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497)
-끄으으으으.
사지가 전부 잘려나간 것도 모자라 두 눈을 잃은 금색의 천왕이 고통의 신음을 흘렸다.
백여 년 전의 전쟁 때도 이렇게까지 부상을 입은 적이 없었다.
치욕과 고통으로 너무도 괴로웠다.
‘빌어먹을.’
피조물인 목간이 시선을 끌 때를 노려서 놈에게 벗어나려 했었다.
신경이 분산되었기에 충분히 가능하리라 여겼는데, 그 찰나의 순간 놈이 두 눈을 파버린 것도 모자라 핵(核)이 있는 위치를 검으로 찔렀다.
-쿨럭쿨럭…….
아마도 후환을 만들지 않기 위해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놈도 한 가지 모르고 있는 게 있었다.
백여 년 전에 핵(核)에 손상을 입은 것 때문에 만약을 위해 그 위치를 가슴 정중앙이 아니 좀 더 아래 쪽으로 옮겨놓았었다.
그 덕분에 핵의 위쪽이 날아가기는 했으나 완전한 파괴를 면할 수 있었다.
다만,
-꿈틀꿈틀!
안 그래도 회복되지 않은 핵에 손상이 가서 회복이 더뎠다.
그렇지 않았다면 빠르게 팔과 다리, 그리고 두 눈을 수복시켰을 텐데, 지금은 놈의 예기로 손상된 체내를 회복시키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비참하기 짝이 없다.
마(魔)의 왕(王)인 그와 겨뤄서 이렇게 된 것이라면 그나마 나았겠지만 치욕 그 자체였다.
마의 일족도 아닌 인간이 된 놈에게 이 꼴이 되다니 말이다.
하나 지금은 굴욕을 곱씹을 때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만큼 회복시켜 신기들을 가지고 천계(天界)로 돌아가야 한다.
-꿈틀꿈틀!
-끄으으으으으!
하지만 아무리 이성적으로 가라앉히려 해도 괴롭다.
놈을 죽여서 이 치욕을 갚지 않는다면 이 분함이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분노에 사로잡혀 있을 때였다.
-스멀스멀!
-흠칫!
무언가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평소라면 금방 알아차렸겠지만 두 눈을 잃은 데다 핵에 더욱 손상이 간 그는 무언가가 다가오는 것을 지척에 와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파아아악!
그 무언가가 그를 뒤덮었다.
그것은 끈적거리는 무언가였는데,
-이게 대체…..
-크흐흐흐흐. 창조주라고해서 다를 바가 없구나. 그 광오하기 그지없는 자존심이 무너지니 분노에 의한 것이라 해도 탐욕이 넘쳐나는구나.
-너?
전해지는 의사에 금색의 천왕은 자신을 뒤덮은 존재가 무엇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창조한 세 번째 눈이라 불리는 존재.
목간(目艮)이었다.
-이 하찮은 것이 감히 누구에게……
-하찮은 것이 파고들려는 것조차 막지 못할 만큼 약해지다니. 참으로 딱하기 그지없구나.
-끄으으으으. 이놈! 멈춰……멈춰라!
-아니. 그럴 수야 있나.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육마(六魔) 대력왕을 능가하는 절대적인 존재가 무너져 내려 있는데 놓칠 것 같으냐?
-이노오오오옴!
사지가 잘리고 핵에 손상이 가있다고 해도 거의 반신(半神)이나 다름 없는 존재다.
놈의 육체를 지배하기 위해 파고드는데 반항이 심하다.
확실히 의사의 격이 너무 높아서인 듯 했다.
그러나,
-아아아. 이제는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지. 한낱 인간 따위에게 패할 만큼 한물 간 천족의 왕이니.
-끄아아아아아아!
단순한 도발이었으나 그것은 효과적이었다.
끝을 모를 자존심에 금이 갔기에 그 치욕은 틈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쩌저저저적!
괴로워하는 금색의 천왕의 이마가 갈라지며 점차 그 부위로 핏줄들이 징그럽게 튀어나와 둥근 형태로 엮여갔다.
그것은 눈이 되어가고 있었다.
* * *
-파스스스스스스!
육마(六魔) 사타왕의 육신이 재가 되어 흩어져갔다.
그 위에 검을 꽂고 있던 진예린의 눈동자가 어느새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와 함께 그녀의 눈앞에 거의 다 타들어간 천둔(天遁) 성명검법의 비서가 보였다.
