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04)
신들의 구독자 104화
104화. 걸맞은 훈련
“에단 선생님께서 너를 학과 대표로 만들고 싶어 하시던데, 그래서 열심히군, 메이슨?”
아카데미 수련장.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수련장의 불은 환히 밝혀져 있었다.
이 수련장은 자정까지 개방이 되지만 그 이후로는 쓸 수가 없다. 하지만 신청을 하게 되면 자정 이후에도 남아서 수련을 할 수 있었다.
그곳에 메이슨과 맥스가 있었다.
메이슨은 맥스가 찾아와 말을 거는데도 검을 휘두르는 걸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늦었어, 메이슨. 작년이었다면 몰랐을 수도 있겠지만, 너와 나의 격차는 이미 벌어질 대로 벌어졌다고.”
맥스는 비릿하게 웃었다.
“그리고, 너 같은 놈이 우리 이베카의 대표가 되겠다고? 작년에 네가 내쫓은 선생님들만 몇 명이지? 그리고 네가 괴롭힌 학생만 몇 명이냐고.”
맥스는 옛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에도 맥스는 상위권 학생이었지만 권력을 꽉 쥐고 있던 메이슨에게 괴롭힘을 당했었다.
메이슨은 악랄했고 거침없었다.
그때 맥스가 느낀 감정은 분노였다. 그가 자신을 괴롭혀서 분노한 게 아니었다.
자신은 매일매일 훈련하는데도 불구하고 훈련은커녕 수업도 제대로 듣지 않는 메이슨에게 실력으로 졌다는 것 때문이었다.
내려다보는 그 모습에서 게으른 천재란 이런 거라고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맥스는 자신의 재능을 개화시켰다.
클라우디 선생님이 내민 손을 잡고, 그의 수업을 들으며 진일보했다.
이제는 완전히 위치가 달라진 상태였다. 맥스는 명실상부한 검술과의 1위.
그리고 메이슨은 그때와 똑같은 상위권 언저리.
“절대 돼서는 안 되지. 양심이 있다면 에단 선생님께 가서 말씀드려라.”
맥스가 말했다.
“선생님, 저 같은 놈은 검술과의 대표가 될 자격이 없습니다, 라고 말이야. 그래야 에단 선생님이 학과 교류전에서 망신당하지 않으실 테니까.”
맥스의 말에 검을 휘두르던 메이슨이 검을 멈췄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한 대 치기라도 할 테냐? 작년처럼? 아니면 욕을 퍼붓겠군. 뭐, 마음대로 해라. 그럼 확실히 알려 주지. 그때와 지금이 얼마나 다른지.”
땀범벅이 된 메이슨이 맥스에게 다가갔다. 맥스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허리춤에 손을 가져다 댔다.
“미안하다.”
“뭐……?”
그러나 메이슨은 검을 이쪽으로 향하지도, 욕을 퍼붓지도 않았다.
“그리고 미안했다. 멍청하게 시간을 허비해 왔어. 너도 알았겠지만 난 수련도 안 했고 뒷골목 깡패처럼 권력 놀이나 했지.”
맥스는 당황했다.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듣고 있는 것인가.
사과를 한다고? 자신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그걸 솔직히 이야기한다고?
“너, 누구냐……?”
“너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쳐 왔다. 네 말대로 나는 이베카 아카데미의 대표가 될 자격이 없는 놈이다. 하지만 그런 나 같은 놈에게 에단 선생님께서 손을 내밀어 주셨다. 나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검술과를 다시 1위로 도약시키려면 내가 필요하다고 하셨지.”
당황해서 내뱉고 말았다. 눈앞에 있는 게 정말 메이슨 옐로우드가 맞는지 의심되었다.
이건 분명 바꿔치기였다. 맥스가 아는 메이슨은 절대 이럴 리가 없는 사람이었다.
메이슨은 한 번 더 맥스에게 머리를 숙였다.
“사과 한 번으로 모든 걸 용서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내 평판이 달라질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그래도 할 생각이다. 뭐든 간에.”
메이슨이 말했다.
“지금까지 시간을 날렸으니까. 그 시간을 압축해서.”
순간 메이슨이 맥스를 보았다. 사람이 변했다. 그 변화는 맥스의 등줄기를 서늘하게 만들었다.
“제대로 한 번 해볼 생각이다. 잘 부탁한다, 맥스.”
“너, 뭐 때문이냐. 뭐 때문에 이렇게…….”
“나는 지금까지 거창한 이유가 없으면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아니더라고.”
메이슨이 다시 검을 휘둘렀다.
쐐액-!
