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6)
2화 연목검장 (2)
‘이 새끼 대체…..’
숨이 막힌 것도 그랬지만 등골이 오싹했다.
입이 벌어질 만큼 웃고 있는 목경운의 눈빛은 이상하리 만큼 소름이 끼쳤다.
이제야 사형인 감 호위가 왜 그런 소리를 했는지 알 것 같다.
[쉽게 부릴 놈이 아니란 소리다.]그저 하는 말인가 싶었다.
하지만 막상 겪어보니 보통 사람과는 확연히 달랐다.
무공을 익히지도 않았는데 이 엄청난 힘도 그렇고 눈동자에 실려 있는 이 흉흉한 위압감은 자신의 마음을 곤죽처럼 짓이기고 있었다.
-꽈아악!
“끄으으.”
목을 조이는 힘이 더욱 강해져온다.
내공으로 버텼지만 더 이상은 힘들었다.
안구가 뜨거워지는 것을 보니 의식이 곧 사라질 것 같았다.
그 순간이었다.
-슥!
목을 잡고 있는 손이 느슨해졌다.
“쿨럭쿨럭!”
막혔던 호흡이 뚫리며 사레 걸렸던 것처럼 기침이 나왔다.
그런 와중에도 의아해졌다.
‘어째서?’
입이 귀에 걸릴 만큼 즐거워하던 목경운이 미소를 거두었다.
그리고는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하마터면 죽일 뻔 했네요.”
“쿨럭쿨럭….뭐어?”
“이렇게 죽이면 기껏 목경운이 된 것이 무의미해지겠죠?”
그런 목경운의 말에 고찬의 눈빛이 흔들렸다.
뭔가 자신을 가지고 노는 기분이다.
이놈 대체 뭐지?
노기가 치솟은 고찬이 입술을 파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
“……뒷감당할 자신은 있어서 이런 짓을 벌인 거냐?”
“뒷감당이요?”
“해독제가 없으면 네놈은 죽는다. 그것도 아주 고통스럽게 말이다.”
고찬은 목경운이 복용한 독을 들먹였다.
아마도 이 가짜 녀석 역시도 그것을 알기에 도중에 손을 멈췄을 거라 여겼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자신도 이 녀석의 께름칙한 면을 보았다.
사형의 말대로 이 녀석은 절대 통제할 수 없는 녀석이었다.
닷새 후에 어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줄을 갈아타게 된다면 어떤 식으로든 죽이는 편이 나았다.
‘가만히 놔두면 분명 뒤통수를 맞는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에는 칼자루를 쥔 것은 이 녀석이니 자신의 처지를 깨닫게 해야 했다.
고찬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감 호위가 알게 되면 네 녀석을 가만 두지 않을 거다.”
“아마도 그렇겠지요?”
“……..하나 이번 일은 충동적으로 일어난 일이라고 쳐주마.”
“그게 무슨 의미죠?”
“갇혀 지내는 것이 답답해서 벌인 걸로 간주해줄 테니 지금이라도 방으로 들어가란 소리다.”
“방에 들어가라고요?”
“그래. 네 발로 곱게 들어간다면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은 없었던 걸로 해주마.”
그 말에 목경운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럴 거면 애써 나오지도 않았죠.”
고찬이 인상을 찡그렸다.
이 자식은 정말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건가?
독단까지 먹어서 목숨에 저당 잡힌 녀석이 왜 이렇게 제 멋대로인 거지?
“사형, 아니 감 호위께서 알게 되면…..”
“네네. 그냥 안 넘어가겠지요.”
“그런데 지금 네놈이 여기서 버티고….”
“고찬 호위만 입 다물어준다면 아무 일도 없을 텐데요. 뭘요.”
“뭐야?”
능청스러운 목경운의 말에 고찬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선배의 말처럼 정말 통제가 안 되는 듯 하다.
고찬이 화를 애써 누르며 말했다.
“축시 안에 중화제나 해독제를 먹지 않는다면 네 목숨도 끝이라고 했을 텐데 정신을 못차리는….”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파두, 개당귀, 복수초, 반하……”
‘!?’
