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71)
“이런……그쪽에 정원이 하나 비었네요.”
이죽거리는 목경운의 말에 소년들이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어떤 누가 촉박한 상황에서 돌을 던져서 조원 한 명을 죽일 거라고 예측이나 했겠는가.
이런 그들에게 목경운이 다시 말했다.
“어떡하실래요?”
“………”
이 물음에 소년들의 말문이 막혔다.
동이 트기까지 고작해야 이각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운이 좋아서 누군가 한 명이라도 나타난다면 죽은 소년을 대신할 수 있겠지만, 만약에 누군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젠장.”
“어떡하지?”
소년들이 작게 속삭이며 말했다.
생사고락을 함께 한 소년이 죽어서 화가 났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했다.
저 녀석은 탓하기에는 녀석도 자신만의 옳은 판단을 내린 것이다.
“아직 이각이 남았어.”
“그렇긴 한데 아무도 안 오면?”
“………”
“얘 말이 맞아. 그냥 받자.”
“하지만……”
“저 녀석이 포기할 것 같아.”
“그래도 이번 한 번이라고 해도 같이 한 이 녀석과의 의리라는 게 있…..”
그 순간 그들의 눈에 목경운이 또 다른 돌멩이를 줍는 것이 보였다.
한 개만 줍는 것이 아니라 집히는 데로 잡고 있었다.
이에 말을 하던 소년이 마른 침을 삼키며 말했다.
“……받자. 저 새끼 돌 집었어.”
“미친 놈.”
안 받아주면 다른 소년들에게도 돌을 집어 던질 판국이었다.
이에 결국 그들은 목경운을 조원으로 받아들여야만 했다.
목경운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다들 고마워요. 친절하시군요.”
‘개새끼.’
모두가 속으로 목경운을 욕했다.
제 놈이 지금 나타나지만 않았어도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서로가 일치단결해서 협동심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나 지금은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이 미친 놈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슥!
그때 목경운이 깃대에 손을 갖다댔다.
이에 한 소년이 최대한 감정을 가라앉히고서 말했다.
“조심해. 이각이더라도 깃발은 무사해야 해.”
“알고 있어요.”
“알고 있으면 건드리지 말라고.”
이런 소년의 말에도 목경운은 깃발을 만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에 화가 났지만 소년은 뭐라고 하지 못했다.
쇠구슬 쟁탈전에서도 그렇고 방금 전 돌멩이를 던져서 안면을 거의 뚫다시피 한 괴력을 보아서인지 차마 싸움을 걸 자신은 없었다.
‘…….금문쇄만 풀리면 보자.’
정보통에 따르면 관문의 초반만 지나면 금문쇄를 풀어준다고 알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이놈만 조질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데 목경운이 입술을 뗐다.
“혹시 이것 말고 다른 깃발도 찾으셨나요?”
“다른 깃발?”
그런 목경운의 말에 소년이 고개를 저었다.
자신들은 운이 좋았다.
이 깃발을 찾고나서 두 조에서 덤벼왔으나 끝까지 이를 사수했으니 말이다.
“우린 한 번도 패하지 않고 이걸 지켰어.”
소년이 자부심이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에 목경운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뭐야? 그 한숨은? 넌 깃발은커녕 네 동료들을 잃었잖아.”
한 소년이 결국 참지 못하고 목경운에게 이를 따졌다.
그러자 목경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이내 소년에게 다가갔다.
이에 소년이 순간 움찔하다가 이내 맞서 섰다.
“뭐! 뭐! 어쩌려고? 기분이라도 나쁜 거냐? 한데 사실이잖아.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네 녀석을 받기는 했지만 서로가 통과하려면 싸움이 불필요 한 것 정도는….”
-팍! 으드득!
그 순간 소년의 목이 비틀렸다.
말을 끝내 다하지 못한 채 소년은 그대로 숨이 끊겨서 쓰러졌다.
‘!!!!!’
이에 다른 소년들이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이, 이 새끼 정말 미친 거 아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기분이 상했다고 해도 곧 동이 틀 텐데, 같은 조원을 죽이면 어떡해? 제정신이….”
-퍽! 두드득!
그 순간 목경운의 수도가 소리치던 소년의 목을 때렸다.
목의 근육과 뼈가 꺾이는 소리와 함께 소년의 목이 곡선으로 꺾이며 단말마의 신음성과 함께 그대로 절명하고 말았다.
벌써 두 명이나 죽이자 소년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도, 돌았어.’