정신이 돌아온 그녀가 붉어진 눈시울로 비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선조님……..”
흐릿하게 비서로 진운휘의 형상이 보였다.
환하게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며 진예린은 진한 눈물을 흘러내렸다.
한 때는 선조를 원망했던 그녀였지만 마지막까지 와서 순리마저 일부 어겨가며 자신과 세상을 도운 것에 감사했다.
-화르르르륵!
천둔 성명검법의 비서가 전부 타들어가려 하자 진운휘의 형상이 점차 더 흐려져갔다.
그런 그에게 진예린이 무릎을 꿇고서 절을 올렸다.
“진가의 마지막 혈손 진예린이 진심으로 감사올…..”
-슥!
-그러지 말거라. 네게서 많은 것을 지켜주지 못한 못난 선조다. 하니 부디 이제부터는 네 삶을 살아가도록 하거라.
그 말과 함께 진운휘가 진예린의 뒤편에 서있는 월악검 사마착을 향해 가볍게 목례를 했다.
사마착도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그를 배웅했다.
선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지만 저 비서가 전부 타들어가면 더 이상 만날 일이 없을 거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는데 진운휘가 어딘가를 바라보며 안타까워했다.
-걱정되는구나.
“네?”
-기껏 인간의 마음을 가지게 되었는데, 소중한 연을 잃게 되었으니 안타까우면서 그 슬픔과 분노가 어디로 향할지 모르겠다.
진운휘가 바라보는 방향의 멀리에는 목경운이 있었다.
비록 비서를 통해서 세상을 보고 있었지만 주변의 모든 것을 관조하고 있었기에 우려하는 그였다.
그러다 목경운의 강인함을 떠올린 진운휘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잠시의 만남이었지만 저 사내는 그 슬픔조차 충분히 극복하리라 여겼다.
운명이라는 것이 때로는 비극적일 때가 있어 안타깝다.
절세의 영웅에게 상실을 안기다니 말이다.
-파스스스스스!
그렇게 비서가 완전히 타들어가려 하자 진운휘는 작별을 고했다.
-그럼 잘 있거라.
그런데,
-흠칫!
사라져가는 진운휘가 어딘가를 바라보더니 황급히 무언가를 말했다.
-당장 피하……
-파스스스스스스!
그러나 비서가 완전히 타들어가며 진운휘의 형상은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러기가 무섭게,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귀청이 떨어져갈 만큼 엄청난 굉음과 함께 거대한 빛의 기둥이 땅 속에서 위로 솟구쳤다.
빛의 기둥은 마치 오염이라도 된 것처럼 검붉은 광채를 띄고 있었는데, 그것이 솟구치자 지상이 흔들리며 대지가 부서져갔다.
-콰르르르르르르르!
“이, 이게 대체……”
“물러나야 한다.”
사마착이 황급히 진예린의 손을 잡고서 신형을 날렸다.
그러면서 그가 검붉게 오염된 빛의 기둥을 바라보았는데, 그 한가운데 흉측하기 그지없어진 섬뜩한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오르는 존재가 보였다.
‘저건?’
그것은 목경운의 손에 사지가 잘려나간 금색의 천왕이었다.
그런데 금색의 천왕의 모습이 이상하다.
흉측해진 날개도 그렇고 이마에 달려 있는 저 세 번째 눈동자는 육마 중 하나인 대력왕의 그 모습과 흡사하다.
한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부활한 놈의 기운이 사방을 뒤덮고 있었는데, 마치 모든 것을 파멸시킬 그런 기세였다.
그 기운이 너무 극단적으로 치우쳐있다 보니 삶과 죽음을 초월한 사마착조차 마음 한구석에서 두려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 * *
“안 돼요.”
해선각의 방사인 여수린이 안타깝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유가 일족과의 합공을 통해 겨우 육마(六魔) 백붕마왕을 소멸시킨 그녀는 지친 몸을 이끌고 부름에 청령을 살피러 왔다.
사형과 함께 청령을 살핀 그녀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격이 높은 원혼이라고는 하나 원혼, 아니 영체는 영력을 소진하게 되면 소멸하는 것이 이치였다.
그런데 청령은 이미 영력을 거의 대부분 소진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형체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 용할 정도였다.
“……..살려라.”
목경운이 그런 그녀에게 들끓는 목소리로 말했다.
목소리에서 복잡한 심경이 느껴졌지만 그녀로서도 이건 어쩔 수가 없었다.
여수린이 조심히 입을 뗐다.
