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69)
쇠사슬에서 모습을 드러낸 목경운.
-고오오오오!
그 모습이 심상치가 않았다.
설마 완성된 고독에게 먹힌 것인가?
청령이 다소 노기가 서린 목소리로 곰방대를 겨냥하며 말했다.
-멍청한 것. 기어이 먹힌 것이냐?
그 물음에 목경운이 입술을 실룩거리더니 이내 청령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먹힌 게 아니라 먹었죠.”
-!?
그 말에 청령의 표정이 한순간 멍해졌다.
특유의 말투만 들어도 몸을 빼앗긴 게 아니라 목경운 본인이라는 것 정도는 확연히 알 수 있었다.
“왜 그러시죠?”
-…….네놈 정말로 그걸 먹어치운 거냐?
이런 그녀의 물음에 목경운이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보시는 대로요.”
-하!
참으로 기가 차다.
목숨이 여러 개 있다고 해도 실패 확률이 더 높았다.
한데 이 무식한 중생 놈이 기어이 해냈다.
“단지 너무 과식해서 배가 터질 것 같지만요.”
-배가 터질 것 같다고?
“네. 좀 많이 먹은 것 같긴 하군요.”
어떻게 놈과 밀고 당기기를 한 끝에 기운을 흡수하는 데는 성공했다.
한데 여기서 문제가 생겨났다.
분명 기운을 흡수하기는 했는데, 놈이 지니고 있는 원념과 죽음의 기운이 지금까지 받아들였던 양과는 비교도 하기 힘들었다.
이런 목경운의 말에 그녀가 눈살을 찌푸렸다.
‘생각해보니 이 녀석 인간이잖아.’
청령은 아차 싶었다.
100년이 넘게 원혼으로 있다 보니, 인간이었을 때의 사고가 경직되었었나 보다.
인간의 육신은 일종의 그릇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릇은 그것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라는 것이 존재한다.
‘내공을 받아들이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게 깨달음을 통해 그 그릇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다.’
한데 목경운은 깨달음이 적었다.
일류 고수로서의 기(氣)의 운용법을 깨닫지 못한 상태였고, 초상승 무학의 비결이라 할 수 있는 월의 검식을 익혔는데도 검에 대한 이해도 낮다.
정상적인 경로로 깨달음을 단계적으로 얻었다면 받아들일 수 있는 내공의 한계치도 자연스레 커졌을 거다.
그러나 지금 목경운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청령이 다소 심각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너 당장 감당할 수 없는 기운들을 배출시켜라.
“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육신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기운을 받아들이면 오히려 중생 네게 독이 될 거다.
“아. 그런가요?”
-그래.
“그럼 여유가 되는 기운은 역시 넘기는 편이 좋겠군요.”
-뭐?
의아해하고 있는데 목경운이 허리를 숙이며 바닥에서 무언가를 찾았다.
뭘 찾나 의아해하는데 목경운이 오 하며 찾은 것을 들어올렸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안면과 이마 부근이 부서져서 엉망이 된 해골 머리였다.
기이하게도 해골의 머리 쪽에는 낡은 부적이 붙여져 있었는데, 꽤나 오래된 것 같은데 손상되지 않고 유지된 게 신기할 정도였다.
‘주력 때문이겠지.’
그녀는 아마도 그럴 것이라 짐작했다.
물론 그 짐작은 맞았다.
목경운이 들고 있던 해골 머리에서 쇄(鎖)라 적혀 있는 낡은 부적을 뗐다.
그리고.
-우우우우웅!
-너 지금 뭐하는 게야?
아니. 그냥 배출하는 것도 아니고 기운을 왜 저것에게 불어넣는단 말인가?
그녀의 귀안에는 저 해골 안에 웅크리고 있는 존재가 보였다.
잔뜩 겁에 질려서 숨어 있는 원혼이었다.
-왜 그것한테 기운을…..
청령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이미 해골 안으로 사기가 주입되자 그 안에 있는 원혼이 반응했다.
-고오오오오오!
말린 건조 해산물에 물을 넣으면 다시 생기를 되찾는 것처럼 웅크리고 있던 원혼이 사기를 흡수하더니 이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찰캉찰캉!
전신에 얇은 쇠사슬을 옷처럼 두르고 있는 차가운 인상의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앳된 얼굴을 보면 고작해야 15세 정도로 보였다.
특이한 것은 머리카락의 절반이 하얗게 새어서 정말로 반백이었다.
그 모습에 청령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야? 계집이었냐?
그 말을 들은 소녀가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이내 소리를 버럭 질렀다.
-누가 계집이라는 것이냐? 본 공자는 남자다.
