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54)
15화 제안 (2)
“너……내 제자해라.”
‘!?’
조 방사의 이 말에 목경운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그렇지 않아도 술법에 의해 휘둘려진 것 때문에 상당히 불쾌해져 있는 상태였다.
‘쓸데없는 짓을 한 건가.’
목경운이 눈동자를 돌리며 주변을 살폈다.
일단 아무도 보이지 않았고 별다른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혼자서도 감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에 술법으로 자신을 이곳까지 유인한 건가?
‘열 보.’
이 정도 거리라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경신법을 익히며 전보다 빨라졌다.
그리고 방사들은 무림인들에 비하면 신체적인 능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술법을 부리기 전에 죽이면…..’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 나를 어찌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라고 말해주마.”
“……..”
생각보다 눈치가 없는 자가 아니었다.
하나 분명 기척이 없다.
그리고 부적이라든지 뭔가를 꺼내든 것도 없었다.
한 번 시도해서 나쁠 것은…..
-흠칫!
목경운이 멈칫했다.
발자국을 살짝 바닥에서 떼려는 순간 주변의 기운이 뒤틀려지는 것이 느껴졌다.
마차에서 손을 뗐을 때의 그 이질적인 기운.
그것과 흡사한데 이번 것은 마치 흉기를 휘두르는 것처럼 날카로웠다.
“제법 예민하구나.”
조 방사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당연히 똑똑한 녀석이라면 분명 어떤 식으로든 진법에서 빠져나오리라 예상한 그였다.
그렇기에 미리 대처를 해두었다.
“험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준비는 철저해야 한다. 그게 내가 줄 첫 가르침이다.”
“……..”
그런 그의 말에 목경운이 주변을 살폈다.
부적이라든지 그런 건 보이지 않았다.
한데 어째서 발자국을 떼려는 순간 그런 불길함이 느껴졌던 걸까?
방술도 확실히 파면 팔수록 깊이가 있었다.
목경운이 조 방사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제자가 된다는 얘기는 한 적이 없습니다만.”
“네게 선택권이 있을 것 같으냐?”
“제게 관심이 많아 보이신 걸 알겠지만 저도 제 입장이라는 게 있어서요.”
“입장? 하.”
조 방사가 비웃음을 흘렸다.
그러더니 이내 허리춤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봉(封)이라 적힌 부적이 붙여져 있는 목각 인형이었다.
조 방사가 이를 툭툭 던졌다가 받으며 말했다.
“이걸 돌려받고 싶지 않은 게냐?”
이를 본 목경운이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그러다 혹시 하는 마음에 눈에 사기(死氣)를 보내 목각 인형을 쳐다보니, 안에 무언가가 들은 것 같다.
한데 기운이 거의 드러나지 않아서, 집중하지 않고는 알기 어려웠다.
“네놈이 보호하려던 건데 벌써 잊었느냐?”
“그거 설마……”
“그래. 그거다. 설마 이 위험한 것을 그곳에다가 두고 왔을 거라 생각했느냐?”
“……..”
“재미있는 녀석이구나. 뛰어난 방사들조차 원혼을 식신으로 삼은 자는 거의 없는데 말이야.”
마승을 목각인형에 봉하고 나서야 알게 된 조 방사였다.
혼자서 독학으로 방술을 익힌 것도 모자라 뛰어난 방사들조차 하기 힘든 원혼을 식신으로 두었다.
도무지 제자로 탐이 나지 않을 수가 없는 인재였다.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만 순순히 제자가 되겠다고 한다면 이걸 돌려줄 수 있다.”
나름 괜찮은 제안이라 생각했다.
녀석도 원혼을 식신으로 삼기 위해 자신만의 상당한 연구가 있었을 거다.
그러니 쉽사리 식신을 잃기 싫으리라 여겼다.
한데,
“돌려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뭐?”
“이미 제 손을 벗어났는데 어쩌겠습니까?”
“…….하?”
이놈 봐라.
원혼을 식신으로 만들기 위해 상당히 고생했을 텐데 이를 이리도 쉽게 포기해?
일부러 강하게 나오는 건가?
“하면 이 원혼을 없애도 괜찮다는 것이냐?”
“마음대로 하시죠.”
조금도 아까운 기색이 없는 게 어처구니없을 정도였다.
