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14)
신들의 구독자 114화
114화. 끌어들이다
로안나는 에단을 찾아다녔다.
에단은 사무실이 있는 교사가 아니었다. 신입 교사들에겐 사무실이 제공되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교무실부터 시작해 아카데미 내부를 계속 찾아다녔지만 에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로안나가 초조해진 얼굴로 자신도 모르게 손톱을 잘근잘근 씹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눈을 감았다.
“바람의 추적.”
마나가 제약되었어도 마나를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면 얼마든지 중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로안나에게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바람이 한차례 불고, 이내 눈을 뜬 로안나가 빠르게 달렸다.
마법이 에단의 위치를 밝혀 주기 시작했다.
그녀는 추적 마법으로 이곳저곳을 살피며 에단의 발걸음을 추적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찾았다.”
에단의 위치를 확실하게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곳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장소였다.
“왜 거기 계시는 거지?”
의아하게도 에단은 기사학부의 사무실 쪽에 있었다.
에단은 신입 교사라 아직 사무실이 없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며 마법이 이끄는 대로 움직인 로안나는 5002호 앞에 도착했다.
단단히 닫힌 문.
그녀는 노크를 했다.
본래 사무실에는 선생님들의 명패가 붙기 마련인데, 여기엔 아무것도 붙어 있지 않았다.
‘빈 사무실인 거 같은데.’
하지만 안에서 에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라.”
로안나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기에 에단이 앉아 있었다.
노크를 하면서 이름을 밝히지도 않았는데, 마치 자신이 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로안나 드 프로체슈트, 무슨 일로 찾아왔지?”
* * *
홍길동의 금고, 이제는 냉장고라 부르는 물건과 매 머리 왕관을 설치하니 총 미적 점수가 2점씩 올랐다.
현재 에단의 사무실의 미적 점수는 5점.
덕분에 업적도 달성할 수 있었다.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하우징의 시작] 업적 달성에 따라 좋아요를 획득했습니다.
-좋아요를 ‘1’만큼 얻었습니다!
작은 양이지만 사무실에 물건 몇 개 둔 걸로 얻을 수 있는 좋아요였으니, 가성비가 굉장히 좋다고 볼 수 있었다.
에단은 의자에 앉아 로안나를 기다렸다.
그녀의 실력이라면 자신의 위치 정도야 얼마든지 추적해서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10분가량을 기다리자 곧바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명패가 없으니 비어 있다고 생각한 건지, 따로 자기소개는 없었다.
“들어와라.”
에단이 말하자 곧바로 문이 열렸다.
이내 로안나가 쭈뼛거리며 안으로 들어왔다.
‘생각해 보니까 여유분의 의자가 없군.’
소파나 의자도 구비해 둬야 할 듯했다. 에단은 일단 매 머리 왕관을 가지고 와 책상 앞에 두었다.
“앉아라, 로안나.”
로안나는 당황하며 매 머리 왕관을 보았다. 여기에 앉으라니, 어딜 봐도 거대한 왕관이지, 의자가 아니다.
그나마 장식된 매 모양이 평평해 앉을 수 있는 모양이긴 했다.
“여, 여기가 선생님 사무실인가요?”
“오늘부터 내 사무실이 됐다. 좀 휑한 이유는 그 때문이다.”
로안나는 한쪽에 서 있는 하얀 성에가 낀 금고를 보았다.
에단은 그 앞으로 가 금고의 문을 열었다.
샤아아악-.
금고 안에선 놀랍게도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에단은 안에서 티가 든 플라스크를 두 병 꺼내 로안나에게 하나를 건네고는 의자에 앉았다.
“그래서, 무슨 일로 왔지? 어쩌다 보니 내 사무실에 온 첫 손님이군.”
“저 금고…… 뭔가요, 방금?”
로안나가 당황한 얼굴로 금고를 가리켰다.
겉으로 보기엔 분명 금고였다. 그런데 저 금고 안에서 냉기가 흘러나왔고, 에단은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플라스크를 꺼냈다.
심지어 플라스크 안에 든 티는 차가웠다.
그것도 몹시!
“로안나.”
