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12)
신들의 구독자 112화
112화. 또 다시 최단기간
“분명 아무 거나 들어준다고 했지? 약속은 꼭 지킬 거라 믿네, 친우여.”
교장이 검성을 보며 말했다.
검성은 설마 에단이 이런 부탁을 해 올 줄은 몰랐는지 작은 신음을 흘렸다.
분명 에단은 실력 있는 검사였다.
저 정도로 실력 있는 검사라면 부탁해 올 건 자신의 검술을 봐 달라는 것일 텐데.
실제로 검성은 여러 젊은 검사들에게 부탁을 들어주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말을 들은 검사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검술을 봐주길 원했다.
예외는 없었다.
그랬기에 사실상 이건 에단의 실력을 볼 수 있는 확실한 기회였다.
검성이 미적지근하게 반응하자 에단이 태연자약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들어주실 수 있는 건 다 들어주신다고 하셨는데, 들어주실 수 없는 거라면 괜찮습니다. 어려운 부탁일 수도 있지요.”
마치 안 되겠으면 말라는 듯한 태도를 보니 전혀 미련이 없어 보였다.
천하의 검성이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해 놓고 미적지근한 반응인데, 그 어떤 미련도 없다니?
순간 검성의 눈이 빛났다.
이건 자신의 자존심이 달린 문제였다.
하물며 상대의 반응이 진심이라는 게 느껴지니 더욱더 속이 쓰렸다.
“하지.”
검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자네의 수업에 외부 강사로. 원하는 때에 내가 가겠네.”
“그래 주신다면 정말로 감사하겠습니다. 검성님이 오셔서 강의를 해 주신다면 학생들이 정말 좋아할 겁니다. 검술과 학생들도 한층 더 열정을 가지고 수련하여, 이베카 아카데미에 이바지할 수 있게 되겠지요.”
그제야 검성은 에단이 교사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그가 자신의 기세를 버티고 꽤나 당당한 모습을 보여 주기에 그가 교사라는 걸 잠시 잊고 있었다.
에단은 검사지만 동시에 교사다.
그의 첫 번째 희망은 자신이 강해지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올바른 교육을 받아 더 강해지는 것이었다.
“아주 장해. 기특한 생각이야.”
그렇게 생각한 검성은 에단을 다시 보게 되었다.
“못난 손자가 너무 큰 라이벌을 만나 버렸구나.”
“시론 램스데일 선생님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베카 아카데미의 발전을 위해서 말입니다.”
“흐으으으음, 가능하면 다른 아카데미에 들어가라고 말하고 싶어지네만, 자네 곁에 있어도 큰 발전은 가능하겠지. 아무튼 만나서 반가웠네.”
검성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에단에게 자그마한 푸른색 보석을 건넸다.
그걸 본 교장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 귀한 걸 주나?”
“어차피 다시 회수할 거야. 내가 말로만 약속을 하고 어길 수도 있지 않겠나. 그러니 이런 걸 주기라도 해야지.”
에단은 보석을 받고 슬쩍 미소 지었다.
‘그냥 구두 약속으로 끝내도 됐어. 안 지킬 사람은 아니니까. 그럼에도 굳이 이걸 줬다는 건.’
인연을 이어 가고 싶다는 뜻이다.
이 푸른 보석은 과거 검성이 쓰러트린 용의 머리에 박혀 있던 거대한 푸른 보석을 쪼갠 결정석이니까.
‘아마 열 개 조금 더 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야.’
그중 하나를 에단에게 준 것이다.
물론 다시 회수한다고는 하지만 일단 줬다는 게 중요했다.
“또 보세, 재능 있는 후배.”
-생존 확률이 소폭 상승합니다!
‘생각 외의 수확이군.’
검성이 나가고 난 이후, 교장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하네, 에단 선생. 갑자기 검성이 찾아와서 말이야.”
교장이 쓴웃음을 지으며 에단에게 사과하고는 앉기를 권했다.
“괜찮습니다. 덕분에 검성님이 얼마나 강한지도 조금이지만 느꼈고, 이런 것도 받았으니까요.”
에단은 교장 맞은편에 앉아 푸른 보석을 품에 넣었다.
“2학기 때 요긴하게 써먹어야겠습니다.”
“천하의 검성이 말이야. 암만 부탁해도 우리 이베카에 오지 않겠다고 했었거든. 지금까지 다른 어떤 곳에서도 강의 같은 건 하지 않았을 거야.”
