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28)
신들의 구독자 128화
128화. 중간고사
“드디어 통과했다.”
“됐다!”
교사들의 환호성이 들렸다.
시험 문제 출제가 끝났으니, 이제 본격적인 중간고사 기간이었다.
그런데 이번 중간고사는 무언가 분위기가 달랐다.
이전에도 중간고사 기간이 되면 다급하게 공부를 하느라 갑작스러운 면학 분위기가 조성되고는 했었다.
하지만 이번 학기는 뭔가 달랐다.
“이번엔 벼락치기를 하는 놈들이 없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쟤들, 에단 선생님 수업 듣는 애들이잖아. 첫 수업부터 지금까지 수업 따라가느라 공부를 놓은 적이 없을걸?”
“그러면 안심해도 되지 않아? 왜 저렇게 열심히 하는 건데?”
“몰라, 나도. 중간고사를 엄청 어렵게 낸다고 하신 건가?”
이번엔 모두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당연했다.
이제 아카데미의 모두가 에단의 다음 학기 수업을 듣고 싶어 하니, 조금이라도 수강 신청 확률을 높이려면 이번 중간고사를 잘 봐야 했다.
딱 50명.
그 안에 들기 위해서 다들 미친 듯이 공부와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건 마법학부 쪽 수업인 포션 제조학 수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유의미한 중간고사 성적을 내지 못하면…….”
“선생님이 더 포션 제조학 수업을 맡으시지 않을 수도 있어.”
“애초에 이건 하센 리틀 선생님 수업이었잖아. 잠시 대타로 들어온 걸 수도 있다고.”
다들 불안에 떨고 있었다.
혹여나 다음 학기 수업에 에단이 없을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아직 다 못 배웠다고!”
“가르쳐 주실 게 많으실 텐데! 으으으!”
혹시나 중간고사를 망치게 되면 실망한 에단이 마법학부 쪽 수업을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풍문이 학생들 사이에 퍼졌다.
애초에 에단은 기사학부의 교사였기에 그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걱정하지 마. 분명 이어 나가 주실 거야. 에단 선생님은 책임감이 대단한 선생님이시라고!”
마법학부의 학생들도 각오를 다지며 시험공부에 돌입했다.
그리고 대망의 중간고사 당일.
검로의 이해 수업 시험보다 포션 제조학 수업의 시험이 먼저 치러지게 되었다.
“후우, 후우.”
강의실에 포션 제조학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오늘은 중간고사 첫날. 오늘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공부해 왔던가.
시험에 나올 만한 내용들을 싹 다 공부해 왔다. 다른 수업들과 달리 에단의 수업에는 교재가 없었으니, 모두 브륄레와 관련된 문제만 나올 터.
그 말인즉슨 주관식 문제가 주가 된다는 소리였다.
드륵.
그때 강의실 문이 열렸다.
“오늘도 눈 밑이 퀭한 걸 보니 밤새 공부했나 보구나. 다들 열심히 준비를 해 온 것 같으니, 시험을 열심히 준비 한 보람이 있을 것 같구나.”
에단의 두 손에는 양피지가 들려 있었다.
에단은 함께 들어온 조교 역의 예리카에게 그 양피지를 건넸다. 그러자 예리카가 가볍게 위로 던지더니 마법을 이용해 학생들에게 각자 시험지를 전달했다.
“문제는 주관식 세 문제로 이루어져 있다. 가지고 온 다른 교재를 사용해도 좋다. 이번 시험은 오픈 북으로 진행될 테니까.”
오픈 북 시험.
기본적으로 이베카 아카데미의 시험들은 대다수가 오픈 북으로 이루어진다.
어떻게 보면 잘만 찾아내면 답을 써 낼 수 있으니 쉬운 게 아닌가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은 오픈 북 시험이 훨씬 더 어려웠다.
이건 교사가 ‘찾을 수 있으면 찾아서 써 봐’ 하고 도전을 거는 시험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부정행위를 해도 좋다.”
그때 에단이 충격적인 말을 했다.
“나한테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 걸리지만 않으면 부정행위를 해도 좋다.”
하지만 그 누구도 부정행위를 할 생각이 없었다.
다들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다. 에단이 어떤 방식으로 검술과 이해 수업을 진행했는지를 말이다.
