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495)
-촥!
끊임없이 생성되며 쇄도해 폭발하는 빛의 구들 사이로 생겨나는 하나의 검은 선.
날카로운 예기가 공간을 가로지르며 찰나의 순간 아덴의 검을 들고 있던 금색의 천왕 오른팔이 잘려 나갔다.
-푸슉!
‘!?’
팔이 잘려 나가기 전까지 이를 인지하지 못했던 금색의 천왕의 두 눈이 커졌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날카로운 기운이 빛의 구를 가르고 날아오지 않고서 공간을 가로질렀다.
그 덕분에 베이는 것조차 뒤늦게 알아차렸다.
-큭!
찾아오는 엄청난 고통에 금색의 천왕 미간이 일그러졌다.
그렇다 해도 비명을 토하진 않았다.
인간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오랜 세월을 살아온 데다 수많은 전쟁으로 이 정도 고통은 충분히 견딜 수 있었다.
다만,
‘검을 회수해야 해.’
-쿠쿠쿠쿠쿠쿠쿠!
팔이 잘린 덕분에 검을 놓쳐서 중력장이 해제되었다.
그 덕분에 공간을 열어 운석들을 끌어당기려던 것마저 중지되고 말았다.
다시 검을 회수해서 궤도로 진입시켜야 했다.
금색의 천왕이 신력을 일으켜 잘려 나간 팔과 검을 끌어당기려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파차차차차차차차차창!
빛의 구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가며 그 틈 사이로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그는 바로 목경운이었다.
‘빌어먹을 놈!’
금색의 천왕은 빛의 구들을 더욱 생성시키며 목경운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만들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촤르르르르르르!
목경운의 주변으로 무형검들이 나타나 맹렬히 회전하며 날아오는 빛의 구들을 튕겨내 다가오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근접해오는 목경운에 다급해진 금색의 천왕이 신력을 부리다 못해 스스로 움직여 검을 회수하려 했다.
초고속의 영역에 들자 그들의 움직임이 한없이 느려졌다.
금색의 천왕 손이 거의 검에 닿기 일보 직전,
바로 그때,
-촥!
‘이런!’
그가 뻗는 왼팔이 공간을 가로지르는 날카로운 예기로 인해 붉은 선이 생겨났다.
왼손의 감각이 사라지는 것과 함께 끼고 있던 반지의 빛이 빠르게 흐려져 갔다.
그러자,
-쿠구구구구구구구!
하늘 높이 열렸던 공간이 오므려지며 그대로 닫혀버리고 말았다.
그와 함께 대지를 짓누르던 열기와 압력이 사라지며 그것에 짓눌려 있던 이들이 닫힌 하늘을 바라보며 함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떨어지는 별들로 인해 망연자실해 하던 그들이었다.
그러나 목경운으로 인해 그것이 저지되자 정사마를 떠나 그들은 기쁨의 함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목경운 넌 정말······.’
목유천 역시도 이 광경을 바라보며 떨리는 가슴으로 흥분을 금치 못했다.
과거 어찌 되었든 간에 배다른 형제는 천지회에 들어와 정도를 버리고 사마외도(邪魔外道)의 길을 밟게 되었다고 여겼다.
그러나 그런 것은 모두 무의미했다.
지금 자신의 눈앞에 천하제일의 고수이자 절세영웅이 나타났다.
-천마! 천마! 천마!
누구 할 것 없이 경외심을 담아 그를 외쳤다.
오직 그만이 스스로 신(神)을 자처하는 저 초월적인 존재를 죽일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하나가 되어 염원했다.
그 염원을 듣기라도 하듯 목경운의 신형은 왼팔마저 잃고서 당황하여 날갯짓을 하며 거리를 벌리려 하는 금색의 천왕에게로 쇄도했다.
-어찌 이런!
금색의 천왕은 고통이 아닌 치욕으로 이를 견디기 힘들어했다.
핵을 잃기 전이었다면 오랜 세월 동안 자신과 대립해오던 절대적인 존재에 의해 이리된 것이기에 조금은 덜 수치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달랐다.
