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35)
신들의 구독자 135화
135화. 세탁 마법
세탁 마법.
클린 마법이라고도 불리는 이 마법은 더러운 걸 깨끗하게 만드는 마법이었다.
언뜻 보면 쉬워 보이지만 실상은 굉장히 어렵고 복잡한 마법 중 하나였다.
더불어 수요가 확실한 마법이기도 했다.
모험가, 그리고 용병들.
던전 공략이나 사냥, 토벌 등의 여러 험한 일들을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클린 마법은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클린 마법은 단순히 옷을 깔끔하게 만들기만 하는 게 아니야.’
몬스터들은 인간보다 훨씬 더 뛰어난 후각을 가지고 있다.
체취에 대한 대비 없이 던전 안으로 들어간다면 습격을 당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몬스터들의 피는 상당히 역해서, 전투가 끝난 뒤에 처리하지 않으면 그 냄새를 맡은 다른 몬스터들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높았다.
‘냄새와 흔적을 지워 준다. 그게 클린 마법이 가진 최고의 효과야. 던전 공략이나 몬스터 사냥에 있어 이 클린 마법은 필수라고 볼 수 있지.’
게다가 철저하게 위생을 신경 써서 오염으로 인한 피해도 막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사용되는 클린 마법은 효과가 다 제각각이다.’
클린 마법은 아주 평범한 마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법사들은 이 클린 마법에 집중하지 않았고 달리 연구하지도 않았다.
그게 효과가 제각각인 이유였다.
‘마법사들에게 있어서 이런 마법은 하급 마법으로 평가되니까. 무시받기 일쑤지.’
어떤 클린 마법은 몬스터의 피는 지워도 다른 오염 물질을 지우지 못했다. 역으로 다른 걸 지워도 몬스터의 피를 못 지우는 경우도 있었다.
‘찌든 때를 못 지우는 클린 마법도 많아. 너무 효과가 제각각이니 번거롭게 여러 클린 마법을 사용해야 해.’
몬스터의 피를 없애는 클린 마법.
다른 오염 물질을 없애는 클린 마법.
몬스터들의 침이나 악취를 없애는 클린 마법.
번거롭지만 필요에 따라서 여러 가지 클린 마법을 따로따로 사용해야 했다.
‘그런 건 클린 마법이라고 부르면 안 돼. 효과가 다 제각각이라니.’
이번 사업은 거기에서부터 착안했다.
‘어중간한 클린 마법만 존재하니, 사람들은 지금 모든 오염 물질을 지울 수 있는 클린 마법을 바라고 있을 거야. 그런 클린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면야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무조건 구매하려 들겠지.’
단 하나의 마법으로 모든 오염 물질을 지울 수 있다면?
냄새와 흔적을 지우고 깔끔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면?
‘체계화되어 있지 않은 시장에 완벽한 클린 마법이 나타난다면, 말 그대로 게임 체인저가 될 거다.’
“클린 마법의 수요는 확실해. 지금 클린 마법은 스크롤을 이용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각각 효과가 달라서 여러 개의 스크롤을 가지고 다녀야 하거든. 게다가 효과도 그리 좋진 않지.”
“확실히 그렇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마법사들을 고용한다고 들었는데, 그 마법사들을 고용하는 비용도 너무 비싸다고 들었고요.”
마법사들의 몸값은 생각보다 비싸다. 게다가 클린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전속 마법사를 고용하는 건 상당히 큰 지출이었다.
게다가 마법사라고 해서 스크롤보다 나은 클린 마법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경량화나 특수 골렘의 경우와 비슷해.’
실력 있는 마법사들은 자신들이 평가하기에 허접한 마법에는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마탑에서도 익히 보지 않았던가.
‘사업적으로 훌륭한 마법들을 사장하고 쓸모없다 여기는 놈들 말이야.’
에단은 그 맹점을 찔러 확실한 사업 아이템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래서 제대로 된 클린 마법을 등록하고 스크롤을 만들 생각이다. 확실한 수요는 있지만 만족할 만한 물건은 없으니까. 이 클린 마법 스크롤이 클린 마법계의 게임 체인저가 될 거야.”