“공자도 아시잖아요. 이미…..”
“그만.”
목경운은 그녀가 더 말을 잇지 못하게 했다.
‘더 이상 시간이 없어요. 공자. 영체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빨리 혼과 하나가 되지 못한다면 백뿐만이 아니라 혼도 소멸할 거예요.’
입술을 오물거리며 깨물던 그녀가 두 눈을 감고서 뒤로 살짝 물러섰다.
그녀가 그렇게 물러난 것은 목경운의 붉어진 눈시울 때문이었다.
이런 목경운의 모습에 청령의 눈빛이 묘해졌다.
‘나를 위해 울어주는 것이냐?’
인간이 되었지만 감정이 거의 존재하지 않던 그였다.
그런 그가 자신 때문에 슬퍼하고 있었다.
청령이 힘겹게 손을 들어올려 목경운의 눈가로 손을 가져갔다.
-뚝!
그러자 목경운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떨어져 그녀의 흐릿해진 영체를 투과하여 땅을 적셨다.
이 모습에 그녀는 가슴이 아팠다.
자신과 함께 하기 위해, 자신을 알기 위해 인간이 되었을 텐데…….
‘……..좀 더 당신과 함께 있고 싶었는데.’
하늘이 너무 무심하다.
이제 겨우 그가 누군지 알게 되었는데 주어진 시간이 너무도 짧다.
고작 작별을 고할 시간만 주어졌다는 것에 가슴이 찢겨져 나간다.
단 한 번만 다시 만나기를 바랐고 인간이 된 그대를 다시 사랑하게 되었는데 왜 우리 이야기의 결말은 이렇게 서글픈 걸까?
“청령……..”
슬픔으로 먹먹해진 목경운의 목소리에 그녀는 눈물을 머금고서 웃어보였다.
가슴이 찢어질 만큼 그와의 이별이 싫었지만 자신이 계속 슬퍼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가 남은 생을 괴로움을 보내게 될 거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지만 청령은 힘겹게 입을 벙긋거렸다.
‘난 괜찮아요.’
괜찮을 리가 없지 않느냐.
목경운은 그녀의 그 말에 입술을 떨어지지 않았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담담함을 보여주려는 모습에 더욱 가슴이 아파왔다.
“……..당신과 더욱 반짝이고 싶었는데.”
이제 겨우 함께 하게 되었는데.
너무 모자라다.
청령이 이런 목경운의 뺨을 손으로 매만지려 노력하며 입을 벙긋거렸다.
‘충분해요.’
주마등이라고 했던가.
그녀의 머릿속으로 백 여 년 전에 류소월로서 쌓았던 추억들과 원혼인 청령으로서 목경운과 만났고 함께 해왔던 모든 것들이 스쳐지나갔다.
붉게 이어졌던 연(緣).
어쩌면 하늘이 운명으로 다시 맺어준 것일지도 몰랐다.
그래. 원망하지 말고 감사하자.
잠시라도 그를 보고 싶었다는 그 간절함을 들어준 하늘에 감사하자.
앞이 점점 검게 바뀌어간다.
청령이 마지막 힘을 다해 목경운에게 벙긋거렸다.
‘사랑…….해……요.’
시야가 완전히 검어지며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게 소멸의 전조인 건가.
마지막으로 그의 대답을 듣고 싶다.
그러나 그녀의 그런 바람은 끝내 들어지지 않았다.
-스스스스스스!
그녀의 영체가 완전히 사라지려 했다.
-팍! 팍! 팍! 팍!
청령의 말에 답을 하려 했던 목경운이 사라지려 하는 그녀를 향해 황급히 수인을 맺으며 악심파파의 혼백을 합치는 금술을 펼쳤다.
그러자 사라져가는 그녀의 영체가 붉게 타오르며 위소연을 향해 서서히 빨려 들어갔다.
-슈우우우우우!
이윽고 청령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쿵!
목경운은 위소연의 앞에 힘없이 무릎을 꿇었다.
완전히 사라진 그녀의 영체의 편린들이 붉은 재가루처럼 흩날리고 있었는데, 그것이 너무도 아련하기 그지없었다.
[……..그럼 혼과 백이 하나가 되면 어찌 되지? 백에 대한 것은 전부 씻겨지는 것이냐?] [그래. 그것이 이치라는 것이다.]손에 잡히지 않는 재가루를 억지로 움켜쥐려 했으나 손바닥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두 눈을 감고 있는 목경운의 마음 속에서 청령의 마지막 모습이 보였다.
