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8)
3화 괴이(怪異) (1)
장주가 있는 방문 앞.
꼿꼿한 자세로 기다리고 있던 연목검장의 대부인 석 부인이 마루를 오르는 발걸음 소리에 그곳을 쳐다보았다.
낡은 책이나 기구들을 실은 배서함을 등에 진 음양도가 그려진 허름한 도복을 입은 턱수염의 중년인이 보였다.
그가 바로 석 부인이 부른 방사(方士)였다.
묘신이라 불리는 이 방사는 몽성(蒙城)에서 제법 용하다고 소문이 난 자였다.
석 부인이 그의 행색을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쭉 훑더니 미덥지 못한 얼굴로 작게 혀를 찼다.
방사가 기분이 나쁘고 말고를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였다.
그런 그녀의 태도에도 방사는 별다른 내색 없이 오히려 그녀의 기분에 맞췄다.
“이제 장주님을 뵐 수 있는 겁니까?”
“그래요.”
“다행이군요. 괴이는 길면 길어질수록 사태가 악화될 뿐입니다. 하면 장주께서 머무시는 본관 주변 삼십 여장 내로 사람들을 전부 물려주십시오. 가까이 있으면 자칫 장주께 있던 부정(不淨)을 탈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했어요.”
방사를 부른 게 뭐가 좋은 일이라고 주변에 이목을 남겨두겠는가.
적당한 핑계 거리로 주변을 이미 비워두었다.
“마님께서도 물러나주시면……”
-슥!
그때 석 부인이 손을 슬쩍 들어올리며 말했다.
“내가 했던 부탁은 기억하지요?”
이 말에 방사가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당연합지요.”
“좋아요. 묘 방사가 그렇게 신통하다고 하니 믿겠어요.”
그리고 목소리로 낮추고서 속삭였다.
“장주의 직인과 비급이 어디있는지만 알아낸다면 약조대로 은전 삼백을 곧바로 드리겠어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꾸벅꾸벅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하는 방사 묘신.
그의 모습에 석 부인은 옅은 숨을 내쉬었다.
“후우.”
사실 그녀 또한 방술이니 뭐니 이런 것을 크게 믿지 않았었다.
하나의 계기 덕분에 달라진 것뿐이었다,
다만 일말의 기대로 방사를 부른 것 뿐이었다.
‘………당신이 그 아이에게 힘만 실어줬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예요.’
본처도 아닌 고작 기생 년의 자식을 후계로 생각하다니.
장주가 있는 방문을 쳐다보는 석 부인의 눈망울에 원망이 맺혔다.
* * *
장주가 있는 연목검장의 본관으로 향하는 길.
나란히 서서 안내하는 고찬이 목경운을 힐끔거리며 쳐다보았다.
‘무슨 생각이지?’
장주의 목숨이 녀석과 직결되어 있는 것은 분명 맞다.
그런데 그런 장주를 봐서 뭘 어쩌겠단 말인가?
‘설마 살려보기라도 하겠단 말인가?’
그런 거라면 더욱 무리다.
약초의 지식이 남다른 것은 알겠지만 장주는 이미 장내 주치 의원부터 근방에 용하다는 모든 의원들이 포기했다.
증상도 병도 정확히 알 수 없는 괴이(怪異)라고 한다.
괴이라는 표현을 쓴 시점에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체 무슨 속셈이지?’
도통 이 녀석의 생각을 읽을 수가 없다.
‘그보다 이 녀석 걱정도 안 되나?’
오히려 고찬은 다른 게 우려되었다.
괜히 남들 눈에 띄어서 말이라도 섞다가 가짜라는 게 들통나면 감 호위와 함께 줄을 갈아타기도 전에 사달이 날지도 몰랐다.
그때 목경운이 어딘가를 쳐다보며 물었다.
“저긴 뭐하는 곳인가요?”
“저곳은 무공을 수련하는 연무장입니다.”
목경운이 고개 짓으로 가리킨 곳에는 제 일(一) 연무장이 있었다.
연목검장에서 장주 전용 연무장을 비롯해 총 네 개의 연무장이 있다.
제 삼(三) 연무장은 장내 일반 무인, 제 이(二) 연무장은 가신들이 무공을 단련하는 용도였고 마지막 제 일(一) 연무장은 공자들 전용이었다.
“무공을 수련하는 곳이라……”
목경운의 눈빛에 흥미가 감돌았다.
이 모습에 고찬이 속으로 혀를 찼다.
생사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 무공에 대한 욕망은 헛된 망상이나 다름없었다.
‘이제와서 익혀봐야 감 사형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으냐?’
걸음마조차 떼기 힘들 터인데, 무공을 익혀서 일류 고수를 죽일 생각부터 하는 게 솔직히 우스웠다.
그때 목경운이 갑자기 그를 불렀다.
“고찬 호위.”
“네넵.”
“고찬 호위는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이리저리 굴리는 게 참 탐스러운 눈알을 가진 것 같네요.”
‘!?’
흠칫한 고찬이 순간 발걸음을 멈췄다.
