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3)
신들의 구독자 13화
13화. 보인다
“도련님. 뭔가 상황이 이상합니다만. 몬스터가 아닙니다.”
“그러게.”
“귀족가의 도련님인가? 내가 자비로운 사람은 아니다만. 아주 중요한 순간이거든. 빨리 꺼져라. 살려 줄 테니.”
“그건 안 되겠는데. 내가 그쪽 앞에 있는 사람한테 볼일이 있어서 말이야.”
그 말에 슈들렌이 놀랐다.
설마하니 에단이 찾고 있는 사람이 저 피투성이의 여자란 말인가.
분명 자신의 목숨줄을 쥐고 있다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다 죽어 가지 않나.
“그렇게 죽고 싶더냐? 그럼 뭐 좋다. 모기 한 마리 죽이는 것쯤이야.”
순간 그가 엄청난 기세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뿜어진 아우라가 주변으로 쫙 퍼지더니 세 명을 휘감았다.
허리춤의 검을 곧바로 꺼내 들려던 슈들렌의 몸이 그 상태로 굳었다.
몸을 움직이려 들었으나 덜덜 떨리기만 할 뿐,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공포.
극한의 공포가 그를 휘감아 버린 것.
그건 예리카 또한 마찬가지였다.
‘설마 이 정도로 강할 줄이야.’
이러면 끝이다. 모든 게 끝나 버렸다. 저 목적을 알 수 없는 귀족도 자신도 전부 다 죽게 될지도 몰랐다.
그러나 기묘한 일이 벌어졌다.
“후.”
아무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병약해 보이는 사내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야수왕이 뿜어내는 기운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듯한 그런 움직임이었다.
에단은 슈들렌의 등에서 내려와 그대로 허리춤의 검을 뽑았다.
그런 에단을 야수왕이 이채롭게 쳐다보았다.
“오호라. 움직일 수 있더냐?”
에단이 검을 그에게 겨누었다.
“죽일 수도 있을걸.”
물론 허세였다.
에단의 눈에는 그의 레벨이 확실하게 보였다.
[lv 82]에단은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찼다.
무려 80대의 레벨을 가진 놈이었다. 분명 예리카를 쫓는 이들 중에 강자가 많긴 했지만 어째서 지금 이 타이밍에 80레벨 대가 있는 것인가.
80레벨 대라고 하면 대륙 전체로 따졌을 때도 굉장한 고레벨이었다.
90레벨 대의 몬스터가 레전드 몬스터라고 불리니 82레벨의 인간 또한 그 정도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어둠의 숲 몬스터들을 상대로는 방법이 있었지만 이런 80레벨 대 강자를 상대로는 지금 당장 방법이 없다.’
에단은 영웅의 호흡 덕분에 그가 사용한 피어에 영향을 받지 않고 움직일 수 있었는데, 그로 인해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몬스터도 아닌데 피어를 사용할 수 있는 자.’
강자들 중에 피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많았으나 저 얼굴에 저런 아우라를 풍기는 놈은 하나뿐이었다.
‘야수왕. 이놈도 예리카의 마법서를 노리고 있었나.’
초인력을 가진 강자, 야수왕.
강자들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는 초인력 중에서도 가장 패도적인 초인력 중 하나인 야수화를 가지고 있어 붙은 별명이었다.
레반테의 미친 야수라고도 불리며 작정하고 깽판을 치면 주변 모든 것들을 파괴하는 놈이었다.
성격대로 행동하다가 결국 기사단에게 잡혀 감옥으로 끌려갔는데, 그곳에서도 깽판을 부리다가 탈옥했던 놈이기도 했다.
‘이놈도 마법서를 노리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타이밍에 여기에 있을 줄은 누가 알았겠냐고.’
에단은 인상을 찌푸렸다.
산 넘어 산이라더니,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도망치는 것.
지금 가지고 있는 걸로는 야수왕을 이길 수 있을 만한 것들이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에단은 현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 고민했다.
쓰러뜨리지는 못해도 살 수 있는 방법은 분명 있었다.
“그래? 그럼 한번 죽여 보거라.”
