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0)
신들의 구독자 10화
10화. 책에서 봤어
[LV 21]레벨이었다.
본래 이 메판에서는 상대의 레벨을 볼 수 없다. 레벨을 보기 위해선 히든 직업을 가지거나 혹은 그에 따른 얻기 어려운 초인력을 얻는 수밖에 없었다.
‘확인할 수 있는 건 내 레벨과 스탯밖에 없었지.’
그런데 지금 눈에 상대의 레벨이 보이기 시작했다.
늑대의 레벨은 21이었다.
‘좋아요 4개의 값을 확실히 하는구만.’
에단은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약점 공략에 레벨까지 알 수 있는 스킬이라니.
상대의 레벨을 알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이점이었다.
얼마나 강한지 얼마나 약한지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요컨대 직관적으로 확인하고 판단을 할 수 있으니 승산이 높아질 터.
“어둠의 숲 몬스터답게 레벨이 높군.”
“크르르-!”
“도련님! 제게서 최대한 떨어지지 마십시오!”
“알겠다.”
평범한 숲에 나오는 몬스터라고 한다면 레벨이 한 자릿수 혹은 높아 봐야 10레벨 정도였다.
그렇기에 21이라는 레벨은 굉장히 높은 레벨이었다.
심지어 방금 어둠의 숲에 들어왔으니 초입 중에서도 초입이라는 건데.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더욱더 레벨이 높은 몬스터들이 나올 거라는 건 확실했다.
하지만 약점이 보이는 이상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실 몬스터들을 직접적으로 상대할 생각은 없었거든.’
에단은 몬스터들의 공략 방법을 알고 있었다.
확실한 약점까지는 몰라도 어떤 무기와 속성에 약한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스펙이 좋았을 때의 이야기고. 이번에는 확실하게 도망칠 수 있는 방법을 쓸 생각이었거든.’
상대할 수 없는 몬스터에게는 도망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래서 이번엔 도망치면서 헤카테의 손녀가 있는 곳까지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러면 상황이 달라진다.
‘아마 몬스터 사냥에도 업적이 있었지? 100마리, 200마리, 300마리.’
숫자가 높아질수록 업적이 하나씩 하나씩 달성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좋아요가 되어라.”
에단은 씨익 웃으며 앞에서 달려드는 늑대에게 검을 찔러 넣었다.
이 늑대들의 약점은 미간이었다. 새빨간 점이 미간에 콕 박혀 있었다.
‘정확하게 찔러 넣어야 돼. 점이 아주 작아.’
하지만 미간 전체가 약점인 건 아니었다. 미간에서도 정중앙. 아니 그보다 조금 위.
아주 작은 빨간 점이 보였다. 그 점이 숲 늑대의 약점이었다.
‘보통 저렇게 작은 곳을 정확하게 찌르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지금의 에단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검술천재라는 재능과 허류 침술의 반복 수련으로 인해 검술의 정교함은 꽤 수준급이었으니까.
“켕!”
정확하게 찔러 넣은 검이 그대로 늑대를 축 늘어지게 만들었다.
회심의 일격!
등 뒤에서 늑대에게 검을 휘두르고 있던 슈들렌이 눈을 크게 떴다.
“아니, 도련님! 어떻게……!”
“슈들렌. 미간이 약점이다. 정확하게 미간을 노려.”
“예!”
어떻게 알았는지는 몰라도 자신보다 훨씬 더 침착한 에단을 보며 슈들렌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늑대의 미간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캐갱!”
에단처럼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죽이진 못했지만, 치명상을 입히기에는 충분했다.
“이런 식으로 어둠의 숲의 중심부로 간다. 슈들렌.”
“예! 도련님!”
* * *
캥-!
어둠의 숲에 몬스터들의 비명 소리가 퍼졌다.
“흡!”
기합과 함께 검을 찔러 넣어 늑대를 일격에 죽여 버린 에단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도, 도련님. 어떻게 아신 겁니까? 정말 대단하십니다.”
“은근히 얼굴 어딘가를 지키려고 하더군. 그걸 관찰했을 뿐이야.”
물론 스킬 덕분이었다.
에단이 본래 알고 있던 늑대의 약점은 오른쪽 다리였다. 그곳에 힘의 원천이 되는 마정석을 품고 다니니 말이다.
새롭게 배운 스킬인 몬스터들의 재앙은 그야말로 몬스터 한정으로 굉장한 위력을 발휘했다.
