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64)
귀까지 걸린 미소.
누군가의 웃는 얼굴은 상대의 경계심을 풀어주기도 한다.
하나 도움을 요청하는데 저런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는 순간 소년은 께름칙함을 넘어서는 강한 악의(惡意)를 느꼈다.
-흠칫!
이에 발걸음을 멈칫하게 되었다.
그러나 다른 두 명의 소년들은 그렇지가 않았다.
“헉헉! 이봐! 도와줘! 웬 괴물 같은 늑대가 쫓아오고 있어.”
도움을 청하며 목경운을 향해 달렸다.
이에 소년이 당황해하며 외쳤다.
“자, 잠깐만 멈춰…..”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도움을 청하기 위해 달려온 소년이 바로 앞까지 도달하는 순간 목경운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 목을 잡고서 비틀어버렸다.
-우드득!
“컥!”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목이 꺾인 소년이 바닥에 쓰러졌다.
이 모습에 놀란 다른 한 명의 소년이 기겁을 하면서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힉!”
-쿵!
그런 넘어진 소년에게 목경운이 다가가려하자,
“너, 너 이 새끼 무슨 짓이야?”
불길함에 멈춰 섰던 소년이 소리쳤다.
이에 목경운이 아무렇지 않게 웃고는 가볍게 몸을 날려서 손바닥을 밀면서 뒤로 피하려고 하는 넘어진 소년의 머리를 걷어 차버렸다.
-우드득!
어찌나 세게 찼는지 머리를 맞은 소년의 머리가 뒤로 꺾여버렸다.
그 상태로 입을 벌리고 있는 게 절명한 듯 했다.
이를 본 소년이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이 미친놈은 대체……’
경쟁을 하는 관계라고 해도 지금은 깃발을 두고 싸우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런데 마주치자마자 도움을 요청하는 상대를 그냥 죽여버리다니.
뭐 이런 미친놈이 있단 말인가?
어처구니가 없어하는 찰나였다.
-꿕꿕!
뒤에서 들려오는 돼지 같은 울음소리.
그와 함께 수풀이 들썩였다.
“이런 제기랄.”
소년의 입에서 거친 소리가 튀어나왔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다.
뒤에는 흉수, 앞에는 무차별적으로 살육을 펼치는 미친놈이 서있다.
아니 전호후랑(前虎後狼)이라는 말이 어울릴지도 몰랐다.
‘죽기 아니면 살기다.’
식은땀으로 얼굴이 뒤범벅이 된 소년의 선택은 앞도 뒤도 아닌 우측의 가파른 산 절벽이었다.
“으아아아아!”
기합께 함께 소년이 우측으로 몸을 날렸다.
-탓!
앞이든 뒤든 간에 목숨을 잃은 것이 매한가지라면 운에 맡겨보는 수밖에.
라고 여기던 순간이었다.
뭔가가 자신의 뒤통수를 잡아당기는 기묘한 감각을 느꼈다.
그와 함께 떨어지려고 하던 소년의 몸이 뒤로 부웅하고 뜨며 뒤로 날아갔다.
그러더니,
-팍!
소년의 머리통이 목경운의 손에 붙잡혔다.
‘!?’
소년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뭐지?
손으로 직접 끌어당긴 게 아니었다.
설마 심후한 내가 고수가 진기로 물체나 무언가를 끌어당길 수 있다는 허공섭물(虛空攝物)이란 말인가?
‘……말도 안 돼.’
믿기 힘든 일이었다.
동년배에 불과한 이 녀석이 무슨 수로 그런 심후한 진기를 지닐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지금 자신들은 금문쇄로 기문이 막혀 있는 상태였다.
한데 대체 어떻게 한 거지?
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꿕꿕!
돼지 울음소리와 함께 수풀을 뚫고서 붉은 머리에 쥐의 눈을 하고 있는 커다란 늑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쩌억하고 드러내는 날카로운 이빨 사이사이로 핏기가 가득했다.
이를 본 목경운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중얼거렸다.
“이건 또 뭐죠?”
머리가 붙잡힌 소년이 두려움에 찬 목소리로 황급히 말했다.
“말했잖아. 괴물 같은 것이 쫓아오고 있다고.”
“그게 저거였나요?”
“이럴 때가 아니라 도망쳐야 한다고!”
말은 이렇게 했지만 이미 늦은 듯 했다.
흉수와 자신들 간의 거리는 고작해야 스무 보에서 스물다섯 보 가량 밖에 되지 않았다.