“아…… 죄송합니다, 선생님. 그런데 저건…… 안 물어볼 수가 없었어요.”
물론 에단도 이해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냐오냐해 줄 때가 아니었다.
“이번 일을 사죄드리려고 왔습니다.”
그녀가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정말 죄송합니다, 선생님. 제 무례한 행동을 용서해 주십시오.”
“됐다, 네 무례에 대해선 이미 벌점으로 끝냈으니 더 이상 신경 쓰지 말도록.”
그 말에 로안나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 선생님은 그 누구도 특별 취급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딱히 마음에 담아 두는 편도 아니고.
“이미 정해진 건 바꿀 수 없어. 알고 있겠지?”
“네…….”
“하지만 네가 단순히 용서를 빌러 온 거라면, 그래, 기회를 주지 못할 것도 없겠지.”
“기회요?”
순간 그녀가 반색하며 에단을 쳐다보았다.
“이유.”
에단이 짤막하게 물었다.
“내 수업을 들으려 한 이유가 뭐지?”
로안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입을 열었다.
“선생님의 수업이 다르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다르다?”
“소문이 돌았거든요. 선생님도 이미 들으셨겠지만, 다른 선생님들과는 달리 실전에 도움이 되는 수업을 하신다고요.”
“다른 선생님들도 실전에 도움이 되는 수업을 하시지. 내 수업은 그리 특별할 게 없다.”
“아니요, 달라요. 완전히요.”
그녀가 살짝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그녀는 에단의 수업이 다른 교사들의 수업과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어떻게 소문이 돌고 있는지 힘주어 설명했다.
말하던 도중에 흥분을 했는지 볼까지 빨개졌다.
“……그만큼 선생님의 수업은 대단해요. 학생들 사이에선 무조건 들어야 하는, 듣지 않으면 이베카에 다닐 필요가 없으니 휴학을 하거나 기회를 노려 재입학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예요.”
낯부끄러운 칭찬들에 에단은 속으로 흐뭇함을 느꼈다.
의도한 대로 자신의 수업이 학생들 사이에서 아주 좋은 평가를 받는 듯했다.
조금 과한 감이 있지만, 명색이 파격을 추구하는 교사 입장에선 이런 평가가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물론 겉으로 드러난 표정은 전혀 변화가 없었다.
이렇게까지 칭찬했는데 표정 변화가 없자, 로안나는 역시 에단 선생님은 다르다는 생각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그걸 두고 특별하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니.
지금까지 그녀가 쌓아 온 가치관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중 가장 크게 무너진 건 그녀가 받았던 칭찬들이었다.
이보다 덜한 칭찬을 받아도 굉장히 기분이 좋아져 표정 관리를 못한 적도 많았다.
자만했던 적도 있었다.
나 정도면 됐지, 이 정도면 됐지.
그런 생각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게 얼마나 오만했던 일이었는지 에단을 보면서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수업을 몰래 들었다는 건가?”
에단이 본론을 말하라는 듯이 손짓했다.
“예, 브륄레가 궁금했어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녀가 가장 궁금했던 건 바로 브륄레였다.
“아카데미에 들어오기 전에 브륄레를 연구했던 적이 있었거든요. 파이어볼의 등식 중 하나인데 너무 활용이 안 되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연구했었는데, 그땐 실력이 부족해서 결국 포기하고 말았죠. 그런데 에단 선생님께서…….”
로안나가 에단이 강의 내용으로 삼았던 브륄레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런 식으로 활용하실 줄은 몰랐거든요.”
그러고는 브륄레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에단의 강의, 거기에 자신은 그 활용법으로 어떤 걸 생각했는지까지 줄줄 이야기했다.
“로안나.”
“아, 죄송합니다. 제가 또 혼자 떠들었네요.”
에단은 말없이 로안나에게 브륄레를 보여 주었다.
눈앞에 그려지는 아름다운 선에 로안나의 눈이 커졌다. 에단은 브륄레를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 주었다.
기본적인 브륄레부터 여러 가지 변형한 브륄레를 보여 주었고, 그 앞에서 플라스크 안의 티를 써서 브륄레의 활용법을 보여 주었다.