높은 퀄리티의 클린 마법 스크롤이 시장에 나온다면 아마 날개 달린 듯 팔려 나갈 건 분명했다.
“확실히 좋은 아이디어이긴 해요, 선생님. 하지만 힘들 것 같아요. 그 클린 마법 스크롤을 만들려면 우선 기존의 클린 마법을 월등하게 상회하는 클린 마법이 필요한데, 높은 수준의 클린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는 절대로 상업적인 일에 손을 대려 하지 않을 거예요.”
유나 또한 마법사들이 얼마나 고고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며 정말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에단을 위해서 최대한 움직여 볼 생각이었지만 애초에 마법사를 구하는 것부터가 힘들 터.
그러다 문득 유나가 바보 같은 표정을 지었다.
“아니군요. 이미 마법사가 있으시군요. 아니지, 이 클린 마법의 연구를 에단 선생님이 직접 하시려는 건가요?”
“아니. 나는 마법사가 아니다, 유나.”
에단이 확실하게 말했다.
“경량화 마법도, 특수 골렘도 내 사업 파트너의 손에서 시작된 거야. 그리고 그 파트너가 누군지는 너도 이미 알고 있다.”
“……!”
그게 누군지 금세 알아차린 유나가 그 이름을 입에 담았다.
“설마, 예리카 조교님이에요?”
“그래, 내 호위이자 수업 조교인 예리카가 이 모든 마법의 주인이지. 그리고 연구할 필요도 없어. 이미 클린 마법은 완성됐다.”
얼마 전, 두 번째 직업인 번개 수호자를 얻으러 갔을 때 봤던 그녀의 클린 마법을 보고 에단은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오염 물질이 그녀의 로브에 묻어 있었는데, 예리카는 클린 마법을 사용해 완벽하게 지워 냈었다.
‘2단계 금제를 푼 덕분이야.’
이 정도 수준의 클린 마법이라면 확실하게 시장에 통한다.
‘효과는 조금 더 확인해 봐야겠지만, 웬만한 오염 물질은 다 지워 줄 수 있어. 이런 클린 마법은 수요가 충분하지.’
“그럼 그 마법을 협회에 정식으로 등록하고…….”
“스크롤을 만들어 판매할 예정이다.”
유나의 표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세간에 나와 있는 클린 마법의 효과를 월등히 상회하는 클린 마법이라면 분명 경쟁력이 있다.
기존 클린 마법의 단점을 크게 부각하면서 이 클린 마법은 다르다고 광고를 한다면 분명 판을 뒤흔들 수 있을 것이다.
스크롤을 찢는 것만으로 그 어떤 오염 물질이든 없앨 수 있다? 지금까지 이런 클린 마법에 목말라 하던 사람들에게 확실한 어필이 가능하다.
어중간한 클린 마법으로 장비를 망가트리느니 조금 비싸더라도 제대로 된 클린 마법으로 세탁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할 테니 말이다.
“돈 냄새가 나는 사업이다. 하지만 웬만한 상단은 감당하기 어려워.”
여기서부터가 사실 문제였다.
이 기존 클린 마법을 상회하는 효과의 클린 마법은 다른 놈들이 충분히 따라 할 수가 있다.
경량화 마법보다 훨씬 따라 하기가 편하니까.
그렇기에 마법의 저작권을 인정해 주는 마법 협회에 등록해 독점권을 쥐어야 한다.
“돈 냄새가 나는 게 다가 아니네요! 이거, 수요는 이미 확보되어 있어요. 거기에 우리 가넷이 작정하고 밀어준다면…… 시장 독점도 가능할 것 같은데요!”
하지만 유나로서는 꼭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예리카 조교님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닌데요. 저희가 제대로 광고를 하기 위해선 그 클린 마법이 완벽해야 해요. 과장된 광고를 했다간 상단의 평판이 쭉 내려갈 테니까요.”
“협회에 등록을 받는다면 효과 면에선 확실히 증명이 되겠지? 그리고 따라 할 수 있는 놈들도 없을 테고 말이야.”
“네, 확실히요.”