말처럼 빠른 저 흉수에게서 도망치기에는 너무 가까웠다.
-꿕꿕!
흉수가 침을 질질 흘리며 걸어왔다.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고 여긴 것인지 한 발자국씩 천천히 거리를 좁혀왔다.
이것에 극도로 두려움을 느낀 소년이 망연자실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자식. 전부 네놈이 자초한…..”
-탁!
소년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목경운이 소년의 머리에서 손을 떼고는 빠르게 수인을 맺었다.
-팍! 팍! 팍!
병(兵)! 투(鬪)! 열(裂)! 진(陳)!
구자활법의 수인이었다.
‘대체 뭐 하는 거야?’
소년이 의아해하는데, 목경운이 양손 검지와 중지로 사각을 만들어 다가오는 흉수를 향해 겨냥했다.
그러자,
-파아아아아아!
다가오던 흉수의 주변에서 보이지 않는 네 개의 기둥이 솟구쳤다.
그 순간 목경운이 작게 말했다.
“사봉연쇄술(四峰聯鎖術).”
그러자 무섭게 두꺼워진 네 개의 기둥으로 면이 생겨났다.
소년은 볼 수 없었지만 흉수의 눈에는 자신을 막아버린 이것이 선명하게 보였기에 멈춰 서고서 눈알을 굴렸다.
그러다 이내 강제로 뚫고 나가기로 정했는지 몸을 날렸다.
-팍!
-꿔어어억!
그렇게 몸을 날린 흉수가 뭔가에 부딪쳐서 뒤로 튕겨나갔다.
“뭐, 뭐야?”
이 광경에 소년은 이해할 수 없어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 저 괴물 같은 흉수가 왜 저러는 거지?
설마 이 녀석이 뭔가를 한 건가?
그러고 있는데 목경운이 갇혀 있는 흉수를 향해 손바닥을 폈다가 움켜쥐는 시늉을 했다.
“축(縮)!”
-파아아아아아!
그 순간 흉수를 가둬두고 있던 기둥의 사면이 압축되며 빠르게 압축되어갔다.
면이 좁아지자 당황한 건지 흉수가 이리저리 날뛰기 시작했다.
이런 흉수를 보며 목경운은 더욱 손을 움켜쥐었다.
-꿕꿕!
-파파파팍!
흉수가 날뛰는 간격이 좁혀져갔다.
거의 움직이기 힘든 수준만큼 그 간격이 좁혀지는 순간이었다.
흉수가 머리쪽의 붉은 털을 곤두세우더니, 이내 엄청난 소리로 포효를 했다.
-꿔어어어어어어억!
“악!”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소년이 귀를 틀어막았다.
목경운은 이를 억지로 참으며 손을 움켜쥐어서 흉수를 압사시켜 죽이려 했지만,
-쩌저저저적!
그 순간 압축되어가던 사면에 금이 갔다.
그러더니,
-채카카카캉!
사봉연쇄술이 일순간 깨지며 흉수가 튀어나왔다.
‘이런.’
주력이 담긴 술이 깨지면 그 반파를 맞는 건 술자다.
목경운의 신형이 뒤로 두 보 가량 밀려났다.
-파팍!
-꿕꿕!
밖으로 튀어나온 흉수가 흥분해서 바닥에 마구 발을 그으며 노성을 냈다.
“히익.”
이에 귀를 틀어막고 있던 소년이 당황해서 손을 짚으며 뒤로 피하려 했다.
한데 튀어나온 흉수가 노성과는 달리 목경운을 빤히 노려보더니, 몸을 돌리고서 도망치듯이 수풀을 향해 사라져버렸다.
“헉…..헉…..하아……”
그 광경을 보며 겁에 질려있던 소년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경험하고도 믿기 힘들었다.
이런 괴물 같은 존재를 기이한 방법으로 쫓아내다니 말이다.
그때 귓가로 들려오는 목소리.
“뭘 안심하시는 거죠?”
‘!?’
두 눈이 커진 소년이 황급히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목경운이 일어나려 하던 소년의 목을 비틀어버렸다.
-우드득!
소년이 죽자 목경운은 가장 먼저 죽였던 소년부터 시작해 착의 식으로 사기(死氣)를 흡수했다.
사기는 늦어질수록 유실이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사기를 흡수하는 것을 다 마치고나서야 입을 열었다.
“방금 전에 그 붉은 머리의 늑대는 뭐죠?”
