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53)
15화 제안 (1)
‘어떻게?’
놀랍게도 목경운은 멀쩡히 움직이고 있었고 그것도 모자라 자신을 구속하는 밧줄마저 풀어냈다.
이 녀석 대체 어떻게 점혈을 풀어낸 거지?
의아해하는데 목경운이 이내 그의 가슴 쪽을 가볍게 타혈했다.
-타타타타타탁!
이윽고 아혈(啞穴)이 풀렸는지 목소리가 나오려했다.
“너…..”
그런 그에게 목경운이 속삭였다.
“쉿.”
이에 목유천이 목소리를 낮춰 속삭이며 물었다.
“……대체 어떻게 점혈을 푼 거야?”
그런 그의 물음에 목경운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애초에 점혈이 걸렸던 적이 없었다.
아니 아주 잠깐은 걸렸지만 그의 음한 사기(死氣)로 인해 명도왕 손윤의 진기가 얼마 있지 않아 흩어져버렸다.
목경운은 그저 가만히 상황을 관조했을 뿐이었다.
“그건 알 필요 없어.”
대답을 회피하자 목유천이 눈살을 찌푸리다 말했다.
“설마 탈출……하려는 거야?”
목경운은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긍정의 의미였다.
이에 목유천이 어처구니가 없어하며 물었다.
“무슨 수로? 천지회 무사들이 사방을 지키고 있을 텐데?”
“지금이 기회야. 명도왕부터 거의 대부분이 빠지고 마차 밖을 지키는 자 네 명. 인근에 떨어져서 망을 보는 여섯 명 밖에 없어.”
‘!?’
순간 목유천은 의문이 들었다.
계속 자신과 마찬가지로 눈이 가려지고 혈도까지 점해져 있었는데, 이걸 대체 어떻게 아는 거지?
더군다나 이 녀석은 고작 삼류에 불과해 주변 몇 장 이내의 기척을 감지하는 것조차 힘들 텐데 말이다.
쉽사리 믿지 못하는 그에게 목경운이 말했다.
“하나만 알려주면 너도 도망칠 수 있게 해줄게.”
“뭐?”
“아혈만 푼 건 그런 이유에서야.”
‘어?’
그러고 보니 몸에 여전히 감각이 없다.
밧줄을 풀지 않아서가 아니라 마혈(痲穴)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슨 짓이야? 풀어줄 거면 확실하게…..”
“미안하지만 밖에서까지 비위를 맞춰줄 필요는 없으니, 묻는 말에만 답해줬으면 좋겠어.”
목소리에서 풍기는 미묘한 살기.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과 무심한 눈빛에서 나오는 기묘한 분위기.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너 대체…..”
“귀검이 누구지?”
“뭐?”
“귀검이 누구냐고?”
이런 목경운의 물음에 목유천이 미간을 찡그렸다.
정말로 귀검(鬼劍)이 누군지 몰라서 묻는 건가?
무림인이라면 그 자의 악명을 모르는 이가 아무도 없을 터였다.
“…….너 정말 몰라서 묻는 거냐?”
“그래.”
“지금 나와 장난…..”
“묻는 말에만 답해.”
뒤에 아무 말도 붙이지 않았는데 목경운은 마치 대답하지 않으면 죽이기라도 할 것만 같은 그런 위압감을 보이고 있었다.
전에도 의아했는데 이 녀석 정말 그 겁쟁이 목경운이 맞는 건가?
“대답하지 않을 거냐?”
“……..육천팔성의 일인이잖아.”
“육천팔성?”
“너……진짜 뭐야?”
정말로 모른다는 듯한 반응에 목유천은 이해할 수 없어했다.
당대 무림에 정점이라 불리는 여섯 대종사들이 있다.
그 무위가 하늘 위의 하늘이라 하여 중원 무림인들은 그들을 육천(六天)이라 칭했다.
그런 그들에게는 미치지 못했으나 최고의 경지에 이른 여덟 고수들이 존재했다.
그들이 바로 팔성(八星)였다.
“어떻게 육천과 팔성을 모를 수가…..”
“팔성인지 뭔지는 모르겠고 그 귀검은 어디에 있지?”
목경운의 그 물음에 목유천이 목경운의 눈을 빤히 쳐다보다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몰라.”
“모른다고?”
“십칠 년 전에 종적을 감춘 자를 내가 어떻게 알아.”
“종적을 감춰?”
“그래. 그리고 귀검의 정체는 지금까지 누구도 알아내지 못했어.”
“알아내지 못했다는 건 아무도 모른다는 거야?”
“그렇다고 했잖아.”
“흠.”