방금까지 시원하다 못해 차가워 이가 시릴 정도였던 티가 이제는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본래라면 저 플라스크까지 터져 나가야 했을 텐데.
“등식을 일부러 미완성하셨군요. 미완성하는 걸로 효과를 다른 방향으로 바꾸셨어요!”
로안나가 홀린 듯한 눈으로 에단의 브륄레를 쳐다보고 있었다.
엄청난 집중력이었다.
마치 탐닉하듯 마법진을 살피고, 그대로 자신의 손을 들어 에단이 만들어 낸 브륄레를 따라 했다.
‘역시.’
진짜는 다르다. 잠시 보여 준 것만으로도 이 정도라니.
“로안나.”
에단이 로안나를 보며 말했다.
집중하고 있던 로안나의 눈빛이 다시 돌아왔다.
“죄송합니다, 제가 함부로 선생님의 브륄레를…….”
에단은 고개를 저었다.
“배워 보겠나?”
지금은 그녀를 끌어들일 타이밍이었다.
“방금 썼던 브륄레. 강의 시간엔 꽤나 자세하게 설명 했던 거다. 학생들은 한 번에 이해하지 못했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너는 금세 자기 것으로 만드는구나.”
로안나가 머쓱한 듯 미소를 지었다.
“네게는…….”
에단은 뻔한 이야기를 할 생각이 없었다.
“조금은 소질이 있나 보구나.”
조금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들었던 게 대체 언제였던가?
그 말을 듣자마자 로안나의 감정이 팍, 하고 올라왔다.
“조금 더 가르쳐 주마.”
하지만 에단은 재미가 붙었다는 듯한 말투로 그녀에게 브륄레를 계속해서 전수해 주었다.
“오호라, 그럼 이건 어떠냐.”
하나씩 활용 방식을 던져 주며 현재의 로안나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확인했다.
‘지금 당장 브륄레를 완벽히 흡수할 만한 수준인데?’
역시 황금 세대라 불리는 이유가 있었다.
그녀의 마법적인 재능은 가히 충격적일 정도였다.
‘그냥 보여 주기만 해도 스스로 분석해서 흡수해 버리니까. 교사가 가르치고 말 것도 없는 수준이군.’
그리고 확실히 알았다.
‘조금이라도 경험을 쌓으면 그걸 그대로 흡수해서 즉시 성장한다.’
만약 학과 대표 결정전에 로안나가 나오면 검술과 쪽에서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진다.
‘시간이 조금 더 있다면 반전시킬 수 있겠지.’
1년, 하다못해 한 학기 정도만 시간이 주어진다면 메이슨과 유나, 그리고 론을 로안나보다 우위에 설 정도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쪽으로 끌고 오는 수밖에.’
“음!”
에단이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로안나를 보았다.
로안나는 새삼 에단이 엄청난 마법사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지금까지 배워 온 선생님들도 실력이 부족한 게 아니었는데, 에단은 그 수준이 달랐다.
심지어 이 사람은 기사학부 검술과의 선생님이 아닌가.
로안나는 허탈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법 실력이 이렇게 뛰어나시다니. 그런데 선생님은 기사학부 선생님이시잖아요…….”
에단은 별것 아니라는 듯 답했다.
“마법은 취미다.”
“취미인데 이 정도신 거예요?”
“취미라고 해서 못할 필요가 있나? 나는 취미도 허투루 할 생각이 없다.”
에단이 슬쩍 미소 지었다.
“그보다 꽤나 실력이 있구나, 로안나. 나 말고 브륄레를 금세 이해하고 따라오는 사람은 처음 봤다.”
꽤나 실력 있다는 그 말이 로안나의 가슴에 꽂혔다.
분명 이런 칭찬은 수도 없이 받아 봤건만.
어째선지 기분이 이상했다.
분명 같은 칭찬인데 사람이 다르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있는 걸까.
얼굴이 피가 몰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마치 처음 마법으로 칭찬을 받았던 그때 같았다.
“하하…… 헤헤, 칭찬 감사드려요.”
때문에 바보처럼 쑥스러워하고 말았다.
“그래서 하나 제안하고 싶은 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