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95)
선임무사가 노발대발하며 일반 붉은 혁대의 무사에게 물었다.
“대체 어떤 놈이 이런 짓을 벌였단 말이냐?”
“그게……”
무사가 조용히 고개를 돌려 광장에 오열을 맞추고 서있는 누군가를 눈짓으로 가리켰다.
그 누군가를 본 선임무사가 기가 찼는지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또 저놈인가.”
또 저놈.
바로 목경운이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관문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수석패를 얻어냈기에 기억하기 싫어도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
“그 많은 생도들을 혼자 했을 리는 없을 테고 저놈과 조원들이 함께 한 것이냐?”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하.’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다.
어젯밤에 이뤄진 조장과 조원 구하기.
그것은 자발적으로 생도들 간에 조장과 조원을 찾음으로써 누가 우두머리 감인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물론 간자들로 인해 결원 4명이 발생하여 조원 쟁탈전이 일어날 거라 여기긴 했다.
그리고 애초에 살인 금지만을 제약으로 걸어놓은 것도 이들 간에 어느 정도의 싸움을 허용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이건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빌어먹을.’
적어도 5명 이상의 대주 급이 선발될 거라 여겼다.
그런데 고작 2명만이 선출된 셈이었다.
일차와 이차 관문 이후로는 어느 정도 자질과 정신력이 검증된 생도들이었기에 최대한 끌고 올라가는 것이 목적이었다.
한데 목경운 저놈 때문에 제대로 꼬였다.
이에 선임무사가 시혈곡주 이지염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곡주. 아무래도 안 되겠습니다.”
“뭐가 말이냐?”
“선을 너무 지나쳤습니다.”
“선?”
“그렇지 않습니까? 여든 명, 아니 일흔여섯 명 중에 고작 열여섯 명만 조가 되었습니다. 가만히 내버려뒀다간 더…..”
“더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건가?”
“네?”
이지염의 말에 선임무사의 당혹스러워했다.
자칫 관문이 끝날 때까지 제대로 된 녀석들을 추려내지 못한다면 윗선에서 이를 문제 삼을지도 몰랐다.
우려하는 그에게 이지염이 말했다.
“…….과하다고는 하나 규칙을 어긴 게 없다. 어떤 걸로 제지할 거지?”
선임무사가 미간을 찡그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목경운을 더 눈 여겨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던 곡주였다.
한데 갑자기 이리 관대하게 나오는 이유가 뭐지?
“곡주……저 녀석은 본 회 출신도 아니고 정파 연목검장에서 끌고 온 볼모입니다. 한데 저 녀석으로 인해 싹을 골라내는 작업이 망쳐진다면 필시 회주도 그렇고 간부들이 문제 삼을 겁니다. 어쩌면 회주께선 이걸 노린 걸 수도 있습니다.”
“………”
이런 선임무사의 말에 곡주 이지염이 옅은 숨을 내쉬었다.
선임무사 곽문기.
그는 자신의 왼팔이나 다름없었다.
하여 회주도 그렇고 본 성에서 늘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시혈곡의 행사에 문제 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렇기에 이런 의견을 내놓는 것이었다.
“…….그럴 수도 있겠지. 하나 상관없다. 어차피 저…..녀석을 보낸 건 회주다. 그분의 변덕으로 벌어진 일에 내게 책임을 묻긴 힘들 거다.”
“하오나…..”
“이대로 진행한다.”
“……..명을 받듭니다.”
단호한 시혈곡주 이지염의 말에 결국 선임무사 곽문기가 더 이상 반문하지 않고 명을 받아들였다.
하나 고개를 숙이고 있는 눈빛은 목경운의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 * *
-처음 뒤통수를 맞아본 경험이 어때?
목경운의 귓가로 청령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왜 청령이 이런 말을 하는 걸까?
그것은 어젯밤의 일 때문이었다.
목경운이 고개를 돌려 자신들의 조 옆에 오열을 맞춰 서있는 여덟 명을 쳐다보았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꽤 성숙한 외모에 날카로운 실눈을 하고 있는 소년과 목유천이었다.
‘재밌네.’
어젯밤 목경운은 자신들의 조를 제외한 모두의 다리를 부러뜨려 탈락시키려 했다.
그렇게 된다면 세 번째 관문을 마지막으로 다른 관문들을 전부 생략하고 마지막 절차로 넘어갈 확률이 높아지기에 그랬다.
그런데 새벽에 변수가 생겼다.
[크, 큰일이 났다.]다섯 명을 한 조로 보냈던 소년들 중에 한 명이 다급히 자신을 찾아와 말했다.
[나머지는 어디 갔고 혼자 온 거죠?] [……그, 그게…..] [무슨 일이 있었나보군요?] [……미안하다.]목경운이 질책할 거라 여긴 소년이 잔뜩 긴장해서 말했다.
이에 목경운이 고개를 저으며 부드럽게 달랬다.
