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493)
-콰콰콰콰콰콰쾅!
중력(重力)에 의해 계속해서 바닥으로 처박히고 있는 육마(六魔) 대력왕.
어떻게든 빠져나오려는 힘과 그 이상으로 올라가는 중력으로 인해 그 강인한 신체마저 우그러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크워어어어어어어!
그렇게 짓눌리는 힘에 의해 최악의 위기에 직면하려던 그 순간이었다.
‘!?’
중력이 한순간 사라졌다.
중력에 짓눌리는 압력이 사라지자 우그러들며 곳곳에서 피가 터져나오던 대력왕의 육신이 빠른 속도로 수복되기 시작했다.
수복은 육신에서만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쩌저저저적!
머지않은 곳에 떨어져 있던 적옥의 지팡이에 균열이 일어났다.
균열이 벌어진 순간 붉은 빛의 광채가 서서히 옅어지며 대력왕의 눈동자의 붉은 광채도 점차 주홍빛으로 바뀌어갔다.
-촤아아아아아아아!
변해가는 광채와 더불어 대력왕의 머릿속으로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여러 기억들.
그것들이 머릿속을 채워가자 대력왕의 눈동자가 불꽃처럼 이글이글 타올랐다.
‘감히!’
하찮은 것이 봉인되어 있느라 약해져 있던 자신의 정신을 파고들어?
태고적부터 삼청(三淸)의 신선들을 비롯해 명성 높은 선인, 천지의 기운이 집약된 벽옥석에서 태어난 돌원숭이, 세상을 농락하는 아홉 꼬리의 여우 등 수많은 강적들과 싸워왔지만 이런 치욕을 겪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고작 다른 존재의 육신을 빌려야만 살아갈 수 있는 기생형 이매망량 따위가 감히 본 대성을 농락해.’
용서할 수 없었다.
하찮은 존재가 자신을 지배하려들었다는 사실은 대력왕을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르게 만들었다.
-콰아아아아앙!
대력왕은 위로 손을 뻗어 지면을 잡아당겼다.
거구의 몸이 위로 솟구치며 대력왕의 몸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작아져가던 그의 몸은 거의 인간의 크기로 변해갔다.
-슈우우우우우!
완전히 인간의 형태가 되는 듯 했으나 그의 머리는 거대했을 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여전히 소의 형태를 하고 있다.
다른 게 있다면 황제나 입을 법한 용포를 걸치고 있어서 위엄이 있어 보인다는 점이었고, 그 강인한 인상은 굉장한 위압감을 뿜고 있었다.
다만 그런 강인함에 흠이 있다면 한 쪽 뿔이 잘려 나갔고 눈 역시도 손상이 가있다는 것이었다.
“빌어먹을!”
수복되지 않은 잘린 뿔과 눈을 만지작거리던 대력왕의 인상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목간이라는 놈에게 조종당한 덕분이라고는 하지만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여우 년이 자신의 뿔과 눈을 이렇게 만든 건가?
여우의 불길하기 짝이 없는 요력이 육신의 수복을 방해하고 있었다.
자신이 봉인된 사이에 얼마나 많은 나라들을 멸망시키고 인간들의 공포와 두려움을 머금었기에 이 정도로 요력이 상승한 건지 모르겠다.
요력만으로는 전성기 시절의 자신마저 초월했다.
‘화가 나는군.’
돌원숭이 놈도 아니고 이젠 여우마저 자신의 아성을 넘봐?
이참에 봉인에서 풀려난 김에 싹 다 정리해야겠다.
우선 그놈이 먼저다.
자신의 육신을 차지했던……
-흠칫!
그때 대력왕이 미간을 찡그렸다.
뭐지? 이 위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기운들은?
-슈우우우우우!
중력에 의해 지하 깊은 곳까지 박혀 있을 때는 몰랐는데 위로 올라갈수록 상상을 초월하는 기이한 기운들이 선명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하나는 이 세상의 기운이라고 하기에는 이질적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보다 더 기이했다.
그렇게 지상으로 올라온 대력왕의 눈에 허공에 떠있는 두 존재가 들어왔다.
‘저것들은?’
-욱씬!
그 순간 대력왕의 머릿속에 조종 당했던 기억들이 연달아 떠올랐다.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 대력왕의 눈빛이 심각해졌다.
저것들은 대체 뭐지?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었지만 저 둘 모두가 태고의 시절로 돌아온 것 마냥 가늠할 수 없는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대력왕은 저 둘이 굉장히 위험하다고 여겼다.
‘…….그 기생 눈을 먼저 처리할 게 아니야.’
저것들이 더욱 위험했다.
저 중 하나를 상대하는 것도 힘든데, 둘 모두가 힘을 합치기라도 한다면 꽤나 성가실 것이다.
