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51)
14화 천지회(天地會) (2)
“네놈이……그걸 봤다고?”
명도왕 손윤의 표정에서 목경운은 의아함을 느꼈다.
무림의 세계에서 비급서의 중요성은 어느 정도 인식했다.
그런데 지금의 이 자의 반응을 보면 자신들의 보물이나 다름없는 비급서를 본 것에 대한 분노의 감정과는 사뭇 달랐다.
뭔가 믿을 수 없다는 듯 한 반응이었다.
‘뭐지?’
하고 있을 찰나였다.
-슥!
어느새 손윤의 커다란 태도의 날카로운 날이 목에 닿고 있었다.
목경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분명 눈으로 움직임을 전부 보고 있었는데, 그것을 마치 의식하지 못한 것처럼 닿기 전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게 진짜 고수?’
놀랍다.
어째서 연목검장의 장주 목인단이 그리 긴장하고 숙이고 들어가는지 알 것 같다.
하나 감탄은 그게 다였다.
방심하면 다섯 살배기 아이에게도 자다가 칼에 찔려 죽을 수 있는 게 현실이었다.
모든 것에서 경계심을 품는 게 옳았다.
손윤이 목경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걸 보고도 살아남았다라……”
“네?”
“하면 둘 중 하나겠구나.”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의아해하는데 손윤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거짓 아니면 천운.”
“거짓 아니면…..천운?”
“여태껏 그 안의 내용물을 보고도 멀쩡히 숨을 쉬고 있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숨을 쉬는 자가 없다고?
여기 있지 않은가.
손윤이 코웃음을 치더니 목에 날을 살짝 누르며 말했다.
“말 그대로다. 하여 나는 네놈이 이리 멀쩡히 살아있는 게 믿기지 않는다.”
“보시는 대로 살아있는 걸요.”
목경운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 그의 태도에 손윤이 혀를 찼다.
목에 칼이 들어와 있는데 여전히 태도의 변화가 전혀 없다.
겁을 상실한 걸까? 아니면 대담한 걸까?
“네놈을 보면 간이 부어서 거짓을 나불거리는지 아니면 모험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구나.”
“속여봐야 죽을 텐데 굳이 모험할 이유가 있나요?”
“………”
손윤이 목경운의 눈동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조금이라도 긴장되거나 한다면 살짝이라도 흔들릴 법도 한데 그렇지 않다.
[반드시 회수해 와라.]그 명을 어길 수도 없는 노릇.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좋다. 하면 구결을 말하든 초식을 보이든 증명해라. 그럼 확실하게 알 수 있겠지.”
이런 그의 제안에 장주 목인단을 비롯해 연목검장의 모든 이들이 긴장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목경운이 그것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을 때 강한 배신감을 느꼈던 그들이었다.
하나 지금 상황에서 자신들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자가 목경운이었다.
‘제발.’
부디 거짓이 아니길 바랐다.
“어려울 것도 없지요.”
그 말과 함께 목경운은 구결을 읊으려 했다.
완벽한 구결이 아닌 목유천을 속였을 때처럼 일부를 속일까 싶기도 했지만 이들은 그 비급서의 주인이다.
괜히 속이려 들었다가 목이 달아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입을 벌리려고 하는데,
-중생.
머릿속을 울리는 익숙한 목소리.
청령이었다.
목경운이 눈동자를 돌리며 주변을 살폈다.
한데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안 그래도 원래는 아까 전에 불렀는데 나타나지 않아서 의아해하고 있던 목경운이었다.
-맞은편 지붕을 봐라.
‘지붕?’
이 말에 지붕을 쳐다보았다.
그곳에 청령이 서있었다.
왜 가까이에 오지 않는 거지?
설마 이 괴물 같은 자와 저 방사를 의식해서 거리를 벌린 건가?
아마도 그런 듯 했다.
한데,
‘뭐지?’
청령의 분위기가 뭔가 평소와 다르다.
지붕 위에 서있는 그녀의 눈동자에서 비춰지는 핏빛 안광이 너무도 짙었다.
아니 뭔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연으로 이어져있기에 알 수 있었다.
‘분노?’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이 감정은 엄청난 분노였다.
이곳 전체를 피로 뒤덮어버릴 만큼 강렬한 분노가 느껴졌는데 그것을 엄청난 인내력으로 꾹꾹 눌러내고 있었다.
왜 저러는 거지?
의아해하고 있는데 청령이 말했다.
-그 구결을 부르는 순간 너는 죽는다.
응?
그걸 우려해서 만류한 건가?
당연히 전부 부른다면 뒤통수를 칠 수도 있었다.
반만 부르고 나머지는 다른 방식으로 넘긴다고 하는 편이…..
-중생. 본좌가 부르는 구결과 자세를 그대로 따라해라.
목경운이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
구결과 자세를 따라하라니 무슨 소리지?
