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80)
암천(暗踐).
정도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정의맹에서 만든 기밀 단체이다.
정확한 설립 시기를 아는 자는 정의맹 내에서도 극소수에 불과했고, 그들이 정확하게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는 자들 역시 그리 많지 않았다.
암천을 아는 자들은 그들을 정의맹의 그림자라고 불렀다.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드러나서는 안 될 임무들을 도맡아서 하기에 그들은 영원히 양지로 올라올 수 없었다.
이런 암천 내에서도 조금 더 특별한 단체가 있다.
정규 단체인 갑단(甲團 -내부 감사), 을단(乙團 – 첩보), 병단(丙團 – 암살) 이외에 존재하는 정단(丁團).
[괴물들.]같은 암천의 요원들 안에서도 그들은 그렇게 불리웠다.
이는 정단의 요원들에 대한 강함의 척도도 포함이 되어있었지만 다른 이유도 함께 했다.
그것은 그들이 평범한 인간과는 다름에 있었다.
정단 십삼조 부대주 능화양.
그녀 역시도 그 일원으로 이번 임무에 투입된 정단의 세 요원 중 한 명이다.
[을단의 요청이다. 정단 요원의 실력을 보여줘라.]시혈곡은 을단에서 수차례나 실패했던 임무였다.
그렇기에 정단은 이번 기회에 첩보 쪽으로도 실적을 올리기 위해 요원들을 투입시켰다.
능화양이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목경운에게 유혹하듯이 손짓을 했다.
“몸으로 대화하자고.”
‘목경운.’
저 녀석 덕분에 투입된 요원의 7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명이 떨어졌다.
[놈의 근맥을 끊고 단전을 폐해라.]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그녀가 전문으로 맡아왔던 임무는 요인 암살이었다.
특히 남자들의 경우는 더더욱 쉬웠다.
조금만 유혹해도 넘어와서 자신에게 안기는데 적당히 즐길 수 있었고, 마무리로 목숨을 앗아가면 그만이었다.
‘제법 잘생겼네.’
가까이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한데 얼굴을 보니 미형을 넘어서 굉장히 잘생겼다.
웃고는 있었지만 뭔가 퇴폐미도 보였고 여러모로 여자들이 좋아할 법한 얼굴이다.
‘아쉽네.’
한 번 즐기고 반병신으로 만들기는 아까웠다.
그러나 임무를 위해서는 별 수 없었다.
이 녀석 덕분에 요원들이 죽은 것도 그렇지만 향후 임무에 있어서 가장 방해가 될 요인이었다.
-쿵!
그때 목경운이 살짝 열려있던 방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걸어오며 말했다.
“몸의 대화라는 게 뭘까요?”
“알면서 왜 물어.”
그녀가 교태스러운 말투를 뱉으며 침대에 앉아 다리를 살짝 꼬았다.
이에 목경운이 피식하고 웃더니 다가오며 말했다.
“정말 모르겠군요.”
“숙맥인 척 하는 거야? 아니면 일부러 애 닳게 해보려고 그러는 거야?”
“글쎄요.”
목경운이 바로 그녀의 두 보 앞에 섰다.
능화양이 입 꼬리를 배시시 올렸다.
이런 굴곡을 지닌 여인이 나신으로 있는데 넘어가지 않고 배길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녀석도 별 수 없을 거라 여겼다.
-슥!
능화양이 자연스럽게 목경운을 향해 다리를 한 쪽을 쭈욱 폈다.
발 끝은 목경운의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자극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때 목경운이 그녀의 발 끝을 잡았다.
그리고는 무릎을 꿇고서 그녀의 발목을 부드럽게 쓸어 올렸다.
능화양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숙맥은 아닌가 보네.’
아무리 잘생기고 해도 약관이 되지 못한 소년이기에 경험도 없는 숙맥일지도 모른다고 여겼다.
그런 경우라면 재미가 없다.
기껏 몸을 써가면서 상대를 제거하거나 처리하는데 어느 정도 재미는 봐야 하지 않는가.
