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9)
3화 괴이(怪異) (2)
죽은 자처럼 움직이지 않는 목경운의 동공.
살아있는 자가 이런 눈을 가진 것을 처음 보았기에 방사 묘신은 그 눈동자에서 순간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인간이 어찌 이런 귀….’
그러나 이윽고 누군가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아니? 이게 대체?”
그는 고찬 호위였다.
목경운을 안내했던 고찬 호위는 은전들을 꿰어 넣은 붉은 실이 한가득 쳐져 있는 장주의 방안을 보며 영문을 알 수 없어 했다.
본관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이상하다고 여기던 참이었다.
한데 이 자는 대체 누구기에 이런 괴이한 짓거리를 하고 있단 말인가?
“이보시오. 당신은 누군데 여기서 이런…..”
“의원이 아닌 건 확실해 보이네요.”
목경운이 방안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에 방사 묘신이 다급한 마음에 손을 휙휙 저으며 말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대부인 마님의 전갈을 받지 못했나 본데, 지금은 중요한 순간이니 당장 나가도록 하시오.”
“대부인 마님?”
“방해하면 안 되는 순간이란 말이오.”
실제로도 정말 중요한 순간이었다.
장주의 심장을 파고드는 괴이를 제어하는 도중에 살로 인해 역(逆)이 끼었다.
이렇게 되면 도리어 살(殺)이 괴이를 한층 강하게 만든다.
“어서 나가시오!”
이러고 있을 틈이 없었다.
이런 묘신의 보챔에 고찬 호위가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설마 방사요?”
“후우. 그렇소. 방사가 맞으니 빨리….”
“저분은 왜 저런 거죠?”
그때 목경운이 고개 짓으로 침상 쪽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에 방사 묘신이 고개를 돌렸다.
“컥컥!”
그곳에 허리가 궁(弓)처럼 휘어져서 켁켁거리며 기침을 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었다.
“자, 장주님?”
‘장주?’
목경운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 보게 된 장주의 상태는 괴이하기 짝이 없었다.
등허리가 휘어져서 가슴이 위로 향하고 있는데 목구멍이 울룩불룩 움직이는데 꽤나 고통스러워보였다.
“아니. 장주님이 왜 저러는 거요?”
“나가시오! 어서 나가래도!”
묘신이 소리를 빽 지르고는 목경운과 고찬을 문 밖으로 밀어내려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꿀꺽!
모두가 들릴 정도로 큰 목넘김 소리가 장주에게서 났다.
장주를 쳐다보니 여전히 허리가 궁처럼 휘어져 있었는데, 목구멍이 울룩불룩 튀어나오던 것이 이내 사라졌다.
고통스러워하던 장주의 표정이 편해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눈을 감고 있던 장주가 부릅하고 눈을 떴다.
“엇? 장주님?”
설마 장주가 정신을 차린 것일까?
그때 묘신이 작게 거친 소리를 내뱉었다.
“빌어먹을!”
그러더니 다급히 허리춤의 주머니에서 압(壓)이라 붉게 적힌 부적 한 장을 꺼내들고는 깨어난 듯이 보이는 장주에게로 달려가려 했다.
그러자 장주의 고개가 느닷없이 옆으로 기이하게 돌아갔다.
-두드득!
‘!?’
고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충혈되다 못해 동공을 제외하고는 붉게 물든 장주의 소름 돋는 눈알.
그런 와중에 허리가 휘어진 채로 고개만 저런 식으로 돌리니 섬뜩하기마저 했다.
그때 방사 묘신이 왼손으로 단수 수인을 맺으며 주술을 외웠다.
“일봉투천정 일서귀신경 태상화삼청 급급여율령칙!”
-촥!
묘신의 우측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노란 부적이 빳빳하게 펴졌다.
이렇게 펴진 부적을 묘신이 고개가 돌아간 장주의 이마를 향해 붙이려고 했다.
그러자,
“카악!”
장주가 기괴한 소리를 내며 고함을 쳤다.
“억!”
쩌렁쩌렁한 고함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리자 묘신이 비틀거리며 뒤로 밀려났다.
고함에 영향을 받은 것은 그만이 아니었다.
고찬도 갑작스러운 외침에 순간 고막의 통증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내, 내공이 실렸어.’