“사람은 아주 사소한 이유로도 변한다. 이번에도 그렇지. 나는 사소한 이유로 이번 학과 대표 결정전에서 전력을 다할 생각이다. 방금 네가 말한 것처럼, 에단 선생님이 학과 대표 결정전에서 망신당하는 일이 없도록 만들기 위해서.”
길들여지지 않았던 야생마가 길들여졌다.
부웅-! 부웅-!
다시 검을 휘두르는 메이슨의 모습에, 맥스는 수련장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거냐? 도대체 에단 선생님은 저 메이슨을 어떻게 저리 만드신 거지?”
맥스는 문득 에단 선생님이 어떻게 메이슨을 저렇게 변화시킨 건지 궁금해졌다.
“참관 수업을 직접 봤어야 했나.”
떠도는 소문으로는 에단을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맥스는 확신할 수 있었다. 방금 그 검술로는 절대 자신을 이길 수 없을 테니까.
* * *
에단은 이번 학부모 참관 수업 이후로 달의 추종자 쪽에서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확인했다.
퍼스트 오더에게 내려온 명령은 현황 유지였다.
‘역시, 잘 넘어갔군.’
다른 추가적인 명령 없이 현황 유지 명령이 내려왔다는 건 이번 학부모 참관 수업에서 벌어졌던 일을 달의 추종자 쪽에서 만족한다는 뜻이었다.
‘완벽히 만족하는 건 아니어도 말이지.’
이걸로 한동안은 이쪽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듯했다.
에단은 세컨드, 서드 오더들의 보고를 받은 후에 자연스럽게 달의 추종자들의 표식을 사용해 최종 퍼스트 오더의 의견을 작성하여 보고서를 전파했다.
‘이걸로 한시름은 놨고.’
집으로 돌아온 에단은 곧바로 특수 골렘을 손보았다.
다음 수업 때 사용할 이 특수 골렘은 움직임을 그대로 기억하게 만드는 기능이 있었다.
일명 ‘컴플리트 메모리’라 불리는 특수 기능으로, 특수 골렘의 시그니처라고 볼 수 있는 기술이었다.
대마법사 헤카테가 어째서 대마법사가 불리는지 알 수 있는 기술이었다.
“이걸로 실전 경험을 맛보여 주는 거지.”
검로의 이해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이 수업을 맛보게 해 준 후 그 필요성을 어필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되면 새롭게 개설할 실전 관련 수업에 많은 학생들이 지원할 터.
‘새 수업 개설에 대한 반발은 더 이상 없을 거야. 이미 학부모 참관 수업만으로도 충분했는데, 거기에 학과 교류전도 승리할 테니까.’
학과 대표 결정전이 진행된 후 중간고사를 보고, 그 후에 바로 학과 교류전이 진행된다.
빡빡한 일정이었기에 배분을 잘 해야 했다.
‘대표 결정전에서 이기고, 중간고사에서 이미지를 바꾼다.’
유나 가넷의 평판은 괜찮다.
‘메이슨과 론의 이미지가 무척 좋지 않아. 학과 대표 결정전에서 이겨도 문제가 될 거야.’
당장 론 베어즈는 검술과의 꼴등이었고, 메이슨은 공작가의 후계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교사들에게 스트레스를 풀던 불량한 학생이었다.
‘중간고사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면 돼. 앞선 결과가 있으니 중간고사 결과는 결정타가 될 거야.’
이미 셋은 검로의 이해 수업을 듣고 있다.
‘작은 도움이야 얼마든지 줄 수 있지.’
에단은 우선 맥스 주로드의 검술을 특수 골렘에 기억시키기로 했다.
‘맥스 주로드가 사용하는 검술은 메이슨과 비슷해. 물론 실력 자체는 현 시점에선 메이슨보다 맥스가 더 위다.’
“무조건적으로 맥스는 메이슨에게 붙일 거고, 론에게는 슬로스 팔로를 붙이겠지.”
클라우디가 내보내기로 한 학생은 메이슨보다도 성적이 좋은 검술과 3위의 학생이었다.
호리호리한 몸집을 가진 학생으로, 상대의 힘을 이용하는 효율적인 검술을 사용했다.
사실상 론에게는 천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상대의 힘을 사용하는 검술은 상대의 힘이 크면 클수록 그 위력을 제대로 발휘하니 말이다.
‘론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건 론처럼 파괴력을 중심으로 펼치는 검사지. 하지만 그걸로는 안 돼.’
그런 검술과 학생이 나온다면 론이 이길 수 있지만 론은 이 싸움에서 이기기만 해서는 안 됐다.