그런 우려는 버려도 될 것 같았다.
“하아.”
그녀가 일부러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발목을 쓸어 올리는 행동 하나만으로 흥분이 될 리가 만무했지만, 이런 식으로 소리를 내면서 남자를 자극하는 것이었다.
-슥!
목경운이 발목을 타고서 그녀의 정강이를 지나 무릎, 그리고 허벅지까지 손을 쓸어올렸다.
허벅지까지 손이 올라오니 그녀의 눈매도 야릇해졌다.
아무래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듯 했다.
‘너한테도 나쁘지 않을 걸.’
반병신이 되기 전에 이런 여자를 안을 수 있으니 나름의 대가라고 해야 할까.
능화양이 교태를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너도 벗어.”
이런 그녀의 말에 목경운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쓸어 올리다 말고 검지와 중지 손가락으로 걸어가듯이 허벅지 위로 교차하며 올렸다.
이에 능화양의 얼굴이 붉어져갔다.
이 녀석 아무래도 어리지만 나름 경험이 있는 듯 했다.
대부분의 남정네들은 전희(前戲)라는 건 없고 자신이 벗고 있으면 무작정 거기부터 들이대고 본다.
한데 보니까 이 녀석은 여자를 아는 것 같다.
안 그래도 어지간한 감각에서 둔해진 마당에 거기만 들이밀면 재미가 떨어졌을 것이다.
그러고 있는데 목경운이 말했다.
“맛있어 보이는군요.”
그런 목경운의 말에 그녀가 신음성을 내며 말했다.
“하아……맛있어 보여? 그럼 어서 먹어치워. 참지 않아도 돼.”
흥분되지?
이런 말을 들으면 아주 미칠 것이다.
그러고 있는데 목경운이 두 손가락을 교차시켜 걸어가듯이 올라가며 말했다.
“맛을 천천히 음미해야죠. 아름다운 것은 천천히 달아오르게 해야 제 맛이거든요.”
“하아…..너……마음에 드네.”
“저도 그렇네요. 한껏 달아오른 당신의 입에서 나올 비명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짜릿하군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능화양은 진심으로 달아올랐다.
이 녀석 여자를 흥분시킬 줄 안다.
손가락을 저리 교차시키며 움직이면서 말로 저렇게 상상을 자극하니 오랜만에 기분이 좋아지려 한다.
-슥!
한참 올라오던 목경운의 손이 그녀의 매끈한 배로 올라왔다.
이에 능화양이 뭔가 아쉬운 듯이 입맛을 다셨다.
자신을 더 달아오르게 하려는 건가?
이 녀석 고수다.
‘제법인데.’
미치광이 녀석이라고 해서 어떻게 나오나 궁금했다.
한데 이렇게 섬세하고 여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아는 녀석이었다니.
복부를 부드럽게 매만지던 목경운의 손이 어느새 그녀의 풍만한 가슴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아.”
그녀가 짙은 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녀에게 목경운이 웃으며 말했다.
“부드럽게 잘 달아올라가는군요. 전신의 껍질을 벗겼을 때 당신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네요.”
“이미 전부 벗었는데 여기서 더 벗길 게 있어?”
-슥!
“여기 있잖아요.”
목경운이 그녀의 살갗을 잡아당겼다.
그런 그의 말에 순간 능화양이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잘나가다가 무슨 뜬금없는 소리지?
이 자식 지금 이 말이 자신을 흥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에 능화양이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농담도 잘해라. 후후후.”
“농담이 아닌데요.”
“…….뭐?”
능화양이 순간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인상을 썼다.
그런 그녀에게 목경운이 입 꼬리를 귓가에 닿을 만큼 올리며 말했다.
“처음 볼 때부터 당신의 피부를 전부 벗겨서 그 안에 있는 것을 보고 싶어졌는걸요.”
“……..너 지금 그게 흥분되라고 하는 말이야?”
“흥분되지 않나요?”
“장난해?”
