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57)
16화 시혈곡(尸血谷) (2)
천지회(天地會).
본관으로 향하는 담장으로 둘러싸인 길목을 나란히 걷은 두 사람이 있었다.
천지회 여덟 간부 중 한 사람이자 오왕(五王)의 일인인 명도왕 손윤과 방사 조의공이었다.
걸어가면서 조의공이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내가 제자로 받았다고 부회주께 얘기해주질 그랬나.”
이런 그의 말에 명도왕 손윤이 혀를 차며 답했다.
“얘기해도 소용없다.”
“어째서인가?”
“회주가 한 번 내린 명을 철회하는 걸 본 적 있나?”
“……….”
이 말에 방사 조의공이 입술을 떼지 못했다.
손윤의 말처럼 회주는 한 번 내린 명을 거두는 법이 없었고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엄벌을 내릴 때도 있었다.
그런 걸 감안한다면 설득이 될 리가 만무했다.
“허참……겨우 쓸 만한 녀석을 찾았다 싶었는데.”
“쓸 만하다 일까.”
그 저주받은 비급서를 처음으로 읽어냈다.
그걸 읽기 위해 시도했다가 얼마나 많은 자들이 죽었던가.
게다가 100년 전에 끊겼던 월맥의 검결을 익혔는데 그런 녀석을 얼굴조차 보지 않고서 시혈곡으로 보냈다.
이건 아무리 회주라고 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처사였다.
각 파에서 그럭저럭 쓸 만한 녀석들을 차출해서 보내는데도 거의 8할 혹은 9할이 죽어나가는 곳이 시혈곡이다.
괜히 주검과 피를 의미하는 이름을 붙인 게 아니었다.
“내 일단은 곡주께 아뢰어 달라고라도 부탁해봐야 겠네. 그 아까운 녀석을 이대로 죽게 내버려둘 수 없네.”
이 말에 손윤이 이채가 띤 눈으로 조의공을 바라보았다.
어지간히 마음에 들지 않고는 이리 나올 리가 없었다.
자신 역시도 녀석이 아깝기는 했다.
적당히 설득해서 아군으로 삼거나 혹은 머릿속에서 검결을 빼내서 다시 월맥을 부활시켜도 좋을 텐데 왜 그러지 않는 걸까?
굳이 최악의 선별 과정이라 할 수 있는 시혈곡에 보내……
‘설마?’
명도왕 손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설마 시혈곡으로 보낸 이유가 그런 것인가?
‘시험해보려는 건가?’
* * *
시혈곡(尸血谷).
“정해진 시각은 이각. 계곡 물 안에 있는 이것과 비슷하게 생긴 쇠구슬이 있다. 이걸 찾아서 이 대향로 앞으로 와라. 찾지 못한 자는 죽는다.”
-웅성웅성!
악귀 가면을 쓴 자의 말에 소년들이 술렁였다.
지금은 한밤중이었다.
곳곳에 붉은 혁대를 하고 있는 무사들이 횃불을 들고 있다고는 하나 계곡물 안이 제대로 보일 리가 만무했다.
수많은 자갈들이 가득한 이 어두운 곳에서 저 작은 쇠구슬을 찾으라니?
그야말로 모래사장 속 바늘 찾기다.
그때 선두 열에 서있던 한 17세 정도로 보이는 소년이 손을 들며 말했다.
“고작 쇠구슬 하나를 찾지 못한다고 죽이는 건 너무한 처사가 아닙니까? 여기 있는 모두가 각 파에서 차출되어 온 자들인데 그건 아무리 그래도….”
“하기 싫나?”
악귀 가면이 말을 자르고서 물었다.
이에 소년이 긴장한 얼굴로 망설이다 이내 말했다.
“쇠구슬을 찾고 못 찾는 걸로 선별 과정은 아닌 것 같….”
-딱! 퍽!
“컥!”
그 순간 미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년의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
이를 본 그의 옆에 있는 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소년의 미간에 쇠구슬이 깊게 박혀 있었는데, 이것 때문에 그대로 즉사한 듯 했다.
당황해하는데 악귀 가면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시키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포기하는 자도 죽는다.”
술렁이던 소리가 일순간에 침묵으로 변했다.
누군가 한 명이 목숨을 잃게 되니 현실을 자각한 모두였다.
‘이런 미친.’
목유천이 속으로 욕했다.
갑자기 이딴 걸 시키는 것도 어이없었지만 쇠구슬을 찾지 못하면 죽는다니?
자신은 가문을 위해서 볼모로 온 몸이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에게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
‘기문(氣門)만 막지 않았다면…..’
그나마 안력에 집중하면 찾기 수월할지도 몰랐다.
한데 내공이 금제되어 있기에 이건 그야말로 사서 고생을 하는 행위였다.