-……..뭐?
그런 소녀의 말에 청령이 한 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러더니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중얼거렸다.
-농담이지?
아무리 봐도 계집이었다.
한데,
-본 공자는 남자다!
스스로를 남자라고 열을 내는 소녀를 빤히 쳐다보던 그녀가 이내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소녀의 몸이 강제로 청령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슉!
-어엇?
-팍!
소녀의 목을 움켜쥔 청령이 다소 싸늘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어린 것이 건방지게 어디서 어른에게 언성을 높여. 죽고 싶어 환장했느냐?
-!!!!!!!
청령의 엄청난 위압감에 순간 소녀가 말문이 막혔다.
원혼들끼리는 서로가 어느 정도 격인지 알아차릴 수 있는 듯 했는데, 소녀 역시도 청령에게서 풍겨지는 기운에 이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쉽게 굽히는 성향은 아니었는지,
-이, 이렇게 보여도 죽은지 십오 년 가량 되어서 해로 치면 서른셋….켁.
청령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가 소녀를 가까이 잡아당기며 말했다,
-본좌에게서 어린 것이라 듣기 싫거든 백 년은 더 있다 오거라.
이런 청령의 말에 소녀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가 한 말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세월을 살아왔고 격이 어떻게 되는지를 짐작했기 때문이었다.
청령이 목경운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뭐 하러 이 녀석에게 기운을 줘서 살린 게냐? 그냥 죽일 것이지.
“쓸 만해보여서요.”
-쓸 만?
이런 목경운의 말에 소녀가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그리더니 목경운에게 말했다.
-지금 누구더러 쓸 만하다고 하는 것이냐? 인간 주제…
-꽉!
-켁!
-누가 너더러 입을 열라고 하더냐.
실질적으로 숨이 막힌 것은 아니었지만 청령의 손아귀에 억눌려서 말을 할 수가 없는 소녀였다.
이에 목경운이 들고 있던 해골 머리를 두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는 소녀에게 보이며 말했다.
“이거 당신 머리죠?”
소녀가 청령의 눈치를 힐끔 보았다.
이에 청령이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소녀가 답했다.
-……..맞아. 맞으니까 그냥 내버려둬.
“왜요?”
-죽은 망자의 뼈를 건드려서 뭐 좋을 게 있다고 그래.
“좋을 거요? 있죠.”
-뭐?
-뿌득!
그 순간 소녀의 해골에 금이 갔다.
이를 본 소녀가 당황해서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머, 멈춰!
“왜요?”
-아니. 그걸 왜 부수려는 거야?
필사적으로 이를 말리려는 소녀와 달리 청령은 입술을 실룩거리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이 중생 녀석이 왜 이 계집을 살렸나 했더니 이런 식으로 다시 한 번 괴롭게 만들려고 그런가 했다.
저 해골 머리는 저 계집의 근원이라 할 수 있었다.
저걸 부숴버리면 엄청난 고통을 받게 된다.
‘하여간 독한 녀석이라니까.’
그러고 있는데 소녀가 청령의 손을 뿌리치고서 목경운에게 달려들려 했다.
그러나 격에서 밀렸기에 뿌리칠 수가 없었다.
오히려 목경운의 손에 의해 해골이,
-와그작!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소녀가 찢어질 듯한 절규를 내질렀다.
살아생전의 육신을 부순 그 고통은 말로 형용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여기서 그녀는 고통 이외에도 경악할 만한 광경을 보고 만다.
-파스스스스스!
목경운이 손으로 그녀의 해골을 잘게 부순 후에 그 가루를 입안에 집어넣는 것이 아닌가?
이는 청령조차 예상하지 못했는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뼛가루를 입에 집어넣을 거라고 누가 알았겠는가.
-너어어어어어!
소녀가 소리를 질렀다.
목경운은 이를 개의치 않고서 부서진 해골 조각을 두 손바닥으로 비비며 더욱 잘게 부숴서 남은 모든 가루를 입에 집어넣었다.
-이 개자……아아아아악!
그 순간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소녀가 경련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영체를 마구 떨어댔다.
그러더니 이내 소녀의 몸에서 붉은 실 같은 것이 생겨나며 그것이 목경운과 연결이 되었다.
-!?
이를 본 청령이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이놈…….’
원혼의 근원을 먹고서 그것을 강제로 식신으로 만들었다.
단순한 행위에 불과했는데 그 결과는 전혀 단순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반면 목경운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했던 시도가 정말로 통한 것을 보자 입 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됐네.’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시험해보고 싶었다.
자신의 짐작이 맞는지 말이다.