“예전에 계속해서 입을 다물고 있는 녀석의 피부를 전부 벗겨서 자신의 속을 보게 만들어줬더니 까무러칠 만큼 소리를 치더군요. 핏줄과 실근육들이 얽혀 있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거든요.”
‘!?’
능화양의 표정이 굳어졌다.
처음에는 좀 과하게 말로 전희를 하려는가 싶었다.
그런데 이 악의로 가득 찬 미소도 그렇고 눈빛은 정말로 진심이었다.
자신의 껍데기를 벗겨보고 싶어하고 있었다.
-오싹!
순간 능화양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여태껏 여왕 거미처럼 자신의 품속을 파고드는 녀석들을 죽여왔고 그 과정을 늘 즐겼다.
자신의 품에 안긴 남자들을 죽일 때마다 너무나도 흥분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 무뎌진 자신의 감각이 다시 살아나는 것만 같았다.
‘이 자식……나랑 같은 종인가?’
미쳐봐야 얼마나 미쳤겠는가 싶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자신 이상으로 미친 놈인 것 같다.
미녀가 나신으로 유혹하는데 그 껍질을 벗겨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니.
-파르르르르!
‘미친 새끼.’
그녀도 생각이 바뀌었다.
자신의 품속에서 행복해하다가 그 행복이 꺾이는 모습을 보려고 했는데, 그것보다 이 미치광이 놈이 살려달라고 하는 걸 보고 싶어졌다.
능화양이 빙그레 웃었다.
“나도 네 비명 좀 들어봐야겠어.”
-팍!
그렇게 결심하자 그녀가 뱀처럼 목경운의 팔을 두 다리로 감았다.
그리고는 두 다리로 목경운의 목과 등을 눌렀다.
녀석이 잘못 움직이면 순식간에 팔꿈치가 꺾이기 때문에 반항하지 못할 것이다.
-꽉!
“가만히 있는 게 좋을걸. 괜히 반항하다가 팔꿈치 뼈가 튀어나올…..”
-꾸구구국!
‘어?’
이건 뭐지?
목경운이 그녀가 매달린 상태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절정의 경지에 오른 자신이 거의 6성 공력을 실어서 두 다리로 금나수를 펼쳤는데 이를 강제로 버틴다고?
‘이 자식이!’
그녀가 더욱 공력을 끌어올리며 목경운의 팔꿈치를 박살내려 했다.
그런데 목경운은 팔은 조금도 꺾이지 않았다.
그러더니,
-쾅!
목경운이 매달려 있는 그녀를 침상에 내려찍었다.
침상이 부서지며 그녀의 몸이 그 안에 박혔다.
그런데 여전히 그녀는 목경운의 팔에 기생충처럼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능화양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소용없어. 난 고통을 잘 못 느끼거든.”
암천의 네 번째 조직인 정단의 대부분은 자발적이거나 혹은 고아들을 거둬서 수많은 대법이나 실험을 통해 개조된 이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실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은 고작해야 1푼에 불과하다.
1할도 아닌 1푼을 이겨낸 그들은 보통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몸을 가지게 되는데, 그녀는 기본적으로 무통(無痛)의 신체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끼기기기긱!
-푸푸푸푹!
매달려 있는 그녀의 손톱이 길어지며 목경운의 손목을 파고들었다.
예골조(銳骨爪)라 하여 특수 용액으로 변이시킨 날카로운 손톱을 짐승처럼 숨겼다가 뺄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이건?”
“나신이라고 아무 것도 없는 줄 알았니?”
“재미있는 신체구조네요.”
“재밌어? 그래 많이 재밌어해.”
‘곧 움직일 수 없을 테니 말이야.’
예골조의 변이시킨 성분.
그것은 마비산(麻沸散)이다.
손톱에 찔리게 되는 대상은 그곳을 중심으로 감각이 마비되어서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진기로 이를 몰아내려고 의식했을 때는 이미 늦다.
-꽉!
그녀가 허벅지에 더욱 공력을 끌어올렸다.