-주르르륵!
그러자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큭!”
-쿵! 쿵! 쿵!
목경운이 이내 자신의 가슴을 세차게 두드렸다.
너무 아프다.
전생에서도 그렇고 지금에 와서 다시 만났을 때조차 그 말을 하지 못했다.
너무도 듣고 싶어했는데 끝내 하지 못했다.
이 헤어짐에 자신보다도 더 마음이 아프고 괴로웠던 것은 그녀였을 텐데, 왜 그 말을 더 빨리 하지 못했을까?
너무도 후회 된다.
“주인님…….”
“목 공자……”
모두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목경운의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무감정했던 남자가 슬픔으로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귀청이 떨어져갈 만큼 엄청난 굉음과 함께 거대한 빛의 기둥이 땅 속에서 위로 솟구쳤다.
빛의 기둥은 마치 오염이라도 된 것처럼 검붉은 광채를 띄고 있었는데, 그것이 솟구치자 지상이 흔들리며 대지가 부서져갔다.
-콰르르르르르르르!
“이럴 수가?”
“아, 아직 죽지 않았어?”
모두가 망연자실 한 눈으로 검붉게 오염된 빛의 기둥을 바라보았는데, 그 한가운데 흉측하기 그지없어진 섬뜩한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오르는 금색의 천왕이 보였다.
다시 부활한 그 존재는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것과도 같은 절망의 감정을 모두에게 선사하고 있었다.
‘목 공자?’
‘주군?’
‘천마?’
모두의 시선이 목경운에게로 향했다.
저 절망적인 존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자는 목경운 단 한 사람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슬픔에 잠식되어 괴로워하고 있었다.
하나 누구도 그에게 나서달라고 재촉할 수 없었다.
그만큼 가슴까지 두드리며 눈물을 흘리는 그의 슬픔이 모두에게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는데 금색 천왕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일어나라. 우리의 유일한 호적수여. 세상의 운명을 결말 짓는 마지막 대결을 펼쳐보자꾸나.
“결말…….”
그런 그의 말에 목경운이 작게 중얼거렸다.
이미 나의 이야기는 소중한 연인을 잃는 비극으로 끝났다.
그리고 그 끝에는 후회마저 남았다.
더 이상 세상의 운명이고 무엇이고 간에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었다.
이딴 세상이 소멸된다고 해도 그녀가 없는데 무슨 의미가…..
-파스락!
그때 유일하게 남아있던 편린의 재가루가 목경운의 뺨을 툭하고 건드렸다.
이에 목경운의 감겨 있던 눈이 뜨였다.
만질 수 없었던 영체의 편린이 뺨을 건드리다니.
목경운이 여전히 붉어져 있는 눈동자로 청령과 빼닮은 위소연을 바라보았다.
[모두를 아우르는 대종사가 되어 다오.]청령의 바람.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고 여겼는데, 그녀의 바람이 남아 있었다.
-슥!
목경운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선악을 초월한 절대 신이 탄생한 것처럼 엄청난 기운을 사방으로 퍼뜨리고 있는 빛의 기둥 속에 있는 금색의 천왕, 아니 목간과 하나가 된 이형의 존재를 바라보았다.
기이하게도 광기로 물든 두 존재가 하나가 되면서 더욱 강해졌다.
그러나,
-스릉!
요검 악즉을 뽑은 목경운은 담담하게 검신을 검결지로 부드럽게 이어나갔다.
-우우우우우웅!
그러자 그의 검신이 마기(魔氣)로 검게 물들었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는 목간과 하나가 된 금색의 천왕의 입 꼬리가 찢어질 듯이 올라갔다.
과정은 애초에 중요하지 않았다.
끝에 서있는 자가 진정한 승자이다.
그때 목경운이 그를 향해 검을 베기 직전의 기수식을 취했는데,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
-오싹!
그 순간 목간과 하나가 된 금색의 천왕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서로 하나가 되면서 일시적이지만 핵(核)이 회복되면서 모든 신력을 끌어낼 수 있었는데, 지금 목경운에게서 느껴지는 역량은 그것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야말로 무상(無上)의 역량이었다.
‘안 돼.’
본능적으로 하나가 된 두 존재는 깨달았다.
저것은 이미 순리를 거의 벗어나기 직전에 이른 존재였다.
아무리 자신들이 힘을 합친다고 해서 상대할 수 있는 그러한 존재가 아니었다.