-슥!
대력왕이 손을 내밀자 그의 귓속에서 무언가가 빠져나왔다.
-파아아아아아아!
그러더니 그것이 순식간에 커지며 파초잎 형태에 금색과 붉은 문양이 섞인 거대한 부채로 바뀌었다.
-탁!
‘영마대보구(靈魔大寶救) 파초선(芭蕉扇).’
한없이 신수의 영역에 가까운 태고의 영수(靈獸)들 중에는 마선(魔仙)에 이르러 대보구라 불리는 신기를 가지고 있는 몇몇 이들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대력왕 자신이었고 이 영마대보구는 그의 요력을 증폭시키고 폭풍과 용암을 다루는 신력을 가졌다.
‘지금이 유일한 기회다.’
저 둘이 서로 대치하느라 정신이 없을 때를 노린다면 파초선으로 만들어낸 용암대폭풍(鎔巖大暴風)으로 소멸시킬 수 있으리라.
그렇게 대력왕이 파초선에 요력을 일으키려는 순간이었다.
“어이. 소.”
“뭐?”
익숙한 목소리에 대력왕이 무심결에 고개를 돌렸다.
바로 그 순간 오색빛의 눈부신 광채가 그의 하나 뿐인 눈을 강타했고, 눈살을 찌푸리자 몸이 빠르게 굳어져갔다.
‘이건?’
대력왕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몸이 서서히 굳어져가는 것은 석화(石化)로 인해서였다.
태고의 기억 덕분에 그는 이것이 무엇 때문에 그런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영마대보구(靈魔大寶救) 호신주(狐神珠-여우구슬)!’
-파악!
대력왕이 황급히 몸을 돌려 오색 광채를 향해 파초선을 휘두르려고 했다.
그러나 오색 광채에서 뿜어져나오는 엄청난 요력으로 인해 석화(石化)가 빨라져 순식간에 머리를 제외한 몸의 8할이 돌로 변했다.
-쩌저저저저저!
“빌어먹을 여우 년이!”
“한 몇 천 년 정도 더 머리 식혀.”
“네년 따위한테 이 평천대성(平天大聖) 우마왕(牛魔王)이…….”
-쩌저저저저저!
말을 미처 끝내기도 전에 대력왕은 그대로 완전히 돌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이윽고 오색 광채가 점차 줄어들며 양손으로 주먹 만한 크기의 눈부신 구슬을 들고 있는 금발의 절세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백면왕 금모구미호였다.
“하아……하아……”
지쳐서 거친 호흡을 내뱉던 금모구미호가 돌로 변한 대력왕에게로 다가가 그 이마 쪽에 구슬을 갖다댔다.
-착! 쿠쿠쿠쿠쿠쿠!
구슬이 대력왕의 이마로 파고들어 그대로 박혀버렸다.
완전히 박혀버린 구슬은 더 이상 빛나지 않고 투박한 돌처럼 재질이 바뀌었다.
이를 바라보며 금모구미호가 혀를 찼다.
“이거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걸.”
기껏 수천 년이나 모은 요력이 담긴 여우 구슬을 대력왕을 봉인하는데 쓰게 될 줄은 몰랐다.
봉인으로 대력왕보다 요력이 상위에 있지 않았다면 이도 힘들었을 것이다.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시 새로운 여우 구슬을 생성하려면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니 말이다.
-툭툭!
손가락으로 돌이 된 대력왕을 가볍게 두드린 금모구미호가 입 꼬리를 실룩거렸다.
돌을 건드린 그녀의 손가락이 보랏빛 독기로 일렁이고 있었다.
여우구슬은 변화의 상징이다.
원래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용이었기에 석화와 함께 독기(毒氣)를 가지게 된다.
해서 여우구슬로 돌이 된 것을 살생석(殺生石)이라고도 부른다.
이 정도의 요력으로 만들어진 살생석이라면 장장 수천 년 동안은 누구도 건들지 못하리라.
-털썩!
요력을 전부 소진한 그녀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하늘에 떠있는 목경운과 금색의 천왕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할 만큼 다했으니 이제 네게 달려 있다. 천마(天魔).”
* * *
“네놈이 모든 원흉이었다지?”
강한 살의(殺意)에서 발하는 섬뜩한 일념.
그것은 과거의 마(魔)의 왕(王)에게서 느낄 수 없는 감정이었다.
이는 명백한 분노였다.
헤아릴 수 없는 세월 동안 대립해왔지만 그 오랜 싸움 속에서도 늘 공허함으로만 가득했던 존재가 강렬한 적의를 보이고 있었다.