‘이게 무슨 짓이야?’
정녕 관문을 통과할 마음 따윈 없단 말인가?
하고 여기고 있는데 목경운이 그들 중 또 다른 누군가를 향해 손을 뻗었다.
-팍!
“히익!”
한 소년이 피하지 못하고 붙잡혔다.
이에 다른 소년들의 머릿속은 그대로 하얗게 뒤집혀버렸다.
그들은 관문의 통과고 자시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조건 도망쳐야 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잡힌 소년을 돕지 않고서 도망가 버렸다.
목경운은 그런 소년들 중 한 명을 향해 있는 힘껏 돌멩이를 던졌다.
-퍽!
“컥!”
날아가는 돌멩이가 도망치던 한 사람의 뒤통수를 뚫고 들어갔다.
당연히 뒤통수를 맞은 소년은 죽었는지 그대로 엎어졌다.
-쿵!
목경운이 또 다시 돌멩이 하나를 주웠지만 남은 셋은 뿔뿔이 흩어져서 이미 수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전부는 무리겠네. 그럼…..’
“둘만 처리해줘요.”
그 말과 함께 목경운이 돌멩이 하나를 수풀을 향해 전력으로 던졌다.
그러자 수풀 속에서 억하는 비명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쓰러진 듯 한 소리가 이어졌다.
아무래도 제대로 맞춘 듯 했다.
이에 붙잡혀 있던 소년이 겁에 질려서 떨면서 말했다.
“대, 대체 왜 이러는 거야?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잖아. 이렇게 조원들을 죽이면…..”
“어차피 당신들은 통과하지 못해요.”
“뭐?”
“통과 못한다고요.”
“그, 그게 무슨 헛소리야? 네가 이런 짓만 안했어도…..”
“지키는 데만 급급해서 깃발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았네요.”
“대체 무슨 소릴 하는….”
-탁!
이해하지 못하는 소년의 머리를 목경운이 두 손으로 잡았다.
이에 기겁한 소년이 애원을 했지만,
“사, 살려….”
-우드득!
목경운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서 그대로 목을 꺾어버렸다.
그리고는 옆에 꽂혀 있는 깃발의 대를 잡고서 한 손으로 우그러뜨리며 중얼거렸다.
-끼기기긱!
“조금 촉박해졌네요.”
남은 시간은 이 각.
그 안에 다른 종류의 깃발을 찾아야 했다.
지금 깃발에 새겨져 있는 구결은 목경운이 외우고 있는 것과 동일했다.
* * *
같은 시각 산중턱.
동이 트기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두 조가 대치한 상태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헉….헉…..”
모두가 지쳤는지 거친 호흡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특이하게도 이 대치는 여느 깃발 사수전과는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양측 모두가 깃발을 가지고 있었다.
한쪽은 막혀 있는 산 벽에 깃발을 단단히 꽂고서 이를 지키기 위해 반원진을 치고 있었고, 다른 한 쪽은 깃발을 들고 다녔는지 두 사람이 지키고 있었고, 나머지 여섯이 반원을 친 쪽을 노리고 있었다.
‘안 좋아.’
지키는 쪽에는 단발의 소녀인 모화방의 모하랑과 연목검장의 막내 목유천이 있었다.
새로운 깃발을 찾아나서던 모하랑은 어떻게 하다가 목유천이 있는 조에 합류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깃발을 사수하며 버텨왔었다.
하늘이 많이 밝아진 걸 보면 동이 트기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게 안심하고 있는데 이들이 나타났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 같냐.”
돌도끼를 만들어 들고 있는 상의를 탈의한 소년.
전신에 독특한 문양이 그려진 이 소년은 주살곡의 염가였다.
‘젠장.’
목유천이 그런 그를 노려보며 속으로 욕했다.
저들이 왜 깃발을 노리는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깃발을 지키고 있는 한 소년의 허리띠에 대를 부러뜨린 깃발 하나가 있었다.
그렇다는 건,
‘두 종류를 전부 찾았다는 건데 왜 이러는 거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싸우다가 동료 중 한 명이라도 당하게 된다면 관문에 탈락하게 된다.
그런 위험부담까지 감당해가며 한 명이라도 적수를 줄이겠다는 건가?
정말 어리석은 판단이라 여겨졌다.
목유천이 옆에 있는 소년들과 모하랑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조금만 버티자.”
그 말에 모하랑을 비롯한 소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이 트는 순간 이런 짓도 더는 무의미했다.