핵을 잃고서 마(魔)의 왕(王)으로서의 힘을 완전히 잃었고, 심지어 곁에 있던 수족에게 당해 신기마저 빼앗겨서 인세에 떨어져 인간이 되었다.
‘하찮은 인간 따위가! 어찌! 어찌 본 왕을 이리 밀어붙인단 말인가?’
그는 차마 이를 인정할 수가 없었다.
-으득!
그렇기에 결국 그는 가장 배제해왔던 선택을 해야만 했다.
-두근!
신기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놈을 죽일 수 있다고 여겼지만 아니었다.
백여 년 전에 놈에게 핵(核)을 당해 치명적인 손상을 입어 회복기에 들어갔으나, 고작 3할밖에 수복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기에 핵(核)의 신력을 끌어내는 것을 되도록 피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별수 없었다.
-투투투투툭!
-쿨럭!
수복되지 않은 핵(核)의 신력을 끌어내자 그의 입에서 핏물이 솟구쳤다.
그러나 백여 년 만에 핵이 움직이며 그의 전신으로 신력이 순환하며 강대한 힘이 솟구쳤다.
-푸슉! 푸슉!
신력의 순환은 그의 잘려 나간 왼팔과 오른팔을 순식간에 수복시켰다.
팔이 다시 재생하자 금색의 천왕은 도망치던 것을 멈추고서 쇄도해오는 목경운을 향해 마찬가지로 날아갔다.
다시 오랜 세월 수복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면 자신의 자리를 누군가에게 내어줘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 자리에서 반드시 놈을 죽이고 말리······.
-촤촤촤촤촤촤촤촤!
그 순간 수많은 검은 선의 궤적이 허공에 화려한 수를 놓았다.
-오싹!
금색의 천왕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놈이 그리는 검의 궤적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허공을 가르는 선들만이 눈을 가득 메우고 있는데,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파아아아악!
금색의 천왕은 황급히 커다란 황금빛 날개로 자신을 감쌌다.
핵과 함께 신력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날개였다.
신력을 집중한다면 아덴의 갑주보다도 훨씬 더 높은 경도를 자랑하는 것이 이 황금의 날개다.
그런데,
-촤촤촤촤촤촤촤촤촤촥!
‘!?’
날개 하나 하나에 이어진 수많은 신경이 전부 베여나가며,
-파촤아아아아!
수천 조각으로 갈려 나간 깃털들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수천 년의 전쟁 속에서도 작은 상처는 입었을지언정 한 번도 날개를 잃었던 적은 없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자랑하는 황금의 날개가 지금 산화되고 있었다.
‘이······이런······.’
이것은 육신과 달리 단시간에 수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촤촥!
목경운의 흑색으로 물든 요검 악즉이 그의 오른팔을 베었고, 그와 동시에 그의 왼손 주먹이 복부에 꽂혔다.
-퍼억!
권(拳)을 타고 들어오는 침투경.
그 기운에 지금까지 고통을 참고 있던 금색의 천왕 입이 벌어지고 말았다.
-끄억!
거기서 그치지 않고 목경운이 팔꿈치가 그의 턱을 쳐올렸다.
-퍼걱!
-끕!
턱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그의 고개가 위로 솟구쳤다.
“아직 멀었다.”
-흠칫!
귓가를 울리는 목경운의 목소리에 금색의 천왕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대체 뭘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일격 하나하나를 타고 들어오는 흉폭하면서 날카로운 기운들이 체내를 갈기갈기 찢어 놓으며 겪어본 적이 없는 고통을 선사했다.
‘안 돼!’
-고오오오오오!
금색의 천왕이 왼손에 신력을 일으켜 빛의 회오리를 일으켜 목경운을 튕겨내려 했다.
그러나 그렇게 내민 왼팔은,
-촥!
그대로 잘려 나가고 말았다.
-끄아아아아악!
고통의 비명을 토해내는 그의 안면의 두 볼을 목경운이 움켜쥐었다.
-꽉!