목경운의 입에서 나오는 약초 아니 독초들에 고찬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것들은 전부 독단에 들어가는 풀들이었다.
“자리공, 무당버섯, 회향초. 이 정도인가요?”
‘……말도 안 돼.’
고찬의 어안이 벙벙해졌다.
하나쯤 틀릴 만도 했지만 정확했다.
독단에 들어가는 모든 독성이 들어가는 재료들을 맞혔다.
그가 이렇게 경악을 금치 못하는 이유는 단순히 재료를 맞춰서가 아니었다.
독단이라는 것은 이런 재료들을 배합하고 달이고 말려서 그 환(丸)을 만들기 때문에 맛을 본다고 해서 맞힐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네, 네놈 대체 뭐야?”
만독제(萬毒帝) 조악경이나 약선(藥仙) 문노라도 이게 가능할까?
‘평범한 사형수라고 하지 않았나?’
대체 이 놈의 진짜 정체가 뭔지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놀라워하고 있는데 목경운이 말했다.
“어릴 때부터 약초고 독초고 할 것 없이 먹었거든요. 달여서도 먹어보고 말려서도 먹어보고.”
“뭐? 독초를 먹어?”
“약초꾼이라면 능히 그 효능을 알아야 한다고 했거든요.”
‘…….꼭 그런 이유만도 아니지만.’
다른 이유도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상관없었다.
어쨌거나 목경운은 민감할 정도로 약초들을 구분할 줄 알았다.
아니 자신이 직접 맛보았던 것이나 조금이라도 향을 맡았던 것이라면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의 할아버지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약초꾼이라고?”
“아 몰랐었나요? 저 원래 약초 캐면서 살았거든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한낱 약초꾼이 어떻게 독단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맛본 것만으로 맞출 수 있단 말이느냐?”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당황해하는 걸 보니, 맞기는 맞나보네요.”
당황해하는 그에게 목경운이 다가왔다.
갑작스럽게 거리를 좁혀오자 고찬이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뒤로 옮겼다.
고찬이 다급히 말했다.
“네, 네놈이 설령 그걸 알았다고 해서 어찌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독단보다도 해독제를 만드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다.”
여차하면 경공을 펼치기 위해 용천혈에 내공을 모았다.
이 녀석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기에 대비를 해야 했다.
‘보통 사람보다 힘이 강하다고 해도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 그렇다면 경신법을 펼친다면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정면으로 붙지만 않으면 된다고 여겼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우지직!
목경운이 발을 내딛는 순간 마루의 목판이 우그러졌다.
엄청난 다리 힘이었다.
‘이런!’
흡사 범이 돌진해오듯이 순식간에 목경운이 그의 앞으로 파고들었다.
뒤로 몸을 날렸지만 소용없었다.
거리를 확보하기에는 목경운의 속도가 너무 빨랐다.
-팟!
목경운의 손이 앞으로 뻗어왔다.
당연히 목이나 머리 쪽을 노릴 거라고 여긴 그는 두 팔을 교차하며 방어하려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파파파파팍!
“으헉!”
목경운의 손가락이 그의 가슴 쪽을 타혈했다.
고찬의 두 눈이 커졌다.
분명 이 녀석은 무공을 전혀 할 줄 모른다고 알고 있었다.
실제로 내공을 익힌 흔적도 없었기에 그런 줄만 알았는데, 지금 타혈한 부위들은 몸을 굳게 만드는 마혈(痲穴)과 말을 못하게 하는 아혈(啞穴)이었다.
‘설마 거짓이었단 말인가?’
정확하게 타혈했다.
혈도가 점해진 이상 움직이지도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가슴이 욱씬거리며 몸이 삐걱거리는 느낌을 받았지만 움직여졌다.
“이게 무슨….”
영문을 알 수 없어 하는데 목경운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이렇게가 아니었나?”
“뭐?”
“감 호위가 했던 걸 따라해 봤는데 역시 안 되네요. 이렇게 하면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말을 하지도 못했던 것 같은데.”
‘!?’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목경운.
그의 말에 고찬은 황당함을 넘어서 기가 찼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본인이 당했던 것을 그대로 행했다는 것이 아닌가.