여느 방사들과는 사고가 다르다.
아니 애초에 무인 출신이라 그런 건가?
“흐음.”
여기서 이 녀석 말대로 이 원혼을 없애버린다면 자신의 그릇이 작아보일 것이다.
무릇 스승의 그릇은 커보여야 하는 법이니 말이다.
조 방사가 목경운을 향해 목각인형을 던졌다.
“받아라.”
-탁!
“……..왜 주시는 거죠?”
“제자가 될 녀석의 것을 탐낼 만큼 내 그릇이 작은 줄 아느냐?”
이런 그의 말에 목경운은 속으로 비웃었다.
어지간히 자신을 제자로 받고 싶어 한다.
어떻게 하지?
일단 선택지는 세 가지였다.
어떤 함정인지 알 수 없지만 다소 위험을 무릅쓰고서 조 방사를 죽이고 탈출하느냐?
아니면 제자가 되겠다고 하는 척 하면서 처리하고 탈출할까?
마지막은,
‘……..위험하지만 저 자의 제자가 되어서 천지회에 잠입.’
앞선 두 가지보다 가장 위험했다.
만약 그때 자신의 추적을 눈치채고서 나타났던 그 자와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복수를 하기도 전에 확실하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다.
‘역시 두 번째가 나은가.’
가장 마음에 드는 방법이다.
원래 가장 즐겨하던 방법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때 조 방사가 말했다.
“내가 너라면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을 거다.”
“왜죠?”
“내 제자가 되는 편이 조금이라도 목숨을 부지할 확률이 높아질 텐데 고민할 이유가 있느냐?”
“……..”
“본 회의 비급을 멋대로 익힌 마당에 네놈이 그곳에 가서 살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보느냐? 아닐걸. 회주나 간부들의 기분만으로도 목숨이 왔다갔다 거리는 곳이다. 차라리 내 제자가 된다면 그나마 그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게다.”
“……..”
표정 변화가 없는 목경운.
그런 그의 모습에 조 방사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이 녀석한테 이 방법은 무의미한 건가?
하긴 그 명도왕을 상대로 자신의 목에 검을 들이밀고서 흥정을 했던 녀석이다.
‘목숨에 미련이 없는 것이냐? 아니면 철저히 계산적인 것이냐?’
후자라면 방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
조 방사가 혀를 차며 말했다.
“강하게 나가면 그냥 꺾일 녀석이겠구나. 좋다. 하면 이건 어떠냐? 어차피 제자가 되면 배우겠지만 식신을 매개체에 담을 수 있는 방술을 알려주마.”
“…….그게 무슨 소리죠?”
“들은 그대로다. 조금은 다르지만 비슷한 예가 지금 네 손에 있지 않느냐.”
그 말에 목경운이 손에 쥐고 있는 목각 인형을 보았다.
봉(封)이라 적혀 있는 목각 인형에서는 어떠한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를 빤히 바라보던 목경운의 눈이 반짝였다.
“이런 것에는 관심이 가나보구나.”
조 방사가 이죽거렸다.
녀석이 당연히 관심을 보일 거라 생각했다.
‘그 원혼을 온전히 데리고 다니고 싶다면 당연히 필요할 테지.’
안 그러면 눈에 띄는 족족이 방사들이 식신인 줄도 모르고 제령하려 들 거다.
지금 목경운에게 필요한 건 이 방술이라 여겼다.
그리고 그 예상은 들어맞았다.
‘식신의 기운을 숨길 수 있다라……’
그렇지 않아도 이런 방법을 강구하던 목경운이었다.
앞서 목숨을 들먹인 것보다 마음에 드는 제안이기는 했다.
뛰어난 방사나 명도왕 같은 대단한 고수들이 있으면 청령이나 마승을 가까이에 둘 수가 없었다.
이렇게 흥미를 보이는 목경운에게 조 방사가 말했다.
“어떠냐? 이제 내 제자가 될 생각이 드느냐?”
“제자가 되면 방금 이야기한 그것을 배울 수 있는 겁니까?”
“물론.”
이에 목경운은 말했다.
“하면 먼저 그 술법을 알려주시죠. 그럼 제자가 되겠습니다.”
“먼저 알려달라? 하하하하하핫. 알려주는 것이야 무엇이 어렵겠느냐. 하나 그걸 알고 싶다면 네가 먼저 맹세해야 한다.”