자신을 향하고 있는 목경운의 살의가 담긴 분노에 등골이 싸늘해졌던 금색의 천왕의 입 꼬리가 서서히 벌려지기 시작했다.
-씨익!
그리고 입 꼬리는 귀까지 닿을 만큼 찢어졌다.
희열에 찬 얼굴이 된 금색의 천왕이 섬뜩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목경운에게 말했다.
-이제야 알게 된 것이냐?
-솨아아아아아!
금색의 천왕의 그 말에 목경운의 살의가 폭발적으로 커져갔다.
그런 그의 모습에 금색의 천왕은 노골적으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오히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도발했다.
-고작 인간 계집 하나 때문에 수하에게 발등을 찍히고 인세에 떨어져 본 왕의 시선에게서 벗어나고자 인간이 되기까지 하며 전전긍긍하는 꼴이 참으로 즐겁더구나.
-채아아아아아아앙!
그 순간 살의와 함께 치솟은 엄청난 역량에 맞대고 있던 검이 튕겨나갔다.
아덴의 검을 튕겨낸 목경운이 그의 가슴을 찔렀다.
가슴을 관통하는 요검 악즉.
그런데,
-푹!
요검 악즉의 검신이 튀어나온 곳은 다름 아닌 목경운의 등이었다.
관통상을 당하기라도 한 듯 목경운의 가슴 쪽 옷이 붉은 핏물로 물들어갔다.
심지어 입가로 선혈이 흘러내리기마저 했다.
그런 목경운의 모습에 금색의 천왕이 입 꼬리를 비릿하게 올리며 이죽였다.
-아아. 성의를 걸치고 있어서 보이지 않았나보군.
그 말과 함께 금색 천왕이 걸치고 있던 상의를 뜯어냈다.
그러자 가슴에 화려한 문양이 새겨져 있는 성스러워 보이는 은빛의 갑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갑주는 표면은 어찌나 매끄러운지 주변의 모든 것이 반사되어 비칠 지경이었다.
이에 목경운이 작게 입을 열었다.
“경면(鏡面).”
-호오. 인간이 되었어도 잊지 않았구나. 이 아덴의 갑주가 가진 이명(異名)을.
금색 천왕이 가지고 있는 아덴의 다섯 신기들은 각각의 신력을 지녔다.
그 중 아덴의 갑주는 경면(鏡面)의 갑주라고도 불리며, 모든 공격을 상대에게로 완전히 되돌려주는 반사하는 신력을 가지고 있었다.
-팍!
금색의 천왕이 목경운의 어깨를 붙잡고서 말했다.
-미련하군. 왜 인간이 된 것이냐? 고작 가슴을 관통 당한 것 때문에 벌써 얼굴이 창백해지고 있지 않느냐?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든 약하디 약한 몸을 스스로 선택하다니. 참으로 어리석어.
-꽈아아악!
금색의 천왕의 손아귀에 점차 힘이 들어가며 목경운의 손가락이 어깨를 파고들었다.
“차라리 숨어 있지 그랬느냐? 핵(核)도 신기도 없이 고작 의지에서 비롯된 역량 하나만으로 본 왕에게 대적할 수 있을 거라……”
-탁!
그때 목경운의 손바닥이 금색 천왕의 갑주에 닿았다.
이를 보며 금색의 천왕이 비웃음을 흘렸다.
-뭘 어찌할 것이냐? 하늘을 향해 침을 뱉어봐야 결국 자신의 얼굴이 더럽혀질 뿐이다. 네놈은…..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파아아아아앙!
-컥!
금색의 천왕의 가슴이 뒤로 젖혀지며 이내 입에서 핏물이 튀어 올랐다.
체내로 파고드는 기묘한 통증에 금색의 천왕이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이 되었다.
그런 그에게 목경운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침투경.”
-뭐?
침투경(浸透勁).
그것은 발경(發勁)의 일종으로 겉이 아닌 내부에 직접적으로 경(勁)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경면을 투과한 힘에 금색의 천왕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갑주가 통하지 않는다고?’
-슥!
그때 목경운이 다시 손을 내밀자 금색의 천왕이 날개 짓으로 거리를 벌리려 했다.
무슨 수법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겠지만, 갑주의 신력인 경면이 통하지 않는다면 직접적으로 닿는 것은 피해야 했다.
그런데 그의 뒤를 거대한 무언가가 가로막았다.
그것은,
-우우우우우웅!
삼십 여 장에 이르는 거대한 형태의 무형검(無形劍)이었다.
‘이건?’
한데 무형검은 하나만이 아니었다.
어느새 금색의 천왕이 바라보는 모든 곳으로 거대한 무형검들이 생겨나 포위를 하듯이 장벽을 만들어 벗어나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었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