‘본걸 그대로 따라했다고?’
아무 것도 몰랐다면 배운 줄 알았을 것이다.
그것도 수십 번을 연습해서 행했다고 여겼을 지도 몰랐다.
거의 정확하게 혈도를 타혈했기 때문이었다.
‘이놈 대체?’
만약 내공이 있었다면 혈도가 점해졌을 것이다.
그저 힘으로 무식하게 찔러댔기에 잠시 몸이 경직되는 정도로 끝났다.
놀라서 잠시 어처구니가 없어하던 찰나였다.
-콱!
“켁!”
방심한 사이에 목경운이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
서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발길질로 고환을 차버리려고 했는데,
-우득!
목이 살짝 비틀렸다.
여기서 조금만 더 힘을 주면 그대로 꺾여버린다.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고찬은 그 상태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다.
“…….그, 그만둬라. 네놈 해독제를 받고 싶지 않은…..”
“아아, 그거 말이죠. 감 호위한테는 아직까지 비밀이긴 한데…..사실 그거 필요없어요.”
“뭐?”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해독제가 필요없다니?
영문을 몰라하는데 목경운이 웃으며 말했다.
“어릴 적부터 어지간한 독초는 하도 많이 먹어서 내성이 생겼거든요.”
“내, 내성?”
“뭐 먹을 당시에 속이 쓰라리기는 한데, 감 호위가 줬던 그런 어설픈 배합으로는 기별도 안가긴 해요.”
‘어설픈 배합?’
고찬은 기가 찼다.
회(會)에서도 아직 쓰이는 독단이 어설프다니?
이건 일류 내가(內家) 고수도 당하기만 한다면 보름 동안 운기조식을 해가며 정양해도 쉽게 해독할 수 없을 만큼 그 독성이 강한 독단이었다.
‘대체 이놈 뭐야?’
다른 자가 말했다면 헛소리라 치부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녀석의 말을 부정하기 힘들었다.
그때 목경운이 이상한 짓을 했다.
-까득!
갑자기 자신의 검지손을 깨무는 것이 아닌가.
왜 그러는지 알 수 없어하는데, 녀석이 갑자기 깨물어서 피가 흐르는 손가락을 갑자기 자신의 입가로 가져왔다.
“지, 지금 뭘 하려는 읍!”
거부할 수 없었다.
목경운의 손가락이 그의 입안으로 파고들었다.
핏방울이 그의 혀를 적시며 목구멍으로 타고 들어왔다.
불안한 마음에 삼키지 않으려고 했지만 목을 움켜쥐고 있는 통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피를 삼키고 얼마 있지 않자,
“컥!”
가슴이 뜨거워졌다.
타는 듯한 고통이 갑자기 그의 몸을 잠식했다.
목경운이 움켜잡고 있던 손을 놓았는데도 그 통증이 어찌나 강했는지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것만 같았다.
“끄으으으으!”
‘도, 독?’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독이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통증을 유발할 리가 없었다.
고찬이 다급히 운기조식을 하려 했는데, 정좌를 취하려는 그의 몸을 목경운이 걷어찼다.
“끄윽!”
덕분에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괴로워하는데 목경운이 무릎을 굽히며 말했다.
“할아버지께서 저한테 하지 말라고 당부했던 게 몇 가지 있어요. 그 중 하나가 이건데요. 제가 독초를 많이 먹어서 내성이 생긴 것도 생긴 거지만 피에 독성도 띠고 있다고 하더군요.”
“뭐?”
“키우던 개가 어쩌다가 제 피를 핥더니 발작을 하더군요. 피를 토하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너…..너……”
뒤틀리는 고통에 뭐라 말도 안 나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목경운은 키득거리며 자신을 쳐다보았다.
-슥!
괴로워하는데 목경운이 그의 턱을 잡고서 들어올렸다.
그리고 타이르듯이 말했다.
“괜찮아요. 할아버지께서 어떻게 어떻게 하니까 호전되더라고요.”
“끄으으으으!”
고찬이 그의 무릎을 붙들었다.
말이 나오지 않아 애원하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목경운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부터 많이 도와주실 거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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