“그렇다면 방학 기간 내에 확실하게 인증을 받으마. 그 후에 곧장 사업을 시작하면 될 거 같군.”
이야기를 다 들은 유나가 후, 하고 심호흡을 했다.
“가넷 상단과 일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죠? 하지만 이건 선생님이 부탁하실 게 아니네요. 오히려 제가 선생님께 역으로 말씀을 드려야 해요. 에단 휘커스 선생님, 저희 가넷 상단과 함께 돈길 한 번 걸어 보시겠습니까?”
유나가 손을 내밀었다. 에단이 그 손을 잡고 자연스레 흔들었다.
“잘 부탁한다, 유나.”
유나는 슬쩍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네, 선생님.”
* * *
“네, 클린 마법은 거의 완벽해요. 아무래도 제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위생이거든요. 더러운 건 못 참아서요.”
에단의 말에 예리카가 자신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못 지우는 건?”
“어지간한 건 다 지울 수 있어요. 기름때도 지울 수 있고요. 물론 녹이 슨 건 조금 힘들어요.”
“그 정도면 됐다. 완벽하군.”
기름때까지 지울 수 있다는 건 최상급의 클린 마법이라는 소리였다.
“예리카, 이 마법을 협회에 등록하려고 한다.”
“……마법 협회에요?”
예리카의 눈이 가늘어졌다.
마법 협회.
이 마법 협회는 예리카에게 있어선 굉장히 상징적인 곳이었다. 물론 철저히 부정적인 쪽이었지만.
예리카의 할아버지인 헤카테는 한때 이 마법 협회에 속한 마법사였다.
하지만 헤카테가 의심을 받을 때, 협회장은 그를 감싸기는커녕 기다렸다는 듯이 협회에서 제명해 버렸다.
“과한 마법 연구, 마법 중독으로 인한 광증. 마법 협회에서 발표한 사실이지, 아마?”
“……네, 맞아요.”
그건 낙인이나 다름없었다.
의심만 받고 있던 헤카테가 본격적으로 궁지에 몰린 것이 그때부터였다.
헤카테는 절대 아니라고, 그저 마법에 대한 연구를 심화한 것뿐이라 이야기했지만 마법 협회가 공식적으로 발표해 버리니 반론이 통할 리가 없었다.
때문에 예리카는 마법 협회를 증오했다. 아니, 상종도 하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마법 협회 같은 혐오스러운 곳과는 엮이고 싶지 않아요. 마음 같아선 전부 다 불태워 버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에단은 그녀의 분노를 이해했다.
“그래서 마법 협회다, 예리카.”
“네……?”
그녀가 순간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에단의 말뜻을 이해한 듯 눈을 크게 떴다.
“할아버지를 미쳤다고 몰고 갔던 그 망할 귀족들에게 특수 골렘을 판 것처럼, 마법 협회에 할아버지의 마법을 다시 등록하는 거군요.”
“할아버지의 의지를 이은 예리카, 너의 마법이기도 하지.”
예리카가 에단을 보았다.
에단은 조금 더 자세히 이번 일에 대해서 설명했다.
“클린 마법을 협회에 등록하고 인증을 받는다. 그 클린 마법을 그대로 사업으로 만들 생각이다.”
클린 마법 스크롤 사업에 대해서 설명하자 예리카의 표정이 다시 변했다.
“그거 확실히 돈이 되겠는데요?”
예리카는 다른 마법사들과는 달랐다. 경량화 공방과 특수 골렘에 이어 클린 마법 스크롤까지.
그녀는 에단의 말을 완전히 신뢰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협회에 마법을 등록하는 걸로 끝낼 생각은 없어. 알지, 예리카? 난 미적지근한 복수는 바라지 않거든.”
예리카가 에단과 처음 호위 계약을 맺을 때부터 목표로 해 왔던 것이 있었다.
바로 복수였다.
할아버지의 모든 명예를 짓밟고 어머니와 자신을 도망자로 만든 귀족들을 향한 복수.
그와 연관된 모든 자들에게 복수하는 것이 그녀의 목표였다.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예리카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마법 협회부터 장악한다. 헤카테 님의 마법으로, 그 의지를 이은 너의 마법으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