딱딱하게 굳어져서 고개를 돌리는데 목경운이 그의 어깨에 팔동무를 하며 말했다.
“아직 제 사람이 아닌가 봐요.”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앞을 봐야죠. 고찬 호위. 누가 잡아먹기라도 하나요?”
‘……씨발 새끼.’
진심 불안했다.
목경운의 눈동자가 자신의 왼쪽 눈을 정확히 쳐다보고 있었다.
입맛까지 다시는 게 마치 자신의 눈알을 뽑고 싶어 죽겠다는 표정이다.
고찬이 어깨를 부르르 떨며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그에게 목경운이 히죽거리며 말했다.
“아쉽다. 맞죠?”
‘뭐, 뭐가?’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 같다.
이놈을 알면 알수록 왠지 건드리면 안 될 것을 건드린 느낌이다.
이런 불안한 마음을 최대한 갈무리 한 채 고찬은 앞을 향해 걸어갔다.
‘아…..’
그러던 고찬의 눈에 연무장에 있는 누군가가 띄었다.
연무장에는 상체를 탈의하고 있는 한 강인한 인상의 소년이 있었다.
구릿빛 상체 근육이 잘 발달한 소년은 땀을 뻘뻘 흘려가며 마보를 하고 있었다.
‘목유천.’
그는 막내 공자인 목유천이었다.
천부적인 무재를 지니고도 식사와 수면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무공 연마에 투자할 만큼 그 열의가 대단했다.
장주가 괜히 총애하는 것이 아니었다.
‘붙어사는군.’
제 일 연무장은 목유천의 전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훈련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군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고찬이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막내 도련님입니다.”
“막내? 저 친구가 목유천인가요?”
“그렇습니다.”
“저게 무공을 익히는 방식인가요?”
“마보를 통해 하체 힘을 기르는 겁니다. 모든 무공의 기본은 하체에서 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공자님. 막내 도련님을 쳐다보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괜히 엮일 수도 있습니다.”
“쳐다본 것만으로요?”
고찬이 인상을 찡그리며 그를 쳐다보았다.
분명 감 호위가 준 정보지를 보았을 거다.
진짜 목경운의 무공 실력은 삼류의 경지이다.
한데 그는 가짜였기에 괜히 헛짓거리를 하다가 부딪치기라도 하면 가짜라는 사실을 들킬 수도 있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고찬이 속삭이며 말했다.
“막내 도련님은 진짜 도련님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아아.”
목경운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진짜 목경운이 적은 정보지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천한 놈이 무재가 뛰어나다고 까부는 것이 꼴도 보기 싫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마주치게 된다면 대화를 섞는 것을 삼가도록.]이렇게까지 적을 만큼 경계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거다.
“왜 싫어할까요?”
그 물음에 잠시 머뭇거리던 고찬이 귓가에 대고 속삭이며 말했다.
“…….진짜 도련님이 막내 도련님의 모친을 두고 천박한 기생 계집이라고 비하하다가 죽도록 얻어터졌습니다.”
그게 벌써 이 년 전의 일이다.
아직도 기억난다.
다리뼈와 갈비뼈가 아작 나서 바닥을 기어다니던 진짜 목경운의 모습이 말이다.
아주 살려달라고 난리도 아니었었다.
그런 일이 있던 만큼 막내 공자 목유천은 진심으로 목경운을 증오했다.
“심성이 곱나보네요.”
“네?”
“그래도 사지는 멀쩡히 내버려둔걸 보면요.”
‘…….’
눈살이 찌푸려졌다.
역시 이 녀석은 사고 구조가 다르다.
가짜라고 해도 자신의 이야기나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어쨌거나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아무튼 빨리 가시죠. 지금은 다른 공자님들과는 부딪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정말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 고찬의 당부에 목경운은 말없이 피식하고 웃었다.
참 재미있는 곳이었다.
형제들끼리 이리 아웅다웅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렇게 그들은 연무장을 지나 장주가 있는 본관으로 갔다.
본관으로 들어가는 전각을 보며 고찬이 인상을 찡그렸다.
‘뭐지?’
평소라면 본관 입구 전각 앞을 장원의 경비무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한데 아무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주변이 너무 조용했다.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는다.
‘이거 곤란한데……’
장주의 병세가 심해서 석 부인의 명으로 공자들조차도 본관에는 가지 못했었다.
그렇기에 어차피 가도 제지할 게 틀림없어, 다시 돌아가게 될 거라 여겨서 군말 없이 안내한 것이었다.
한데 이거 정말로 장주를 보게 생겼다.
* * *
장주의 방 안.
누워 있는 장주의 침상 주변에 십 여 개의 붉은 실들이 경계를 이루며 쳐져 있었고 가운데가 비어있는 은전들이 실들 사이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차랑차랑!
흘러내리는 은전들이 부딪치며 소리를 냈다.
“흐음.”
장주의 상의를 벗겨내 가슴팍을 바라보고 있는 방사 묘신이 혀를 내둘렀다.
보통 괴이라 하여 불러내면 대부분은 그것과 관련이 멀었다.