[누가 잡아먹기라도 하나요. 다른 분들은 어디에 있죠?] [전부 잡혔다.] [잡혔…..다고요?] [어, 어쩔 도리가 없었다. 마지막 방에 갔는데 여덟 명이 숨어서 매복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여덟 명이 매복해 있었다라……]이건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렇다는 건 누군가 자신들의 계획을 눈치채고서 이에 대비를 했음을 의미했다.
하긴 한 방씩 다리를 부러뜨리고 있는데, 그 중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도중에 이를 눈치 챘는지 네 명이서 자신을 찾아와 공격했던 이들도 있었다.
그걸 현명한 녀석이 있었던 모양이다.
[가보죠.]목경운은 위층을 마무리하고 있는 주살곡 염가의 몸에 빙의해 있는 마승과 모화방의 모하랑과 합류하여 조원들이 붙잡혔다는 방으로 향했다.
방문 앞 복도에는 두 명의 소년들이 망을 보는 것인지 서있었다.
그들이 목경운을 보고서 놀라 문을 열었다.
그러자 안에서 우르르 네 명이 나왔다.
그 중 한 명이 저 실눈을 하고 있는 무장약이라는 녀석이었고 한 명은 다름 아닌 목유천이었다.
목유천이 목경운을 보자마자 욕을 날렸다.
[미친 새끼. 이젠 하다하다 못해 이런 짓까지 하는 거냐?] [이런 짓?] [앞의 관문들과 다르잖아. 그냥 조장을 뽑고 조원들끼리 협력해서 검진을 펼치기만 하면 되는데 왜 이런….] [짓을 하는 게 잘못 됐어?] [뭐?] [어떤 점에서 잘못 됐다는 거지?]목경운의 물음에 목유천이 기가 차다는 듯한 표정으로 답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살인 금지라는 규칙을 어긴 것도 아니고 어차피 관문마다 탈락하는 생도는 생길 텐데, 그걸 좀 더 앞당긴 것에 문제라도 있어?] [너!]이런 목경운의 말에 목유천의 말문이 막혔다.
사실 전부의 다리를 부러뜨린다는 발상 자체가 어처구니 없기는 했지만, 이것을 두고서 무조건 잘못됐다고 하는 것도 맞지 않기는 했다.
애초에 이것은 경쟁이었으니 말이다.
-으득!
이런 식으로 논리를 따져봐야 의미가 없고 말로 어떻게 해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목유천이 말했다.
[그래. 네놈과 이런 걸로 따져봐야 의미가 없지.]그 말과 함께 목유천이 옆에 있는 무장약에게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무장약이 한손을 들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안녕.] [네. 안녕하세요.] [조원들을 찾으러 온 거지?] [맞아요. 괜찮으시다면 순순히 저희 조원들을 이쪽으로 보냈으면 하네요.]이런 목경운의 말에 무장약이 고개를 젓고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미안한데 그건 좀 힘들 것 같아.] [그냥 넘기기만 하면 되는데 어떤 점에서 힘든 거죠?] [네게 조원들을 돌려주면 다른 방에서 했던 것처럼 우리 조원들의 다리를 부러뜨리려고 할 텐데 그럴 수야 있나.] [잘 아시네요.]목경운이 마찬가지로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일촉즉발의 자리에서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에 오히려 각 조원들이 긴장을 금치 못했다.
하나 유리한 것은 무장약 쪽이었다.
인질을 잡고 있으니 말이다.
[일단 돌아가줄 수 있을까? 이쪽은 괜히 쓸데없이 너희 조와 싸워서 힘을 빼고 싶지 않거든.] [그런가요?] [응. 만약 그렇게 해준다면 붙잡은 조원들은 내일 아침 곱게 돌려보내줄게.]뜻밖의 순탄한 제안.
사실 양보하는 것 같이 보이지만 무장약 측에게는 이것이 최선의 제안이었다.
어차피 조원을 돌려주는 순간 목경운이 무조건 자신들을 노릴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모하랑이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목표랑 달라진 게 아쉽겠지만 아무래도 그렇게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 이번만큼은 칼자루는 저쪽에서 쥐고 있어.]몸이 성한 생도들의 숫자는 16명이다.
그런 와중에 조원들이 다치게 되면 유리해지는 것은 저쪽이었다.
하나 저들도 그것은 쉽게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숫자가 유지될 경우에야 싸움이 벌어지지 않지 만약 목경운의 조원을 다치게 하면 남은 인원을 충당하기 위해 싸움을 걸게 될 것이다.
‘잘도 머리를 굴렸네요.’
저쪽에서는 이것이 최선이라 여겼기에 이런 구도로 만든 것이었다.
이에 목경운이 말했다.
[뭐 그렇게 해도 괜찮긴 한데 이런 경우의 수도 있지 않나요?] [경우의 수?] [네. 내일 아침에 저희 조원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돌려준다면 이쪽은 꼼짝없이 탈락하지 않나요?] [아……]이런 목경운의 말에 모하랑이 탄식을 내뱉었다.
그러고 보니 그럴 수도 있었다.
저쪽에서 인질을 계속 데리고 있다면 조장 결정 직전에 얼마든지 뒤통수를 칠 수 있었다.
