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89)
그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주언(呪言)의 쇠사슬은 애초에 스스로가 맹세를 통해 의지에 속박을 거는 것이기 때문에 식신을 연으로 맺은 것처럼 절대 명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원살각주 인서옥이나 주언의 맹세를 받은 방사 조의공 역시도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컥!”
인서옥의 두 눈이 찢어질 듯이 커졌다.
어느새 자신의 가슴으로 목경운의 손이 뚫고 들어와 있었다.
‘!!!!!!’
커져있는 인서옥의 눈동자 속에 목경운이 멍한 얼굴이 아니라, 비릿하게 입 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이, 이놈 대체 어떻게?’
아무리 봐도 주언의 쇠사슬에 압박 당한 얼굴이 아니다.
그때 순간 당황해하던 방사 조의공이 황급히 속박의 주술을 외웠다.
-팍! -팍!
“여환무석 제환여경 무의지아…….”
쇠사슬을 차고 있기에 속박의 주술을 외우면 꼼짝할 수 없게 된다.
“쿨럭…..”
-슥!
가슴이 꿰뚫린 고통을 참아가며 인서옥이 손가락을 움직여 수인을 맺으려 했다.
그가 알고 있는 금단의 비술들 중에서는 원기를 소진해서 회복력을 극도로 높이는 술법도 존재한다.
그런데,
“아아 안되죠.”
-우드득!
“흐아아악!”
인서옥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수인을 맺으려고 하는데, 손가락을 목경운이 전부 뒤로 꺾어버린 것이었다.
가슴이 뚫리는 바람에 비명도 제대로 나오지 못했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이러다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입으로라도 주술을 외우려고 했다.
“비경…..”
“입!”
-팍!
“켁!”
그 순간 목경운이 원살각주 인서옥의 목젖을 엄지와 검지 사이 손날로 쳤다.
목젖을 맞은 인서옥은 피기침을 하며 괴로워했다.
어떻게든 주술을 행해야 하는데, 목경운은 그것을 할 틈 자체를 주지 않았다.
‘이, 이놈이…..’
괴로워하는 그를 보며 목경운이 이죽거리며 말했다.
“역시 주술을 쓰지 못하는 방사는 평범한 사람만도 못하네요.”
이런 빈정대는 목경운의 목소리는 원살각주 인서옥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는 이미 정신이 완전히 나간 상태였다.
고통이 너무 심해서 숨을 거두기 일보 직전이라 봐도 좋았다.
그 모습에 조의공이 일그러진 얼굴로 소리쳤다.
“뭐야? 대체 왜 속박되지 않는 것이냐?”
그런 그의 외침에 목경운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왜 그런 걸까요?”
일일이 설명해줄 이유는 없었다.
물론 걸리지 않은 이유는 목경운이라는 이름이 애초에 자신의 진명이 아니었기에 주언의 맹세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방사 조의공이 매서워진 얼굴로 목경운을 노려보았다.
‘이노오오옴!’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목경운에게 주언의 쇠사슬은 통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 통하지 않는 이유를 알려줄 리가 없었다.
이에 조의공은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팟!
목경운과 거리를 벌려야 했다.
녀석은 무가 출신이기 때문에 거리가 가까우면 오히려 자신이 위험해진다.
‘송구합니다.’
이미 스승인 원살각주 인서옥은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금단의 비술인 원생술은 어떤 제자들에게조차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살릴 방도도 없다고 봐야 했다.
조의공이 거리를 벌리며 허리춤의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부적이 붙여진 목각인형들이었다.
[취목주(取木呪)]라 붙어있는 목각인형 세 개를 인서옥이 앞으로 던졌다.
그리고 빠르게 수인을 맺으며 주술을 외웠다.
“유령랑 유령랑 생재황교고도방 오금청이위신장 면재교야수풍상 사시팔절제사이 매일향갱이선상 혁혁양양 일출동방 신부일단 조리차방 오봉 태상노군 급급여율령!”
그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였다.
-파르르르!
목각인형이 미친 듯이 떨리더니 이내 바닥의 흙들이 달라붙었다.
그러더니 달라붙은 흙들이 이내 신장이 보통 성인 남성들보다 머리 둘 정도는 큰 거구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호오.’
그렇게 변한 목각인형들이 양손에 도검을 들고서 자세를 취했다.
이를 본 목경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이것은 방사 조의공이 자신에게 알려주지 않은 술법이었다.
“이게 무슨 술법이죠?”
“네놈에게 알려줄 성 싶으냐.”
조의공이 소리쳤다.
당연히 알려줄 생각이 없었다.
이것은 스승인 원살각주 인서옥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술법이었다.
