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492)
-크워어어어어어!
다리가 잘려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대력왕.
이 모습에 금모구미호는 진심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육마(六魔)에 있어서 최강의 힘과 육체를 가진 존재가 바로 대력왕 우마왕이다.
오랫동안 봉인되어 있었다고는 하나, 세월이 흘러 거의 비슷한 수준의 요력을 지닌 자신조차도 대력왕이 방심을 하고서야 겨우 몸에 상처를 낼 수 있었는데, 인간인 목경운이 어떻게 놈의 다리를 벨 수 있던 거지?
-고오오오오오!
지금 목경운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세는 육마인 자신마저 초월하고 있다.
‘…….보면서도 믿기 힘들 정도야.’
신(神)을 불완전한 형태로 닮게 조형한 것이 인간이라 한다.
인간만큼 불완전하고 한계가 극명한 그릇이 없을 텐데, 어떻게 저런 힘을 낼 수 있는 걸까?
-저벅저벅!
목경운이 다리가 잘려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대력왕과 하나가 된 목간에게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육마를 통제해야 할 정도의 의사라면 본체라고 봐도 되겠지?”
-크워어어어어어.
“이제 시작인데 엄살이 심하군.”
-이노오오오옴!
목경운의 빈정거리는 그 말이 도발이 된 것일까?
고통스러워하던 대력왕과 하나가 된 목간이 본노를 참지 못하고 목경운을 향해 용암이 뒤덮혀 있는 손을 휘둘렀다.
붉고 검은 열기로 가득한 거대한 손을 올려다보는 목경운의 시선이 무미건조하다.
-우우우우웅!
마기(魔氣)로 검게 물든 요검 악즉이 공명음을 흘렸다.
그 순간 목경운의 신형이 솟구치며 검을 위로 휘둘렀고, 대력왕의 그 거대한 손이 놀랍게도 위로 튕겨나갔다.
-채아아아아아아앙!
이 광경을 지켜보는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차라리 검극(劍極)이라 할 수 있는 무형검(無形劍)을 일으켜 막아냈다면 그러려니 할 테지만, 고작 검 한 자루로 용암으로 뒤덮인 거대한 손을 막아내다니?
중량으로 보나 흘러나오는 기운으로 보나 상식을 넘어서는 광경이었다.
‘이놈 대체?’
놀라기는 대력왕과 하나가 된 목간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빠른 속도로 강해진다고 하나, 아무리 화신이라도 육마의 영역부터는 절대로 닿을 수 없을 거라 여겼다.
그런데 검에 담겨 있는 역량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 묵직함이라고 해야 할까?
손바닥의 점에 불과할 정도의 크기였는데도 불구하고 검이 손에 닿는 순간 손바닥보다 더 커다란 망치로 쳐올린 것만 같은 통증마저 느꼈다.
순간 목간의 붉은 안광이 흘러나오는 세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놈 설마?’
강한 치욕감과 함께 노기가 솟구쳤다.
아무런 방비가 되어 있지 않은 다리었다고는 하나 육마 중 힘과 육신으로는 최강이라 불리는 대력왕의 다리를 베어냈다.
비록 용암으로 손바닥을 둘렀다고 해도 놈의 그 검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상처를 입혔을지도 몰랐다.
‘일부러 베지 않은 것이냐?’
자신에게 격이 다름을 보여주기 위해서?
만약 그런 거라면 정말로 치욕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그간 대력왕을 얻기 위해서 얼마나 오랜 세월을 소요했던가?
그는 수많은 존재를 보아왔기에 이 육체를 얻기만 한다면 더 이상 두려워할 존재가 없을거라 확신했었다.
그것이 설령 자신의 창조주인 금색의 천왕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한데,
‘어째서! 어째서란 말이냐?’
마의 일족의 힘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핵(核)을 잃고서 모든 힘을 잃고 인간이 된 화신이 자신의 힘을 초월한다는 게 말이 되는 것인가?
차라리 수천 년, 아니 수백여 년을 수련했다고 한다면 이해가 된다.
인간이 된지 고작 이십여 년도 되지 않는다.
‘그릇의 문제가 아니란 말인가?’
-우득! 우득!
대력왕의 이마에 있는 목간의 눈동자 주변의 핏줄이 울룩불룩거리며 튀어나왔다.