“그럼 최초군요.”
“최초지, 암! 저 꼬장꼬장한 노인네가 여기서 강의를 하게 될 줄이야. 으하하하핫!”
다시 생각해도 통쾌한지 교장이 크게 웃었다.
“너무 시간을 지체했군. 그래, 에단 선생을 부른 건 다름이 아니고, 이번 학과 대표 결정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불렀네만.”
교장이 몇 번 헛기침을 하고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클라우디 선생은 이베카에서 꽤나 촉망받는 선생일세. 벌써 7년의 연차가 쌓였고, 최연소로 우리 이베카의 마스터가 될 거란 평이 자자하지. 클라우디 선생이 이베카에 온 이후로 프레이야 아카데미를 상대로 꽤 이기기도 했고.”
반면에 에단은 이제 막 들어온 신입 교사다.
“하지만 그런 건 자네도 잘 알겠지? 단순히 그런 걸로만 따지자면 경쟁 따위는 필요가 없어.”
교장이 씩 웃으며 말했다.
“자네가 경쟁을 하기로 마음먹었으니. 게다가 현재 수업 두 개에 새롭게 개설하려는 수업까지 있지 않나?”
그렇다면 사실상 총 세 개의 수업을 맡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세 개의 수업을 맡는 거면 클라우디와 비슷한 수의 수업을 맡는 것이다. 다른 3년 차 이상의 교사들보다도 훨씬 많은 수였다.
“가르치는 학생의 수도 이미 백 명을 넘었고, 학생들이 자네를 찾아올 수 있어야 하겠지.”
에단은 교장이 학과 대표 결정전의 깊은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는 걸 눈치챘다.
‘벌써 그걸 줄 줄이야. 일단 조건은 맞춰 놓긴 했는데, 1학기가 끝나면 받을 줄 알았다고.’
에단이 교장을 보며 슬쩍 웃었다.
“제게 좋은 걸 주려고 하시는 거군요.”
“아마 반발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자네가 지금까지 쌓은 성과들을 생각하면 반발이 그리 크진 않겠지. 만에 하나 반발이 나온다고 해서 내가 신경을 쓸 이유도 없고. 내가 교장 아닌가?”
교장이 서랍을 뒤지더니 이내 은색 키를 꺼내 에단에게 건넸다.
“축하하네, 에단 선생. 자네도 이제 사무실을 가지게 되었어.”
이베카의 교사는 시간이 지나면 사무실을 배정받는다. 연차도 중요했지만 우선 아카데미 내에서 정한 조건에 부합해야 했다.
그 조건에 부합하지 못하면 사무실을 받더라도 아주 작은 사무실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신입 교사 딱지가 붙어 있는 교사는 단 한 명도 받지 못했네. 클라우디 선생도 마찬가지였고. 자네가 유일하네.”
이베카에 들어온 그 어떤 교사도 신입 교사 때 사무실을 배정받은 일은 없었다.
에단이 최초였다.
에단은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교장 선생님.”
-최단기간에 개인 사무실을 받았습니다!
-아카데미 내에 당신의 전용 공간이 생겼습니다.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나만의 공간] 업적 달성에 따라 좋아요를 획득했습니다.
-좋아요를 ‘2’만큼 얻었습니다!
-명성이 올랐습니다!
“잘 부탁하네, 에단 선생.”
* * *
에단은 곧장 자신의 새로운 사무실로 향했다.
에단의 사무실이 있는 곳은 여러 선생님들의 사무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교무실이 있고, 별개로 혼자 쓸 수 있는 개인 사무실이 있지.’
이베카에는 사무실과 교무실로 구분되는 교사들만의 공간이 존재했다.
교무실은 학부 교무실이라고 해서 각 학부의 교사들이 공동으로 사용했다.
그에 반해 개인 사무실은 오로지 교사 개인에게 배정되는 독립적인 공간이었다.
“5002호로군.”
에단은 하늘동 5002호로 향했다.
꽤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건물을 올랐는데, 그도 그럴 것이 사무실의 크기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조건에 부합하는 교사들은 모두 사무실을 부여받는데 그 성과와 위치에 따라 배정받는 사무실의 크기가 달랐다.
당장 클라우디 하이드의 사무실은 무척이나 컸다.
개인 사무실의 크기는 아카데미 내에서 어떤 위치에 있고 얼마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척도라 할 수 있었다.
