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88)
‘주인님?’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원살각주 인서옥이 녹령 규소하의 외침에 순간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원혼을 강제로 식신으로 만드는 비술인 사육명연신장법을 쓴 것은 바로 자신이었다.
한데 영신고독술(靈神蠱毒術)로 탄생시킨 녹령이 갑자기 나타난 저 17, 18살 정도 되어보이는 소년에게 주인이란다.
대체 이게 무슨 영문이란 말인가?
하고 있을 때였다.
“경운아!”
방사 조의공이 목경운을 보며 외쳤다.
그 외침에,
“경운아?”
저 녀석을 아는 건가?
의아해하고 있는데, 방사 조의공이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스승님! 스승님! 저 아이가 제가 얘기했던 그 아이입니다.”
“뭐라?”
원살각주 인서옥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저 녀석이 제자 조의공이 자신의 문하로 받아들였다던 그 아이라고?
잠깐만.
한데 저 아이가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지?
시혈곡에서 관문을 진행하고 있어야 할 아이가 아닌가?
그리고 녹령은 또 왜 저 녀석을 보고 주인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 아이….?”
-슥!
방사 조의공이 뭔가를 말하려고 했는데, 원살각주 인서옥이 이를 멈추라는 듯이 손을 들었다.
“스승님?”
“있어 보거라. 네가 목경운이라는 아이느냐?”
이런 원살각주 인서옥의 물음에 목경운이 방사 조의공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방사 조의공이 눈빛을 보내며 작게 말했다.
“네 태사부이시자 원살각의 각주님이시다.”
‘!?’
그 말에 목경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천지회로 오는 도중에 방사 조의공이 원살각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줬었기 때문에 각내에 어떤 인물들이 있는지는 대충 알고 있던 차였다.
저기 칠순은 되어 보이는 노인이 그 원살각주라는 사람이었나?
‘이게 각주 급의 방사.’
귀안(鬼眼)을 개안한 목경운은 기(氣)를 구체화할 수 있는 눈을 지녔다.
그렇기에 확실하게 보였다.
노인에게서 무의식적으로 풍겨져 나오는 굉장한 주력(呪力)을 말이다.
‘이 정도로 차이가 나다니.’
방사 조의공보다도 거의 세 배 이상은 더 되는 듯 했다.
아직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에 목경운이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춰 말했다.
“아아. 사문의 존장이셨군요. 조 사부님의 문하로 들어온 목경운이라고 합니다.”
“………”
이런 목경운의 인사에 방사 조의공의 말없이 그를 쳐다보았다.
반면 주인님이 왔다고 화색이 밝아졌던 녹령 규소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무슨 소리야?’
주인님이 이 노친네의 사문이라고?
그럼 자신을 이 지옥 같은 곳에 가둔 자들과 관련이 있단 말인가?
그런 거라면 많이 혼란스러울 것 같다.
그러고 있는데 원살각주 인서옥이 입을 열었다.
“방금 전에 그 말 다시 해보거라.”
그 말에 두 손을 모으고 있던 목경운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아아. 사문의 존장이셨군요. 조 사부님의….”
-쿵!
목경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원살각주 인서옥이 지팡이의 끝을 바닥에 찍었다.
그리고는 무섭게 인상을 쓰고서 말했다.
“지금 본 각주를 상대로 농을 하는 것이냐?”
“아뇨. 그럴리가요.”
능청스러운 그 말에 오히려 방사 조의공이 안달이 났다.
이 녀석이 보통 녀석들과 다르게 대담하고 그런 것은 알고 있지만 상대는 자신의 스승님이자 원살각의 각주님이었다.
한데 이 태도는 대체 뭐란 말인가.
“당장 각주님께 사죄드리지 못할까!”
조의공이 언성을 높이며 다그쳤다.
이에 목경운이 두 손을 모은 상태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각주님께 사죄드립니다.”
목소리에 고조가 없어서 공손하게 들리기는 했지만 뭔가 찝찝했다.
하나 시키는 대로 했기에 더는 뭐라 할 수가 없어서 조의공이 스승인 인서옥의 얼굴을 슬며시 쳐다보았다.
‘아아아.’
역시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아까 전만 하더라도 꽤 나쁘지 않은 반응을 보여서 어떻게 시혈곡에서 빼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 반대였다.
그때 인서옥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네놈이 이 원혼의 주인이라고 말했느냐?”
그 물음에 방사 조의공이 미간을 찡그리며 목경운을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 아까 분명 그리 말했었다.
[그것의 주인은 저입니다만.]그게 대체 무슨 소리지?
의아해하고 있는데 목경운이 숙였던 고개를 슬며시 들어올리며 말했다.
“네.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는지?”
“뭐?”
조의공의 표정이 굳어졌다.
지금 이 녀석 부정한 게 아니라 긍정한 건가?
하면 진짜로 원혼들끼리 서로를 먹어치우며 고독으로 만들어진 저 녹령을 식신으로 만들었단 말인가?