“네놈의 살점과 뼛조각, 오장육부의 한 점까지 전부 씹어 먹을 때까지 정신 차리고 있어야 할 거다.”
‘이, 이놈 대체······.’
그 말에 금색의 천왕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넘어서 전신이 떨릴 만큼 소름이 돋았다.
이놈은 자신이 알고 있던 그 마의 왕과 달랐다.
마의 일족이었으나 품격으로 가득했던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잔혹하고 악독하기 그지없었다.
“우선 그 눈부터 해볼까?”
목경운이 섬뜩하기 그지없는 미소와 함께 그의 두 눈을 향해 손가락을 뻗어왔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거기서 멈추는 게 좋을 거다. 화신.
머릿속을 통해 울리는 의사에 목경운의 손이 도중에 멈춰졌다.
그리 먼 곳에서 전해진 의사가 아니었기에 목경운은 그것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그곳은 십만대산이 있는 방향이었다.
목경운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
그렇게 고개를 돌린 목경운의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십만대산의 허공 위로 얼굴이 온통 흉터투성이인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는데, 그가 누군지는 이마에 달려있는 세 번째 눈동자로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는 바로 목간이었다.
‘······몸을 갈아탄 건가?’
대력왕에게서 강제로 나오게 된 그가 금색의 천왕이 만들어낸 중력장에 의해 그대로 터져나갔을 거라 여겼던 목경운이었다.
수많은 악행과 광기에도 불구하고 천운이라도 가진 것인가?
참으로 끈질긴 목숨 줄을 가졌다.
-꽉!
요검 악즉을 쥐고 있는 목경운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도 그럴 것이 흉터투성이의 얼굴을 하고 있는 목간의 양손에 들려 있는 두 존재로 인해서였다.
놈의 왼손에는 영력(靈力)의 대부분을 소진하여 흐릿해진 청령과 오른손에는 정신을 잃었는지 축 처져 있는 위소연이 붙잡혀 있었다.
기어이 혼(魂)인 위소연과 백(魄)인 청령이 전부 그의 손에 들어간 것이었다.
-으득!
목경운의 눈빛에서 무섭게 살의(殺意)가 피어올랐다.
당장에라도 놈의 목을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다.
마음의 검이 닿을 수 없고 탄검강으로도 닿기 어려운 거리에 있었는데, 아마도 철저한 계산이 들어갔을 것이다.
그런 목경운의 예측은 정확했다.
“크흐흐흐흐흐.”
광기가 담긴 웃음을 터뜨리고 있는 목간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수많은 변수로 인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나 했으나 결국 자신의 손에 그녀들이 들어왔다.
그때 그의 머릿속에 목소리가 울렸다.
-잘한다. 저 아래에 절반의 본체가 있으니······.
-닥쳐. 지금부터는 본좌가 알아서 한다. 네놈은 그저 본좌의 뜻을 따르면 된다.
-······좋을 대로 해라. 네 판단이 나를 앞질렀으니.
양보하는 의사는 목간의 것이었고, 이를 강하게 거부한 의사는 비용헌의 것이었다.
비용헌의 의사는 중원 무림의 멸절이니 천의 일족을 위한 인간의 배제 같은 것 따위는 관심이 없었고 오직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다.
목간, 아니 비용헌이 광기 서린 미소와 함께 청령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 소월.”
-예전? 하······.
청령은 그의 광기와 집착에 더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단 한 사람에게 미안할 뿐이었다.
‘중생.’
청령이 목경운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제발 그가 자신 하나로 인해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랐다.
‘······부디 그러지 말아다오.’
만약 그런다면 소멸되는 그 순간까지도 자신은 견디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속으로 강하게 결의를 다졌다.
이미 영력은 거의 소진되어 거의 꼼짝할 수 없는 단계였지만 단 한 번의 기회를 노릴 작정이었다.
-슥!
청령이 자신의 혼이 담긴 육체라 할 수 있는 위소연을 바라보았다.
분명 비용헌은 금술로 자신과 위소연의 육신을 하나로 만들려고 할 것이다.