‘이기는 건 기본이다. 증명해야 해. 힘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그런 면에서 봤을 때 론은 딱 걸맞은 상대를 만난 거나 다름없었다.
‘천적을 이겨 내면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하게 될 테니까.’
검술과 꼴등이라는 타이틀은 사라지고 실력이 일취월장한 학생으로 이미지가 각인될 것이다.
끼이이익-.
특수 골렘이 듣기 거북한 소리를 냈다.
골렘의 눈이 빛나자 에단은 곧바로 골렘의 앞에 섰다.
“우선 맥스의 검술.”
에단은 자세를 잡고 그 자리에서 맥스 주로드의 검술을 펼쳤다. 맥스는 에단이 한창 메판을 플레이하던 시절에도 유명한 놈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메이슨에게 밀리고 다른 검사들한테 밀려 대충 다섯 손가락 안에만 들 뿐이었다.
‘그리고 성공에 이르기까지 평탄하지가 않아.’
그러다 보니 몇 번이고 마주친 적이 많았고 우호 관계를 쌓기도 쉬웠다.
‘그래서 잘 알고 있지.’
맥스 주로드의 검술의 기본은 찌르기다. 날카로운 찌르기. 이 찌르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검식이 펼쳐지는데, 결국엔 전부 또다시 찌르기 위한 빌드 업일 뿐이다.
‘가장 심플하면서도 강력하지. 그래서 공략하기가 어려워.’
빠른 속도로 찌르지만 그 루트는 정직하지가 않다.
‘변화도 좋고, 속도도 빠르고, 위력도 있다.’
에단은 그 찌르기를 떠올리며 그대로 흉내를 냈다.
쐐애애애액-!
바람을 가르는 맥스 주로드의 재빠른 찌르기가 에단의 손에 의해 재현되었다.
“끼기기긱.”
특수 골렘이 에단의 찌르기를 보고 맥스 주로드의 검식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검식을 다 펼쳐 내자 특수 골렘이 그대로 에단이 처음 보였던 맥스 주로드의 자세를 취했다.
에단은 이어서 다른 골렘에게 완전히 다른 검술을 기억시켰다.
‘슬로스 팔로의 검술을 그대로 기억시키는 것보다.’
자세를 취한 에단이 기억나는 검술 중에 가장 허허실실이 강한 검술을 펼쳐 냈다.
상대가 어떤 공격을 하든 전부 무위로 돌려 버리고, 강하면 강할수록 오히려 공격한 자가 부담이 되는 검술이었다.
물론 에단이 스킬로 배운 건 아니지만 흉내를 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끼긱.”
골렘이 이어 허허실실의 검술도 기억했다.
에단은 늦은 밤이었지만 분명 수련을 하고 있을 론과 메이슨을 호출했다.
“곧바로 다녀오겠습니다.”
지시를 받은 슈들렌이 곧장 두 학생을 불러왔다. 역시나 둘은 밤새 수련을 하고 있었는지 온몸이 땀으로 범벅되어 있었고 호흡도 거칠었다.
“론, 메이슨, 특별 훈련이다.”
“이게 뭡니까?”
“골렘…… 이군요, 선생님. 이 골렘으로 하는 훈련입니까?”
론은 알아보지 못했지만 메이슨은 금세 수업의 내용이 뭔지 알아챘다.
골렘 훈련이야 실전 연습 대신 자주 사용하던 것이었다.
“일반 골렘이 아니다. 이 골렘은 너희의 상대가 사용하는 검술을 그대로 사용하거든.”
“그게 가능합니까?”
메이슨이 놀란 눈으로 되물었다.
“내 호위가 특별하게 만든 물건이다. 아카데미 수업에 쓸 용도로 만든 거지.”
“허…….”
메이슨이 에단을 보았다.
도대체 이 교사는 어디까지 학생을 생각하는 것인가. 심지어 호위들까지 학생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다니.
“이 두 골렘을 가져가서 수련하도록. 다음 검로의 이해 수업 땐 이 골렘들을 이용해서 수업을 할 예정이니까, 너희의 수련은 그때 확인하겠다.”
“숙제입니까?”
“그래.”
꽤 부담스러운 숙제였지만 론은 오히려 이런 게 나았다. 홀로 수련하는 것보단 확실한 목표가 있는 편이 훨씬 더 몰입됐다.
두 학생이 골렘을 가지고 다시금 아카데미로 돌아갔다.
‘아직 밤은 길다.’
에단은 곧바로 외출 준비를 했다.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 줬으니, 다음은 자신의 숙제를 처리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