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34)
신들의 구독자 134화
134화. 이제 방학
에단은 세 학생을 데리고 론드 후작령 내의 고급 레스토랑을 찾았다.
물론 호위 둘도 함께였다. 두 호위는 에단의 뒤쪽 테이블에 따로 자리를 잡았다.
“제 덕분에 오늘 여기 오신 거예요. 얼마 전에 제가 에단 님을 잘 지켜 드렸거든요.”
“정말입니까? 역시 예리카 님이십니다. 덕분에 고기를 먹게 되는군요.”
슈들렌은 그렇게 말하면서 고기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먼저 드세요.”
“그럼 먼저 먹겠습니다.
누가 보면 며칠 굶긴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하지만 슈들렌은 에단의 전속 호위가 된 이후로 정말 양껏 고기를 먹고 있었다.
“적당히 드세요. 제가 고생해서 얻은 고기인데, 제 건 남겨야죠.”
“우걱, 죄송, 우걱합니다.”
“아, 좀.”
예리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게, 기사단에서는 고기가 잘 안 나왔습니다.”
슈들렌이 머쓱하게 변명하듯 말했다.
“에단 님의 전속 호위가 된 이후로 정말 잘 먹고 다니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그렇긴 한데요.”
예리카도 도망자 인생에서 벗어나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식사도 느긋하게 할 수 있었고 수련할 시간도 충분했다.
그녀는 매일매일 헤카테가 남긴 마법을 수련하면서 어떻게 해야 에단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궁리했다.
아마 저 슈들렌 또한 마찬가지일 터.
“아니, 제 건 남기시라고요.”
“하나 더 시키면 안 되겠습니까?”
“에단 님께 슈들렌 님 급여에서 차감하시라고 보고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예리카는 방심하지 않고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에단은 아카데미에 온 이후로 하루가 다르게 성과를 쌓아 가고 있었다. 그 때문에 꽤나 명성이 쌓였고, 이젠 후작령 내에서도 상당히 유명해진 상태였다.
“근래 들어 에단 님의 유명세가 더 퍼져 가고 있으니까요. 저희가 한층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악한 자들이 노릴 수도 있으니, 좀 더 신경 쓰겠습니다.”
호위에 신경 쓰는 예리카와 슈들렌을 뒤로하고, 에단은 세 학생들을 근엄한 표정으로 보았다.
“선생님이 예상해신 대로 상황이 흘러가서 참 다행이에요. 제가 슬쩍 지켜봤는데, 확실히 다른 눈빛을 한 놈들이 있더라고요.”
“저도 눈치챘습니다. 그 자리에서 뭔가를 쓰는 학생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역시 선생님이십니다.”
론과 유나는 정말 에단의 예상대로 학과 교류전이 끝나자 크게 놀랐다.
메이슨 또한 에단을 보며 살짝 흥분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 교류전에서 메이슨은 달리 활약하지 못했다.
그게 아쉬울 법도 했건만.
하지만 메이슨을 아낀 것 역시 에단의 계획이었다.
“너를 아껴 둘 수 있었으니. 아마 다른 아카데미는 네가 얼마나 변했는지를 모를 거다, 메이슨. 네가 이제 우리 아카데미의 비밀 병기가 되는 거지.”
“비밀 병기…….”
메이슨은 그 말을 곱씹으며 살짝 몸을 떨었다.
에단이 자신을 중히 여겨 주고 있다는 것도 기뻤지만, 무엇보다 예전처럼 기대를 받는다는 게 몹시 기분이 좋았다.
메이슨이 이번에 나서지 않은 건 그 실력을 확실히 감추기 위함이었다.
일전 학과 대표 결정전에서는 주요 인사들을 제외하고 비공개로 진행됐기 때문에 정보가 차단될 수 있었으나 학과 교류전은 아니었다.
보는 눈이 굉장히 많다. 그리고 보고 있는 이들 중에선 다른 아카데미에 정보를 푸는 정보원들이 존재했다.
때문에 에단은 메이슨을 낼 생각이 없었다.
‘만약 둘 중 한 사람이 진다면야 메이슨을 낼 수밖에 없었겠지만, 그 상황이 왔다면 유나의 인맥을 통해서 정보를 최대한 교란시켰을 거야.’
일단 기본적으론 유나와 론, 이 둘만으로 학과 교류전을 승리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래야 연말에 있을 아카데미 교류제에서 누구도 그 실력을 모르는 메이슨을 내보낼 수 있게 될 테니 말이다.
