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7)
2화 연목검장 (3)
병상에 창백한 얼굴로 누워있는 오십대 중년인.
숨을 쉬는 것마저 버거운지 계속 해서 기침을 내뱉고 있었다.
그의 곁을 지키고 있는 노 의원이 천으로 입가를 닦아낼 때마다 검은 빛깔의 피가 묻어나고 있었다.
“하아…..”
이를 본 노 의원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갈수록 상세가 나빠지는 것이 그 끝이 머지않았다.
가진 모든 지식과 경험을 동원하여 치료를 했지만 그의 오랜 의원 세월 동안에도 이런 병은 처음이었다.
‘어찌할 수 없단 말인가?’
연목검장의 주치 의원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후에 벌어질 상황들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형제들 간에 피가 난무하는 다툼이 벌어질 것이다.
‘장주. 차라리 후계를 정해놓지 그러셨소.’
장주는 후계를 정하지 않았다.
그로인해 가신들조차 현 상황을 답답하게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리 마음에 든다면 막내 녀석을 후계로 삼지 그러셨소.’
장주는 막내인 목유천을 아꼈다.
그 재능은 삼대에 걸쳐서 나올까 말까 할 만큼 뛰어났다.
열네 살에 가문의 무공들을 섭렵하여 일류 고수의 경지에 이르고, 불과 2년 뒤인 열여섯 살인 지금은 절정의 초입에 이르렀다.
그 압도적인 재능은 또래 후기지수들 중에서 열 손가락에 꼽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성품 또한 장주를 빼닮았다.
‘목유천 공자.’
장주가 그를 대놓고 지지했다면 가신들이 나서서 그 입지를 다져줬을 것이다.
한낱 기생의 소생일지어도 말이다.
물론 그리 된다면 대부인의 진노를 사게 될 것이다.
‘큰일이다. 큰일이야.’
대부인의 첫째 공자 목영호에 대한 아낌은 지극정성이다.
그가 망나니라 불려도 그것은 변치 않았다.
이로 인해 둘째 공자부터 셋째 공자까지 자신들의 탐욕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장주가 숨을 거두는 그 순간 연목검장은 형제들 간의 피로 얼룩질 것이다.
‘장차 어찌 되려고. 후우.’
일개 의원에 불과한 자신이 관여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탄식을 하고 있을 때였다.
장주의 방문이 열렸다.
‘누구?’
고개를 돌린 노 의원의 표정이 굳어졌다.
주름을 분으로 가린 새하얀 얼굴.
연지로 붉게 물들인 입술, 귀금속으로 치장한 화려한 복색.
눈꼬리가 올라가고 오만함으로 가득한 눈동자를 지닌 이 중년의 부인은 연목검장의 대부인 석 부인이었다.
노 의원이 고개를 숙였다.
“대, 대부인 마님.”
“역시군요.”
그녀의 물음에 노 의원이 옅은 탄식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소인의 의술이 부족하여 어찌 해볼 도리가 없는 듯 하옵니다.”
“그렇군요. 역시 의술로는 살아날 방도가 없겠군요.”
“소인이 무능력해서입니다. 소인을…..”
-슥!
석 부인이 손을 저으며 듣기 싫다는 내색을 보였다.
그러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대를 비롯해 근방에 용하다는 모든 의원들이 병명조차 모르고 의술로는 설명이 안 되는 괴이(怪異)이라고 하니 이제 방법은 하나겠군요.”
“마님!”
그 말에 노 의원이 흰수염의 파르르 떨며 석 부인을 바라보았다.
이에 석 부인이 차갑게 노 의원을 쏘아보며 말했다.
“남편의 목숨이 경각에 달했는데 이것저것 가릴 처지인가요?”
“하오나 방술(方術)이라는 것은 결국 잡점이나 보는 해괴한 수법에 불과합니다. 어찌 그런 신변잡학한……”
“그대의 입으로 남편의 병은 괴이나 다름없다면서요.”
“그렇기는 하오만……”
“한데 어찌 하여 괴이를 다루는 방사(方士)를 쓰는 것을 반대하나요? 내 남편이 그저 죽기를 기다리라는 말씀인가요?”
“그런 말이 아니오라…..”
“듣기 싫군요. 이미 별채에 방사를 불러두었으니 하 의원은 그만 손 떼고 물러나도록 하세요.”
“마님!”
“강제로 끌려나가고 싶은 건가요?”