무림인들을 상대하기 위해 100년이 넘은 버드나무를 깎아서 신당에 넣고 오랫동안 정념을 들여서 만든 유령신장(柳靈神將)이었다.
하나를 만드는 데만 엄청나게 공이 들어가 10년에 걸쳐서 셋을 만들었다.
방사 조의공에게 있어서 비장의 술법이라 할 수 있었다.
“이 반골 놈 같으니 당장 스승님을 놓아주거라.”
-착!
조의공이 검결지의 수인을 맺고서 목경운을 가리켰다.
-파파파파팍!
그러자 유령신장들이 상당히 빠른 몸놀림으로 달라겨 목경운을 포위했다.
하나하나가 이매망량으로 치면 흉수(凶獸)급 보다도 강하다.
물론 괴수 급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고 흉수보다 강한 유령신장 셋은 무림인들이 이야기하는 절정의 고수들조차도 상대하기 힘들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아직 놈은 경험이 적다.’
반면 자신은 명도왕과의 친분으로 무림인들과의 싸움을 대비하여 수십 번이나 대련을 한 적이 있었다.
스승인 인서옥은 그럴 시간이 있으면 주력을 더 갈고 닦으라 했으나, 조의방은 무림인들과의 싸움에도 어느 정도 대비는 해야 한다고 여겼다.
그 결과가 바로 유령신장이었다.
‘……실수다.’
조의공이 속으로 혀를 찼다.
천부적인 재능에 눈이 돌아서 녀석을 받았는데, 저놈은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반골(叛骨)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그에게 목경운이 웃으며 말했다.
“아직 배울 게 많네요. 사부님.”
“닥쳐라! 누가 네놈의 사부라는 것이냐?”
“한 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이 아니었나요?”
-으득!
이런 목경운의 말이 빈정거린다고 여긴 방사 조의공이 이를 갈며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사문의 제자로 받은 자가 태사부를 죽였다.
이런 경우는 절대로 흔치 않았다.
“네놈을 통제할 수 있을 거라 여겼던 내가 어리석었구나.”
-팍! 팍!
방사 조의공이 수인을 맺으며 목경운을 가리키며 외쳤다.
“녀석을 죽…..”
“아아. 그러지 않는 게 좋을 텐데요. 계속 그러시면 여기 태사부님이 금방 돌아가실 수 도 있는데 괜찮겠어요?”
그 말에 조의공이 기가 찼다.
손이 가슴을 꿰뚫은 이상 이미 죽은 목숨이다.
오히려 아직까지 숨이 붙어있는 게 오히려 기이하게 여겨질 정도인데, 저걸 무슨 수로 살린단 말인가.
“네놈이 일부러 시간을 끄는가 본데 소용없…..”
“사부님. 제가 드리는 기회를 너무 쉽게 버리려고 하시네요.”
“뭐?”
이놈이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하고 있는데 목경운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차기 원살각주가 되고 싶을 텐데요.”
‘!?’
그 말에 순간 방사 조의공이 놈을 죽이라는 명을 내리려다 멈칫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조의공이 싸늘하게 식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놈 미쳤느냐?”
“무엇이 말이죠.”
“지금 나더러 스승님이 죽을 테니, 원살각주가 될 기회가 생겼다고 하고 싶은 거냐?”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기침이 나온다.
윗자리가 탐난다고 해서 그 윗사람을 죽이면 그 자리가 자신의 것이 될 것 같은가?
그리고 원살각주 인서옥에게는 세 명의 제자가 있었다.
그 중 후계자에 가장 가까운 것은 당연히 대사형 방원 조태청이었다.
그렇기에 스승님이 죽게 되면 더욱 기회가 요원해진다.
“별로 자리에 미련이 없으신가 봐요.”
“놈을 죽여라!”
더 이상 녀석의 말을 들어선 안될 것 같았다.
계속 말로 현혹하려고 하는데, 그래도 이번 걸로 확신하게 되었다.
이 녀석은 무조건 죽여야 한다.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그런 녀석이 아니었다.
-파파파파팍!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포위하고 있던 유령신장 셋이 동시에 목경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촤르르르르르!
바닥에서 쇠사슬이 튀어나오더니 일제히 유령신장들의 몸을 구속시켰다.
-꽈아아아악!
“아닛?”
이를 한 것은 다름 아닌 녹령 규소하였다.
-망할 방사놈아. 주인님을 건드리게 내버려둘 것 같아?
‘뭐야?’
방사 조의공이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히 저 녹령은 영력을 많이 소진하여 저런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어느새 모습이 거의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대체 무슨 수를 쓴 거냐?’
밤도 아니고 영력을 회복할 기운도 얻을 상황도 아닐 텐데.