그리 호락호락하게 넘어갈 리가 없었다.
당연히 넘어가지 않을 거라 여겼기에 목경운은 살짝 입맛을 다셨다.
그러는 그에게 조 방사가 허리춤에서 또 다른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작은 쇠사슬 고리였다.
“받아라.”
-휙!
-챙그랑!
이를 받아든 목경운이 의아해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그걸 손목에 차고서 이리 말해라. 나 목경운은 조의공의 제자가 되어 그의 뜻을 받들겠다.”
“……..”
그 말에 목경운의 눈에 의구심이 서렸다.
“이 쇠사슬을 차고서 말입니까?”
“그래.”
“……..그냥 시키시는 건 아닌 것 같군요.”
“당연한 게 아니냐. 거의 볼모나 다름없는데도 도망치려한 녀석을 내가 어찌 믿고 그냥 제자로 삼는다는 말이더냐.”
“그럼 그 맹세를 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 물음에 조 방사, 아니 방사 조의공이 웃으며 답했다.
“제약이 걸린다.”
“제약?”
“그 맹세를 하게 되면 너는 내게 어떤 식으로든 해를 끼칠 수 없게 된다. 그것은 거의 절대적이지.”
‘물론 내가 내리는 명에 의무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게 되지.’
방사 조의공은 마음에 드는 자를 제자로 받을 때 이 주언(主言)의 사슬을 넘겼다.
주언의 사슬을 통해 스스로를 걸고 맹세를 하게 되면 자신의 명에는 절대로 거부할 수 없게 된다.
하나 이걸 얘기한다면 저놈이 쉽게 따를 리가 없기에 말하지 않았다.
‘어찌 나올 테냐?’
한데 워낙 의심이 많은 녀석이라 쉽게 맹세할지는 모르겠다.
그러고 있는데 목경운이 쇠사슬을 차고서 입을 열었다.
“약조 지키시기 바랍니다. 나 목경운은 조의공의 제자가 되어 그의 뜻을 받들겠다.”
그 말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쇠사슬 미묘하게 찰랑거리며 떨렸다.
이를 본 조의공이 입 꼬리를 올리며 흡족해했다.
‘이로써 가지게 되었다.’
원하는 것은 무조건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그였다.
조의공이 품속에서 소가죽으로 접혀 있는 무언가를 꺼냈다.
“받아라.”
-휙! 탁!
목경운이 한 손으로 그것을 낚아챘다.
그것에 이리 적혀 있었다.
[시문비서(屍問秘書)]“이게 뭡니까?”
“이 사부가 만든 방술이다. 천지회로 돌아가는 동안 전부 외우고 반납하거라.”
“……..약조는 지키지 않는 겁니까?”
“그럴 리가 있겠느냐. 그 안에 네가 원하는 방술도 있다.”
“감사합니다.”
“사부님이라고 하거라.”
“감사합니다. 사부님.”
사부라는 말에 흡족한 표정을 짓던 방사 조의공이 기대던 바윗돌에서 내려와 지팡이를 짚고서 어딘가로 걸어갔다.
이에 목경운이 말했다.
“걸어놓은 술법은 안 풀어주십니까?”
그걸 해지 하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걸을 수가 없었다.
이 물음에 방사 조의공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한 시진 가량을 주마.”
“네?”
“방술을 해지할 수 있는 방안도 그 안에 있으니 잘 찾아보거라. 그 안에 찾아서 돌아오지 못한다면 꽤 곤욕스러운 일이 벌어질 게다. 하하하하핫.”
그 말과 함께 방사 조의공이 동남쪽 방향의 숲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이에 목경운이 옅은 코웃음을 쳤다.
벌써부터 자신을 가르치려드려는 건가.
‘재밌네.’
방식이야 어떤 식이든 상관없었다.
빼먹을 만큼만 빼먹으면 그만이니까.
-스르르륵!
그러고 있는데 얼마 있지 않아 누군가가 하늘 위에서 사뿐히 내려왔다.
그녀는 다름 아닌 청령이었다.
-이제야 방사가 네 곁에서 벗어났구나.
그런 그녀를 목경운이 의구심이 찬 눈으로 바라보았다.
“가짜는 아니겠죠?”
