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01)
신들의 구독자 101화
101화. 유나 가넷 (4)
“어떻게 절 찾으신 거예요? 아니, 그보다 어떻게 여기까지 오신 거예요?”
유나는 에단의 뒤를 따라 가넷 상단 론드 후작령 지점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가넷 상단은 웬만한 영지에는 다 지부가 있었기 때문에, 이베카 아카데미가 있는 론드 후작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돈을 좀 썼지. 말했지 않나? 난 돈이 굉장히 많다고. 유나, 너도 알겠지만 돈으로는 정말 다양한 걸 할 수 있어.”
물론 이번 경우엔 돈값을 제대로 못하긴 했다.
때문에 에단은 특급 용병들에게 확실하게 이야기를 해 두었다. 이번 일은 제대로 해결이 안 된 걸로 알겠다고.
‘그걸로 잘 알아들었을 거야.’
이제 용병 길드들은 에단의 다음 의뢰를 반드시 받아들이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처리할 것이다.
‘프로 의식이 있을 테니까.’
“제가 반드시 갚을게요, 선생님.”
“말했다시피 돈은 많아. 돈으로 갚을 필요 없다.”
에단이 유나를 보았다.
“그럼…….”
“검술과를 1위로 만들기 위해 네가 있어야 한다.”
“정말 진심이신 거예요? 그거 때문에 절 구하러 오신 건가요?”
그럼 뭐 때문에 구하러 왔겠냐는 듯한 에단의 표정에, 유나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바보 같은 표정을 짓고 말았다.
정말 검술과를 1위로 만들기 위한 여정에 자신이 꼭 필요해서 구하러 온 거란 말인가?
“다 알고 오신 건 아니죠?”
“모른다.”
“…….”
“하지만 하나는 알지. 내 검로의 이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단 한 명도 이탈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거야. 자의에 의한 게 아니라면 더더욱.”
그 말에 유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정말 이 사람은 다르다. 지금껏 만나 왔던 그 어떤 교사보다, 아니, 그 어떤 사람보다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었다.
“……제가 꼭 필요하신 거군요.”
“그래, 난 내 학생을 한 명도 버리고 갈 생각이 없다.”
물론 에단은 75명을 학기 끝까지 이끌고 가면 얻을 명성치에 집중하고 있었다.
한 명이라도 빠지면 추가 명성치는 물 건너갈 테니까.
하지만 이건 에단의 마음을 훔쳐보지 않는 이상 알지 못하는 문제라, 유나는 그 강렬했던 눈빛에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내린 상태였다.
“우선 아카데미로 돌아가야지. 시간이 늦었다. 벌점을 받을 수도 있을 거다.”
에단과 유나는 빠르게 시장을 벗어나기 위해 골목을 이용했다. 이쪽으로 가면 곧바로 이베카 아카데미의 정문 쪽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 나온다.
그렇게 골목으로 빠져나가려던 참에, 마차 한 대가 골목을 막아섰다.
“!”
아무런 표식도 없는 마차였다. 하지만 유나는 마차의 형태를 보고 곧장 알아챘다. 저건 가넷 상단의 마차로, 상단이 조용히 일을 처리할 때 쓰는 전투 마차였다.
이 전투 마차 안에는…….
드르륵-!
문이 열리고 중무장한 기사 다섯이 내렸다.
“유나 아가씨.”
“오랜만에 뵙습니다.”
유나의 표정이 굳었다.
저들은 아버지가 자주 사용하는 사냥개들.
꽤나 고풍스러운 기사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돈을 받고 어떤 일이든 처리하는 해결사 역할을 했다.
그게 어떤 일이든 간에 크롬웰 가넷의 일을 처리하는 게 이들의 역할이었다.
“상단주님께서 아가씨를 보고 싶어 합니다.”
“같이 가시죠.”
유나가 곧바로 뒤를 돌았다.
“선생님, 도망쳐야……!”
유나는 저 기사들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 지금 당장 유나는 사용할 수 있는 병력이 없다.
일단은 아카데미로 후퇴한 후에 계획을 새로 짜야 했다.
그러나 에단은 거기서 움직이지 않았다.
당황한 유나가 소리쳤다.
지금은 정말 도망쳐야 할 때였다.
“선생님!”
“저기가 지름길이다.”