장주는 내가고수였기에 내공이 깊었다.
그런 그의 외침에는 자연스레 내공이 실릴 수밖에 없었고 그 파동은 듣는 이로 하여금 고통을 안겨다주었다.
귀를 틀어막던 고찬 호위가 목경운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아니 이 녀석은 내공도 연마하지 않았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
목경운은 그저 미간을 살짝 찡그리고 있었다.
설마 고통을 그냥 버틴 건가?
의아해하는 찰나에 고함을 지른 장주가 고개를 돌리고는 그대로 허리를 쭈욱하고 펴며 침상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러나,
-파앙!
장주의 양쪽 손목과 두 발목에 감겨져 있던 붉은 실이 팽팽해지며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고 어정쩡한 자세가 되고 말았다.
-치이이이!
붉은 실이 묶여있는 부위에서 옅은 아지랑이와 함께 매캐한 냄새가 흘러나왔다.
“카아아아아!”
충혈된 눈의 장주가 인간이 아닌 짐승과도 같은 소리로 울부짖었다.
그러더니 이내 오른손을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그러자,
-쿵!
열려 있던 문짝이 뜯겨지며 붉은 실이 끊겨버리고 말았다.
“젠장!”
고함 때문에 비틀거리던 방사 묘신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붉은 실을 단단히 고정했는데 이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바람에 일을 그르쳤다.
-불룩! 불룩!
충혈된 장주의 이마와 얼굴에 검은 핏줄이 튀어나왔다.
‘괴이에 사로잡혀버리다니.’
이런 걸 두고서 씌이다는 표현을 쓴다.
이렇게 된 이상 대부인 석 부인의 의뢰대로 장주의 직인과 비급서를 알아내는 것은 물 건너갔다고 할 수 있었다.
-차랑차랑! 꽈아아악!
당혹스러워하는 차에 장주가 은전이 꿰여 있는 붉은 실들을 전부 끊으려고 했다.
“큭!”
의뢰고 뭐고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방사 묘신이 다시 한 번 장주에게로 달려가 부적을 이마에 붙이려고 했다.
그러나,
-팍!
“억!”
장주가 아무렇게 휘두르는 손짓에 방사 묘신은 그대로 바닥을 나뒹굴었다.
‘무, 무슨 힘이……’
묘신은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괴이에 사로잡힌 자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힘이 강해지기는 하나, 이건 비교조차 하기 힘들 정도였다.
도저히 장주를 붙들 여력이 생기지 않았다.
-꽉!
장주의 왼쪽 손목을 묶고 있는 붉은 실이 끊어질 듯 말 듯 해졌다.
이에 방사 묘신이 목경운과 고찬을 보며 소리쳤다.
“두, 두 분 도와주시오. 장주가 실을 끊지 못하게 붙잡아주시오!”
“붙잡으라고 말이오?”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고찬은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뭘 머릿속으로 재고 할 틈도 없었다.
이에 고찬이 황급히 장주에게로 황급히 달려갔다.
목경운도 마찬가지였다.
“잡고만 있으면 되나요?”
“붙잡더라도 절대 눈을 마주쳐선 안 되고 만약 잡고 있다가 손이 차갑고 등골이 싸한 느낌이 들면 무조건 놓으시오!”
듣기에 따라선 상당히 애매모호한 조언이었다.
어쨌거나 지금 장주를 붙들지 않으면 뭔가 사달이 날 분위기였기에 고찬은 더는 질문하지 않고 재빨리 장주의 풀려난 오른팔을 붙들었다.
-꽉!
고정되어 있는 왼손을 붙잡고 싶었지만 차마 목경운더러 그러라고 할 순 없었다.
한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장주는 쇠약해져 있다고 하나 사형인 감 호위도 상대할 수 없는 내가고수였다.
그런 장주의 힘은 고찬마저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파악!
고찬의 손을 너무도 손쉽게 뿌리치더니 도리어 손목을 덥썩 붙잡고 말았다.
“헛?”
-꽈아아악!
그 손아귀의 악력이 어찌나 센지 손목이 당장에라도 부러질 것 같았다.
당황한 고찬이 순간 자신도 모르게 장주의 손목을 금나수의 수법으로 꺾으려 했다.
-탁!
