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61)
17화 깃발 (2)
-우드득! 털썩!
‘!!!!!!’
목이 꺾여 죽은 소화의 모습에 조원들이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모두가 그녀를 구심점으로 모였기에 이 죽음은 더욱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 중에 한 소년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이, 이 미친 새끼가 무슨 짓이야?”
누구 하나 이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었다.
그녀를 믿고서 녀석을 어떻게든 이용하다 버려야겠다고만 여겼던 이들이었다.
아직까지 체력이 남아있었고 두 눈 뜨고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바로 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목경운이 입 꼬리가 실룩거리며 말했다.
“즐거운 식사 시간이라고 해야 할까요.”
“무슨 개소리야!”
다른 한 소년도 이내 정신을 차렸는지 목경운의 말을 받아쳤다.
그리고는 다른 소년들을 향해 눈짓을 하자,
-우르르르!
그들 여섯이 목경운을 둥글게 포위했다.
이 모습에 목경운이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다 입을 열었다.
“의외네요.”
“뭐?”
“여왕벌을 따르는 벌떼 같아서 우왕좌왕 할 줄 알았는데.”
‘!?’
이런 목경운의 말에 소년들의 인상이 무섭게 구겨졌다.
자신들을 홍일점인 소화에게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멍청이들로 표현했는데 이를 못 알아들을 바보가 어딨겠는가.
“개자식 죽여버리….”
“흥분하지마!”
한 소년이 외쳤다.
그리고는 목경운을 향해 권각술의 기수식을 취하며 말했다.
“흥분해서 녀석의 수작에 넘어가지마. 소화가 죽었어도 유리한 건 우리야.”
“네 말이 맞다. 하마터면 녀석에게 넘어갈 뻔 했어.”
흥분해서 한 명씩 덤비면 도리어 각개 격파 당할 수도 있었다.
내공이 금제된 것은 같은 조건이지만 녀석이 이런 짓거리를 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자신들을 상대할 자신이 있어서일 거다.
“함께 협공으로 제압한다. 그리고 소화를 죽인 대가로 고통스럽게 죽이자.”
“좋아!”
목경운이 피식하고 웃었다.
“우정놀음이란.”
-팍!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목경운이 바닥을 박찼다.
흙이 무릎 높이까지 치솟으며 목경운의 신형이 일순간 정면에 있는 소년의 코앞까지 도달했다.
‘무, 무슨?’
당황한 소년이 밀어차기로 목경운을 견제하려 했다.
그러나,
-꽉! 파악!
한 손으로 소년의 발목을 낚아챈 목경운이 그대로 녀석의 발목을 잡아당겼다.
그 순간 균형이 무너지며 소년의 몸이 뒤로 젖혀졌다.
“흐헉!”
힘이 세다고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건 예상 이상이었다.
발목을 잡아당긴 목경운은 그대로 소년의 몸을 바로 옆에 있던 다른 소년을 향해 휘둘러버렸다.
-휘익!
‘이런!’
놀란 소년이 황급히 몸을 숙이며 이를 피했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원심력을 이용해서 한 바퀴 돌아버리더니 이번에는 하단으로 돌아,
-쿵!
“억!”
피하지 못하게 발목을 잡은 소년의 머리통으로 엎드렸던 소년의 머리통을 맞춰버렸다.
두 머리가 어찌나 세게 부딪쳤던지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두 소년 모두가 골이 부서진 모양이었다.
‘이 새끼 대체 뭐야?’
순식간에 둘이 당해버렸다.
내공도 못쓰는데 무슨 힘이 이리도 세단 말인가?
“도, 동시에 공격해!”
한 소년이 소리치자 두 명의 소년이 목경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한 명은 안면을 향해 발차기를 날리고, 또 한 명은 바로 맞은편에서 바닥으로 미끄러지며 목경운의 발목을 노렸다.
이렇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균형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라고 여기는데,
-팍! 파르르르르!
목경운이 찰나에 그대로 발을 박차며 허공에서 몸을 팽이처럼 회전시켜 피하더니,
-휙! 퍽!
“으극!”
미끄러진 소년의 정수리를 발등으로 내려찍어버렸다.
-쿵!
바닥에 턱을 박은 소년의 눈이 뒤집히며 정신을 잃고 말았다.
“개자식!”
순간 놀랐지만 이 틈을 놓치지 않고서 안면을 노렸던 소년이 목경운을 넘어뜨리기 위해 몸을 지탱하고 있던 왼쪽 다리를 발로 걷어찼다.