이런 목유천의 말에 목경운은 곤란하다는 듯이 턱을 쓰다듬었다.
죽은 할아버지에게 남아있던 상흔과 연목검장의 장주의 옆구리에 있던 그 상흔은 매우 흡사했다.
그렇기에 귀검이라는 그 자가 가장 유력한 원수였다.
한데 그 자의 정체를 누구도 모른다면 어디서부터 다시 접근해야 할지 곤란해진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있었다.
‘십칠 년 전에 종적을 감췄다고 했는데……왜 그 자가 할아버지를 노린 거지?’
상흔이 동일범의 소행이라면 귀검이 틀림없었다.
한데 어째서 종적을 감췄다는 놈이 갑자기 할아버지를 노린 건지 알 수 없었다.
그 점을 의아해하고 있는데 목유천이 입을 열었다.
“어쩌면 천지회에 가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
“뭐?”
“듣기로 귀검이 노린 상대들은 하나 같이 정사에서 명성을 떨치던 고수들이라 천지회나 황실의 고수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은 있었어.”
“천지회나 황실?”
“그래. 네가 왜 궁금해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이 말에 목경운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그렇다면 천지회나 황실 둘 중에 할아버지를 죽인 그 원수 놈이 있을지도 몰랐다.
그때 귓가로 목소리가 올렸다.
-중생. 서둘러라.
청령의 목소리였다.
이에 목경운이 말했다.
“약조는 지킨다.”
그 말과 함께 다른 점혈도 풀어주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런데,
“점혈을 풀어주는 건 고마운데 괜한 짓은 하지마.”
“……괜한 짓?”
“지금 우리가 탈출하면 연목검장이 위험해져.”
“위험해진다라.”
“우린 볼모야. 너도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잖아. 우리가 사라지면 저들이 연목검장에 무슨 짓을 할 것 같아?”
이런 목유천의 말에 목경운이 피식하고 비웃음을 흘렸다.
목유천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게 무슨 반응이야? 하고 여기는데, 목경운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지?”
“뭐?”
“그럼 계속 여기 있어.”
“너!”
-퍽!
수도로 뒷목을 맞은 목유천이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평소의 그의 무위라면 목경운에게 일격을 허용할 리가 없었지만, 점혈을 당해 내공을 운용할 수 없어 어쩔 도리가 없었다.
-슥!
목경운이 그런 목유천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눕혀 놓았다.
그의 입장에서 화가 날 말일지 모르겠지만 정말로 자신과 상관없었다.
연목검장이 망하든 그들이 모두 죽든 간에 자신의 일이 아니었다.
진짜 목경운의 일이었다.
그리고,
‘미끼로 쓰려고 했는데 아쉽네.’
목유천의 점혈을 풀어주려 했던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천지회라.’
목경운이 목유천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만약 그의 말대로 정말 천지회에 그 귀검이라는 자가 있다면 이것도 하나의 기회일지도 몰랐다.
하나 위험 부담이 꽤 컸다.
이들은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비급에 관심이 있었다.
그렇기에 이것을 알아낸 후에 가차 없이 죽일 확률도 배제할 수 없었다.
‘확실하게 대비를 하고 접근하는 편이 나아.’
그게 합리적이었다.
지금 자신의 무위로는 어설프게 접근했다가 도리어 당할 수도 있었다.
그럼 일단 나가볼까나.
목경운이 짐 마차의 문으로 조심스레 걸어갔다.
이 주변에 지키고 있는 복면인 네 명은 청령이 손을 써서 일시적으로 정신을 잃게 만들었으니 그냥 가면 된다.
-끼이이이이!
목경운이 문을 열었다.
그런데,
-흠칫!
문을 여는 순간 아주 잠깐이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멈칫하는데 청령이 모습을 드러내며 말했다.
-서북쪽으로 가면 된다. 멈추지 마라. 감시하는 자는 본좌가 처리하겠다.
“그러죠.”
-팟!
그 말과 함께 목경운이 신형을 날렸다.
나흘 간 경신법을 연마하기는 했지만 제대로 펼쳐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경신법은 기본적으로 보법과 경공으로 나눌 수 있다.
경공은 좀 더 빠르게 장거리를 이동하거나 거리를 좁혀나가기 위한 달리는 기술이라 할 수 있었다.
-파파파파팟!
용천혈을 타고 사기(死氣)가 흘러들어가자 몸이 빠른 속도로 앞으로 치고나갔다.
평소의 달리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였다.
주변의 정경이 빠르게 바뀌어갔다.
불과 반 각 만에 상당한 거리를 이동한 것 같다.
그런데,
-중생 너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냐?
“같네요.”