그러고 있는데 악귀 가면이 말했다.
“참고로 계곡 안에 쇠구슬은 여기 있는 숫자만큼 있지 않다. 하니 서두르는 게 좋을 거다.”
‘!?’
쇠구슬이 여기 숫자만큼 없다고?
모두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다는 건 이 중에 일부는 무조건 죽는다는 말과 다름없지 않은가.
“향초가 다 타는 순간 이각이다. 불을 붙여라.”
악귀 가면의 명에 커다란 향로 옆에서 대기하던 붉은 혁대의 무사들 중 한 명이 향초 하나에 불을 붙였다.
-치이이이!
그러자 웅성거리며 어쩔 줄 몰라하던 소년들이 일제히 계곡을 향해 우르르 뛰었다.
팔백여 명이 한 번에 달리니 한순간 땅이 울릴 지경이었다.
모두가 기문이 막혔는지 누구 하나 경공을 펼치는 이가 없었다.
일단은 공평한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빌어먹을!”
이 광경에 목유천이 목경운을 노려보다 이내 다른 소년들처럼 달렸다.
-첨벙! 첨벙!
지금 상황에서는 별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일단 쇠구슬을 찾아야 했다.
그렇지 않는다면 죽는다.
다른 녀석들을 따라서 계곡으로 들어온 목유천이 아래를 쳐다보았다.
‘젠장……’
이걸 무슨 수로 찾지?
어두웠다.
아니 물결도 겨우 보일 정도였고 물 안에는 무엇이 있는지도 보이지 않았다.
육안으로 찾아내는 건 불가능했다.
-파파파파파팍!
“으윽! 대체 어딨는 거야?”
“으아아아아!”
여기저기서 소년들의 짜증이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 역시도 물 속이 보이지 않았기에 손을 집어넣어서 계곡 물 속의 자갈을 파헤치며 찾는 모양이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으으으!”
“소, 손이…..”
손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마구 돌멩이를 뒤집다가 손톱이 부러지는 녀석들도 더러 있었다.
내공으로 손을 보호한다면 그나마 이런 일이 드물겠지만 맨손으로는 다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촤르르르르!
목유천 역시도 손가락이 날카로운 돌멩이와 자갈에 긁혀서 아팠다.
하지만 별 도리가 없었다.
손을 쓰는 것 외에는 쇠구슬을 찾을 길이 없었다.
이러다 일 각 내 찾지 못하면 어떡하지?
-쿵쿵!
마음이 조급해지니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이런 긴장감은 살면서 처음 겪었다.
그러다 고개를 힐끔 돌린 목유천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 자식 뭐하는 거야?’
모두가 계곡 물에 뛰어들어 찾기 바빴다.
한데 목경운 저놈은 팔짱을 낀 채 구경하고 있었다.
마치 남 일이라는 것처럼 굴고 있었다.
‘미친 새끼.’
차라리 계곡 안에 들어와서 뭐가 있는지 살피는 것도 아니고 저기서 뭘 하는 짓이지?
죽고 싶어 환장이라도 한 건가?
어이가 없어하던 목유천이 이내 시선을 돌렸다.
배다른 형제고 뭐고 간에 지금 자신 몫의 쇠구슬을 찾지 못한다면 죽는다.
-파파파파파팍!
이렇게 모두가 계곡 물을 미친 듯이 뒤지는 사이 벌써 향초가 절반 가까이 타들어갔다.
일각이 거의 다 된 것이다.
이제 남은 시각은 절반에 불과했다.
그때였다.
“꺼라.”
외침 소리와 함께 계곡물 사이사이에서 횃불을 들고 있던 붉은 혁대의 무사들이 계곡물 속에 불을 집어넣어 꺼버렸다.
안 그래도 어두웠는데 물 위에 있던 횃불이 꺼지자 주변의 사람들조차 확인하기 어려워졌다.
“빌어먹을!”
“어떻게 찾으라는 거야?”
여기저기서 불평불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렇게 악을 지르면서도 물속에서 손은 빼지 않았다.
찾지 않으면 목숨을 잃게 될 터이니 말이다.
“곡주. 이번에는 절반 이상이 솎아내질 지도 모르겠는데요.”
악귀 가면의 옆에 있던 중년의 무사가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 각이 다되도록 아무도 못 찾았다.
지금까지는 일관문에서 일 각이면 한두 명 정도는 쇠구슬을 찾아내는 이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없었다.
“그 정도 악바리는 없나보군.”
곡주라 불린 악귀 가면도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역대 급으로 적은 인원이 선별될지도 몰랐다.
지금쯤 한두 명 정도가 쇠구슬을 찾아서 가지고 와야 나머지도 조급해져서 더욱 미친 듯이 감각에 집중할 것이다.
이건 오감과 생존 감각을 자극하는 관문이었다.