그런데,
-퍽!
“악!”
소년이 발목을 붙잡고서 비틀거렸다.
분명 걷어찬 것은 자신이었는데 오히려 발목이 부러질 것처럼 아팠다.
‘이, 이게 대체?’
“뭐 하는 거야!”
비틀거리는 소년의 모습에 어처구니 없어하던 한 소년이 목경운에게 달려가 머리를 날카로운 돌로 찍어버리려 했다.
그러나 그러기도 전에 목경운이 녀석의 발목을 걷어찼다.
-퍽!
“악!”
발목이 걷어차인 소년의 다리가 위로 솟구치며 그대로 몸이 반대편으로 기울며 넘어지고 말았다.
-쿵!
그 찰나에 목경운이 소년의 목을 밟아버렸다.
-우득!
목이 꺾여버린 소년이 그대로 절명했다.
이 광경을 본 비틀거리던 소년과 유일하게 공격을 하지 못했던 소년 둘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순식간에 네 명이 당해버렸다.
비록 내공이 금제되었다고 하나 자신들도 무공을 배웠고 숫적으로 우위였기에 어떻게든 제압은 가능하리라 여겼었다.
한데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이런 미친……’
이놈은 순수한 힘만으로도 이류 수준에 버금갔다.
그제야 이들은 후회의 감정이 들었다.
소화가 녀석을 끌어들이자고 했을 때 어떻게든 말렸어야 했다.
괜한 것을 건드리고 말았다.
“으아아아아!”
그 순간 유일하게 공격하지 않았던 소년이 도주를 선택했다.
도저히 저 괴물 같은 놈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다섯이 덤볐는데도 안 되는 걸 자신 혼자서 무슨 수로 감당한단 말인가.
‘개색….’
발목이 접질린 소년이 도망치는 소년의 모습에 속으로 욕했다.
하나 욕은 했어도 이해는 갔다.
지금은 도망치는 것이 옳은 선택…..
-슥!
그 순간 발목이 접질린 소년의 눈이 커졌다.
“헉!”
-쿵!
도망치려고 달리던 소년의 발목이 뒤로 들리며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대체 뭐지하고 있는데 목경운이 넘어진 소년을 향해 손을 내밀고서 당기는 시늉을 하는 것이 보였다.
그러자,
-파악!
그 순간 소년의 다리, 아니 몸이 뒤로 끌려오는 것이 아닌가.
‘!!!!!!’
믿을 수가 없는 광경이었다.
‘느, 능공섭물?’
능공섭물(凌空攝物).
그것은 심후한 내가고수가 진기로 사물이나 원하는 것을 끌어당기는 수법이다.
초절정의 극에 이른 고수나 가능할 법한 것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을 보자 소년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 돼.’
이게 어찌 된 영문이란 말인가?
이걸 하는 것도 그렇지만 분명 내공이 금제되어있을 텐데?
당황하고 있던 찰나였다.
“아, 안돼에에에에!”
-촤르르르르르르!
넘어진 소년이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바닥을 붙들었는데, 긴 손톱자국을 남기며 끌려오고 말았다.
그런 소년의 발목이 뻗고 있는 목경운의 손에 붙잡혔다.
-팍!
-우드득!
“끄아아아악!
발목을 잡자마자 목경운이 이를 비틀었다.
발목이 반대로 꺾인 소년이 비명을 질러댔는데, 목경운이 소년의 뒷목을 그대로 밟아버렸다.
-우드득!
비명을 지르던 소년이 그대로 숨이 끊기고 말았다.
‘아으으.’
이를 지켜보고 있던 발목이 접질린 소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정말 건들면 안 될 것을 건드렸다.
이건 괴물이라는 표현이 아니라 악귀(惡鬼)라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어찌 이런 놈이 있단 말인가?
설령 내공의 금제가 풀린다고 해도 능공섭물을 펼칠 수 있는 이 악귀 놈을 감당할 수 있을까?
-파르르르!
몸이 심하게 떨려왔다.
균형을 잡고 싶은데 다리에 힘이 풀린 나머지 넘어지고 말았다.
-쿵!
그런 그를 향해 목경운이 고개를 돌리더니 미소를 지으며 걸어왔다.
웃는 얼굴이 이리도 공포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 순간 소년의 사고는 지금 취할 수 있는 방법 중에 가장 최상의 것을 골라냈다.