에단이 기사들이 막고 있는 곳을 보며 손짓했다. 기사들이 막고 있는 그곳에 이베카 아카데미로 향하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굳이 돌아갈 필요가 없지.”
그 말에 기사들이 재밌다는 듯이 에단을 보았다.
“이베카 아카데미의 교사는 엘리트가 아니면 들어갈 수가 없다던데.”
“근데 거기 들어가 봤자 결국 선생 나부랭이나 하다가 기사단의 말단으로 들어가는 거 아닌가?”
“핏덩이들 사이에 있다 보니 뭐라도 된 줄 아는 듯한 그 모습이 참 재밌는걸.”
기사들은 오히려 이런 상황이 익숙했다.
유나를 잡아가는 거야 당연한 일이고, 그 과정에서 재미난 일이 있기를 바란 듯한 얼굴들이었다.
그런데 그 기대에 딱 걸맞게 에단이 나와 주니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스릉-.
“명단에 적혀 있는 교사만 아니면 깔끔하게 뒤처리가 가능하다고 하셨다.”
“클라우디 하이드, 이리스 파케타는 아닐 테고, 시론 램스데일도 아니겠지? 설마! 네가 교장인 유령검도 아닐 테고 말이야.”
“그럼 충분히 감당이 가능한 일개 교사라는 뜻이군.”
기사 둘이 앞으로 나섰다.
골목이 좁았기 때문에 셋은 뒤로 물러나 완전히 골목의 출구를 막아섰다.
“비키기 싫은데, 어쩔 거지?”
에단이 검을 뽑았다.
야수왕의 발톱검이 스릉, 하는 소리와 함께 뽑혀 나왔다.
그에 맞춰 앞에 있던 기사 둘도 검을 뽑았다.
일촉즉발의 상황.
에단은 기사들을 보았다.
전통적으로 길을 막아서는 놈들에게는 할 말이 정해져 있다.
“길.”
샤아아악-!
휘커스 검술이 펼쳐졌다.
에단의 왼쪽에 있던 기사가 한발 앞으로 나와 일직선으로 찔러 오는 에단의 검을 그대로 맞받아쳤다.
까앙-!
“!”
호리호리한 몸에서 도대체 어떻게 이런 힘이 나온단 말인가.
기사는 순간적으로 그 힘에 밀려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힘이 좀 있단 말이지!”
기사들은 한껏 마나를 끌어 올렸다.
그러고는 방금 밀려난 것에 대한 복수인지 마나를 검에 듬뿍 실어 휘둘렀다.
쐐애애액-!
호루스의 눈이 두 기사의 움직임을 그대로 꿰뚫어 보았다.
왼쪽 기사는 에단의 팔을 노리고 있었다. 처음부터 죽일 생각은 없었는지 그대로 길게 뻗어 창상을 낼 생각으로 보였고, 옆의 기사는 같은 생각으로 다리 쪽을 노렸다.
에단이 왼쪽 기사의 검을 쳐 냄과 동시에 오른쪽으로 돌려 오른쪽에 있던 기사의 진로를 그대로 막아섰다.
골목이 굉장히 좁은 터라 두 명이 동시에 합공을 하려면 정확한 타이밍을 노려야 했다.
‘주지 않는다.’
에단은 그 타이밍을 줄 생각이 없었다.
검을 휘두르려던 기사는 갑자기 앞이 막히자 아예 뒤로 물러섰다. 이 좁은 골목에서 둘이 싸우는 것보다는 한 명씩 싸우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판단한 것이다.
“내 몫은 남기라고.”
“남길 수 있을까 모르겠는데.”
기사가 씩 웃으며 에단을 보았다. 이제 아군을 신경 쓸 필요 없이 딱 적당한 공간이 생겼으니, 오히려 이쪽이 더 좋았다.
“선생님…….”
뒤에서 지켜보던 유나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저 기사들은 그 어떤 상황에도 오로지 명령을 이행하는 데만 집중했다.
기사도 같은 것은 지키지 않았고, 오로지 이기기 위한 싸움을 했기에 각종 변칙적인 움직임을 취했다.
반면에 에단은 귀족.
일대일 결투라면 몰라도 이런 싸움에선 불리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크롬웰 상단주의 기사 또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다.
다양한 상황에서 살아남고 승리하기 위해서, 에단이 실력을 쌓아 왔다는 것을.