‘대체 어떻게?’
이 녀석은 여태껏 시혈곡의 관문을 치르고 있지 않았나?
한데 무슨 수로 이 원혼을 식신으로 만든단 말인가?
그리고 원혼은 식신으로……
‘아!’
그러고 보니 이 녀석 격이 황령(黃靈)에 이르는 원혼 하나를 식신으로 데리고 있었다.
본인 말로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몸에 빙의하려던 놈이 우연으로 사로잡혀 식신으로 삼았다고 하지 않았던가?
녀석의 방술 지식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했기에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다른 것도 아니고 격이 녹령(綠靈)에 이르는 원혼을 자신의 식신으로 삼았다고?
‘…….이게 어찌?’
그것은 운으로 치부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스승인 원살각주 인서옥조차 실전된 모산파의 금단의 비술을 이용해 원혼을 식신으로 삼는 것을 시도하려 하지 않았던가.
“그게 정말…..”
“한 번 명해보거라.”
방사 조의공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또 다시 원살각주 인서옥이 말했다.
“무엇을 말입니까?”
“무엇이든 상관없다.”
‘확인하려는 건가?’
아무래도 원살각주 인서옥은 직접 확인하려는 모양이었다.
식신을 확인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간단한 것은 그 주인이 명을 내리는 것이었다.
이에 목경운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소하. 일어나서 이쪽으로 와요.”
“네. 주인님.”
목경운이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녹령 규소하가 몸을 일으켜세웠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목경운을 향해 다가갔다.
그 모습을 본 방사 조의공이 혀를 내둘렀다.
‘하!’
진짜였다.
정말로 녹령이 명을 따르고 있었다.
격이 황령일 때도 꽤나 놀랐었는데, 녹령이면 어지간한 방사들은 감당하기 힘든 원혼이었는데 이걸 식신으로 삼았다고?
조의공이 도저히 참지 못하고 물었다.
“대체 어떻게 한 게냐?”
“무엇을요?”
“지금 몰라서 그러는 게야? 시혈곡에서 관문을 치르고 있었을 터인데, 네가 어찌 고독이 진행되고 있을 저 원혼을 식신으로 삼을 수 있냔 말이다.”
이런 조의공의 물음에 목경운이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요. 지난 번에도 말씀드렸지만 딱히 뭘 하려고 의도한 적은 없습니다.”
이런 목경운의 대답에 방사 조의공이 눈매가 가늘어졌다.
지난번에는 정말로 우연일 수도 있다고 여겼지만 저런 식으로 대답하니 뭔가를 숨기고 있다고 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오호라. 네가 지금 이 스승을 우롱하려는 게로구나. 하면 이래도 대답을 하지 않을지 보자꾸나.”
-팍! -팍!
방사 조의공이 수인을 맺었다.
그와 함께 주술을 외웠다.
“여환무석 제환여경 무의지아…….”
그 순간 목경운은 방사 조의공의 눈빛이 향하는 곳을 주시했다.
그것은 목경운의 손목에 차고 있는 쇠사슬이었다.
이를 본 목경운은 찰나에 그가 이 쇠사슬을 통해 무언가를 하려한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역시인가?’
[그걸 손목에 차고서 이리 말해라. 나 목경운은 조의공의 제자가 되어 그의 뜻을 받들겠다.] [그 맹세를 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제약이 걸린다.] [제약?] [그 맹세를 하게 되면 너는 내게 어떤 식으로든 해를 끼칠 수 없게 된다. 그것은 거의 절대적이지.]라고 방사 조의공이 말했었다.
하나 목경운은 여기서 분명히 숨기고 있는 다른 제약이 있을 거라 여겼다.
그리고 그 짐작대로 지금 그 제약을 보여주려는 듯 했다.
-팍!
“급급여율령!”
방사 조의공이 목경운을 향해 금강지를 가리키며 주술을 맺었다.
마지막 급급여율령을 들은 목경운은 깨달았다.
급급여율령은 율법의 명령과 같이 반드시 긴급하게 집행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즉 명을 따르라는 표현이다.
‘그랬군.’
제약은 자신을 통제하는 것이었다.
방사 조의공의 시선이 팔찌에서 자신의 얼굴로 향하는 게 보였다.
이에 목경운이 이를 내색하지 않고서 마치 혼이 빠져나간 사람 마냥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것을 본 조의공이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이제부터 내 물음에 정확히 답변해야 할 것이다.”
“네.”
목경운이 힘을 뺀 목소리로 답했다.
이를 본 원살각주 인서옥이 손목의 쇠사슬을 보며 말했다.
“주언의 쇠사슬이구나.”
“네. 스승님. 막 제자로 받은데다 보시다시피 아직 망아지처럼 통제가 되지 않아서, 길들일 겸 채워놓았습니다.”
그 말에 인서옥이 피식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가르침을 내린 제자들 중에 자신을 닮아 가장 영악한 녀석이 바로 조의공이었다.