상대의 약점이 눈에 보인다니. 그대로 찔러 넣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거기에 추가로.’
에단은 싱글벙글하고 있었다.
메판에서 가장 큰 요소를 차지하고 있는 거라면, 단연코 몬스터를 꼽을 수 있다.
이곳 인간의 역사는 몬스터들과의 전쟁 역사라고 칭할 만큼 바깥에만 나가면 몬스터들이 즐비했다.
때문에 몬스터 토벌은 정말 자주 있는 일이었고 강대한 몬스터 때문에 도시 하나가 망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기에 몬스터들과 싸울 일이 굉장히 많았다.
그런 곳에서 이런 스킬을 얻었으니, 앞으로의 일에 큰 도움이 될 터였다.
‘일단 당장 이 어둠의 숲에서 어떤 몬스터가 나오든 대처할 수 있다는 게 크다.’
“슈들렌.”
“예.”
“몬스터들의 사체는 돈이 돼. 알지?”
“예, 알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손질하는 법을 잘 모릅니다. 애초에 전문 사냥꾼들이 아니면 하기가 어려운 일이고요.”
어둠의 숲 몬스터들은 하나같이 강력하다. 그 말인즉슨 나오는 부산물들 또한 비싼 값을 한다는 소리였다.
이빨, 가죽, 발톱, 피, 거기에 마정석까지.
버릴 게 하나도 없었지만, 문제는 손질이었다.
제대로 손질할 줄 모른다면 마정석을 제외한 것들은 사실 상품 가치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에단은 속으로 웃으며 몬스터 사체에 다가갔다.
“잘 보고 따라 해.”
“예?”
“지금부터 계속 잡을 몬스터들은 네가 손질을 할 거니까. 모르겠으면 다시 물어보고.”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슈들렌이 말하기가 무섭게 에단이 검을 들어 늑대의 시체를 그대로 갈랐다.
푸확-!
“이런 식으로 가죽을 벗기고, 벗길 때는 가죽에 손상이 가지 않게 신경 써서.”
에단의 손길은 거침이 없었다.
늑대의 시체가 한순간에 해체되더니 이내 상점에서 볼 수 있는 재료로 변해 버렸다.
“마정석은 발 쪽에 있다.”
“도, 도련님. 이게 어떻게 된…….”
슈들렌은 멍하니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귀족인 에단이 어떻게 이런 손질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단 말인가!
직접 해 본 적은 없어도 지켜본 적은 꽤 있었기에 에단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에단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책에서 봤어.”
“세상에.”
* * *
“크르륵!”
어둠의 숲의 몬스터들은 위험하다.
밤이고 낮이고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공격을 해 온다.
강자만이 오롯하게 그 시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그리고 에단은 그러한 강자가 아니었다. 몬스터들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알고 있지만, 그 정보대로 움직일 만한 강함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조금 더 빨리 가야 돼. 여기서 밤을 맞이했다가는 100퍼센트 죽는다.”
“예! 도련님!”
슈들렌은 이미 에단의 명령을 충실하게 따르는 기사가 되어 있었다.
분명 이런 몬스터들을 사냥했던 경험이 적을 텐데도, 에단은 자연스럽게 몬스터들을 공략해 나가고 있었다.
때문에 슈들렌은 에단의 말을 완전히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미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책에서 보신 걸 이렇게 활용하시다니. 도련님은 정말 천재십니다!”
이미 슈들렌은 에단의 광신도나 다름없는 수준이었다.
본래라면 믿기가 어려운 일이었고 의심부터 해야 했지만, 에단은 명색이 검술 천재라 불리던 사람.
슈들렌이 보는 에단은 이미 정상인의 범주를 넘어선 상태였다.
“이래서 사람이 책을 읽어야 하는 법이야.”
에단은 계속해서 눈동자를 굴렸다.
같은 몬스터라도 약점이 다른 경우가 있었다.
몬스터들의 상태에 따라서 그 약점이 달라지거나 혹은 이전에 상처가 있었던 몬스터라면 그곳이 약점으로 표시되는 듯했다.
‘이놈은 발을 다쳤나 본데.’
에단의 검이 그대로 늑대의 발을 갈랐고, 늑대는 그대로 즉사했다.
“후우.”
‘이제 슬슬 다른 몬스터가 나올 때가 됐다.’
어둠의 숲 몬스터들은 공존해서 살고 있는 게 아니다. 숲에는 몬스터들 간의 영역이 정해져 있다.