그러는데,
“이 향……꽤 익숙하군요.”
“뭐?”
“정향……백단…..목향…..반하국, 자감초, 침향…..생초오………마비산인가요?”
‘!?’
뭐야?
지금 이 자식 뭐라고 한 거야?
자신의 변이된 손톱에 구성된 성분을 향으로 알아 맞췄다고?
능화양은 순간 어처구니가 없었다.
대부분이 마비가 되고나서야 무슨 짓을 했냐고 난리를 벌이거나 혹은 마비산을 썼냐고 당황해 한다.
한데 이 자식은 대체 뭐지?
미세한 향만 맡고도 그 성분을 알아맞히는 게 가능한 일인가?
그리고,
‘왜 힘이 빠지지 않는 거지?’
이상하다.
마비산 때문에 슬슬 팔이 마비가 되서 힘이 빠져야 한다.
그런데 여전히 힘이 그대로다.
어째서지?
그러고 있는데,
-꽈아악!
목경운이 그녀를 든 상태로 갑자기 돌발행동을 했다.
-우득!
‘!!!!!!!!’
순간 그녀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목경운이 목을 억지로 돌리더니 조이고 있는 그녀의 무릎 반대편, 즉 슬리의 근육을 물어버렸다.
무통인 그녀였지만 이빨이 파고든 것 정도는 구분이 가능했다.
그리고 지금 녀석이 물어버린 부위는 위험했다.
잘못하면 걷지 못하게 된다.
-팍!
능화양이 두 다리에 힘을 풀고서 목경운의 머리를 걷어찼다.
이에 목경운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바닥에 떨어진 그녀도 거친 소리를 내뱉으며 자신의 무릎의 후면 쪽을 보았다.
한데 그곳이 일부 뜯겨져 나갔다.
-비틀!
왼쪽 무릎이 잘 펴지지 않는 걸 보면 근육이 뜯겨나간 것 같다.
“이 개자…..”
-우물우물!
순간 그녀는 말문이 막혔다.
목경운이 물어뜯은 자신의 슬리 근육을 씹고 있는게 보였다.
입가에 피를 묻힌 채 씹어대던 목경운이 이내 그것을 목구멍으로 삼켰다.
-꿀꺽!
그와 함께 목경운이 혀로 입술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말했다.
-할짝!
“흐음. 피 맛은 괜찮은데 조금 질기네요.”
‘이…….이런 미친…….’
능화양은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정단 내에서도 손꼽을 만큼 미친년이라 불렸고 자신 역시도 무통으로 생겨난 악취미 때문에 그것을 인정했었다.
그런데 이건 그 범위를 넘어섰다.
이건 미쳤다의 개념이 아니라 악귀(惡鬼)나 살성(殺性)이 아닌가.
순간 극도의 공포심을 느낀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을 치고 말았다.
그러자,
“아아아. 안되죠. 묶어.”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였다.
-촤르르르륵!
무언가가 그녀의 전신을 휘감으며 몸을 움직일 수 없게 구속시켰다.
“이, 이게 무슨…..”
당황한 그녀가 공력을 끌어올리며 이를 뿌리치려 했다.
그러는데 목경운이 쉿 하고는 손으로 입술을 잠그는 시늉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읍읍!”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비명도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자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목경운이 그녀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통증을 못 느낀다고 했나요? 잘됐네요. 여기 동경도 있거든요. 그렇지 않아도 자신의 껍질이 하나하나 벗겨지는 모습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했거든요.”
그와 함께 목경운의 입 꼬리가 양 귓가에 걸렸다.
신이 나 죽겠다는 표정이다.
‘이놈…..진심…..진심이야.’
-쿵! 쿵! 쿵! 쿵! 쿵!
심장이 격렬하게 뛰며 말을 듣지 않았다.
“헉헉헉헉…….”
거친 호흡을 내뱉던 그녀가 이내 거품을 물고서 눈동자가 뒤집히고 말았다.
“어라?”
이에 목경운이 실망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