해서 적당히 방술을 행한다고 하며 시간을 때우면 됐다.
한데 이번은 아니었다.
-불룩! 불룩!
장주의 가슴 한가운데를 중심으로 검게 물든 핏줄들이 흉측하리만큼 울룩불룩 튀어나왔다.
얼핏 보면 중독현상처럼도 보인다.
그러나 기이한 것은 그 부위가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심장 쪽을 향하고 있군.’
검은 핏줄이 튀어나와 창백해져 있는 부위가 심장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에 막힌 것처럼 아직은 도달하지 못했다.
방사 묘신이 히죽거렸다.
‘무인은 무인이로군. 정기가 강해서 부정이 심장을 관통하지 못하고 있어. 이 정도로 강한 살(殺)이면 이미 먹혔어야 했는데.’
잘도 버티고 있었다.
한데 그것도 확실히 경각에 달했다.
장주의 몸 상태를 보면 부정을 탄지 오래 되어 쇠약해져 있었다.
‘반반이군.’
이 정도라면 부정을 정화해도 살 확률은 반반이었다.
부정과 살을 동시에 튕겨내는 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나야 의뢰 받은 것만 하면 되니까.’
의뢰는 장주를 괴이로부터 살려내는 것이 아니었다.
장주가 죽기 전에 직인과 비급서가 어디에 있는지 내뱉게만 하면 되었다.
방사 묘신이 배서함에서 부적을 꺼냈다.
부적을 꺼내든 방사 묘신이 미리 준비해둔 벼루에 붉은 먹을 흘려보냈다.
-툭툭!
붓으로 붉은 먹을 적신 묘신이 부적에 글씨를 새겨넣기 시작했다.
획을 긋는데,
귀(鬼)의 형태가 되어갔다.
묘신이 작은 소리로 뭔가를 외었다.
“천제석장(天帝釋章)……패대천강(佩帶天剛)……오방흉악지귀(五方凶惡之鬼)……하불소망(何不消亡)…..비선일흡(飛仙一吸)…..만귀복장(萬鬼伏藏)…..대강대성수입귀심취기(大剛大聖收入鬼心取氣).”
-파르르르르!
기묘했다.
부적의 끝이 저 홀로 떨려왔다.
그렇게 떨리는 부적을 방사 묘신은 장주의 가슴 한가운데서 끊임없이 심장을 향하는 괴이에 붙였다.
-탁!
바로 그 순간이었다.
-불룩! 불룩! 불룩!
부적이 붙은 곳을 중심으로 검은 핏줄들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러자 방사 묘신이 수인을 맺었다.
-척!
[임(臨)]두 손의 검지를 모으고 나머지를 꽉지 낀 임은 부동근본인을 뜻한다.
[병(兵)]검지를 받치게 하고서 깍지를 끼던 중지를 펴며 모았다.
그와 함께 수호살주를 외우기 시작했다.
“소청현단현호대장군 위령현현화금신 황금갑쇄시오신 참사혁호대뇌신 수지동철가쇄련 수제사귀참요정 하구제고주천정 수화개통행칠보……”
수호살주를 외우자 장주의 몸에서 경련이 일어났다.
부적을 붙인 부위에서 옅은 수증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개(皆)]손가락 전부를 깍지 꼈다.
외박인을 뜻한다.
그러자 누워있던 장주의 목젖 쪽이 불룩불룩 튀어나와졌다.
이에 기도가 막혔는지 장주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걸 본 방사 묘신의 표정이 굳어졌다.
‘살이 너무 세다.’
수인을 맺던 방사 묘신이 자리에서 일어나 장주의 목젖에 오른손으로 검결지 수인을 맺고서 올렸다.
그리고 수호살주를 이어서 외웠다.
“봉청현단혁호원수강래임 참요제사불류정 신병화급여율…..”
수호살주가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끼이이익!
그때 닫혀 있던 장주의 방문이 천천히 열렸다.
그 덕분에 방문에 묶어두었던 붉은 실 세 개가 풀려나며 은전들이 바닥에 우수수 떨어졌다.
-차라라라랑!
‘이런!’
그 순간이었다.
-파앙!
“흐헉!”
강한 반탄력과 함께 방사 묘신의 몸이 뒤로 튕겨나갔다.
그 힘이 어찌나 강한지 어디까지 튕겨나갈지 모를 판국이었는데, 그때 누군가가 그의 등을 붙들었다.
-팍!
놀란 묘신이 고개를 돌렸다.
그를 붙잡은 자는 너무도 선이 고운 미형의 소년이었다.
소년은 바로 목경운이었다.
워낙 훤칠한 외모 때문에 잠시 말문이 막혔던 묘신이 방해받은 것에 화가 나서 짜증을 내려고 했다.
“아무도 들이지 말라 했는데 어찌…..!?”
-흠칫!
그러나 방사 묘신은 끝까지 화를 내지 못했다.
그것은 흡사 죽은 자처럼 한 점의 흔들림이 없는 목경운의 눈동자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어찌 살아있는 인간이 이런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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