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03)
신들의 구독자 103화
103화. 제 눈엔 그저
혹시나 하는 생각은 했었다. 신입 교사로 들어와서 지금껏 전례가 없던 일들을 행해 왔으니, 그가 학과 교류전에도 도전하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회의에 들어오면서 그 생각을 접어 두었다.
당연했다. 이 학과 교류전이 가지는 의미가 얼마나 무거운가.
지금까지 이 학과 교류전에 도전하려 드는 신입 교사는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리 의욕이 높다 해도 들어오자마자 커리어를 박살 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랬기에 지금까지 파격적인 행보를 걸어온 에단이라고 한들 올해는 참고 내년에나 도전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교장의 생각은 무참히 깨졌다.
“에단 선생, 학과 교류전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건지 설마 모를 리가 없겠지?”
“네, 잘 알고 있습니다, 교장 선생님.”
“그럼에도 도전하겠다?”
“예.”
여러 교사들이 에단을 다양한 눈빛으로 보며 웅성거렸다.
“에단 선생님이 지금까지 좋은 성과를 내 왔지만, 학과 교류전 대표로 뛰어드는 건 너무 이른 거 아닐까요?”
“학과 교류전의 대표로 나간다는 건 나아가 아카데미의 대표가 되겠다는 건데, 이제 막 들어온 신입 교사는 너무 가볍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지금까지 에단 선생님이 낸 성과는 신입이라 운운할 게 아니잖아요?”
“그래도 경력이 중요한데, 아무리 에단 선생님이 뛰어나도 경력에서 나오는 경험은 무시 못할 텐데.”
“그래도 능력이 된다면!”
교사들이 저마다 각자의 의견을 떠들었다.
특히 에단과 같은 친목회에 속한 청바지 혹은 새물결 친목회의 교사들은 경험이 부족해도 성과가 훌륭하다며 에단의 편을 확실하게 들었다.
그때 쿵쿵, 하고 교장이 책상을 두어 번 쳤다.
“조용하시오.”
교사들은 교장의 근엄한 표정을 보았다.
아마 교장 또한 너무 이르다고 판단하는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기세로만 이어 나갈 문제는 아니었으니까.
“이야기를 조금 들어 보고 싶은데, 에단 선생. 학부모 참관 수업까지 끝나긴 했지만, 자네는 학생들의 모습을 이제 한 학기밖에 보지 못했어. 그런데 누굴 대표로 세우겠다는 건가?”
다들 교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에단의 실력은 확실히 우수하다. 하지만 학과 교류전은 교사 대표가 아닌 학생 대표를 뽑는 자리였다.
교사는 그 과정에서 지휘를 하고 앞서서 학생들을 이끌 뿐.
학과 교류전과 아카데미 교류전은 결국 학생이 중심이 되어야 했다.
“자네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건 이미 알고 있네. 하지만 이 학과 교류전은 자네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아니네. 알다시피 아카데미의 주인은 학생일세. 학과 교류전은 그 학생들이 중심이 되는 행사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기 초부터 지금까지 학생들을 지도해 오며 학과의 대표가 될 만한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을 살펴보았지요.”
에단이 말했다.
“그럼 묻지. 자네의 학생들은 누구인가?”
클라우디 선생과 듀티 선생의 학생들은 여기에 있는 모든 교사들이 알고 있었다.
클라우디 선생의 애제자라고 할 수 있는 검술과 수석 맥스 주로드를 포함한 검술과의 엘리트 둘.
듀티 선생에게는 마법과 수석 로안나를 위시한 마법과의 황금 세대가 있었다.
쟁쟁한 학생들이 그 라이벌이었으니, 교사들은 에단의 입을 주목했다. 누구를 대표 학생으로 삼아서 학과 교류전에 나가려는 것인가?
“설마 첸 가르시아……?”
“선생님, 그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들 기대하는 눈빛에 에단이 입을 열었다.
“메이슨 옐로우드 학생과 론 베어즈 학생, 그리고 유나 가넷 학생이 제가 꼽은 이번 학과 교류전 대표 학생들입니다.”
“……메이슨?”
“론 베어즈라고? 그 검술과 꼴등?”
“유나 학생 빼고는 다들 문제가 있는…….”
“쉿, 조용히 하세요.”