이들은 그 안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 알 텐데 다른 구결을 부른다면 분명 틀렸다는 것을 알 거다.
한데,
-머리 굴리지 말고 지금은 본좌를 믿어라.
‘흐음.’
-중생 네가 죽으면 본좌도 죽는다.
그 말에 목경운은 찰나에 수많은 고민을 했다.
구결이 틀리는 순간 목이 달아나는데 그녀가 알려주는 구결을 말하면……
고민하고 있는데 명도왕 손윤이 말했다.
“왜 하지 않는 거지?”
“………”
고민하던 목경운은 이내 결론을 내렸다.
그러더니 이내 검결지를 쥐었다.
그리고는 지붕 위에서 달빛을 등지고 기수식을 취하는 청령을 따라했다.
떨어진 거리에서 두 사람의 자세가 완전히 같아졌다.
청령이 입을 열었다.
-무원지현 파순유운 영결해지 조하식유 지파경살
그와 함께 검결지를 앞으로 뻗으며 1초식을 천천히 펼쳤다.
그 모습이 마치 가인(佳人)이 검무를 추는 듯 했다.
월하가인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였다.
하늘거리는 붉은 옷자락이 초식에 맞춰 팔락거리는 것이 마치 흩날리는 꽃잎처럼 보였다.
‘………’
절로 넋이 나가게 만드는 움직임이다.
상황만 이렇지 않다면 여유롭게 지켜보고 싶을 지경이다.
이내 목경운이 입을 열었다.
“무원지현 파순유운 영결해지 조하식유 지파경살!”
그리고 청령의 움직임을 따라했다.
받아들인 그대로.
한 치의 다름없이 재현해냈다.
-욱씬! 욱씬!
단련이 된 것이 아니라 일부 근육들이 고통스럽다며 아우성을 쳤지만 이를 괘의치 않고서 그녀의 손 끝 하나에까지도 집중했다.
-팟! 파파파팟!
‘!!!!!!!’
이런 목경운의 검초에 명도왕 손윤의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연목검장의 장주 목인단 역시도 목경운이 펼치는 1초식에 눈을 떼지 못했다.
‘어찌…….이런…….’
도저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절세검초다.
식 하나하나에 군더더기가 없었고 흠결을 찾기가 어려웠다.
천지회가 사수를 하던 비급서이기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정말 대단했다.
한데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아이…….어떻게 이런 움직임을?’
지금 목경운의 움직임은 일개 삼류 수준에 불과한 무인이 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내공이 실리지 않고 비록 천천히 움직이기는 하나, 손 끝 하나에서부터 모든 것이 마치 검으로 경지에 이른 절세검객이 검초를 펼치는 듯 하다.
그 정도 검수라면 확연하게 알 수 있었다.
‘하.’
그가 이럴진대 손윤이라고 다르겠는가.
손윤 역시도 목경운의 보이는 이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초식을 알아본 것도 본 것이지만 이 초식의 연무는 저 아이의 수준에서는 절대로 낼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재능인건가?’
이해할 수 없는 재능이다.
기감 상으로는 아무리 봐도 삼류에서 이류 턱걸이 수준이다.
한데 마치 절세검객이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연무하듯이 초식을 펼친다고?
의아해하고 있던 찰나였다.
-웅성웅성!
복면인들 사이에 술렁이는 게 들렸다.
손윤은 그들이 왜 저런 반응들을 보이는지 알고 있었다.
“천악영명 무소불항 저선검아……”
목경운이 또 다른 구결을 외우며 두 번째 초식을 펼치려고 했다.
‘이런!’
멈추게 해야 했다.
이 이상 초식의 구결을 다른 이들이 들어선 안 됐다.
이에 손윤이 황급히 외쳤다.
“그만!”
-슥!
검결지를 사선으로 뻗고 있던 목경운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손윤의 반응을 확인했다.
극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지붕 위에서 초식을 선보이는 청령의 움직임을 따라하고 있었기 때문에 반응을 확인하지 못했다.
‘응?’
명도왕 손윤의 표정을 확인한 목경운이 내심 의아해했다.
정말 이번 것은 모험이나 다름없었다.
비급서에 적혀 있는 구결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한데 손윤의 표정을 보면 전혀 자신이 틀린 것 같지 않았다.
이에 목경운이 물었다.
“확인됐나요?”
“………”
이 물음에 손윤이 입을 다문 채 목경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의 머릿속에 또 다른 누군가가 목경운과 같은 초식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 그림처럼 그려졌다.
패도적이기 그지없었다.
한데 목경운이 펼친 검초는 그것과 완전히 결이 다르다.
그렇다는 건,
‘틀림없다.’
분명 비급이 확실했다.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손윤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런 식이 될 줄 몰랐지만 100여 년 전에 끊겼다고 알려진 월맥(月脈)의 검결을 이렇게 보게 되다니.