한데 정말로 됐다.
-이……이게…..
소녀가 붉은 연을 보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원혼으로 오랜 세월을 지녀왔기에 누군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모든 걸 알게 된 소녀였다.
그렇기에 이것이 식신의 연이라 하여 주종 관계를 맺게 되는 실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런……
소녀가 울그락불그락해진 얼굴로 붉은 연을 움켜쥐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이 쥐어질 리가 만무했다.
-확확!
-본 공자가! 본 공자가 어찌 네놈같은 하찮은 인간 따위의 식신 따위가 될 수 있단 말이냐?
미친 듯이 손을 휘젓는 소녀에게 목경운이 물었다.
“이름이 뭐죠?”
-닥쳐! 네놈이 뭔데 본 공…….
“이름이 뭐죠?”
격하게 화를 내려고 하던 소녀가 목경운의 되물음에 표정이 갑자기 누그러졌다.
그러더니 입술을 실룩실룩거리더니 이내 목경운을 향해 한결 부드러워진 얼굴로 말했다.
-규소하입니다. 주인님.
‘이 녀석?’
청령이 속으로 놀라했다.
식신이 되었다고 해도 원혼들은 어지간해서는 스스로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름이 가지는 힘 때문이었다.
영체가 되게 되면 신(神)의 영역에 다가가게 되는데, 그리 되면 진명에 의해 굴레를 갖게 된다.
해서 원혼들은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그런데 마치 완전히 굴복한 것 마냥 표정까지 바뀌어서 진명을 밝혔다.
목경운이 그런 소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름이 좋군요.”
-감사합니다. 주인님.
“소하. 제 충실한 개가 되어줄 수 있겠죠?”
-아아아! 너무도 바라는 바입니다.
이런 목경운의 말에 감격했다는 듯이 격한 표정을 짓는 소녀의 모습에 청령이 기가 차다는 듯이 혀를 찼다.
이건 마승보다도 더 했다.
결국 도달하진 못했어도 거의 격이 청령에 될 뻔 한 녹령(菉靈)이 저렇게까지 굴복하다니.
거의 정신의 뿌리까지 굴복한 모습이다.
‘…….사기가 강해진 영향인가.’
-고오오오오오!
그녀의 귀안(鬼眼)에는 선명하게 보였다.
목경운이 사기가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해진 것이 말이다.
한데 이 녀석 규소하라는 녀석을 이 정도까지 회복시킬 만큼 기운을 불어넣었는데도 이렇게 넘쳐나는 거지?
게다가 아까부터 긴기민가했는데 미묘하게 기운이 중첩되어서 보인다.
이에 그녀가 물었다.
-너……기운이 좀 이상하다. 왜 겹쳐지는 것 같지?
“아. 청령한테는 보이나요?”
-보이다니?
“그렇지 않아도 새로운 구결이 떠올랐거든요.”
-새로운 구결?
“파사팔식이요.”
-뭐?
그녀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와중에 새로운 파사팔식의 구결을 떠올렸단 말인가?
이에 청령이 물었다.
-무슨 구결을 떠올린 것이냐?
그녀의 물음에 목경운이 소하에게 고개짓을 하며 말했다.
“전거서양형 혈무이무극 마량형전심 위해전무가 역극무망려 오거전절무”
‘!?’
이를 들은 청령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 녀석……내가 알지 못하는 구결을 깨달았어.’
청령이 놀란 이유는 바로 그랬다.
목경운이 말한 이것은 그녀가 전혀 알지 못하는 구결이었기 때문이었다.
천부적인 무재를 지닌 그녀조차도 파사팔식(破思八式)에서 고작 네 식밖에 터득하지 못했다.
한데 이 구결은 그녀가 모르는 것이었다.
그녀가 내심 흥분되는 마음을 감추고서 물었다.
-흠흠…….이건 본좌가 익히지 못한 식(式)이다. 무슨 묘리를 지닌 게냐?
“단전을 두 곳으로 분산시킬 수 있게 되었어요.”
-뭐?
“머리의 백회혈 부근과 심장에서 가까운 중심부 부근으로 기운을 분산할 수 있더군요.”
‘!!!!!!’
이런 목경운의 말에 그녀가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목경운은 자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를 것이다.
‘하.’
벽을 넘어서기 전까지는 모든 무인들은 하단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깨달음을 얻어 벽을 넘어서는 순간 중단전을 개방하게 된다.
이렇게 중단전을 개방한 자는 무림에서도 극소수라고 할 수 있었다.
한데 중생 이 녀석은 깨달음도 없이 파사팔식의 묘리로 인해 중단전이 개방되었다고 한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