에단 선생님은 눈이 좋다.
저 눈을 속이고 부정행위를 할 수 있을 만큼 간 큰 학생은 이곳에 없었다.
에단은 자리에 앉아서 학생들을 살폈다.
시험 문제 푸는 소리만 강의실에 가득했다.
‘주관식 세 문제. 브륄레의 활용법을 문제로 냈지. 수업에 집중했다면 충분히 풀 수 있는 수준이다.’
2시간이면 풀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 정도면 변별력도 확실할 터.
‘재밌는 대답들이 기대되는군.’
* * *
그 시각, 교장실.
각 학부의 부장들은 오늘 치러지는 시험들의 내용을 보고했다.
“교장 선생님, 여기 있습니다.”
“바로 확인하지. 오늘 시험 시작한 과목, 담당 선생님들이 누구지?”
“우선 시론 램스데일 선생과…….”
학부장들이 각각 오늘 시험이 예정된 교사들의 명단을 보고했다.
교장은 보고를 들으며 각 교사들이 낸 시험 내용을 확인했다.
“흠, 꽤 까다롭게 냈군. 이번 시험도 적정 난이도로 잘 냈어. 학부장들이 출제 검토하느라 꽤 애를 먹었겠는데.”
교장이 양피지를 넘겨 가며 학부장들의 공로를 치하했다.
그러다가 한 양피지에서 멈췄다.
“에단 선생님의 포션 제조학 수업 시험도 오늘입니다.”
-에단 휘커스 [포션 제조학] 시험 문제.
교장의 손에 들린 건 에단이 이번에 출제한 포션 제조학 시험 문제였다.
“옆에 보시면 검로의 이해 시험 문제도 함께 있습니다.”
두 학부장은 각 학부에 낸 시험 문제를 보고 감탄했었다.
“역시 검술과 선생답습니다.”
“역시 마법과에 어울리는 선생님이세요.”
순간 두 학부장이 눈을 마주쳤다.
“명백한 기사학부 선생님입니다, 마법학부 학부장님.”
“우리 쪽 수업을 진행하시는 선생님이시기도 하죠, 기사학부 학부장님.”
두 학부장이 서로 견제를 하는 사이, 교장은 자세하게 그 양피지를 읽어 가고 있었다.
“문제를 이런 방식으로 만들면 확실히 수업을 이해한 학생과 적당히 이해한 학생, 그리고 겉만 이해한 학생으로 점수를 나눠 책정할 수 있겠는데. 점수의 배분이 완벽해. 가장 좋은 건 미진한 학생을 다 끌고 가겠다는 점이 좋군. 아예 0점이 아니라 1점이라도 부분 점수를 부여하겠다는 점이 좋아.”
교장이 감탄했다.
에단의 시험 문제에는 학생을 생각하는 상냥함이 있었다.
다른 교사들은 정답과 오답으로만 나누어 놓았는데, 에단은 의도적으로 여러 답이 나오게 해 놓고 그 답에 따라 부분적으로 채점을 하는 구조로 구성해 두었다.
“여러모로 에단 선생은 기회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군. 이러니 학생들이 따를 수밖에 없지.”
교장의 말에 싸우던 학부장들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학부장들도 알고 있는 바였다.
엘리트들이 모이는 이 이베카 아카데미는 워낙 쟁쟁한 이들이 많으니 어중간한 실력으로는 돋보일 수가 없다.
돋보이지 못하면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힘겹게 들어왔음에도 자퇴하는 학생이 꽤 나올 정도였다.
에단의 시험 문제는 그런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주었다. 0점이 아니라 부분 점수로 1점이라도 딸 수 있도록.
그런 배려가 여실히 느껴지는 시험 문제였다.
교장이 흐뭇하게 에단의 시험 문제를 확인하고 다음으로 넘겼다.
“흐으음, 오늘 클라우디 선생도 시험이 있군?”
클라우디의 시험 문제는 항상 우수했다. 정말 잘 만들었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시험 문제라 보는 재미가 있었다.
“응?”
그런데 뭔가 평소와 방식이 달랐다. 지금까지의 클라우디는 학생들을 가릴 수 있는 문제만 냈다.
정답 아니면 오답.
정확한 답을 써 내야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문제 형식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분명히 부분 점수를 주겠다는 구성이었다.