[5002호]에단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오오.”
그의 눈에 보이는 건 꽤나 넓은 공간이었다.
“이 정도면 교장 선생님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실히 알겠군. 신입 교사한테 사무실을 준 것도 그렇지만 이만한 크기라니. 이거, 클라우디의 사무실보다 더 큰 거 아니야?”
교장이 조용히 자신을 불러 사무실을 준 게 이해가 갈 정도였다.
이 정도 크기의 사무실을 공개적으로 신입 교사에게 줬다가는 반발이 나도 상당히 크게 났을 것이다.
그만큼 큰 사무실이었다.
에단이 사무실에 발을 들이자 곧바로 알림창이 떴다.
[하우징 시스템]-사무실을 꾸밀 수 있습니다.
-현재 사무실 미적 점수 : 1점
-기본 상태입니다.
“오랜만이군.”
하우징 시스템.
마이 홈이라고도 불리는 이 시스템은 말 그대로 집을 꾸미는 콘텐츠였다. 어떻게 보면 아기자기한 요소였기 때문에 불호인 사람이 있었으나 에단은 이 시스템을 좋아했다.
실제 집은 꾸미지 않아도 메판에서의 집은 화려하게 꾸미며 살았다.
‘이런 하우징이 또 은근히 재밌거든. 거기다 업적도 꽤 쌓을 수 있고 말이야.’
사무실은 심플했다.
의자와 책상, 그리고 자그마한 소파와 큰 책장이 있었는데, 이게 기본적으로 지급되는 가구인 듯했다.
기본적인 가구가 있지만 워낙 넓어서 그런지 휑한 느낌이 들었다.
“생각해 둔 것들을 해 볼까.”
에단은 곧장 신세계를 열었다.
처음 신세계에서 굿즈인 호루스의 눈을 받았을 때 생각한 것이 있었다.
본래 굿즈는 그저 소장하는 것들이 많았다.
‘소장하는 아이템이란 말이지. 사용한다기보다는 잘 모셔 두고 관상하는 용도라고.’
물론 옷이나 액세서리로 굿즈가 나오는 경우도 많았지만 지금은 필요가 없었다.
에단은 신세계의 굿즈를 구매해서 사무실을 꾸밀 생각이었다.
-구독하고 있는 신에 새로운 알림이 있습니다.
에단은 곧바로 새 알림을 확인했다.
그러자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홍길동이 새로운 굿즈를 등록했습니다.
-호루스가 새로운 굿즈를 등록했습니다.
-헤라클레스가 새로운 영상을 올렸습니다!
“그래, 다들 굿즈가 없을 리가 없지. 좋아요가 없을 때야 굿즈도 제대로 못 만들었겠지만 이젠 내 덕분에 좋아요가 충분해졌으니까.”
에단은 일단 굿즈를 확인하기에 앞서 항우의 구독 후기를 작성하기로 했다.
이번에 만인지적을 연습하면서 꽤 좋은 퀄리티로 영상을 뽑을 수 있었다.
‘항우는 이미 여러 구독자들이 구독하고 있는 신이야. 어지간한 구독 영상으로는 의미가 없지.’
항우를 구독해서 얻을 수 있는 건 막강한 힘이다.
아주 심플한 힘인 데다가 헤라클레스와 달리 직관적으로 그 힘에 대해서 알려 준다.
물론 직관적이라고 한들 영상에서 말하는 묘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겉핥기로 힘을 얻게 될 뿐, 숙련도를 제대로 올릴 수가 없다.
‘그래도 쉽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
하지만 에단은 이 항우를 ‘방어’ 키워드를 쳐서 구독하게 되었다.
“살펴보니까 아무도 없어.”
항우의 구독 후기나 구독자 커뮤니티의 글 중엔 항우가 방어에 특화된 신이라 말하는 내용 자체가 없었다.
대다수가 그 거력을 이용해서 성 하나를 부쉈느니 혹은 산을 들어 올려서 300미터를 옮겼느니 하는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그러니 다들 생각하고 있지 않은 부분을 내가 긁어 주면 된다.’
공방일체. 그게 항우의 아이덴티티였다.
그걸 제대로 어필해 주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구독자와 좋아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에단은 우선 구독 후기란에 항우만 볼 수 있도록 메시지를 남겼다.
-구독 후기를 남겨 드리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