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98)
목경운은 공동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책장과 그 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비급서의 양에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무공을 떠나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양의 서책은 처음 보는 것 같다.
게다가 이 많은 것들이 전부 비급서라니.
무슨 검법, 무슨 도법, 무슨 장법, 무슨 심법…….
그 수가 너무 방대해서 무엇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한 시진이라.’
이곳을 보기 전에는 꽤 넉넉하게 준다고 여겼다.
한데 막상 방대한 양의 무공 서적들을 보게 되니 시간이 넉넉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는데 청령의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전부 쓸모없는 것들뿐이구나.
“네?”
목경운이 속삭이는 목소리로 답변했다.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주변에 꽂혀 있는 것들은 전부 삼류에서 기껏 해봐야 일류를 목표로 두는 녀석들이나 탐낼 만한 비급서들이다.
“그런가요?”
-척 보면 보이지 않느냐?
“척 봐도 보이지가 않네요.”
-……..하긴 이제 갓 입문한 중생 네가 보는 눈이 있을 리야 만무하지.
청령이 혀를 차며 말했다.
하나 이건 목경운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여러 기연들과 상상을 초월하는 기억력, 그것을 구현해주는 육신을 지녔기에 어지간한 무재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성장해서 그렇지 입문한 기간을 고려한다면 안목이 넓을 수가 없었다.
-중생 네놈은 본좌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런가요?”
-네놈의 하찮은 안목으로 그나마 쓸 만해 보이는 무공들을 구분해 낼 수 있을 리가 없지 않느냐.
“뭐 그렇긴 하죠.”
빠르게 인정하는 목경운이었다.
이런 그의 대답에 청령은 맥이 풀려버렸다.
사실 목경운의 입장에서는 이런 일로 자존심을 부릴 이유가 없었다.
“골라주실 건가요?”
-말하지 않았느냐. 네놈의 안목으로는 세월아 네월아 할 수밖에 없을 테니 본좌가 쓸 만한 것들을 골라주마.
“그거 감사할 일이로군요.”
-일단 위층으로 올라가라.
“위층?”
여기에 위층이라는 게 있었나?
의아해하는데 청령이 말했다.
-책장이 천장까지 닿고 있는 걸 보면 모르겠느냐?
“아아.”
자세히 보니 대략 2, 3층 정도 높이로 걸을 수 있는 지지대가 책장 사이사이 있었다.
한데 아까부터 그녀의 말투를 들어보면 꼭 이곳의 구조를 잘 아는 듯 했다.
해서 목경운이 움직이며 물었다.
“이곳에 와보신 적이 있나요?”
-그럴 리가.
“그런데 꽤 잘 아시는 것 같네요. 비급서들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위로 올라가라고 하는 걸 보면 말이죠.”
위에 뭐가 있을 줄 알고 올라가라 한단 말인가? 이에 청령이 피식거리며 말했다.
-여기 구조를 보아하니 본성에 있는 보고를 그대로 옮겨놓았다.
“본성이요?”
-그래. 본성에도 보고가 있다. 보아하니 그곳에 있는 비급들의 사본을 만들어 이곳에다 가져다 놓은 것 같구나.
“아아. 그런가요. 고작 몇 명도 제대로 보지 못할 텐데 번거로운 짓을 하는 것 같군요.”
괜찮은 비급서들만 가져다 놓아도 될 텐데 말이다.
그러자 청령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하! 모르면 그냥 잠자코 있거라.
“네?”
-본성이 아니라 이런 깊은 산중 절벽을 파서 사본들로 이루어진 보고를 만들었다는 건 아마도 만약을 대비한 것이다.
“만약이라면?”
-혹시 모를 침공에 대비한 것이겠지?
“침공? 혹시 본 성을 공격당할 수도 있어서인가요?”
-그래. 생각해봐라. 아무리 강대한 무림의 세력도 자연의 이치처럼 세월이 흘러 후대로 내려오면서 쇠약해지고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아아. 그래서 사본을 미리 만들어 둔 건가요?”