-같다고?
“계속 반복되고 있어요.”
-반복된다고?
-탁!
목경운이 경공을 멈추고서 넝쿨에 둘러싸인 한 나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벌써 네 번째로 저 나무를 보는 것 같군요.”
그런 목경운의 말에 바로 곁에 붙어 있던 청령이 미간을 찡그렸다.
그러더니 말했다.
-착각한 거 아니냐?
“그럴 리가요.”
-뭔가 방술이나 사술이었다면 본좌가 눈치 채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렇네요.”
-긴장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서둘러라.
그 말과 함께 청령이 앞으로 이동하려 했다.
그런데 목경운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이에 청령이 신경질을 냈다.
-또 왜 그러는 게냐? 서두르지 않으면 이곳을 벗어날 수 없을 텐데.
그 말에 목경운이 청령을 빤히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당신…….누구시죠?”
-뭐?
“누구냐고 물었어요.”
그 말에 그녀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중생 미친 것이냐? 지금 본좌더러 누구…..
-슥!
그녀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목경운이 손을 뻗었다.
착(着)의 식(式)이었다.
그러자 청령의 몸이 강제로 끌려오며 어느새 목경운의 손바닥에 자신의 목을 갖다 바쳤다.
-컥! 이, 이게 무슨……
“따라할 대상을 잘못 정했어요. 아니 할 거면 제대로 했어야죠.”
진짜 청령이었다면 나무가 같다는 자신의 말을 간과할 리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격이 높은 그녀가 이런 것에 쉽게 휘말릴 리도 만무했다.
-중생. 너 지금 실수하는…..
“실수가 아닌 것 같군요.”
손바닥을 통해 밀려들어오는 기묘한 기운.
이것은 원혼이 가진 특유의 죽음의 기운과는 관련이 멀었다.
그리고 청령이었다면 착의 식에 끌려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가볍게 튕겨내 버렸으리라.
-우우우웅!
그 순간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청령의 몸이 울렁거리더니 이내 흩어지며 손바닥에 나무 인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무 인형에는 취목주(取木呪)라 적힌 부적이 붙여져 있었다.
-화르르르륵!
손바닥에 있던 부적이 이내 불타올라 재가 되었다.
-파파팍!
그 순간 목경운이 두 손을 모아 부동심인(不動心印)의 수인을 취했다.
그리고는 두 눈을 감고 주술을 외웠다.
“천정지정 일월지정 천지합기정 일월합기명 신귀합기형 이십합아심 아심합이심 천심만심만만심 의합아심 태상노군 급급여율령!”
그와 함께 흩날리던 재가 이내 어딘가로 날아갔다.
그러더니 넝쿨이 뒤엉킨 나무의 주변을 빠른 속도로 회전하더니,
-스르륵!
이내 나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를 본 목경운이 그곳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팟!
넝쿨이 뒤엉킨 나무를 향해 돌진했는데 그것과 부딪치는 순간,
-스르르륵!
이내 시야가 바뀌며 모닥불과 함께 큰 바윗돌에 걸치고 앉아 있는 안대의 중년인 조 방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상의에 재가루가 묻어 있었는데, 조 방사가 이를 털어내더니 입술을 실룩거렸다.
‘하…..이놈 봐라.’
조 방사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연목검장에서 녀석의 재능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확인했었다.
하나 무가의 자제가 독학으로 방술을 익혔다는 것이 그리 신뢰가 없다고 여겼기에 이 기회에 유령수련법과 진법술로 목경운을 시험했다.
유령수련법(柳靈修煉法)
그것은 버드나무 인형으로 상대가 신뢰하거나 가까이 하는 대상으로 변하게 하는 수법이다.
상대의 오감을 속여 스스로가 버드나무 인형을 가상의 누군가로 인지하게 하는 고위 수법인데, 이는 상대를 방심시켜 정보를 알아내는데 효과적이었다.
한데 이녀석은 도리어 불과 반 각 만에 가짜인 것을 알아차린 것도 모자라 진법에서 빠져나왔다.
‘활로를 이런 식으로 찾아내다니……’
진법의 활로를 찾는 것에는 정석적인 방법이 존재한다.
그런데 목경운은 유령수련법을 강제로 파훼하고서 그 찰나에 생겨난 부적의 잔재로 초환화합법(招歡和合法)이라는 추적술로 생문(生門)과 자신의 위치를 찾아냈다.
‘응용력이 보통이 아니군.’
이런 발군의 재능은 정말 찾기 어려웠다.
그 동안 받아들였던 제자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조 방사가 입 꼬리를 올리며 목경운에게 말했다.
“너……내 제자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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