미진한 학생들에게도 한 번은.
그래도 한 번은 따라올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방식이었다.
“영향을…… 준 건가?”
누구의 영향을 받았는지 교장은 금세 알아챌 수 있었다.
설마하니 그 클라우디에게 이런 면모가 있을 줄이야.
하지만 이건 나쁜 일이 아니었다. 클라우디 선생에게 부족했던 점이었으니까.
“에단 선생이 정말 우리 복덩어리가 맞군.”
“저희 기사학부의 복덩어리입니다. 하하하.”
“마법학부 쪽에도 마찬가지로 복덩어리 선생님이시죠.”
뭐가 어찌 됐든 교장은 미소를 지었다. 이걸로 이베카는 한층 더 도약할 수 있다.
* * *
중간고사 시험이 끝난 후.
에단은 따로 메이슨을 불렀다.
메이슨은 로안나를 빼 오겠다는 에단의 작전을 믿었다.
로안나가 그렇게 강할 줄은 몰랐지만, 그 로안나를 상대로 경쟁할 수 없다는 게 좀 아쉬웠다.
그럼에도 창천의 마검사가 직접 자신을 평가해 준다면 최고의 점수를 받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 시험도 밤을 새 가며 준비를 했다. 그리고 공부한 대로 술술 문제를 풀 수 있었다.
아마도 만점에 가까운 점수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 중이었다.
“부르셨습니까, 선생님.”
“별다른 건 아니고, 줄 게 있어서. 그리고 추가로 학과 교류전 건으로 말해 줄 것도 있어 불렀다. 시험 기간인데 이렇게 불러서 미안하군.”
“아닙니다!”
“자, 이거 받아라.”
“……이게 뭔가요?”
에단이 내민 건 양피지였다.
“너의 종합 평가서야.”
“…….”
메이슨은 양피지를 빠르게 읽었다.
에단의 말대로 자신에 대한 평가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메이슨 옐로우드]-신입생일 때부터 지켜봐 온 메이슨 옐로우드는 그 패도적인 검술을 바탕으로 상황를 주도하는 형식의 전법을 운용한다.
하지만 아직 져 본 경험이 거의 없는 듯하다. 패배에서 배울 수 있는 게 많다. 그 부분에 대해서 가르침을 준다면…….
양피지엔 에단의 말대로 자신에 대한 평가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어떤 검술을 사용하는지.
그 검술의 장점은 뭐고 단점은 뭔지.
메이슨을 자세히 보지 않았다면 모를 법할 내용들이 많았다.
“어? 선생님, 이거…….”
그런데 내용은 메이슨이 입학한 1학년 때부터 적혀 있었다.
“내가 쓴 게 아니야.”
“예?”
“이번 학과 대표 결정전에서 우리가 이기고, 내 사무실에 클라우디 선생님이 찾아오셨다. 대결에서 이겼으니 검술과의 대표로 학과 교류전도 꼭 이기라고 하시더군. 그러면서 준 게 바로 이거다. 도움이 될 거라면서.”
“클라우디 선생님이…….”
메이슨은 문득 맥스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클라우디 선생님은 메이슨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냉혈한이 아니라고.
메이슨의 손끝이 떨렸다.
“그리고 더 도움을 주시기로도 하셨지.”
저벅-. 저벅-.
발소리가 들렸다.
넓은 대련장 안으로 들어온 건 메이슨이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었다.
클라우디 하이드가 대련장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학과 교류전의 승리를 위해서 너희를 돕기로 했다. 명색이 검술과의 교사니 말이야. 썩 내키는 일은 아니다만.”
에단은 그가 머쓱해하고 있다는 걸 금세 느꼈다.
‘내키지 않기는.’
에단은 앞서 그가 쓴 학생 종합 평가서를 읽었다.
얼마나 그 내용이 자세한지, 평소에 그렇게 많은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에 대한 종합 평가까지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였다.
그는 진심으로 메이슨을 자신의 학생으로 만들 생각이었던 것이다.
상황이 맞지 않아 결국 이렇게 되어 버렸지만 말이다.
“그래서.”
클라우디가 메이슨을 보았다.
“시험은 잘 봤나, 메이슨 옐로우드.”
“……네, 선생님.”
메이슨이 클라우디에게 웃으며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