그러나 이들의 이런 전략에 주살곡의 염가는 비웃음을 흘렸다.
‘버티면 된다고 여기는 거냐?’
그런 거라면 오산이다.
자신들에게는 필승의 전략이 있었다.
이미 이걸로 세 조나 몰살시켰기 때문에 충분히 검증이 되었다.
염가가 왼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와아아아아아아악!”
“야아아아아아아아아!”
깃발을 지키던 두 소년이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쳐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들만이 아니라 싸우던 소년들도 더욱 목청을 높여서 소리를 질러댔다.
‘뭐야?’
‘미친! 갑자기 왜 저러는 거야?’
지키는 쪽에서는 이들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너무 과하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어찌나 크게 지르는지 산 중턱이다보니 주변에 저들의 외침이 메아리쳤다.
‘무슨 수작이지?’
모화방의 모하랑이 이죽거리고 있는 주살곡의 염가를 노려보았다.
저 약아빠진 녀석이 손을 들자마자 저들이 저러고 있다.
노림수가 없는데 저럴 리가 없었다.
‘………’
결국 그녀는 그냥 내버려두면 안되겠다고 여겼다.
무조건 깃발을 사수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저들 중 한 두명이라도 죽여야겠다고 여겼다.
그래야 저들이 물러날 것이다.
그녀가 더욱 날카롭게 갈아낸 돌 단검을 꽉 쥐고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은 절대 반원진에서 벗어나지 마.”
“뭐 너 설마…..”
목유천이 그녀를 황급히 만류하려 하는데,
-팟!
이미 모하랑이 한 소년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기문이 막히기는 했으나, 기가 막힌 단검술의 실력자인 그녀의 무위는 모두가 알고 있는 바였다.
그렇기에 그녀가 본격적으로 나서자 뒤로 거리를 벌렸다.
이에 모하랑이 놓치지 않겠다며 따라갔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기다렸다!’
주살곡의 염가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서 반원진을 치고 있는 소년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모하랑이 방향을 틀었다.
‘그럴 줄 알았어.’
그녀 또한 이걸 예상했다.
이중에 가장 강한 전력은 자신이었다.
염가라면 자신을 이탈시킨 후에 반원진을 노릴 거라 여겼다.
-휙!
모하랑이 염가의 등을 향해 끝을 날카롭게 간 돌 단검을 던졌다.
그러자 염가 조의 한 소년이 몸을 날려 이를 막았다.
-푹!
“큭!”
소년의 좌측 가슴과 어깨 사이에 돌 단검이 박혔다.
하나 이로 인해 주살곡의 염가는 확실하게 반원진을 치고 있는 한 소년의 머리를 돌도끼로 내려찍으려 했다.
“안됏!”
그 순간 목유천이 미끄러지며 염가의 다리를 노렸다.
이에 염가가 피식하고 웃더니 몸을 옆쪽으로 날리며 돌도끼를 던졌다.
‘엇?’
염가가 노린 곳은 다름 아닌,
‘이런!’
그들이 지키고 있는 깃발이었다.
염가의 진짜 목적은 소년들이 아니었다.
날아간 돌도끼가 회전을 하며 깃발의 대로 날아갔는데,
-차캉!
천운이었을까?
깃발의 대를 빗겨 맞고서 돌도끼가 튕겨나갔다.
흠이 조금 생기기는 했으나 다행히 깃발은 빗겨 맞은 덕분에 대는 꺾이지 않았다.
이를 본 소년들이 안도했다.
“하아.”
저게 꺾이기라도 했다면 사수 전이 아니라 어떻게든 이들에게서 깃발을 뺏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했을 것이다.
‘죽인다!’
-팟! 타타타타탁!
모화방의 모하랑이 염가를 향해 달렸다.
다른 녀석들도 그랬지만 이 녀석만큼은 지금 죽이는 편이 나았다.
잔머리를 굴리며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에 어느 누구보다도 성가셨다.
“모화방. 나랑 해보자는 거냐?”
도끼를 던진 후에 낙법으로 몸을 굴려서 일어난 염가가 자신을 향해 질주해오는 마하랑을 향해 기수식을 취했다.
여자라는 걸 떠나서 가장 겨뤄보고 싶은 상대 중 하나였다.
바로 그때였다.
-꿕! 꿕!
어디선가 들려오는 괴소리.
이에 서로를 향해 달려가던 두 사람이 멈춰 섰다.