-그렇겠지. 만약 본성이 당하게 된다면 적들의 손에 보고가 넘어가지 않도록 불태우거나 없애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없애는 것은 쉬워도 옮기거나 지키는 게 어려우니 미리 방비를 해둔 거로군요.”
-그래. 이건 누구의 생각인지 몰라도 괜찮은 전략이다.
“그렇네요.”
목경운도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무림인들이 무공 비급서를 얼마나 끔찍이 여기고 탐내는지 어느 정도 알게 되었기에 이것이 그들에게 커다란 자산임을 인식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 방대한 보고를 한 번에 옮길 수 없다는 걸 감안한다면 옳은 선택이었다.
-투툭!
“……생각보다 관리를 많이 하진 않았나 보네요.”
위로 올라가는 목판 틀이 삐걱거리며 흔들렸다.
본성과 달리 시혈곡 내의 보고는 자주 사용되는 게 아니기에 이런 걸지도 몰랐다.
-어떻게 할 거냐?
“어떻게 할 것 같나요?”
-네놈 성격에 필요한 것 한 둘로 만족하진 않을 테고.
“이왕 왔는데 두루두루 쓸 만한 것들을 살피면 좋겠죠.”
이런 목경운의 말에 청령이 피식거렸다.
목경운의 상상을 초월하는 기억력은 어디에서든 도움이 되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그야말로 최고라고 할 만 했다.
‘마침 궁금했는데 잘됐군.’
한 번 본 것을 완벽하게 외울 정도의 기억력의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던 청령이었다.
이 참에 얼마나 외울 수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듯 했다.
그러고 있는데 아래 쪽 보고 입구에서 향을 꽂고서 시간을 재려고 하던 보고지기 단주 양무원이 의아한 표정으로 목경운을 바라보았다.
‘저 녀석……’
어떻게 저 위로 바로 올라간 거지?
보고의 가장 아래 하단 책장에는 사실 기본공과 함께 삼류에서 일류 정도의 무사들이 익히기 적합한 무공 비서들이 꽂혀 있었다.
2층 책장부터가 진짜배기라고 할 수 있는데 들어가자마자 아래 쪽에는 거의 시선도 주지 않고 위로 올라갔다.
‘흐음.’
누가 보면 이곳에 몇 번은 온 적이 있나 싶을 만큼 자연스러웠다.
의아해하던 단주 양무원은 이내 신경을 끄기로 했다.
어차피 자신의 임무는 보고지기였고 저 아이가 허락되지 않은 비서를 몰래 반출하려는 것만 살피면 됐다.
그러는데,
‘쓸 만한 걸 발견했나?’
그의 눈에 목경운이 책장에 비급서 하나를 뽑는 게 보였다.
아무리 내공을 익혀 안력이 좋다고 해도 이 거리에서는 무엇을 뽑았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하나 2층부터는 상승 무학들이 상당히 많았다.
절정 이상을 염두한 무공 비급서들이 있기에 무엇을 뽑든 저 녀석에게 이득이리라.
-사라라라라라!
목경운이 비급서를 훑어보듯이 넘기는 게 보였다.
꽤 빠르게 넘기는데 저렇게 보면 안에 어떤 내용이 적혀 있는지 제대로 읽히기는 할까?
하는데 책을 전부 훑고는 그대로 책장에 넣었다.
‘응?’
저 녀석 제대로 읽긴 한 건가?
뭐 저렇게 빠르게 훑어보는 거지?
아무리 한 시진 밖에 안 된다고 해도 곧바로 2층으로 올라갈 만큼 안목이 있는 거라면 저기서부터 신중하게 골라도 될 텐데……
-탁!
목경운이 또 다시 비급서 하나를 뽑는 게 보였다.
그러더니 이내 처음과 마찬가지로 사락사락 거리며 굉장한 속도로 훑으며 책장을 넘기는 것이 보였다.
‘…….뭐 하는 거야?’