그 순간 손목을 움켜진 장주의 손힘이 약해졌다.
“어?”
왜 그러나 싶었는데 어느새 묘신이 장주의 이마에 부적을 붙였다.
그리고 수인을 맺으며 주술을 외웠다.
“북제사오지화부타사귀 장장개신서 감유불복자 압부풍도성 급급여율령!”
(북제께서 내게 부지를 주어 사귀를 치는 부적을 쓰게 하시니, 신서를 널리 펼친즉 감히 듣지 않는 자는 풍도성에 가둘 것이니라. 명령에 따라 급히 행하라.)
-파르르르르!
부적이 붙여지자 장주의 몸에서 경련이 일어났다.
이 틈을 타 고찬이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는 장주의 손을 떼어내려고 했다.
그런데 떼어내려는 순간 또 다시 악력이 세졌다.
-우득!
고찬의 손목이 그대로 꺾이고 말았다.
뼈가 살점을 뚫고 튀어나왔다.
“끄아아아악!”
고찬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뼈가 부러진 것도 모자라 튀어나왔을 정도인데 버티는 게 용한 일이었다.
그런데 살점을 뚫고서 나온 핏물이 장주의 손에 닿자,
-우득우득!
심장부 중심으로 검게 튀어나와있던 괴이가 노도와 같은 기세로 스멀스멀 장주의 오른팔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히익!”
엄청난 속도로 손목까지 몰려오자 고찬이 기겁했다.
그때 묘신이 한 번 더 강하게 주술을 외웠다.
“북제사오지화부타사귀 장장개신서 감유불복자 압부풍도성 급급여율령!”
그러자 스멀거리며 괴이가 손목에서 팔꿈치 사이를 두고 왔다갔다 거리며 강하게 경련을 일으켰다.
고찬 호위가 어떻게든 장주의 손을 떼어내려 하며 닦달했다.
“제, 제발 어떻게든 해보시오!”
“살(殺)까지 끼어서 부정이 너무 강해졌소. 조금만 참으시오. 괴이가 옮겨간다면 당신도 위험해지오.”
“아니 그걸 진즉에 말했…..”
-스멀스멀!
그때 왔다갔다 거리던 괴이가 다시 손목으로 몰려들려 했다.
“헉!”
놀란 고찬이 손목을 놓아주지 않으려고 하는 장주의 손을 금나수의 수법으로 비틀어서라도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스릉! 촥!
그 순간 예측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고찬의 손목을 잡고 있던 장주의 손목이 잘려나간 것이다.
‘!?’
손목을 자른 것은 다름 아닌 목경운이었다.
목경운에 손에 쥐어져 있는 날카로운 검은 벽에 걸려 있던 것들 중 하나였다.
고찬은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기이한 현상 때문에 위태로웠다고 하나 설마 장주의 손목을 잘라버릴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이건 방사 묘신 또한 마찬가지였다.
‘장주의 손목을 자르다니? 이놈 대체 뭐지?’
장주라면 이곳 연목검장의 우두머리일 텐데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었다.
-스멀스멀!
그때 손목이 잘려나가자 그까지 올라왔던 괴이가 다시 장주의 몸으로 이동하려 했다.
‘옳지!’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괴이가 다시 심장부를 노린다면 부적술로 제어하여 어떻게든 살과 함께 날뛰는 기운을 눌러볼 참이었다.
그런데,
-촥!
괴이가 팔꿈치를 지나 어깨 쪽으로 이동하려던 찰나였다.
목경운이 느닷없이 괴이가 타고 올라오기도 전에 검을 잡고 내리쳐 어깨 아래쪽의 팔을 베어버렸다.
방사 묘신에 놀라다 못해 당황해서 소리쳤다.
“너! 너!”
뭐라고 하고 싶은데 하도 기가 막혀서 말문이 막힌다.
그런 그에게 목경운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굳이 몸으로 돌려보내는 것보다 이 편이 낫지 않나요?”
-파팍! 파팍!
바닥에 떨어진 잘려나간 장주의 팔에서 검은 핏줄들이 마구 튀어나오며, 뭍으로 나온 생선 마냥 파닥파닥거리며 날뛰었다.
반면 창백했던 장주의 얼굴에선 점차 핏기가 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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