한참 대치하며 싸워대던 두 측의 다른 소년들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쿵! 쿵!
지면이 울리는 소리.
육중한 무언가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날이 상당히 밝아졌기에 그들은 수풀 사이로 거대한 그림자가 생겨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자 염가 측의 소년들이 일제히 기다렸다는 듯이 움직였다.
그들은 깃발을 가지고 있던 두 소년들을 향해 피신하듯이 달려갔다.
-파스스스스!
그때 그들이 있는 뒤편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
모두의 얼굴이 굳어졌다.
-주르르륵!
침을 질질 흘리며 나타난 무언가.
그것은 머리는 푸른빛의 털을 가지고 있었고, 귀는 뾰족하게 올라가 있으며 갈고리 형태의 날카로운 발톱을 지녔다.
생김새는 늑대와 흡사했으나 그 크기는,
“뭐, 뭐야?”
“이게 대체?”
보통 늑대보다도 거의 세 배는 더 커보였다.
황소마저도 한 입에 씹어먹을 것만 같은 엄청난 위압감을 가지고 있는 괴물이었다.
이를 본 목유천이 식은 땀방울을 흘렸다.
‘더…..더 커졌어.’
산을 돌아다니며 고군분투하면서 저 괴물을 보았었다.
운이 좋게 저것에게서 살아남을 수 있었는데, 그때 보았을 때보다도 훨씬 더 커졌다.
대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던 거지?
“그, 그 괴물 늑대야.”
목유천과 한 조였던 다른 소년도 두려움에 가득 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것에게 같은 조원 두 명이 당했기에 얼마나 위험한지 누구보다 그들은 잘 알았다.
-타타타탁!
그때 염가가 자신들의 깃발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붙었다.
그 모습에 반원진을 치고 있던 모하랑 측의 소년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보다도 저 괴물과 가까운 게 저들이었다.
그래서 깃발을 버리고 도망쳐도 모자랄 판국에 오히려 깃발을 반드시 사수하려는 것 마냥 가까이 붙었다.
‘뭐지?’
의아하게 여기던 찰나였다.
-슥!
당연히 염가 조를 먼저 공격할 거라 여겼던 괴물 늑대가 그들을 피해서 움직였다.
그러더니 산 벽 앞에서 반원진을 만들고 있는 목유천과 소년들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뭐야?’
‘어째서?’
그들은 그 연유를 알 수 없었다.
저 괴물이 왜 저들을 지나쳐서 자신들을 노린단 말인가?
사람을 가리기라도 한 단 말인가?
‘깃발?’
하나 이를 어림잡아 짐작하게 된 이가 있었다.
그녀는 바로 모하랑이었다.
모하랑은 저들이 저런 괴물이 나타났는데도 경계 태세는커녕 오히려 깃발의 가까이에 달라붙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소리쳤다.
“깃발에 붙어!”
그 외침에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이던 이들이 뒷걸음을 치며 깃발의 가까이로 갔다.
그들 역시도 생각이 없는 건 아니었기에 모하랑의 외침을 듣고서 염가 측의 조원들이 하는 행동을 의식했다.
그렇기에 일단 가까이 붙고 보는 것이었다.
한데,
-파파파파팍!
그 순간 깃발을 향해 뒷걸음을 치는 그들을 향해 괴물 늑대가 거대한 몸과는 어울리지 않는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었다.
“으악!”
“히익!”
“피, 피햇!”
깃발에 붙는 것과 상관없이 달려드는 괴물 늑대에 모두가 혼비백산 몸을 날렸다.
그러나 한 소년이 괴물 늑대에게 그대로 짓밟히고 말았다.
-쿵!
“악!”
밟힌 소년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저 거구의 무게도 그랬지만 갈고리 형태의 발톱이 등을 파고들어 장기를 찢어놨기 때문이었다.
“젠장!”
이를 본 목유천이 도망을 치다말고 몸을 틀었다.
본능은 두 다리더러 도망가라고 하고 있었지만 저 소년은 자신을 조로 받아줬고 함께 생사고락을 함께 했었다.
그렇기에 그냥 버리고 도망칠 수가 없었다.
-팍!
목유천이 바닥에 있는 돌멩이 하나를 주워서 놈의 안면에 던졌다.
-퍽!
안면에 돌을 맞은 괴물 늑대가 고개를 훽하고 돌렸다.
-꿔어억! 꿔어어억!