역시나 적절한 조치를 취해놓았다.
주언(呪言)의 쇠사슬은 스스로의 맹세를 통해 속박을 하여 제약을 거는 것이기에 의지를 강제할 수 있었다.
“하문하실 것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십시오.”
방사 조의공이 목경운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이라면 무엇을 물어도 거짓 없이 답변하리라.
-저벅저벅!
이 말에 원살각주 인서옥이 목경운을 향해 다가갔다
“스승님?”
“제대로 걸렸는지 늘 확인해야 하는 법.”
그리고는 지팡이의 머리를 휘둘러 목경운의 안면을 후려쳤다.
-퍽!
목경운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아무리 무공을 익혔다고 해도 운기도 하지 않고 무방비 상태로 맞게 된다면 당연히 통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데,
‘흠.’
아무런 고통을 받지 않은 듯이 표정변화가 없는 목경운.
얼굴을 지팡이 머리로 후려쳤는데도 이렇다면 확실히 의지가 속박된 것 같다.
하나 원살각주 인서옥은 조심성이 많았다.
-퍽!
인서옥이 지팡이로 반대편 얼굴을 후려쳤다.
거기서 모자랐는지 발로 복부를 걷어차고 넘어뜨렸다.
-쿵!
“스승님. 그렇게 하지 않으셔도….”
“기다려라.”
-팍!
원살각주 인서옥이 목경운의 가슴 위로 올라가 한 쪽 발로 목을 강하게 밟았다.
-꽈아아악
목을 짓누르자 얼굴이 핏줄이 곤두서고 얼굴이 빨개져갔다.
그러나 목경운의 표정에는 여전히 변화가 없었다.
조금만 더 밟으면 숨통이 끊어질 것이다.
한데도 가만히 있는다.
-꾸우우욱!
이를 빤히 바라보던 원살각주 인서옥은 이제야 믿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목경운의 가슴팍에서 내려왔다.
그리고는 방사 조의공에게 말했다.
“이제 녀석에게 절벽 계곡에 들어갔었는지 물어보거라.”
“알겠습니다. 경운아. 일어나라.”
-슥!
목경운은 말없이 멍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처투성이가 된 얼굴을 보며 방사 조의공이 속으로 혀를 찼다.
자신의 스승이지만 조심성이 많다 못해 손속에도 자비가 없다.
‘뭐 정신 차렸을 때 기억은 나지 않을 게다.’
그것이 주언의 사슬이 가진 힘이었다.
조의공이 목경운에게 물었다.
“고독술이 행해지고 있던 절벽 계곡에 들어갔었느냐?”
“네.”
이 물음에 목경운이 멍한 얼굴로 곧장 답했다.
이에 인서옥이 혀를 찼다.
“범인이 밝혀졌구나.”
영신고독술이 펼쳐지는 동안에는 그 안에 누구도 들어가선 안 됐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위험하기 때문에 들어가면 안 된다.
원살각주 인서옥이 인상을 찡그리며 목경운을 바라보았다.
‘한데 어떻게 살아남은 거지?’
오히려 그 점이 의문이었다.
처음에는 녹령을 식신으로 삼았다는 게 의문이었는데, 지금은 그게 더 궁금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원혼들끼리 자아를 잃고서 서로를 잡아먹는 그 절벽 계곡은 말 그대로 지옥과도 같았다.
한데 방술을 배운지 얼마 되지도 않은 녀석이 살아남은 것도 모자라 녹령을 식신으로 삼아?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거라.”
“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세히 얘기해라.”
대체 과연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두 사람이 목경운을 바라보며 집중하는데,
“회주……..”
‘!?’
순간 그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회주라니 지금 그게 무슨 소리지?
설마 천지회의 회주를 말하는 건가?
“회주…….”
한데 목경운이 회주라는 말 이후로 중얼거리듯이 작게 속삭여서 들리지가 않았다.
방사 조의공이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회주가 뭘 어쨌다는 게야? 제대로 크게 얘기해라.”
“회……회주가……”
목경운이 회주를 언급하며 다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천지회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회주를 언급하고 중얼거리는 것에 답답해진 원살각주 인서옥이 목경운에게 다가가 머리채를 움켜쥐고서 귓가로 당기며 말했다.
“다시 똑바로 이야기하라고 해라.”
“목경운 제대로 얘기해라.”
그 명에 목경운이 다시 입을 열었다.
“회주께서…..”
“그래. 회주께서 뭐?”
“올 리가 있나요?”
‘!?’
-콰득!
“컥!”
그 순간 인서옥의 두 눈이 찢어질 듯이 커졌다.
어느새 자신의 가슴으로 목경운의 손이 뚫고 들어와 있었다.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인가?
분명 이놈은 주언의 사슬에 속박되어….
‘!!!!!!’
커져있는 인서옥의 눈동자 속에 목경운이 멍한 얼굴이 아니라, 비릿하게 입 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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