야수왕이 히죽 웃더니 그대로 몸을 비틀었다.
“야수화!”
그러고는 그의 몸이 으득거리며 변하기 시작했다.
뼈가 부러지고 맞춰지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그의 몸이 팽창했다.
사냥했던 고블린 라이더 킹만큼 거대한 몸집에 근육은 훨씬 더 많이 들어찬 것 같은 모양새로 순식간에 변신했다.
크르르, 그의 입가에서 하얀 숨이 내뱉어졌다. 충혈된 듯 새빨간 눈동자와 늑대의 입처럼 삐죽 튀어나온 입에 서늘한 이빨까지.
그야말로 야수 그 자체였다.
‘근데 생각해 보니까 왜 레벨이 보이는 거지?’
의문이 듦과 동시에 에단의 눈에 새빨간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씨익.
에단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설마 그런 것인가.
‘야수화.’
그 이름처럼 야수로 변하여 엄청난 힘을 얻는 초인력이었다.
외견은 물론이거니와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이 야수라는 이름에 걸맞게 변화한다.
그 말인즉슨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존재가 된다는 뜻이었다.
일종의 몬스터.
그리고 에단의 스킬은 모든 몬스터들을 상대로 우위에 설 수 있는 스킬이었다.
그게 초인력 – 야수화의 보유자라도 말이다.
완전히 야수로 변화한 야수왕이 그대로 울부짖었다.
“크르르-!”
포식자들에겐 피식자들을 압도하는 아우라가 있다.
상대에게 공포를 심어 주는 힘!
아까보다도 더욱더 거센 피어가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몸이 굳어 있던 슈들렌은 그대로 무릎을 꿇었고, 예리카는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었다.
맨 처음 발했던 피어하고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수준의 강력한 피어였다.
물론 그 가운데 에단은 여유로웠다.
“오호라. 이 피어에도 움직일 수 있더냐? 묘하게 자신감이 있는 걸 보니 한 수는 숨겨 놓고 있었구나. 그렇다면 어디 한번 이 몸에게 보여 봐라.”
야수왕이 이를 드러내며 그대로 네 발로 땅을 딛더니 순식간에 에단에게 접근했다.
움직임이 얼마나 빠른지 눈으로 좇지조차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에단은 침착했다.
상대를 몬스터라고 생각하며 약점만을 응시했다.
야수왕의 약점은 두 군데였다.
허리춤과 발가락의 끝.
에단은 가장 빠르게 노릴 수 있는 발가락 끝을 노렸다.
거대한 발톱으로 인해 신고 있던 신발은 이미 찢어진 지 오래였고 노출된 발가락은 거대했기 때문이었다.
쐐애애액-!
야수왕이 그대로 에단의 목을 물어뜯으려 들었다.
에단은 있는 힘껏 몸을 숙였다. 그러곤 그대로 야수왕의 발가락 끝을 찔렀다.
“끄으윽!”
야수왕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어째서 고통이…….”
본래라면 이 단단한 육체는 그 어떤 공격에도 뚫리지 않아야 했다. 그게 야수화였으니까.
고통스러워하는 그에게 에단의 공격이 쉼 없이 몰아쳤다.
푸슉-!
야수왕이 몸을 비틀어 피해 냈지만 모든 공격을 피할 순 없었다.
‘단순히 적의 약한 곳을 공격하는 게 아니야.’
에단은 그제야 이 몬스터들의 재앙이라는 스킬을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상대를 이해해서 그 약점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었다.
상대의 약점을 강제적으로 끌어내서 극한의 피해를 주는 것!
“어, 어째서냐!”
야수왕이 당황해하며 자신의 허리춤을 감쌌다. 그곳에서 피가 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런 야수왕의 몸에 빨간 점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번엔 허벅지였다.
에단은 강하게 땅을 박찼다.
시간을 오래 끌면 자신의 패배다.
그렇기에 단시간에 야수왕을 쓰러뜨려야 했다.
‘레벨 82의 강자다. 단숨에 쓰러뜨리지 않으면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지금은 그저 생각지도 못한 내 공격에 당황했을 뿐이야!’