이 말에 결국 노 의원은 쫓겨나다시피 물러나야만 했다.
이미 어찌 해 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밖으로 나오게 된 노 의원은 안타깝다는 듯이 혀를 차며 병상이 있는 안채를 바라보았다.
‘괴이를 치료하자고 방사를 들인다고? 하아. 기어코 선무당으로 사람을 잡으려드는구나.’
* * *
“……이게 현 연목검장의 상황입니다.”
“참 재미있는 집안이네요. 이곳은.”
‘재밌다고?’
지금 자신의 처한 상황을 알게 되었는데 그런 소리가 나오나?
고찬은 목경운의 반응에 혀를 내둘렀다.
목경운은 어찌 보면 가장 위태로운 한가운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가짜라는 사실이 발각되기만 해도 다른 공자들이 아니라 가신들의 손에 사지가 찢겨 죽을지도 모를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걸 듣고도 여유롭기 짝이 없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자신이라면 목경운과 같은 처지에 놓였다면 어떻게든 탈출하려 들 것이다.
도저히 답이 없는 상황이니 말이다.
사형인 감 호위도 이 녀석을 버릴 준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녀석은 이리저리 치이다 제거될 수밖에 없었다.
‘……독으로 나를 제압했다고 해도 어찌 해볼 상황이 아니다. 이놈아.’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따르긴 한다.
하지만 목경운이 잘 되도록 도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래서 일부 정보를 숨겼다.
사실이 7할이라면 자신들과 관련된 3할 정도는 숨겼다고 보면 된다.
‘후우. 두고 봐라.’
독을 해독하기만 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복…..
-흠칫!
목경운과 눈이 마주친 고찬이 몸을 파르르 떨었다.
녀석의 눈만 보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이런 식으로 겁을 먹는 자신이 한심해졌지만, 이 녀석은 보통 사람과는 뭔가 달랐다.
사람을 두렵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악마 같은 새끼.’
그래 그 말이 가장 어울릴 것이다.
아직도 그 흉흉한 눈동자가 잊혀 지지 않는다.
“고찬 호위.”
“네네.”
고찬이 군기가 바짝 들어서 답했다.
속내야 어찌 되었든 본능이 지금은 녀석의 말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원래 진짜 목경운과 감 호위는 저를 대역을 세워놓고서 첫째 공자인 목영호를 움직여서 목은평을 죽이려했다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그것이 그들이 일차적으로 세웠던 최선책이었다.
계획명 어부지리(漁父之利).
대역을 죽였다고 안심해하는 둘째 공자 목은평을 첫째 공자 목영호가 뒤통수를 치는 그림을 그렸다.
이를 위해 섭외한 기생을 통해 목영호에게 헛바람을 집어넣고도 있었다.
‘머리 꽤나 굴렸네.’
목경운이 피식하고 웃었다.
계획은 그럴 듯 했다.
이 방법대로 했다면 두 공자들의 모친인 대부인이나 그 외가 쪽에서 크게 관여할 수 없게 된다.
오히려 치부가 되는 꼴이니 말이다.
‘좋았을 뻔했는데 내가 변수가 되었다 이거군.’
이제야 그가 왜 줄을 갈아타려고 하는지 알 것 같다.
감 호위는 자신을 믿지 않는다.
믿거나 완벽하게 다룰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면 이 최선책을 조금만 바꿔서 그대로 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불신하기에 그러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런 감 호위의 변심과 이 집안의 상황은 어떤 식으로든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결론은 하나인가.’
감 호위를 죽이든지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야 했다.
하지만 전자도 후자도 힘들었다.
후자는 그가 자신에 대한 믿음 자체가 없기에 힘들었고, 전자의 경우는 고찬과 달리 감 호위는 확실하게 자신보다 강했다.
그렇기에 죽이기가 힘들었다.
“고찬 호위.”
“…….네.”
“고찬 호위보다 감 호위는 얼마큼 강하나요?”
“저보다 말입니까?”
“네.”
“…….감 호위는 일류 고수이니 저보다 두세 배는 강할 겁니다.”
고찬은 이류 무사의 실력을 지녔다.
반면 감 호위는 일류 고수였다.
내공으로도 거의 반갑자(30년)에 달하기에 수치상으로 놓고 본다면 두 배 그 이상이지만, 깨달음과 실력 모든 것을 감안한다면 세 배라고 봐야 했다.
그게 통상적인 이류와 일류의 차이였다.