그때 목유천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우리가 네놈과 같은 줄 알아? 적어도 뒤통수는 치지 않아.] [앞에서야 당연히 얼마든지 그리 말할 수 있지. 하지만 늘 상황이라는 게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거든.] [약조를 어기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거냐?] [그쪽에게 있어선 그게 유리하니까.]이런 목경운의 말에 목유천이 혀를 내둘렀다.
적어도 이 상황에서만큼은 자신들의 제안을 순순히 따를 거라 여겼는데, 자신들은 전혀 상책하지 않은 수까지 거론할 줄은 몰랐다.
목유천이 옆에 있는 무장약을 슬며시 쳐다보았다.
무장약이 어깨를 한 번 으쓱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런 의심은 당연하다고 보지만 어차피 너희에게는 선택권이 없잖아. 이쪽을 믿는 것 이외에는.]이 말에 목경운이 말했다.
[그러긴 힘들 것 같네요.] [이 제안이 결렬되면 손해보는 쪽은 그쪽일 텐데.]그 말에 목경운이 웃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요. 이렇게 된 이상 열여섯 중에 여덟 명만 무사히 남겨놓으면 되죠. 그럼 제가 원래 계획했던 대로 되지 않을까요?]-흠칫!
이런 목경운의 말에 듣고 있던 생도들이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설마 이 상황에서 자신의 조원들을 포기하고서 숫자만 맞추면 된다는 식으로 나올 거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
저놈은 같은 조에 대한 애착이 조금도 없는 건가?
목유천이 화가 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네놈한테는 동료애라는 것도 없는 거냐? 네놈을 믿고 들어온 조원…..]-슥!
그런 목유천에게 무장약이 손을 내밀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더니 목경운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혹시나 했는데 그런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네. 유천에게 들었을 때는 그 정도까지 과연 할까 싶었거든.]목유천에게서 두 번째 관문 마지막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었던 무장약이었다.
그렇기에 설마설마 했는데 들은 그대로였다.
목경운이 이런 그에게 말했다.
[그래요? 그럼 제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아시겠네요.] [그렇네. 만약을 대비하길 잘했네.] [네?]만약을 대비하길 잘했다고?
이게 무슨 소리지?
의아해하는 목경운에게 말했다.
[아까 전에 네가 말한 경우의 수에 대한 것은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지만 네가 나올 수도 있다는 건 대비했거든.] [대비라…..뭘 어떻게 했다는 거죠?]이런 목경운의 물음에 무장약이 손목에서 무언가를 빼냈다.
그것은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되는 얇은 침이었다.
기문에 박혀 있던 금문쇄보다도 더 작았다.
[…….그게 뭐죠?] [붙잡은 너희 조원 네 명, 그리고 우리 조원들 전부 이걸 전부 허리에 있는 요혈에 박아놓았어.] [………] [이 연골침을 박은 상태로 반나절이 지나면 열흘 가량 동안 다리를 절게 되어 있어. 심할 경우에는 보름 동안 걷지 못하지.]‘!?’
이런 그의 말에 목경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저 침을 우리 쪽 조원들뿐만이 아니라 자신들의 조원에게까지 박아 넣었다고?
[……..그걸 어떻게 믿죠?]그러자 무장약이 이내 목유천에게 상체를 탈의해 등을 대보라 했다.
이에 목유천이 상의를 탈의했다.
그렇게 탈의하자, 무장약이 보이지 않게 목유천의 등에 있는 혈자리를 타혈하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타타탁!
그러더니 얼마 있지 않아,
-푹!
목유천의 등에서 침이 튀어나왔다.
그 광경에 모하랑도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혀를 내둘렀다.
설마 자신들의 조원에게까지 연골침을 박아 넣어가며 이런 상황을 대비했을 거라 누가 예측했겠는가.
무장약이 목경운을 향해 실눈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거지? 여기 침을 빼낸 목유천을 데려간다고 해도 내가 협조하지 않으면 반나절 후에 모두가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될 거야. 그럼 너도 그렇고 너희 조 모두가 탈락하게 되겠지.]그야말로 나 죽고 너 죽자 식의 대비책이었다.
물론 이 대비책은 굉장히 효과적이었다.
두 조 전부가 여덟 명을 채우지 못하게 되기에 모두가 탈락해버리는 상황이 발생하니 말이다.
‘…….머리가 정말 비상한 자다.’
모하랑마저도 절묘한 수에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어디로 튈지 모를 목경운을 정확하게 읽어낸 전략이었다.
이번만큼은 목경운이라고 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여겨졌다.
그러는데 목경운이 입술을 실룩거리며 중얼거렸다.
[이거 참 재밌네요.]그녀가 눈살을 찌푸렸다.
무장약과의 수 싸움에서 진 거나 마찬가지인데 이 상황이 재밌다고?
의아해하는데 목경운이 무장약에게 말했다.
[고민되네요.]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아무리 수를 써도 이 상황에선…..] [아뇨. 지금 당신을 죽이는 게 나을지. 아니면 살려두는 편이 좋을지 고민이 돼서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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