‘남은 시간은 반년. 반년이면 메이슨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
메이슨이 가지고 있는 검술을 크게 성장시킬 수 있고 실전 경험도 쌓게 할 수 있었다.
‘발판은 만들어 뒀다.’
메이슨을 감추는 걸 성공했으니, 이제 남은 건 성장시키는 일뿐이었다.
‘아카데미 교류제의 우승. 그걸로 마스터가 된다.’
최단기간으로 마스터가 되는 걸로 명성을 한층 더 크게 쌓을 생각이었다.
“많이들 먹도록. 그래서, 방학 기간 동안엔 다들 어떻게 하기로 했지?”
“아, 저는 상단 일에 조금 집중하려고 해요. 그래야 2학기 때 아카데미에 집중할 수 있거든요.”
“저도 고향에 잠시 돌아가 보려고 합니다. 물론 금방 돌아와서 수련할 예정입니다, 선생님.”
“가족 모임이 있습니다.”
유나와 론, 메이슨은 각자의 일정이 있었다.
“방학 숙제를 내 주겠다.”
에단이 씩 웃으며 말했다.
“제대로 숙제를 해 온다면, 너희들에게 각자 필살기를 가르쳐 주도록 하지.”
물론 이 필살기는 미래에 이들이 깨달을 검술들이었다.
‘성장 속도가 원래보다 빠르니, 미리 알려 줘서 나쁠 건 없겠지.’
필살기를 가르쳐 준다는 말에 세 학생들의 눈빛이 순간 강렬하게 빛났다.
“얼마든지 내 주세요!”
“확실하게 다 해 오겠습니다.”
역시 보상이 확실해야 의욕이 생기는 법이다.
에단은 성대하진 않지만 소소하게 축하를 한 뒤 따로 유나를 불렀다.
“제게만 특별히 내 줄 숙제가 있으신 건가요? 확실히, 제가 자리를 좀 오래 비우긴 했어요.”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유나.”
현재 에단에게는 두 개의 사업이 있었다.
하나는 경량화 공방이었고 또 하나는 이번에 다비드 상단과 연계해서 런칭할 특수 골렘이었다.
하지만 거기에 하나 더.
에단은 본격적으로 사업에 시동을 걸 생각이었다.
사실상 이 두 가지 사업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일 뿐, 돈을 벌기 위한 사업이라고 보기엔 부족했다.
“가넷 상단과 함께 일하고 싶다, 유나.”
“……네?”
갑자기 일 얘기를 할 줄 몰랐는지, 유나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놀란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일 얘기도 일 얘기였지만 확신에 찬 에단의 말에 더 크게 놀랐다.
“전 그냥 일을 잘 처리하고 왔다고만 말씀드렸는데요.”
“일을 다 처리했다는 건 가넷 상단을 확실히 장악했다는 거겠지, 유나. 그게 아니라면 잘 처리했다고 말하지 않았을 거고.”
에단의 말에 유나가 자신도 모르게 씩 웃어 버리고 말았다.
역시나 다르다.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자신에게 잘 보이기 위한 입 발린 말이라 생각했을 텐데.
에단이 저리 말하니 냉정한 평가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그게 유나에게는 여러모로 기쁜 일이었다.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빨개진 귀를 감추지 못했다.
“그게 맞긴 한데요.”
“그럼 가넷 상단을 통해 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겠구나.”
“네, 그럴 순 있긴 한데요. 저희 가넷 상단이 규모가 생각보다 더 크거든요. 물론 선생님께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시다면 무조건 밀어 드릴 수는 있어요!”
가넷 상단의 규모는 대륙에서 손꼽힐 수준으로 크다.
그러니 유나가 작정하고 에단의 사업 아이템을 돕는다면 평범한 아이템이라 한들 크게 키우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물론 결과가 좋지 않다면 지속하는 건 어렵지만요. 어떤 걸 도와 드리면 될까요?”
그녀는 분명 노련한 상인이다.
하지만 에단의 앞에선 그 노련함을 자랑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다 된다고 말해 버리고 말았다.
“지금 다비드 상단과 거래하고 있는 게 있거든.”
“다비드 상단이요?”
순간 유나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 하고 에단을 보았다.
“그래, 다비드 상단.”
에단은 현재 자신의 사업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두 사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니 정말 모르고 있었다는 듯이 유나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우와…….”
유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유나는 돈이 많다는 에단의 말이 반쯤은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믿지 않고 있었구나.”