교사 한 명이 말한 것처럼, 유나 가넷을 제외하고는 문제가 있는 학생임엔 틀림없었다. 에단이 말한 학생 명단을 들은 듀티가 슬며시 입꼬리를 더 말아 올렸다.
클라우디는 심기가 불편한지 에단을 노려보고 있었다.
죽은 마르틴스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자신이 배제한 메이슨을 에단이 이끌고 가려 한다던 그 말.
설마하니 메이슨을 학과 대표로 만들려고 하다니.
“메이슨 옐로우드는 문제아요, 에단 선생.”
클라우디가 에단을 보며 말했다.
“그렇습니까? 제 눈엔 그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어린 학생으로만 보였습니다.”
에단의 말에 뼈가 있었다. 학생은 미숙하다. 그리고 교사는 그런 학생을 이끌어 주는 존재다.
물론 이상론이었다.
그런데 그 대상이 메이슨이었으니, 클라우디는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에겐 메이슨에게 손을 내밀었다가 거둔 경험이 있었으니.
에단의 말이 그런 자신을 책망하는 듯한 말로 들렸기 때문이었다.
전후 사정을 대략적으로 눈치채고 있는 교사들은 탄식하듯 입을 벌렸다.
“어어어…….”
“흠…….”
검술과의 교사들이 헛기침을 하거나 당황한 듯 소리를 냈다. 물론 마법학부 쪽에서는 아주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마법학부 쪽에는 마법과 선생인 듀티가 단독으로 나선다.
듀티의 능력은 의심할 바 없었고, 그가 뽑아 성장시킨 황금 세대를 향한 믿음이 있었기에 다른 교사들은 확실하게 그쪽을 밀었다.
일단 중요한 건 같은 학부끼리의 경쟁이 아니라 기사학부를 누르고 계속해서 1위를 지속하는 거니 말이다.
“벌써부터 저렇게 트러블이 있다니.”
“우리 쪽에선 사실 에단 선생님이 나와 주는 것도 좋긴 한데…….”
클라우디는 작년 마법학부의 황금 세대 때문에 학과 교류전에서 패배해 아카데미 교류전에서 대표 교사로 서지 못했다.
거기다 대표로 나갔던 듀티가 프레이야 아카데미에게 져 버린 탓에 더더욱 아쉬웠다.
다른 교사와 학생들도 만약 클라우디가 대표로 나갔다면 프레이야 아카데미를 이기고 1등을 할 수도 있었을 거라는 말을 하고는 했다.
그랬던 작년의 일이 있었으니, 올해의 클라우디는 마법학부에게 있어 꽤 무서운 상대이긴 했다.
검술과 1위인 맥스 주로드가 올해 평이 좋다는 것도 한몫했다.
들어간 모든 수업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었고, 작년 기말고사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어 마법학부 쪽에선 맥스를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클라우디가 아닌 에단이 검술과의 대표 교사가 되고 맥스 대신 메이슨이 대전 상대가 된다면?
마법과 입장에선 이만큼 좋은 일도 없었다.
때문에 마법학부는 흥미진진하게 두 사람의 불화를 구경했다.
“감정싸움을 할 때가 아닐 텐데, 둘 다.”
교장의 낮은 목소리에 교사들의 웅성거림이 멈췄다. 클라우디 또한 한숨을 짧게 내쉬며 감정을 다스렸다.
에단은 원래부터 감정의 동요가 없었기에 아무 일도 없는 척 옷깃을 매만졌다.
“학과 교류전은 알다시피 각 학부에서 한 명의 교사만 나갈 수 있네. 마법학부는 이미 듀티 선생으로 정해졌으니 상관없고, 기사학부에서는 두 명이 나왔으니 둘 중 한명만이 대표가 될 걸세.”
이럴 경우엔 경쟁을 통해 두 교사 중 한 명이 대표가 된다.
“예전엔 한 학부에서 대여섯 명이 나왔었지. 근래 들어선 클라우디 선생이 기사학부에서 성과를 많이 내고 있어 대표가 됐지만 말이야.”
클라우디는 이베카에 들어온 이후로 몇 번이나 대표를 했었다. 물론 계속해서 경쟁에서 이겨 왔기 때문이었다.
딱 한 번이지만 아카데미 교류전에서 우승한 전적도 있었다.