-파팍!
소년이 무릎을 꿇고서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
그리고 목경운을 향해 외쳤다.
“항복! 항복하겠습니다! 뭐든지 시키는대로 하겠습니다. 노예가 되라면 될 테니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무조건 살려달라고 비는 것만이 답이라 여긴 소년이었다.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이따위 치욕은 상관없었다.
“제발 살려주….”
“쉿.”
“네?”
“조용히 하세요.”
목경운의 그 말에 소년이 불안해하면서 입을 다물고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 있는데 목경운이 숲의 어느 방향을 바라보더니 이내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쥐새끼 하나가 더 있었네요.”
‘!?’
그 말을 듣는 순간 소년은 원래 자신들의 조원이었던 한 소년을 떠올렸다.
동이 틀 무렵에 목경운을 죽이고 합류시키려 했던 소년이었다.
거리를 유지한 채 따라오라고 했는데 이를 발견한 건가?
그러고 보니 목경운이 쳐다보는 방향 쪽에서 뭔가 달리는 소리가 멀어지는 것이 들리는 듯 했다.
‘………그래. 도망쳐서 누구한테든 위험하다고 알려줘.’
이놈은 여타의 녀석들과 완전히 달랐다.
경쟁 그 이상을 넘어서 살육을 벌이고 있었다.
그때 목경운이 품속에서 목각인형 같은 것을 꺼내고서 기이한 수인을 맺으며 중얼거렸다.
“연원지세 구환도원 해(解).”
그러더니 이내 품속에 그것을 집어넣었다.
대체 뭘 한 거지?
의아해하고 있는데 목경운이 고개를 돌리며 다시 소년을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는 무릎을 구부리며 몸을 낮추고서 말했다.
“아. 방금 뭐라고 했죠?”
“사, 살려…..”
-탁!
그때 목경운이 소년의 머리를 붙잡았다.
소년이 기겁을 하며 손을 뿌리치려고 했는데,
-우드득!
그대로 목경운은 소년의 목을 꺾어버렸다.
그리고는 머리가 꺾여서 그대로 절명한 소년의 눈을 바라보며 이죽거렸다.
“쓸데없이 희망고문하지 않아서 좋죠?”
그 말과 함께 목경운이 죽은 소년의 머리통을 붙잡은 채 머릿속으로 착(着)의 식(式)의 구결을 외웠다.
즐거운 식사 시간이었다.
최대한 사기(死氣)의 손실이 적을 때 흡수해야 했다.
* * *
-타타타타탁!
‘와, 완전 미친놈이야.’
달리고 있는 소년.
소년은 방금 전에 봤던 그 광경 때문에 살이 떨려왔다.
거리를 유지한 채 떨어져 있다가 비명소리를 듣고서 놀라서 가까이 다가갔는데, 그 광경을 보고서 기겁을 했다.
깃발 근처에도 다가가지 못했는데 소화를 비롯한 조원들이 무차별적으로 살해당했다.
아니 거의 살육 수준이다.
‘악귀야. 악귀.’
게다가 정말로 내공이 금제된 것이 맞는 건가?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았다.
마지막에 그것은 아무리 봐도 진기로 끌어당기는 능공섭물로 보였다.
‘말이 돼?’
심후한 내공을 지닌 내가고수나 펼칠 만한 것을 고작 열일곱 밖에 되지도 않은 녀석이 할 수 있다고?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한데 머리가 복잡하다고는 하나 이것만은 확실했다.
‘알려야 해.’
다른 녀석들이든 이 관문을 진행하고 있는 시혈곡의 사람들이든 알려야 했다.
안그래도 위험한 놈인데 혼자만 내공이 금제 되어 있지 않다면 이건 반칙이나 다름….
-팍!
그 순간 뭔가에 부딪친 것 마냥 소년의 몸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얼떨결에 낙법을 펼치며 돌아서 자세를 잡은 소년이 놀란 눈으로 앞을 쳐다 보았다.
그런데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대체 뭐지?
‘뭐에 부딪친 거지?’
의아해하며 몸을 일으켜 세우고서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흐헉!”
소년은 기겁을 하며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이, 이게…..’
소년은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눈앞에 흐릿한 형태의 무언가가 보이는데, 그것은 해골 염주를 목에 걸고 있는 거구의 승려였다.
승려가 새하얀 눈동자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심장이 멈출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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