“돈에 초탈하신 분인 줄로만 알았어요.”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그 말에 유나가 에단을 새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건 맞는 말이지만요.”
이야기를 다 들은 유나는 한층 더 에단에게 감탄했다.
에단이 지방의 귀족이라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지방의 귀족은 대개 힘이 없다. 그 때문에 아무리 좋은 아이템을 찾더라도 빼앗기기 십상이다.
특히 이러한 사업 아이디어는 먼저 빼앗는 자가 임자라는 말도 있을 정도였다.
“좋은 아이템만으로는 좋은 사업을 일굴 수 없는데, 역시 에단 선생님이시군요. 승냥이 같은 권력자들로부터 사업 아이템을 지키고, 거기다 다비드 상단을 상대로 확실히 권한을 가지고 계시니까요.”
사업을 진행할 땐 자신을 제외한 모두를 조심해야 한다.
특히 자신이 그 사업을 지킬 힘이 없다면 더더욱.
“제가 너무 아카데미에 집중하고 있었네요. 이런 큰 건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있었다니.”
유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하시고자 하는 말씀은 그 다비드 상단을 도와서 사업을 동시에 진행해 달라는 건가요? 확실히 경량화 공방 사업이나 특수 골렘 사업은 저희 가넷이 힘을 더해 준다면 지금보다 더 크게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아니.”
에단이 고개를 저었다.
“그걸 포함해서 가넷 상단의 힘이 필요해. 다비드 상단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을 할 생각이거든.”
그 말에 유나는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확실히 다비드 상단은 좋은 상단이지만, 저희 가넷과는 큰 차이가 있죠.”
“마법 협회로 찾아가 마법 하나를 등록할 예정이다.”
“그게 사업의 중심이로군요.”
유나가 눈을 반짝였다.
마법 협회는 제국에서 정식으로 권한을 부여받아 공식적으로 마법을 등록해 주는 기관이었다.
마법 등록이란 마법의 출처를 공인해 주는 일이었다.
마법 협회의 인증을 받으면 그 마법에 대한 권리를 공식적으로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마법 인증은 까다롭지. 이미 수많은 마법이 있고, 거기서 비롯된 파생 마법과 변형 마법도 상당히 많으니까.’
오리지널 마법이라 해도 인증 마크를 받는 건 상당히 까다로웠다. 마법 협회 입장에서도 함부로 인증해 줬다가 분란이 생기기라도 하면 큰일이 나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까다롭기만 한다면 굳이 가넷 상단의 힘을 빌릴 필요가 없지.’
예리카의 마법은 훌륭하다. 까다로운 마법 협회의 인증 마크 정도야 좀 귀찮을 뿐, 얼마든지 얻어낼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이 마법 협회가 그다지 공평한 집단이 아니라는 것에 있었다.
‘쓰레기들이 즐비하다. 고집스럽고 고고한 마법사들이 꼬이고 꼬여 정상에 이르면 어떻게 되는지 딱 보여 주는 게 마법 협회지.’
때문에 마법 협회의 장난질을 막기 위해서라도 권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어지간한 권력에는 굴복하지 않는다.
‘자기 마법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니까. 마법사는 그 어떤 것에도 굴복하지 않고 자유로워야 한다는 게 놈들의 철학이거든.’
그래서 에단은 매번 플레이를 할 때마다 마법 협회와는 척을 졌었다. 언젠가는 한 번 작정하고 박살을 내 버렸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다 박살 내는 게 정답은 아니야.’
물리적으로 박살을 내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방법이 있었다.
‘목줄을 거는 것.’
에단은 가넷 상단의 힘을 빌려 그 목줄을 걸 생각이었다.
가넷 상단은 마법 협회에 주기적으로 각종 재료를 공급하는 상단이다.
‘단순히 공급하는 정도가 아니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재료가 있어. 가넷 상단에게 밉보이면 그 재료의 공급이 끊겨 버릴 수도 있다.’
그만큼 가넷 상단이 가진 영향력은 대단했다.
‘물론 상호 협력적인 관계라고는 하지만.’
마법 등록에 있어서 가넷 상단을 뒷배로 둔다면 등록이 한층 더 수월해지는 건 분명했다.
‘가넷 정도 되면 함부로 할 수 없으니까.’
“확실히 에단 선생님께서는 마법에 조예가 있으시니까요. 혹시 포션과 관련된 사업인가요?”
“아니.”
에단이 고개를 저었다.
“그럼요?”
“세탁 마법을 이용한 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