에단은 깊게 호흡했다.
온몸의 힘이 한 점으로 쏠렸다.
눈을 크게 뜨고 야수왕의 모든 것을 관찰했다.
‘보인다. 아주 작은 점이.’
빨간 점 중에서도 가장 작은 점.
아마도 난이도는 가장 높지만, 그만큼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약점인 듯했다.
‘너무 작고 깊숙해.’
그 작은 빨간 점이 있는 곳은 그의 쇄골이었다.
정확히는 쇄골의 중앙 부분. 아주 작은 일점.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눈에 보이지조차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해내야 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
에단은 고블린 라이더 킹을 상대했을 때를 떠올렸다.
‘82레벨은 잊는다.’
눈 앞에 있는 건 82레벨의 ‘인간’이 아니다.
고레벨의 몬스터다. 그리고 자신은 영웅. 모든 몬스터들을 사냥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후우우우.”
에단은 다시 한번 길게 호흡했다.
-온 몸에 활력이 깃듭니다!
“이 빌어먹을 놈이. 더 이상 놀아주지 않는다!”
자존심이 상한 야수왕이 앞뒤 가릴 것 없이 돌진해 왔다.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였고 동시에 짐승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오히려 에단에겐 좋은 일이었다.
그가 서 있을 땐 키 차이 때문에 공격하기 위해선 점프를 해야 했는데, 몸의 높이를 낮춰 준 지금은 정확하게 그 일점을 노릴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딱 한 번.’
정확하게 찔러 넣는다.
야수왕의 아가리에 에단의 목덜미가 찢어발겨지려는 그 순간.
에단의 검이 정확하게 일점을 관통했다.
푸욱-.
“끅.”
단말마의 신음과 함께 야수왕이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 * *
예리카는 눈앞의 광경을 보며 경악했다.
‘이렇게나 강할 줄은.’
야수왕이 아우라를 뿜어 낼 때만 해도 여차하면 비장의 한 수를 사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야수화를 한 그 순간.
모든 선택지가 사라져 버렸다.
격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격이 이 자리에 있는 모두를 집어삼켰고 그 누구도 저자의 허락 없이는 움직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 병약해 보이는 사내는 움직였다.
‘아까 처음에도 그랬는데.’
야수화한 야수왕이 피어를 내뿜고 있는데도 그는 태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심지어 미소까지 지었다.
이 상황이 너무나도 여유롭다는 듯이.
뿜어내고 있는 피어가 그에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듯이.
그 사실에 야수왕이 심히 불쾌해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는 검을 꺼내 들고 그에게 대항하려 들었다.
예리카는 안타깝게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돌에 한 방울의 물을 떨어뜨려 봤자 아무런 효과가 없다. 어차피 죽을 텐데.
하지만 그런 생각과 동시에 묘한 기대감이 그녀의 머리 한구석을 차지했다.
‘뭔가. 뭔가 일어날 것 같아.”
죽기 직전의 사람이 저렇게 웃을 리가 없다.
그때 야수왕이 움직였다. 이빨로 그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려고 들었다.
그녀는 그 광경에 눈조차 감을 수 없었다.
콰득-!
분명 목이 떨어져 나갈 거라 생각했는데.
“끄으윽-.”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정확하게는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알 수 있는 건 저 병약한 사내가 미친 듯 강해 보이는 야수왕에게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서-걱-!
푸욱-!
에단에게 야수왕이 속절없이 밀리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몸이 멀쩡했다면 눈을 비비고 다시 보고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더욱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쿵-!
야수화한 야수왕이 그대로 땅으로 머리를 박았다.
-야수왕을 사냥했습니다!
-압도적인 성과를 이룩했습니다!
-명성이 상승합니다!
-불가능한 업적을 세웠습니다! 이길 수 없는 싸움에서 승리한 대가로 추가 보상을 받습니다!
-도전과제를 달성하셨습니다!
-달성한 도전 과제 [완벽한 사냥]으로 좋아요를 얻었습니다!
-좋아요를 ‘3’ 만큼 얻었습니다!
야수왕을 사냥한 보상이 쏟아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