돼지 같은 울음 소리를 내는데 그것을 듣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확 돋았다.
괴물 늑대가 목유천을 정확히 응시했다.
‘빌어먹을.’
자신이 괜한 짓을 한 건가?
차라리 그냥 도망쳤어야 했나?
라고 여기던 찰나였다.
-팍!
그 순간 누군가 높이 뛰더니 이내 괴물 늑대의 등을 밟고서 목에 올라타더니 그대로 놈의 눈에 날카롭게 간 돌단검을 박아넣으려 했다.
그녀는 바로 모하랑이었다.
그러나,
-파악!
“헙!”
모하랑의 단검이 눈에 박히기도 전에 괴물 늑대가 반대쪽 앞발로 머리 위를 격하게 휘저었다.
뛰어내리며 이를 피하려고 했지만 등이 스치고 말았다.
갈고리 발톱에 채여서 살점이 뜯겨져 나간 그녀의 등이 순식간에 피로 번졌다.
그리고,
-쿠당탕!
몇 바퀴나 구르고 말았다.
“하랑!”
한 바탕 구르고 난 모하랑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그러나 기문(氣門)도 막힌 맨몸으로 이런 부상을 당했으니, 쉽게 몸이 일으켜 세워질 리가 만무했다.
-쿵!
그녀의 한 쪽 무릎이 바닥에 꿇려졌다.
이를 보며 깃발에 뭉쳐있는 주살곡 염가의 조원들이 신이 나서 비웃음을 흘렸다.
차도살인이라고 해야 할까?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세 조나 저 괴물 늑대의 밥으로 만들었다.
‘너무 억울해하진 마라. 모화방 계집.’
주살곡의 염가가 입 꼬리를 비릿하게 올렸다.
여기선 정정당당이고 뭐고 없었다.
어떤 식으로든 끝까지 살아남고 호적수들을 제거하는 자가 진정한 승자였다.
-꿕꿕!
괴물 늑대가 그녀를 향해 이를 드러내며 걸어왔다.
단순한 짐승이 아니었다.
마치 이 괴물 늑대는 그녀를 공포에 질리게 하려는 것처럼 천천히 한 발자국씩 걸어오고 있었다.
“하아….하아……”
‘곧 동이 트는데.’
모하랑이 하늘을 쳐다보며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고작 일 각 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렇게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게 되는 건가?
등의 출혈로 눈앞이 흐려지고 있었다.
-쿵!
-쿵!
-쿵!
괴물 늑대가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다.
목유천과 소년 한 명이 소리를 치며 주위를 돌리기 위해 안간 애를 쓰는 게 보였는데 이미 늦었다.
이 괴물 늑대의 다음 먹잇감은 자신이었다.
‘내가……맛있어…..보이냐?’
-으득!
모하랑이 이를 악물며 몸을 일으켜세우려고 했다.
죽더라도 이 괴물 늑대의 살점 하나는 찌르고 죽어야 억울한 마음은 없겠다 싶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괴물 늑대가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를 향해 몸을 날리려 했다.
-팟!
‘와라!’
그때였다.
-팍!
몸을 날리던 괴물 늑대의 몸이 갑자기 멈춰졌다.
‘!?’
제 스스로 멈췄다기 보다는 마치 뭔가에 묶인 것처럼 두 앞발을 든 채 고정되어 있는데, 대체 이게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뭐, 뭐야?”
“왜 저러는 거야?”
모두가 의아해하는데, 모하랑의 흐릿해져가는 눈에는 기괴한 것이 보였다.
바닥에서 솟구쳐 나온 수많은 쇠사슬들이 괴물 늑대의 전신을 구속하고 있었다.
-차캉! 차캉!
-꿔어어어억!
괴물 늑대가 포효를 하며 이를 풀어내려고 했지만 쇠사슬은 더욱 놈을 조여오며 움직이지 못하도록 구속했다.
‘뭐야?’
대체 이 쇠사슬들은 뭐지?
그러고 있는데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아아. 참 다행이네요. 필요한 것들이 전부 모여 있다니.”
그 목소리에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입 꼬리를 올리며 걸어오는 누군가가 보였다.
‘저 녀석은……’
그는 바로 목경운이었다.
그런데 그의 바로 옆에 뭔가 투명하면서도 흐릿한 형태의 저건 대체 뭐지?
-흠칫!
쇠사슬을 전신에 두르고 있는 머리카락의 반이 백발인 소녀였는데, 눈이 마주친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