나가 된 목간은 바닥에서 아직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금모구미호에게 달려가 용암으로 물든 발로 머리를 짓밟아 버리려했다.
-쿠우우웅! 쿠우우웅! 쿠우우웅!
그렇게 그녀의 머리로 뜨겁고 거대한 발이 날아오는 그 순간이었다.
-촤아아아악!
허공을 가르는 검은 선 하나.
그와 함께 대력왕의 용암으로 물들었던 발이 힘없이 떨어져나가며 다리의 절단면이 드러났다.
-쿠우우우웅!
‘뭐야?’
자신의 안면으로 힘없이 떨어지는 발을 막아낸 금모구미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하는데 뿔과 눈에 이어서 오른다리가 잘려나간 대력왕의 입에서 고통의 포효가 솟구쳤다.
-크워어어어어어어!
귀가 찢어질 듯한 포효 속에서 인영 하나가 보였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그 인영을 본 금모구미호의 두 눈동자가 희열에 차올랐다.
그는 바로,
‘천마!’
목경운이었다.
그녀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태고 시절부터 탄생한 이래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던가?
난생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쁘지 않은걸.’
이 묘한 기분을 만끽하던 그녀가 문득 의아해했다.
분명 그는 폭주하는 이매망량들을 상대하고 있던 것 같은데 언제 이곳에 나타난 거지?
이윽고 의아해하던 그녀의 눈에 십만대산의 맞은 편의 대지에 헤아릴 수 없는 이매망량들의 찢겨져 나간 사체들이 보였다.
사체가 쌓여 시산(屍山)을 이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일까?
‘!!!!!!!’
아직 살아 있는 이매망량들도 일부 보였지만 눈에 띄게 줄어서 고작 해야 2할에 불과했다.
이 정도면 삼대 세력 무인들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혼자서 저걸?’
금모구미호는 진심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혼자서 이매망량들을 거의 몰살하다시피 한 것도 모자라 이곳까지 날아와 대력왕의 다리를 잘라냈다는 건가?
‘하!’
아무래도 착각했던 것 같다.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해졌으나, 육마(六魔)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 여겼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지금 목경운이 풍기는 기세는 오히려 육마를 압도하고 있었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