“음.”
다음 영역에 도착했다고 생각한 에단이 인상을 썼다.
‘이거 안 좋은데.’
대부분은 영역마다 몬스터들이 존재했지만, 예외인 경우가 있다.
한 영역에 여러 몬스터들이 있는 경우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몬스터들이 하나의 몬스터를 따르고 있다면 여러 몬스터들이 있을 수 있지. 그리고 그렇게 되면 아주 위험해져. 서로 간의 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게 되니까.’
자박자박.
에단은 발소리로 놈들의 정체를 유추할 수 있었다.
가벼운 발소리와 묵직한 발소리.
“젠장할.”
에단이 혀를 찼다. 설마하니 이쪽 어둠의 숲에 놈들이 있을 줄이야.
“도련님.”
“슈들렌. 내가 신호하면 나를 업고 바로 앞으로 뛴다. 알겠지?”
“예.”
“지금!”
에단이 신호를 주자 슈들렌이 곧장 에단을 업었다. 그가 에단을 업고 앞으로 달리기가 무섭게 방금까지 둘이 있던 곳에 조악한 화살이 쏘아졌다.
“고블린 라이더!”
슈들렌이 경악하며 외쳤다.
고블린들은 자그마한 몬스터였다. 인간보다 약한 덩치에 약한 힘을 가지고 있기에 본래라면 그다지 위협적인 몬스터는 아니었지만 영악하며 똑똑했기에 조심해야 했다.
특히 고블린 라이더라 불리는 개체들은 자신들의 느린 속도를 보완하기 위해 멧돼지 같은 것들을 타고 다녔다.
지금 눈앞에 나타난 고블린 라이더들은 기다랗고 뾰족한 돌출형 엄니를 가진 멧돼지들을 타고 있었다.
허리춤에는 여러 무기들을 차고 있었고 손에는 활을 든 일반적인 고블린 라이더들보다 훨씬 더 강해 보이는 모양새였다,
“저 혼 호그들을 고블린 놈들이 길들인 것 같다.”
본래 이곳은 혼 호그의 영역일 터.
[lv 28]28레벨의 혼 호그를 다스렸으니 고블린은 그보다 더 강하다고 보면 될 듯했다.
“계속 달려라!”
“저놈들 생각보다 더 빠릅니다!”
“더 빨리 가야 한다!”
에단은 주머니를 뒤졌다.
그러곤 손질해 두었던 늑대의 피를 그대로 흩뿌렸다.
“키이익-!”
냄새를 맡은 고블린 라이더 몇몇이 피를 따라 이탈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수가 에단과 슈들렌을 뒤쫓고 있었다.
“더 빨리! 잡히면 죽는다! 너도 나도!”
“으아아아아아압!”
슈들렌이 미친 듯 앞으로 뛰었다.
에단은 자신도 모르게 슈들렌의 머리카락을 잡고 있었다.
“오른쪽!”
오른쪽 머리칼을 잡으며 슈들렌의 몸을 오른쪽으로 향하게 했다.
“왼쪽!”
이번엔 왼쪽 머리칼을 잡았다.
“쭉 직진해서 저 나무 앞에 잠깐 선 다음 수그려라!”
슈들렌이 나무 앞에 서서 몸을 수그리자, 그대로 마력을 담은 화살이 그대로 나무를 박살내며 관통했다.
만약 서 있었다면 그대로 몸에 저 화살이 박혔을 것이다.
“여기 고블린 놈들은 화살도 쏠 줄 안다고. 지독한 독이 발라져 있어.”
“어, 어떤 독입니까?”
다시 달리기 시작한 슈들렌이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똥독.”
세상에서 제일 더러운 독이었다.
“맞으면 똥독이 올라 죽은 기사가 될 거야. 그리고 똥독으로 죽어 나를 지키지 못한 기사가 되겠지. 똥독 기사라. 슬픈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에단의 말에 슈들렌은 온몸에 힘을 불어넣었다. 지쳤지만 절대로 멈출 수 없었다.
똥독으로 죽은 기사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런 불명예스러운 일을 겪을 순 없다!
“드, 드래곤을 잡다 죽는 거라면 몰라도 똥독으로 죽는 것은 절대 안 됩니다!”
“그럼 달려라! 조금만 더 달리면 돼!”
“으아아아아아아악-!”
슈들렌이 비명인지 기합인지 모를 소리와 함께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