흥분을 가라앉히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내 손윤은 그 감정을 가라앉혔다.
[반드시 회수해라.]원본 비급서를 회수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었다.
한데 이 녀석의 말대로라고 한다면 원본은 이미 세상에서 사라졌다.
이 녀석의 머리가 유일한 비급서였다.
“명도왕.”
그때 안대의 중년인 조 방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고개를 슬며시 젓는 조 방사를 보니 뭘 이야기하는지 알 것 같다.
녀석을 죽이지 말라는 것이겠지.
‘탐이 나나 보군.’
그 역시도 흥미롭기는 했다.
회에서도 누구도 하지 못한 걸 이 애송이가 해냈다.
대부분이 목숨을 잃었는데 말이다.
그렇다는 건 그 저주 받은 비급이 저 아이를 선택했거나 저 아이에게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지도 몰랐다.
‘하나 비급은 허락된 자가 아니면 누구도 익혀선 안 된다.’
고로 머릿속에 있는 것만 빼내고 죽이는 게 옳은 수순이었다.
한데 뭔가 아까운 느낌이 든다.
고민하는 듯한 그의 모습에 목경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뭔가 있군.’
이들은 비급 안의 진짜 내용을 모르고 있다.
한데 이들의 반응을 보면 청령이 알려준 초식의 구결이 그 안에 있는 내용이라 확신하는 듯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미 자신의 목을 베었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을 보면서 뭔가 고민하는 저 모습은,
‘재고 있는 건가.’
짐작할 만한 것은 하나였다.
아마도 자신들의 보물이라 칭할 만큼의 귀중한 비급서라면 외부인이 익혀서는 안 되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역시 진짜라는 것을 확인했으니 머릿속에서 빼낸 후에 죽일 생각인가?
목경운은 조 방사를 힐끔 쳐다보았다.
저 자의 반응을 보면 자신에게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까지 굳이 비급서를 찾으러 온 걸 보면 귀한 물건이겠죠?”
“뭐?”
-팟!
목경운이 근처에 있던 연목검장의 무사 한 사람에게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가 지닌 검을 빼앗다시피 했다.
“잠시 빌릴게요.”
“뭐, 뭐?”
목경운이 빼앗은 검으로 자신의 목에 갖다대며 말했다.
“제가 죽으면 당신들이 기껏 찾으러 왔는데 일이 물거품이 되겠군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명도왕 손윤의 한 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이 애송이가 지금 자신의 목숨으로 흥정하려는 건가?
손윤이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용기는 있고 하는 소리더냐?”
그 물음에 목경운이 빙그레 웃었다.
“딱히 어려울 것도 없지요.”
-푹!
검날이 목경운의 목을 파고들었다.
‘!?’
순간 손윤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당연히 자신을 상대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흥정을 하려한다 여겼다.
그런데 저놈 지금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목을 베려했다.
“갈!”
손윤이 내공을 실은 일갈을 외쳤다.
“큭!”
“으윽!”
쩌렁쩌렁하게 퍼지는 사자후에 모두가 순간 귀를 틀어막았다.
목경운 역시도 인상을 찡그리며 비틀거렸지만 목을 파고들은 검을 놓지 않았다.
내공이 실린 소리에 통증과 함께 어지러웠을 텐데 버텨냈다.
‘이놈?’
손윤이 이내 소리쳤다.
“멈춰!”
-슥!
그 말에 목경운이 힘을 빼고서 목에 검을 밀어 넣던 것을 멈췄다.
피가 목을 타고서 흘러내려 옷깃에 붉게 스며들었다.
손윤이 어이가 없다는 투로 말했다.
“미쳤구나. 네놈.”
어지간했다면 애송이가 같잖은 짓을 한다며 비웃었을 것이다.
한데 이놈은 뭔가 달랐다.
눈빛도 그렇고 마치 스스로의 목숨에 전혀 미련이 없는 사람처럼 서슴없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죠.”
“어린 놈이 세상 다 산 것처럼 지껄이는구나. 뭘 원하는 것이냐?”
-툭툭!
목경운이 자신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툭툭치며 웃으며 말했다.
“제 머릿속에 있는게 얼마나 귀한지 알았으니 쉽게 입을 열 생각이 없거든요. 하니 괜히 이것저것 재지마시고 비급을 곱게 가져가시죠.”
“뭐?”
“저기 계신 저 방사 분도 그러길 바라고 있지않나요?”
손윤의 표정이 묘해졌다.
‘곱게 가져가?’
이놈 지금 비급을 알려주면 살려달라고 하는 게 아니고 제 발로 본 회로 따라가겠다고 하는 건가?
어처구니가 없어하던 손윤의 눈빛에 흥미가 감돌았다.
‘하. 이놈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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