이해할 수 없어하는데 목경운이 이내 죽어가는 원살각주 인서옥의 머리를 붙잡았다.
그러더니 이내,
-팍!
‘!!!!!!!!!’
가슴 속에 있던 심장을 그대로 뽑아버렸다.
그것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방사가 된 이후 온갖 흉한 것들이나 수많은 사체들을 보았지만 자신에게 방술을 전수해준 스승이 산 채로 심장이 뽑히는 것을 보게 되니, 그 심경은 말로 이룰 수가 없었다.
‘이, 이놈은 정말……’
망연자실해하는 그에게 목경운이 입술을 실룩거리며 말했다.
“마지막 기회를 드리죠.”
“뭐?”
“제가 내미는 손을 지금이라도 잡는다면 사부님께서 손해 보실 일은 없을 겁니다.”
“……네놈이 어떤 말로 현혹 한다해도 믿을 성…..”
-콰직!
그 순간 목경운의 손에 있던 심장이 으깨졌다.
이윽고 목경운이 그렇게 으깨진 심장을 숨이 끊어진 원살각주 인서옥의 입에 들이밀었다.
이를 본 방사 조의공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걸 보는 순간 목경운이 지금 무엇을 하려는지 짐작이 갔기 때문이었다.
‘육인강령술?’
육인강령술(六人降靈術).
그것은 생시귀(生尸鬼)를 만들기 위한 금지된 비술이다.
막 숨이 거둔 자에게 스스로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심장의 피를 먹이고 죽은지 얼마 되지 않은 자들의 음한 기운을 한 곳에 모아 술법을 행하면 이것이 탄생한다.
살아있는 시체 귀신.
그 말이 어울리는 존재로 변질되는 것이다.
다만 생시귀는 일반적인 시귀나 강시보다도 만들기가 더욱 까다롭다.
‘효용성이 너무 떨어져.’
그도 그럴 것이 생시귀 하나를 만들자고 거의 삼십여 명에 이르는 자들을 죽여서 그 기운을 한데로 모아야 했고, 그리고 생시귀는 약점이 너무 많았다.
주기적으로 사람을 죽여, 죽은 자의 음한 기운을 채우지 못하면 몸이 썩기 때문에 효용성이 굉장히 떨어졌다.
스스로의 의지도 없는 살아 숨 쉬는 시체를 위해서 끝없는 희생을 요하기에 방원삼십육각에 의해 금지된 술법이 되었다.
물론 이것은 애초에 금지된 술법들을 자행하는 원살각의 방사들에게는 문제될 것은 없지만,
“하!”
방사 조의공이 혀를 찼다.
지금 무슨 수로 각주를 생시귀로 만든단 말인가?
서른 명을 죽여 그 사기를 체내에 채워서 심장을 대신하게 해야 하는데, 지금 여기에 쓰러진 자들을 전부 죽인다고 해도 열 명뿐이었다.
-팍! 팍! 팍!
목경운이 부적대신 손으로 주언(呪言)의 수인을 맺었다.
그리고 주술을 외우기 시작했다.
“탁화도요 오금시여공 약여선경중 일립변십만……”
‘미련한 짓이다. 막 죽은 이들을 주위에 묻어서 그 음한 기운을 모으지 않으면 절대로 생시귀를…..’
-꿈틀!
그 순간이었다.
목경운의 손에 머리가 붙잡혀 있던 원살각주 인서옥의 몸이 움직였다.
이를 본 방사 조의공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어으으으…..”
그러더니 이윽고 입에서 소리까지 냈다.
뒤집힌 하얀 눈을 깜빡깜빡 거리는 저 현상은 살아있는 시귀가 되어가는 현상이었다.
그 광경에 조의공이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말도 안 돼.’
죽은 자들의 음한 기운이 충족되지 않았는데 어찌 이런 일이 벌어진단 말인가?
그러고 있는데 어느 순간 원살각주 인서옥의 눈동자의 동공이 되살아났다.
그러자 목경운이 머리통에서 손을 놓았다.
-쿵!
비틀거리던 인서옥이 이내 자신의 힘으로 똑바로 섰다.
“스, 스승님!”
방사 조의공이 그런 원살각주 인서옥을 불렀다.
인서옥이 그 부름에 고개를 슬쩍 돌리더니, 이내 멍한 얼굴로 목경운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더니 비틀거리며 다가가 두 무릎을 꿇었다.
‘!!!!!’
이를 본 방사 조의공이 진심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죽은 자들의 음한 기운이라는 조건을 갖추지 못했는데 정말로 육인강령술에 성공했다.
‘이놈은 대체……’
당혹스러워하는데 목경운이 고개를 돌려 방사 조의공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직도 기회를 받기 싫나요?”
이를 듣는 순간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