고작 여기서 탈락하는 자들은 살아남을 가치가 없는 것들이었다.
‘비경문과 주살곡, 모화방에서 인재들을 보냈다고 하더니 생각한 것보다 쭉정이에 불과한 것들이었나?’
하고 있을 때였다.
“찾았다!”
드디어 이번 기수들 중에 처음으로 쇠구슬을 찾은 자가 나왔다.
18세의 소년이었는데 쇠구슬을 들고 있는 손이 피투성이가 되어서 엉망이 되었지만 얼마나 기뻤는지 해맑게 웃고 있었다.
이런 소년의 모습에 주변에 있던 이들이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다 이내 시간이 없다는 것을 인지했는지 그들은 더욱 물속의 자갈을 뒤졌다.
-첨벙! 첨벙!
“헉헉……”
다소 지쳤는지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쇠구슬을 찾은 소년이 물 밖을 향해 걸어갔다.
‘됐어. 됐어.’
이런 행운이 따르다니.
살아남는 것도 그렇지만 자신이 가장 먼저 이것을 찾아냈다.
이걸로 얼굴 도장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좋아하고 있는 찰나였다.
-첨벙첨벙!
뒤에서 뭔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에 뒤를 쳐다보니 한 우락부락한 인상의 소년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내놔!”
너무도 당당히 노렸다.
물 밖으로 나가기 전에 빼앗으려는 모양이었다.
이런 놈이 한 명쯤은 있을 것 같았다.
‘빌어먹을!’
소년은 지쳤지만 미친 듯이 뛰었다.
물 밖을 빠져나왔는데도 우락부락한 인상의 소년이 포기할 생각이 없는지 달려오며 소리쳤다.
“너 이 새끼! 잡히면 피떡으로 만들어버린다!”
-파파파파팍!
덩치도 큰 놈이 너무 빨랐다.
거리 차를 이만큼이나 줄일 줄 몰랐다.
정말로 잡히면 기껏 힘들게 찾은 쇠구슬을 저 녀석에게 빼앗기게 될 것이다.
소년은 힐끔 돌렸던 고개를 다시 돌리며 있는 힘을 짜내서 달리려고 했다.
그런데,
‘!?’
뭐야?
언제 이 녀석이 앞에 있던 거지?
계곡 안에 들어오지 않은 녀석도 있었던 건가?
당황한 소년이 방향을 틀려고 하는데,
-팍!
그 순간 앞 방향에 있던 소년이 엄청난 속도로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얼마나 빨랐는지 방향을 틀기도 전에 붙잡혀 버렸다.
‘이런 개 같은!’
내공도 금제 당했을 텐데 뭐 이렇게 빠르단 말인가?
말 그대로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앞뒤로 적이라니.
상황이 다급해지자 소년은 의외의 선택을 했다.
‘네까짓 놈들한테 이걸 빼앗길 것 같아?’
소년은 그 자리에서 들고 있던 쇠구슬을 입에 집어넣고서 꿀꺽 삼켜버렸다.
뒤에서 이를 본 우락부락한 소년이 얼마나 짜증이 났는지 소리를 질렀다.
“이 개자식!”
이러면 빼앗을 수가 없지 않은가.
소년이 이죽거리며 웃었다.
그런데,
“참 귀찮게 하네요.”
-팍!
“엇?”
소년의 머리가 두 손에 잡혔다.
그러더니,
-우드득!
그 순간 목이 그대로 꺾여버렸다.
목이 꺾인 소년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절명하고 말았다.
‘!?’
바로 다섯 보 뒤까지 쫓아온 우락부락한 인상의 소년이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자신 또한 쇠구슬을 빼앗을 작정이기는 했어도 눈앞의 소년을 죽일 거라는 마음을 먹진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
한데 더욱 경악할 일이 벌어졌는데,
-콰직!
‘!!!!!!!!’
소년을 죽인 것도 모자라 소년의 목울대를 맨손으로 그대로 뜯어내버렸다.
그리고는 손을 목 아래쪽으로 억지로 집어넣더니,
-우그그극! 파악!
죽은 소년이 집어삼킨 쇠구슬을 빼냈다.
피로 젖은 손과 쇠구슬.
-뚝뚝!
핏물이 바닥을 적셨다.
‘이…..이런 미친……’
이걸 보는 순간 우락부락한 인상의 소년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뭐 이런 녀석이 있단 말인가?
당황해하고 있는데 미색의 소년, 아니 목경운이 고개를 돌리며 피로 젖은 손을 바닥에 한 번 털고서 입을 열었다.
“왜요? 가지고 싶나요?”
-오싹!
그 물음에 우락부락한 인상의 소년이 미친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놈과 눈을 마주쳤는데, 심장이 터질 것 같았고 두 다리에 힘이 풀려서 당장에라도 넘어질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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