이에 목간과 하나가 된 금색의 천왕이 황급히 천계로 가는 문을 열려고 했는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팟!
순식간에 목경운이 그의 앞으로 도달했다.
-네, 네놈?
“존재하는 모든 것을 벤다. 이게 내가 펼칠 수 있는 최고의 검이다.”
-촥!
검은 선 하나가 하늘에서 지상을 그었다.
그와 함께 공간이 잘려나가며 빛의 기둥과 함께 목간과 하나가 된 금색의 천왕의 머리 끝에서 아래로 쭉 붉은 선이 생겨났다.
‘!!!!!!!!!!’
천지(天地)를 베어버리는 엄청난 검에 이를 지켜보는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고금(古今) 이래 이보다 완벽하면서 가장 이상적인 검이 존재할까?
-쩌저저저적!
공간이 절삭되며 뒤틀려가자 반으로 쪼개지려 하는 목간과 하나가 된 금색의 천왕이 마지막 힘을 다해 입을 열었다.
-존재……하는……모든…..것을…..베는…..검? 이건…….
“무상천마검(無上天魔劍).”
-푸슉!
그 말이 끝나자 반으로 갈라지던 금색의 천왕의 몸이 절삭된 공간 속으로 뒤틀리면서 빨려 들어가더니 이내 핏빛 분진과 함께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스르르르르!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갈라진 하늘에서부터 땅까지 갈라졌던 공간이 이어 붙으며 세상이 다시 깨끗해져갔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 광경에 불안해하며 지켜보던 모든 이들이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드디어 모든 것이 끝난 것이었다.
이들의 기뻐하는 함성에도 불구하고 목경운의 눈빛은 공허함과 슬픔으로 물들어 있었다.
세상을 위기 속에서 구해냈고 모든 원한을 끝맺었음에도 남은 것은 없었다.
그저 그녀의 바람을 들어줬다는 것 이외에는 말이다.
그런 목경운의 눈에 문득 지상에 있는 위소연이 정신을 차리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혈색이 전과 다르게 밝아져 있었다.
백(魄)이 없었기에 불완전한 몸이었지만 이제는 혼(魂)이 하나가 되었기에 완전한 환생(還生)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아……’
청령과 너무도 빼닮은 그녀를 보자 다시 서글퍼진다.
이젠 다시 만날 수 없겠지.
그녀를 빤히 바라보던 목경운이 이내 지상으로 내려오며 그녀의 앞으로 다가갔다.
정신을 차린 위소연이 의아해하며 입을 열었다.
“목 공자?”
그런 그녀에게 목경운이 다가가 슬픈 미소와 함께 껴안았다.
-팍!
그리고는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인간이 되고 나서 가장 가슴 아픈 것들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
어리둥절해하는 그녀였지만 목경운은 하던 말을 이어갔다.
“그건 소중한 이를 잃은 상실과 그 소중한 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못했다는 후회다.”
“공자……..”
“그 안에서 더 이상 기억하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겠지만 당신에게 마지막으로 이 말만은 전하고 싶다. 사랑한다.”
-꽉!
목경운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두 눈을 감고서 위소연을 꽉 끌어안았다.
절절함으로 가득한 목경운의 목소리와 체온에 그녀의 눈동자와 입술이 흔들렸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목경운의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떨리다 못해 가슴이 너무도 아팠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스르륵!
목경운의 몸에서 은은한 광채가 흘러나와 위소연의 안으로 스며들어갔다.
그녀의 귓가를 울리는 목소리.
-소월……과……나의….아름답고…..반짝였던 이야기는…..그때…..끝을 맺었다. 이젠……청령과…..너의….이야기다.
그와 함께 그녀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기억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래. 함께 할 거다. 설령 그것이 찰나에 불과할지라도.] [아름다웠다……너무 아름다워 한 송이 붉은 작약 같더구나.] [미안하지만 보낼 수 없군요. 이미 청령이 제 인생이니까요.] [전부 나였다.]-주르륵!
위소연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마지막 말을 전한 목경운이 씁쓸하게 그녀를 떼어내려고 하는데,
“중생.”
위소연의 입에서 나온 그 목소리에 목경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자신을 너무 보고 싶었다는 듯이 눈물이 범벅이 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 목경운의 눈시울이 빠르게 붉어져갔다.
절대로 이뤄질 수 없는 일이 간절함으로 이뤄지는 것.
그것을 우리는 기적이라고 한다.
두 사람은 누구 할 것 없이 서로를 끌어안으며 이내 입을 맞췄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