애초에 근원이 될 수 있는 스스로의 육신이 없기에 모든 것이 그릇이 되는 육신의 역량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최고의 육체를 얻어야 한다는 목적에 치우쳐졌었다.
그런데…….
‘……육체가 아닌 것인가? 그런 것이 아니라고?’
일순간 목간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에게 치명적인 빈틈을 가져왔다.
-우드드드득!
‘!?’
목간의 세 번째 눈동자가 대력왕의 이마에서 돌출되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당황한 목간이 다시 이마로 파고들려했다.
그러나 한 번 튀어나온 눈알은 쉽게 대력왕의 육신으로 파고들지 못했고 오히려 들러붙어있던 핏줄들이 점차 끊어지고 있었다.
-투툭! 투툭!
‘안 돼! 통제가 되지 않아.’
그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육신을 갈아타왔지만 거의 대부분이 인간이나 짐승이었다.
이매망량과 하나가 되었던 적은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했고 그 마저도 대부분이 불완전한 상태라 실패했었다.
그렇기에 악심파파의 금술을 얻으려 했던 것이었다.
이매망량은 인간의 혼백 체재와는 다르다고는 하나 금술로 자신이 그 역할을 대신하여 하나가 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그가 차지한 이 육체는 평범한 이매망량이 아니었다.
대지의 비틀림 속에서 탄생하였고 태고 시절부터 존재해와 한없이 신수(神獸)에 가까운 존재였다.
그런 존재가 아무리 봉인으로 정신이 약해졌다고 하여도 목간의 의사에 완전히 집어삼켜질 리가 만무했다.
‘안 돼! 안 돼에에에에에!’
-크워어어어어어어어!
-투드드드드득!
대력왕이 포효와 함께 이마에 붙어 있던 핏줄들이 완전히 뜯겨져나갔다.
그렇게 강제로 튀어나온 눈알에 비춰지는 누군가의 모습.
그 모습의 주인공은 목경운이었다.
‘빌어먹을!’
“가라.”
목경운이 이런 눈알을 향해 일(一) 자로 검을 휘두르려고 했다.
죽음을 직감하고서 두려움에 차오르는 눈동자를 바라보며 목경운은 찰나에 죽은 할아버지를 떠올렸다.
‘이건 오롯이 당신을 위해서다.’
시작은 화신을 위해서라고 했으나 후에 그는 진심으로 자신을 자식처럼 키웠다.
그 온정 덕분에 감정의 기틀을 세울 수 있었다.
당신을 위해 분노했고 당신을 위해 복수를 한다.
-슥!
목경운의 검이 그렇게 목간의 눈동자를 베려던 그 순간이었다.
-흠칫!
-콰아아아아아아아아!
검을 휘두려고 하는 목경운의 신형이 엄청난 중압으로 인해 그대로 밑으로 떨어졌다.
그것은 목경운만이 아니었다.
-슈우우우우!
목간의 눈동자도 중압감에 밑으로 떨어졌고 대력왕의 머리도 그대로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대력왕의 머리, 아니 몸 전체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굉음과 함께 파괴된 대지의 파편과 분진이 사방으로 솟구쳤다.
-크워어어어어어어어!
-콰콰콰콰콰콰쾅!
대력왕이 포효를 내지르며 몸을 일으켜세우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몸을 일으키려 해도 그럴 때마다 엄청난 중력(重力)으로 더욱 바닥으로 파고들 뿐이었고, 점차 압력에 의해 그 강인한 육체가 점차 우그러지고 있었다.
이 같은 현상을 겪고 있는 것은 대력왕만이 아니었다.
목경운의 신형이 바닥을 계속 파고들고 있었다.
‘……..신기!’
기억을 전부 되찾은 목경운은 이 힘이 어디서 발원되고 있는지를 알아차렸다.
중력이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는 대지의 허공 위로 금색의 날개를 펄럭이고 있는 존재가 있었으니, 금색의 천왕(天王)이었다.
금색의 천왕이 들고 있는 화려한 형태의 검이 환한 광채를 내고 있었는데, 주변의 공간이 점차 일렁이고 있었다.
-우우우우우웅!
일렁이는 공간 속에서 금색의 천왕이 희열에 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래. 그러면 그렇지. 네가 완전히 힘을 잃었을 리가 없지. 마왕(魔王).