그렇게 클라우디가 기사학부를 꽉 잡고 얼굴마담처럼 되니, 기사학부와 검술과의 대표 교사는 클라우디인 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이거, 에단 선생님이 많이 불리하실 텐데.”
“신입인데 도전을 했으니 어쩔 수 없지! 학과를 대표하는 일이야. 확실한 실력이 없으면 안 된다고.”
“맞습니다. 학과 대표 교사가 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교장이 에단과 클라우디를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누가 되든 간에 든든할 것 같구만.”
교장 입장에서야 경쟁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느슨한 마음이 아니라 강인한 마음으로 학과 교류전에서 승리하고, 나아가 아카데미 교류전에서 승리해야 하니까.
경쟁 없이는 승리도 없는 법이다.
그렇게 기사학부의 학과 대표 결정전은 에단과 클라우디의 경쟁을 통해 정해지는 걸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회의가 끝나려는 그때, 에단이 입을 열었다.
“교장 선생님. 혹시 두 명만 참여해도 됩니까?”
“그게 무슨 소린가, 에단 선생?”
학과 대표 결정전은 심플했다. 대표 학생 세 명이 서로 대련을 통해 실력을 겨루는 것.
거기에 중간고사 실력을 더하면 그걸로 경쟁은 끝이었다.
“저희 쪽은 지금 학생이 두 명밖에 없습니다. 유나 학생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입니다. 중간고사 직전까지 돌아오겠지만 학과 대표 결정전엔 불참할 듯합니다.”
“안 되네.”
교장이 즉답했다.
“룰을 바꾸려는 게 아닙니다.”
에단이 말했다.
“1패, 안고 가겠습니다.”
“와하하하핫-!”
교장이 경쾌하게 웃었다. 1패를 안고 가겠다니. 그렇다면 룰 위반은 아니다.
“그래, 한 명은 부전승으로 해서 1패로.”
유나 가넷에 대한 평가는 교사들 사이에서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론 베어즈와 메이슨 옐로우드다.
교장은 에단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바로 꿰뚫어 보았다. 그건 클라우디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눈에 분노가 깃들었다.
얼마나 우습게 보고 있는 건지.
한 번만 져도 끝나는 싸움을 하겠다는 거다.
뒷말이 더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에단이 웃으며 말했다.
* * *
클라우디는 자신의 방법이 과격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게 그의 방식이었다.
이상과 꿈속에서 살면 학생을 가르치는 게 자기만족이 될 수밖에 없다.
학생을 위한 수업이 아니라 이상적인 교사를 꿈꾸는 자신의 수업이 될 뿐이었다.
그랬기에 에단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나빴다.
‘나는 내가 도망쳤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속이 쓰렸다.
“선생님, 걱정 마십시오. 이번엔 제가 확실히 대표가 될 겁니다. 거기다 그쪽은 이미 1패를 안고 시작하는 거 아닙니까? 제가 메이슨을 꺾어 버리면 그만입니다.”
짧게 친 머리, 시원시원하게 생긴 이목구비와 큰 키.
우락부락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걸음걸이부터 알 수 있을 정도로 강인한 육체를 가진 학생, 맥스 주로드가 말했다.
“메이슨은 이미 늦었습니다. 예전이라면 몰라도 저를 뛰어넘을 기회는 더 이상 없습니다.”
메이슨에게 클라우디가 손을 내민 건 그에게 확실한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좋은 혈통을 타고나 잠재력 하나만큼은 대단했으나, 그에게 들일 노력을 다른 곳에 쏟는다면 다른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칠 수 있었다.
게다가 메이슨은 이미 망가진 상태였다. 고치는 것보다 잠재력을 가진 새로운 학생에게 손을 내미는 게 맞다고 판단했었다.
그렇게 클라우디가 손을 내민 게 맥스 주로드였고, 맥스는 그 기대에 걸맞게 검술과의 1위로 도약했다.
이제 맥스는 졸업 때까지 검술과의 굳건한 1위로 그 자리를 유지하게 될 터. 제국의 기사단 쪽에서도 맥스를 보러 올 정도로 맥스의 미래는 장밋빛이었다.
그러나 어째선지 클라우디는 에단과의 대화가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
-제 눈엔 그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어린 학생으로만 보였습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