“고찬 호위가 볼 때는 제가 감 호위를 죽일 수 있을 것 같나요?”
“네?”
“말 그대로예요. 죽일 수 있을 것 같나요?”
이 물음에 고찬이 눈살을 찌푸렸다.
집안이 돌아가는 상황을 알고 나니 감 호위를 죽여야겠다고 마음 먹은 건가?
하나 이 녀석은 아직까지 자신들이 줄을 갈아타려는 것을 모른다.
아니면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추측한 건가?
-꿀꺽!
그런 거라면 정말 통찰력이 기가 막히다고 할 수 있었다.
뭐 이런 녀석이 다 있지?
진짜 목경운과는 머리를 굴리는 게 차원이 달랐다.
“질문이 어렵나요? 고찬 호위는 저와도 싸워봤으니 대충 감이 잡힐 거 아니에요.”
목경운의 그 말에 고찬이 잠시 머뭇거리다 답했다.
“고, 공자께서 힘이 세시고 몸놀림이 좋다고 하나, 일류 고수는 저 같이 하수들과는 기술적인 면도 내공도 비교하기 힘듭니다.”
“뭐 결론은 이길 수 없다는 거네요.”
“…….네.”
“눈치 보지 마세요. 제 생각에도 그러니까.”
“……….”
알면서 그럼 왜 묻는단 말인가?
의아해하는데 목경운이 질문을 바꿨다.
“그럼 제가 무공이라는 걸 익힌다면 승산이 좀 바뀔까요?”
“네?”
“무공을 익힌다면 어떻겠냐고요?”
이런 목경운의 물음에 고찬은 순간 비웃음이 나올 뻔 했다.
이 녀석이 이류 무사인 자신보다도 힘이 센 건 인정한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도 인정한다.
하나 무공을 익히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고 할 수 있었다.
고찬이 겨우 표정관리를 하며 말했다.
“……..공자. 무공의 기본은 내가 수련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수련요?”
“네. 내가 수련이라 하면 호흡, 즉 토납법을 통해 자연의 기운을 체내로 순환시켜 내공을 모으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요?”
“내공이 쌓이게 되면 힘이 세지고 강해집니다.”
“그런 것 같더군요.”
목경운은 살면서 자신보다 힘이 센 자를 만난 적이 없었다.
한데 무공을 익힌 자들은 남달랐다.
“한데 이 내공은 하루아침에 쌓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시간이 걸린다는 건가요?”
“네. 사람마다 다르고 호흡법마다도 각양지색이겠지만 내공은 오랜 수련을 통해서 형성이 되고 쌓입니다. 한데 무공을 익힌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오랜 세월 동안 수련을 한 자를 따라잡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넌 이미 늦었어.’
내공 수련 역시도 적합한 시작 시기가 있다.
그것은 최소 5살에서 9살 사이가 적당한데, 그 이유는 조금이라도 어릴 적에는 몸이 유연하고 체내의 경맥 등에 불순물이 쌓여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목경운의 나이 대라면 이미 불순물이 상당히 쌓여서 경맥이 좁아져 있을 것이다.
“단기간에는 힘들다는 거네요.”
“네.”
‘아니. 평생 익혀도 힘들 거다.’
고찬은 이 같은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굳이 이야기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고 말을 해줘봐야 심기만 불편해져서 자신에게 무슨 해코지를 할지도 모른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발버둥 쳐봐야 소용없다. 네 처지를 이제 알겠지?’
장주는 오늘 내일하고 있는 상태였다.
연목검장의 주치 의원도 그렇고 용하다는 의원들도 힘들다고 했다.
애초에 괴이(怪異)라 부를 만큼 원인도 알 수 없는 병이란다.
그런 장주가 목숨을 잃게 되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 가짜 녀석도 끝이라 할 수 있었다.
‘기다려라. 그 순간이 오면 이 수모를 전부 되갚아……’
-탁!
그때 목경운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더니 고찬에게 손짓을 하며 말했다.
“가시죠.”
“네? 어디를?”
설마 도망이라도 치려는 건가?
그런 거라면 어리석은 선택이라고…..
“장주라는 분이 어디에 있는지 안내해주시죠.”
“네? 갑자기 장주님이 계신 곳은 어찌?”
그 말에 목경운이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제 목숨 줄이 그 장주란 분의 생사와 함께 한다니, 얼마나 위독한지 직접 보고싶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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