저 정도 속도로는 훑어보는 게 아니라 그냥 넘기는 수준이다.
저렇게 읽어가지고 뭔 내용인지 알 수는 있나?
한데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단주 양무원만이 아니었다.
‘이 녀석?’
제대로 살펴보고 있는 게 맞는 건가?
너무 빠른 속도로 책을 넘기는데 읽는 게 아니라 그냥 펴는 즉시 넘기는 수준에 가까웠다.
청령이 혹시나 해서 물어봤다.
-중생. 너 정말 외우고 있기는 한 거냐? 그렇게 빨리 넘기면…..
-사락! 사락! 사락! 탁!
목경운이 이내 비급서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속삭였다.
“네. 당연히 외우고 있죠.”
-!?
외우고……있다고?
아무리 암기력이 좋다고 해도 어느 정도 글을 읽어야 외워질 것이 아닌가.
그녀가 볼 때 목경운은 훑는 것도 아니고 책을 폈다가 그냥 바로 다른 장으로 넘겼다.
그런데,
“당장 이해하려는 게 아니면 그냥 보는 것만으로 외워져요.”
-뭐?
이런 목경운의 말에 청령이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거의 스쳐지나가듯이 내용을 읽는, 아니 거의 보는 수준에 가까운데 이걸 전부 외웠다고?
순간 그녀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원혼인 자신조차도 인간과는 기억력이 달랐지만 그렇게는 힘들었다.
‘……..말도 안 되는 기억력이야.’
애초에 기억력이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 여기긴 했지만 이건 인간의 한계를 벗어났다.
놀라서 말문이 막혀 있는 그녀에게 목경운이 물었다.
“또 쓸 만한 비급이 뭐죠?”
-또? 너 정말……
“정말 뭐요?”
순간 인간이 맞는 거냐고 물을 뻔 했다.
죽음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것도 그렇고 기억력도 보통 인간보다 뛰어나다를 넘어서 초월한 수준이었다.
원혼인 자신이 이런 말을 하기에는 그렇지만 정말 인간 같지 않게 느껴진다.
목경운을 빤히 쳐다보던 청령이 이내 정신을 차리고서 말했다.
-다……음은……아? 저게 왜?
“뭘 보는 거죠?”
-지금 네가 보고 있는 거기 그래. 거기서 세 번째 하단 우측을 봐라.
“순현각법順玄脚法)?”
각법이라 적혀 있는 걸로 보아 발을 사용하는 무공인 듯 했다.
청령이 목경운에게 말했다.
-명순각방이라는 방파의 각법이다. 천지회 초창기에 합류한 방파에서 바쳤다. 쾌와 변화가 두드러진 각법으로 조금만 손을 본다면 능히 초상승 무학에 분류될 만한 무공이다.
“초상승?”
청령에 말에 의하면 절정이나 초절정의 영역을 넘보는 무공을 상승무학이라고 한다 했다.
그리고 초절정 그 이상도 볼 수 있는 가능성과 깨달음을 가진 무공은 초상승무학으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얘기했었다.
그런데 초상승 무학이라면,
“왜 이게 여기에 있는 거죠?”
3층으로 올라가야 있을 거라고 했던 그녀였다.
이 물음에 청령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글쎄. 그야 알 수 없지. 애초에 본좌는 순현각법을 초상승 무학으로 분류해서 3층에 올려놨었다.
한데 이것이 내려왔다는 것은,
‘……..놈인가.’
그럴 확률도 없지 않았다.
자신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뒤엎어버렸으니 말이다.
같잖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던 그녀가 말했다.
-어쨌거나 순현각법은 익혀두는 편이 좋을 게다. 본좌가 장담컨대 천지회 내를 통틀어 이만한 각법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변화가 다채롭고 쾌속하기에 적수공권으로는 이만큼 적합한 게 없었다.
이런 그녀의 말에 목경운은 순현각법을 넘기며 이를 외웠다.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 된다는 듯이 그녀가 혀를 내둘렀다.