-가짜? 무슨 시답잖은 소리더냐? 그보다 방술에 걸려들어서 혼자 제자리 뛰기 하는 꼴이 우습더구나. 좀 더 하지 그랬더냐.
“진짜군요.”
-……..무슨 근거에서 진짜라고 확신하는 게야?
“뭐……그런 게 있습니다.”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목경운에게 청령이 물었다.
-한데 중생 네놈답지 않게 왜 그런 짓을 한 거냐?
“무슨 짓이요?”
-그 사슬에 꽤 강한 주력이 담긴 것 같은데 왜 그런 맹세를 했냐 물은 거다.
“이걸 얻으려고요.”
목경운이 그녀에게 시문비서를 흔들었다.
그러자 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네놈이 그딴 걸 얻으려고 그런 짓을 했다고? 한순간에 멍청해진 거냐? 아니면 그 주박에서 벗어날 자신이 있어서 그런 거냐?
“벗어나고 자시고 할 필요도 없어요.”
-뭐?
목경운이 아무렇지 않게 팔에 끼고 있던 쇠사슬을 빼냈다.
이에 그녀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원래 그렇게 쉽게 빠지는 거냐?
“아뇨. 애초에 주언이라는 게 스스로의 이름을 걸고 해야 하는 맹세인걸요.”
-하!
그 말에 청령이 이제야 목경운이 왜 그런 맹세를 했는지 알았다.
애초에 목경운은 진짜 이름이 아니었다.
당연히 주언이 성립되어 주박이 걸릴 리가 만무했다.
‘그러면 그렇지.’
이 약은 녀석이 방술을 배우고자 손해보는 짓을 할 리가 없었다.
-하면 원하는 것도 얻었겠다 또 도망을 시도할 거냐?
“…….그럴까 했는데 고민이 되네요.”
-바뀌어?
“네. 등잔 밑으로 들어가는 것이 나을까 하고요.”
그곳이 위험부담이 크긴 해도 어찌 보면 가장 어두운 곳이었다.
이런 목경운의 말에 청령이 묘한 눈빛을 보였다.
이에 목경운이 물었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가 보군요. 그렇지 않아도 저도 묻고 싶은게 있었거든요.”
-할 말이 있는 것 같다고 해놓고 물을 게 있다는 건 무슨 궤변이냐?
“먼저 묻고 싶다는 거죠.”
-무엇이 말이더냐?
“어째서 그들이 파사팔식이 아니라 청령이 보여준 그 검 초식을 보고서 진짜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렇지 않아도 그게 묻고 싶었다.
이런 목경운의 말에 청령이 입을 다물었다.
-………
“알려주기 싫으신 건가요?”
-후우.
그녀가 말없이 곰방대를 빨고는 연기를 내뱉었다.
보통 이런 반응을 보이면 알려줄 마음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목경운이 어깨를 으쓱했다.
“뭐 그렇다면 별 수 없죠.”
-………
“저는 일단 이걸 좀 봐야겠어요. 그래야 마승도 그렇고 청령도 제 곁에……”
-너 정말로 거기에 갈 거냐?
“네?”
-천지회 말이다.
다소 진지해보이는 그녀의 물음에 목경운은 지붕 위에서의 눈빛이 떠올랐다.
핏빛 눈빛이 마치 모든 것을 피로 물들게 만들 것만 같았었다.
한데 지금도 그 분노가 살짝 드러난다.
“상황에 따라서는요.”
-……..참으로 공교롭구나.
“뭐가 말이죠?”
-상황이란 게 말이야.
“흐음. 무슨 말씀을 하고 싶은 거죠?”
이런 목경운의 물음에 청령이 연기를 입으로 길게 내뱉고서 목경운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만약 정말로 그곳에 갈 거라면 본좌의 제자가 되어라.
“……..음.”
목경운이 머리를 긁적였다.
오늘따라 제자가 되라는 말을 참 여기저기서 듣는 것 같다.
심지어 청령에게마저 듣게 되다니 말이다.
“어……무슨 연유에서 그러시는지 모르겠지만 굳이 저희 사이에 제자니 뭐니……”
-무게가 다르다.
“네?”
-본좌의 제자가 된다는 건 중생 네가 월(月)의 업을 지고서 피의 숙청을 해야 한다는 걸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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