“후우우.”
에단이 길게 호흡하며 눈에 집중했다.
변칙적으로 검을 흩뿌리며 한 발자국 앞으로 나오는 기사의 움직임을 호루스의 눈으로 꿰뚫어 보았다.
지금 중요한 건 임팩트였다.
‘일격으로.’
지금까지 쌓아 온 성과를 이 일격에 집중할 생각이었다.
에단은 꾸준하게 생존 확률을 상승시키며 스탯을 올려 왔다.
스탯과 특성.
휘커스 검술과 허류 침술에 대한 이해.
흡-!
에단이 크게 호흡하며 그대로 있는 힘껏 검을 후려치듯 휘둘렀다. 기사의 검과 에단의 검이 예측한 그대로 맞부딪쳤다.
빠가가각-!
순간 검이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에단은 상대의 검을 부숨과 동시에 그 기세를 살려 한 바퀴 빙글 돌았다.
돌면서 칼자루 부분으로 기사의 관자놀이를 정확하게 찍어 내니, 기사의 몸이 공중으로 떠 빙글 돌고는 바닥에 처박혔다.
콰앙-!
이 일련의 과정이 눈 한 번 깜짝할 사이에 벌어졌다.
“어……!”
뒤에 있던 유나는 눈을 깜빡거렸다. 빠르게 휘두르는 기사의 검에 에단이 자신의 검을 맞부딪치는 것까지는 봤다.
하지만 다음 순간에 기사는 붕 떠 그 자리에서 회전하더니 완전히 땅에 처박혀 고꾸라진 상태였다.
갑옷을 입고 있어 공격할 곳은 얼굴뿐이긴 했으나, 이렇게 단 한 번의 공방으로 기사를 쓰러뜨릴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건 다른 기사들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우렉을 그렇게 쉽게……!”
“한 수는 있다는 거냐!”
에단이 그런 기사들에게 한 발자국 다가갔다.
네 명이 아직 길을 막고 있으니 한마디 더 할 수밖에 없다.
“길.”
“이 빌어먹을 새끼가!”
흥분한 기사 하나가 그대로 달려들었다. 검에는 진득한 마나가 서려 있었다.
검기.
이들의 수준은 적어도 4성 이상이었다.
반면에 에단은 절멸증 때문에 몸 안에 마나를 제대로 담아 두지도 못하고 있었다.
따지자면 1성. 그것도 성장하기 어려운 1성이었다.
하지만 에단은 방금 기사와의 싸움을 통해 현재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4성 기사와의 싸움. 생각보다 꽤 할 만한데.’
현재 에단은 마나가 부족했지만 쌓아 온 게 워낙 튼튼했기에 상대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쉬울 줄은 몰랐다.
‘그럼 네 명과 차례로 싸워도 그게 유지될지 확인해 보자고.’
기사가 그대로 에단의 정면으로 검을 높게 들고 공격을 해 왔다.
에단의 눈이 빛났다.
호루스의 눈으로 볼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단순한 페인트 공격이었다. 방금 저쪽은 동료가 에단에게 일격에 쓰러지는 걸 보았다.
이들은 직접 눈으로 본 싸움을 무시할 정도로 바보가 아니었다.
에단을 생각보다 더 강한 자라고 판단했기에 일대일로 싸움을 걸 생각 자체가 없었다.
‘그렇게 보일 뿐.’
상대의 방심을 노리는 건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페인트 공격으로 나를 속이고, 그대로 검을 내려 두고 내 뒤로 움직인다.’
에단이 예측하기가 무섭게, 기사가 그대로 검을 내리칠 듯하더니 몸을 푹 숙여 뚫려 있는 에단의 옆구리 쪽으로 움직였다. 빠르게 뒤로 가려는 모양새였다.
뻐억-!
그러나 옆구리로 빠르게 파고들려던 기사는 아까 기사처럼 에단의 칼자루에 강하게 얻어맞고야 말았다.
“이, 일부러.”
그제야 깨달았다. 의도적으로 옆구리에 틈을 보였다는 것을.
에단은 쓰러지는 기사를 냉정하게 내려다보았다.
수적 우위를 살리기 위해서 어떻게든 강행 돌파를 하리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열어 주었다. 파고들 수 있도록.
‘경험이라면 너희보다 훨씬 더 많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