정말 미친 기억력이다.
거의 한권을 외우는데 숫자로 열다섯 정도를 세면 다 외울 정도다.
-사락! 탁!
“다음은요?”
-우측 아래 다섯 번째.
“네.”
이 기세로 보면 거의 수십 권, 아니 수백 권은 외워서 나갈 수도 있을 듯 했다.
그 정도까지 굳이 외울 필요가 있을까 싶긴 한데 알아둔다면 무공에 대한 안목이 훨씬 넖어지는 계기는 충분히 될 것이다.
먼 옛날 황상이라는 황실 관리가 수많은 수천 여권의 도가 비서를 읽는 것만으로 임독양맥이 타통되고 기(氣)에 대한 깨달음을 정론하여 절세고수가 되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비급서마다 각각의 깨달음이 있는 것이니 중생 이 녀석이 정말 재능이 있다면 나름 얻는 것이 있을 거다.
-사락! 사락! 탁!
“다음.”
정말 적응이 안 된다.
순식간이다.
-그 옆에……흐음.
“왜 그러시죠? 또 순현각법 같은 무공이 있나요?”
-아니 그건 아니고 저기 태극유장은 무당파의 장법이다.
“무당파? 그곳도 문파인가요?”
-…….정말 네 지식에 한계를 매번 보는구나.
무림에 대해서 정말 아는 게 없어도 너무 없었다.
이에 청령이 말했다.
-무당파는 도가 무공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곳으로 정파 내에서도 명문을 넘어서 최고라 불리는 문파다.
“대단한 곳이군요.”
-그래. 괜히 구파일방의 하나가 아니지.
“구파일방은 뭐죠?”
-일일이 알려줄 시간은 없으니 대충 얘기하자면 정파에서도 최고라 일컬어지는 아홉 문파와 하나의 방파가 있다. 그들 중 하나가 바로 무당파다.
“그런가요? 하면 이것도 익혀두는 편이 낫겠네요.”
-아니. 사실 익히지 말라고 하려 했다.
그 말에 목경운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어째서죠? 그 정도로 대단한 곳의 무공이라면……”
-당연히 쓸모가 있겠지. 하나 네게 도가 계열의 무공은 오히려….흠.
“왜 그러시죠?”
-독이 될 수도 있을 듯 해서 그런 거다.
“독?”
-네 체내에 차지하고 있는 대부분의 기운이 죽음의 기운이다. 하나 도가의 무공은 양생의 무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괜히 잘못 익혔다가는 사기(死氣)와 충돌할 수도 있기에 고민한 거다.
“아아 그런 건가요.”
청령이 고민하는 것도 당연하다 여겨졌다.
그런 거라면 익히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외워는 둘게요.”
-뭐? 굳이…..
“아뇨. 혹시 써먹을 일이 있을지 어떻게 아나요.”
-써먹을 일?
“청령이 전에 저한테 말하지 않았던 가요?”
-뭘 말이냐?
“무공으로 인해 생겨난 상처나 흔적만으로 어느 문파의 것인지 어떤 계열인지 알아낼 수 있다고요.”
-그랬지.
“이것도 잘 활용하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요?”
-너 설마……
빙그레 웃는 목경운.
이를 보며 청령이 속으로 혀를 찼다.
이놈은 뭔가를 알게 되면 활용하는 방향이 정말 남들은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떠올린다.
적으로 삼으면 정말 안 될 종자다.
그렇게 목경운이 무당파의 태극유권이라는 비급서를 뽑는데,
“어…..음?”
목경운이 서책을 보며 의아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비급서의 일부가 검붉었는데 피가 묻었던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비급서가 상당히 오래된 것 같다.
이에 목경운이 물었다.
“사본들만 모았다고 하지 않았나요?”
이런 목경운의 물음에 청령 역시도 뭔가 이상하다고 여겼다.
지금 목경운의 손에 쥐어진 책은 아무래도,
-…….진본 같구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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