그는 목경운의 마기(魔氣)가 마의 일족의 힘이라 확신했다.
그렇기에 하찮은 벌레나 다름없는 인간의 몸으로 이 정도의 힘을 끌어낼 수 있다고 여겼다.
네놈이 전성기 시절은 되지 않더라도 이 정도까지 힘을 되찾았다는 것을 안 이상 더 이상 이것은 유희가 아니다.
이대로 중력(重力)으로 압사시켜주마.
-우우우우우웅!
검에서 더욱 광채가 흘러나오며 주변의 공간이 더욱 우그러져갔다.
바닥에서 흘러나오던 굉음도 점차 작아져갔다.
이에 금색의 천왕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무구를 한때의 수족에게 빼앗긴 이상 네놈은 절대로 본왕의 상대가 될 수 없다.’
천왕에게 오대 신기가 있다면 마왕에게도 일곱 무구가 있다.
그 중 갑주는 이능(異能)마저도 견뎌내기에 중력이 직접적으로 통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이대로 중력으로 몸을 압사시켜 죽여 버릴 수….
-콰아아아아앙!
오십여 장 가량 떨어진 곳의 바닥을 뚫고서 누군가가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그는 바로 목경운이었다.
-호오. 잔머리를 굴렸구나.
중력의 범위에서 벗어난 건가?
목경운의 위치를 파악한 금색의 천왕이 목경운을 향해 아덴의 검을 휘둘렀다.
-촥!
그러자,
-우우우우우웅!
목경운이 있던 공간이 울렁이더니,
-파아아아아아앙!
목경운의 신형이 그대로 위로 솟구쳤다.
중력이 그대로 역전된 것이었다.
이에 목경운은 허공을 박차고서 반대 방향으로 천근추(千斤錘)를 펼치는 것과 함께 금색의 천왕을 향해 검지 손가락을 뻗었다.
그러자,
-우우우우우웅!
그 순간 금색의 천왕이 있던 주변의 공간이 마치 압축되는 것처럼 한 점으로 몰리며 몸이 그 가운데로 빨려 들어가려 했다.
‘이건?’
이것은 파사팔식 공진(空鎭)의 식(息)이었다.
네 장(丈) 정도의 공간을 일순간 원하는 방향으로 눌러버리는 수법이었다.
“흥!”
이에 금색의 천왕은 조금도 당황해하지 않으며 아덴의 검을 위로 들어올렸다.
-우우우우우우웅!
그러자 검에서 광채가 흘러나오며 파사팔식의 묘리로 압축되려던 공간이 중력에 의해 강제로 펼쳐졌다.
-설마 중력을 다룰 수 있……
-채아아아아아앙!
그때 어느새 거리를 좁혀온 목경운의 검이 아덴의 검과 부딪쳤다.
검이 부딪치는 순간 엄청난 굉음과 함께 폭풍과도 같은 풍압이 몰아치며 공간 전체가 울렁거리며 흔들렸다.
검을 맞댄 금색의 천왕의 눈빛이 사뭇 진지해졌다.
‘이 검……뭐지?’
그도 그럴 것이 아덴의 검 자체가 중력장이기에 평범한 검으로 견딜 수 없을 터인데, 흑색으로 물든 검이 이를 버텨내고 있었다.
검에서 요성(妖性)이 느껴지기는 했으나 그래봐야 평범한 수준에 불과했다.
그리고 마족의 기운과 닮았다고 여겼던 힘 역시도 부딪쳐보니 알게 되었는데, 그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렇다는 건 이 힘이 순수한 역량이란 말인가?
-네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금색의 천왕은 진심으로 의문스러웠다.
핵을 잃고서 인간이 되었는데다 그 자랑스러운 무구들조차 없었다.
그런데 이 힘은 대체 뭐지?
그러다 금색의 천왕의 눈이 목경운의 눈과 마주쳤다.
-흠칫!
강한 일념은 그대로 전해진다고 했던가?
목경운의 두 눈동자 속에는 오로지 베어버리겠다는 살의(殺意)만이 존재했다.
그것은 너무도 집요하면서도 강렬했기에 일순간이었지만 금색의 천왕은 처음으로 등골이 오싹해지는 감정을 느꼈다.
‘설마?’
그런 그에게 목경운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놈이 모든 원흉이었다지?”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