-글쎄.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다만 생김새나 돼지 같은 울음소릴 들어보면 갈저인 것 같구나.
“갈저?”
-북호산 부근의 북해에 서식하는 이매망량이다.
“이매망량인 건 알고 있어요.”
생김새부터가 일반적인 짐승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매망량이니 방술에 걸려들었을 거다.
그보다는 사봉연쇄술을 깨뜨린 걸 봐서는 격이 낮은 이매망량은 아닌 듯 해서 물은 것이었다.
“주술을 깬 걸 보면 격이 낮진 않은 것 같더군요.”
방사 조의공이 말하길 사봉연쇄술은 애초에 원혼을 제거하기 위해 만들어진 술법이기에 격이 가장 떨어지는 흉수 정도나 감당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매망량의 격은 흉수(兇獸), 괴수(怪獸), 요수(妖獸), 마수(魔獸), 영수(靈獸), 신수(神獸)로 구분되어진다.
이런 목경운의 말에 청령이 답했다.
-갈저는 성체가 되면 괴수라 불린다고 했던 것 같구나. 하나 아까 크기로 봤을 때는 아직 성체가 아니다.
“성체가 아니라고요?”
-그래. 그렇다고 해도 보통의 흉수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할 거다. 아마도 흉수에서 괴수 사이 정도의 힘을 지녔다고 봐야 할 테지.
“역시 그랬군요.”
사봉연쇄술이 깨진 이유는 그래서인 듯 했다.
술법이 감당할 수 있는 규격을 넘어섰다.
갈저라는 이매망량에게는 그저 시간 끌기 정도에 불과하니 굳이 이 술법을 쓸 필요는 없어보였다.
목경운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난감하군요.”
-왜? 내공도 쓸 수 없는데, 기껏 배운 주술도 잘 통하지 않으니 새삼 겁이라도 난 거냐? 정 그런 거라면 본좌가…..
“아뇨. 그게 아니라 서둘러야 할 것 같네요.”
-서둘러?
“그 이매망량이 제 식사를 방해하기 전에 좀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겠어요. 아니 먼저 처리하는 편이 나을 지도요.”
-……….
아아.
그런 관점이었나.
기껏 걱정하는 게 이매망량이 저보다 더 많이 소년들을 죽일까봐였다.
청령이 속으로 혀를 찼다.
* * *
한편 주살곡의 염가가 이끄는 조원들은 조심스럽게 이동하고 있었다.
한데 그들 중 세 사람이 낑낑거리며 깃발의 아래 쇳덩어리를 함께 지고 있었고, 나머지는 그 주위를 바짝 붙어서 빙 두르고 있었다.
쇳덩어리를 지고 있는 소년 중 한 명이 불만스럽게 말했다.
“아니. 다른 종류의 깃발을 찾을 건데 굳이 이걸 이렇게 들고 갈 이유가 있어? 윗부분만 부러뜨리고 가면 되잖아.”
그런 소년의 불만에 주살곡의 염가가 다그쳤다.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 예상이 맞다면 네놈들은 나한테 감사해야 할 거다.”
이 말에 소년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괴물 같은 흉수가 고작 깃발이 무서워서 피했다는 게 말이 된다고 보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차라리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깃발을 들고 다니느니, 깃대만 꺾어서 빠르게 움직여 다른 깃발을 탈환하거나 찾는 편이 낫다고 보았다.
그런데 그러고 있던 차에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왔다.
-꿕꿕!
들려오는 소리에 당황한 그들이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그놈이 틀림없었다.
-푸스스스!
북서쪽 방향의 수풀이 들썩이더니 이내 흉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를 본 소년들이 지고 있던 깃발을 내려놓고서 도망칠 준비를 하려하자,
“가만히 있어.”
주살곡의 염가가 이들을 만류했다.
아니 도망을 치든 아니면 힘을 합쳐 상대를 하든 해야 하는데 뭘 가만히 있으라는 말인가?
하고 여기던 차였다.
흉수가 그들이 들고 있던 깃발을 쳐다보더니, 이내 경기를 일으키며 몸을 틀어서 수풀로 다시 들어가 버렸다.
“어?”
정말로 흉수가 깃발을 보고서 피해버렸다.
이에 주살곡의 염가가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봤지?”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한데 이것을 확인하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잘하면 이용할 수 있겠는걸.’
아직까지 깃발이 보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아는 녀석들은 거의 없을 거다.
주살곡 염가의 입 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