그녀는 그때를 노려 혼과 함께 동귀어진(同歸於盡)을 할 작정이었다.
‘절대 네 발목을 붙잡지 않으마.’
비록 네가 슬퍼하겠지만 너를 살릴 수만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소멸할 수 있다.
그러는데 아니나 다를까 비용헌이 무언가 주술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것은 분명 악심파파의 혼백(魂魄)을 다루는 금술이었다.
당장 혼백을 하나로 합쳐 뜻을 이루려는 모양이었다.
-슥!
비용헌이 위소연의 육신을 향해 자신을 가까이 가져갔다.
청령이 긴장된 눈으로 기다렸다.
단 한 번.
혼과 접촉하는 그 순간을 노려야 한다.
그런데 그때 주술을 외우던 비용헌이 위소연의 바로 앞에서 영체를 멈추게 한 후에 그녀를 놀라게 하는 말을 했다.
“세 번씩이나 놈에게 빼앗기는 일은 없을 거다.”
‘!?’
청령의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세 번씩이나?
설마······.
그녀의 두 눈이 멀리서 자신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는 목경운에게로 향했다.
그러는데,
-파아아아아아악!
-아악!
그녀의 영체 뒷목을 타고서 주력(呪力)이 파고들더니, 이내 영체를 완전히 굳어 버리게 만들었다.
당황해하는 그녀에게 비용헌이 씨익하고 웃으며 말했다.
“혹 뭔가를 하려 했다면 아서라. 오직 백여 년간 이 순간 하나만을 기다려왔는데, 쉽게 방심할 것 같으냐?”
그 말과 함께 비용헌이 다시 주술을 외우며 움직이지 못하는 청령의 영체를 위소연의 몸에 집어넣으려 했다.
-슥!
청령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방금 무언가를 깨달았는데 이렇게 모든 걸 잊을 순 없었다.
그러나 이미 그녀의 영체는 위소연의 육체로 조금씩 스며 들어가고 있었다.
비용헌이 이겼다는 듯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
일순간 비용헌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이게 대······.”
-푹!
그 순간 위소연이 두 눈을 번쩍하고 뜨며 비용헌의 심장부로 무언가를 박아 넣으려 했다.
-팍!
비용헌이 이 때문에 청령을 놓치며 위소연의 단도를 황급히 붙잡았다.
그리고는 노기가 서린 목소리로 외쳤다.
“어찌 하찮은 원혼 따위가 이 몸에 들어가 있는 것이냐?”
“그러게 확인하지 그랬냐?”
“뭐라?”
-꽉!
위소연, 아니 그녀의 몸속에 들어간 호위 고찬이 어떻게든 비용헌의 가슴에 단도를 박으려고 안간 힘을 썼으나 소용이 없었다.
애초에 공력에서 너무 차이가 컸다.
한순간 방해를 받은 것에 극노한 비용헌은,
-챙그랑!
순식간에 단도를 부러뜨린 다음에 위소연의 가슴에 손을 갖다 대며 항마(抗魔)의 술(術)을 외웠다.
그러자,
-슈우우우우욱!
위소연의 몸에 있던 고찬의 원혼이 강제로 밖으로 튕겨 나갔다.
-으헉!
순간 분노로 고찬의 원혼을 단번에 소멸시키려 했던 비용헌은 아차 싶었는지 이내 청령의 영체를 떨어뜨린 것을 떠올리고는 아래로 손을 뻗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촥!
그의 팔이 잘려 나가며 누군가가 위로 솟구쳤다.
‘!?’
그는 바로 목경운이었다.
식신이자 원혼 호위 고찬이 만들어낸 작은 틈을 놓치지 않고서 순식간에 이곳으로 날아온 목경운은 떨어지는 청령을 받아냈다.
자신을 안고서 날아오르는 목경운을 향해 청령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중생, 아니 당신······. 당신이······.
그녀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목경운이 애틋한 손길로 그녀의 뺨을 매만지며 입을 열었다.
“전부 나였다.”
그 말에 청령의 붉어진 두 눈에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