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46)
신들의 구독자 146화
146화. 싹 다 덤벼라
이단심문국 에란트 영지 분청.
거대한 대련장에 32명의 이단심문관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이 바로 이번 이단심문관 모집에서 발탁된 신입 이단심문관들이었다.
이단심문국에 들어온 후로 두어 번의 출동이 있었지만 이들은 아직 신입 딱지를 떼지 못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교육 없이 투입되어 한 사람 몫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걸 증명하듯 32명 중 절반이 넘는 이들이 붕대를 감고 있었다.
그럼에도 다들 눈빛 하나만큼은 맹렬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목숨을 던져 달의 추종자 놈들을 찢어 버리고자 하는 이들이 꽤 많아 보였다.
“한동안 출동이 없을 거라고 했는데.”
“아직 다친 놈들도 많고 말이야.”
“괜찮은 놈들만 모아서 다시 출동시키시려는 거 아닌가?”
“그랬으면 좋겠는데. 빌어먹을, 복수하기 위해서 들어왔다고. 한 놈이라도 더 놈들을 지옥으로 처박아야 하는데 말이야.”
신입 이단심문관들은 저마다 모여 집합 이유를 추론했다.
하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때 베테랑 이단심문관 하나가 들어왔다.
머리는 새하얀 백발이었으나 얼굴은 40대로 보였다.
레토마.
수없이 많은 이단을 처한 베테랑으로, 이단심문국 내에서도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남자였다.
“다들 조용. 햇병아리들, 또 죽지 않고 만나 반갑다. 오늘은 너희들에게 아주 좋은 소식이 있어 모이라 일렀다.”
“좋은 일, 말입니까?”
“달의 추종자 놈들의 본거지를 발견한 거군요! 출동입니까?”
“다친 놈들만 해도 절반인데, 지금 당장 너희들을 투입하라고? 다 뒈지고 싶나?”
레토마가 어이없다는 듯이 신입들을 보았다.
“의욕은 알겠다만, 힘도 없는데 신념만 따라 달려들려는 건 자살 행위다.”
“하지만 인원이 부족하지 않습니까! 저희가 가서 찢어발기겠습니다. 그러다 죽어도 좋습니다!”
불나방 같은 모양새에 레토마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겁먹지 않는 건 좋지만 너무 의욕만 앞서 있었다.
이단심문관의 기본은 죽지 않는 것이었다.
이단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순교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살아 돌아와 홀리 라이트 여신의 가르침을 전파하는 게 그 사명이었다.
‘이러면 제대로 써먹기가 어려운데 말이야.’
화살받이가 되길 바라는 놈들은 필요가 없다.
자신처럼 오랫동안 생존해, 장차 심문국에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이들을 뽑아야 했다.
“너희들은 아직 부족하다. 원래대로라면 너희들은 교육 교관에게 교육을 받았어야 했을 테지만, 하필 교관이 은퇴하는 바람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어.”
급하게 뽑아, 급하게 투입했고.
그 결과는 모두가 아는 그대로였다.
“그래서 이번에 국장께서 제대로 된 교관을 데리고 오셨다.”
레토마는 살짝 인상을 쓰며 말했다.
‘설마하니 아카데미로 간다 했을 때부터 뭔가 불안하긴 했는데 말이야.’
제리드는 레토마보다 연차가 낮지만 그 실력과 유명세 덕분에 국장에 오른 이였다.
물론 능력이 국장을 맡기에 부족한 것은 아니었지만, 베테랑인 레토마가 보기엔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았다.
‘아카데미의 어린 애송이들을 가르치는 자가 과연 이단심문국의 교관을 맡을 수 있을까.’
레토마는 무척이나 회의적이었다.
‘아카데미의 학생들을 데리고 와 좋은 인상을 주고 미래의 이단심문관으로 만들고 싶다 하더니.’
도대체 왜 아카데미의 교사를 교관으로 데리고 온 것인가.
“새로운 교관님……?”
“그럼 저희는 이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겁니까?”
“그래,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거다.”
물론 레토마는 그 아카데미의 교사가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적어도 없는 것보단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오……!”
“누가 오시는 겁니까?”
“설마 요즘 유명한 흑표범님?”
“아니면 신성검님인가?”
“하얀 사신님일 수도 있어. 요즘 우리 제국에서 가장 유명하신 분이잖아.”
“이단심문국의 교관으로 오시는 거라면 분명 명성이 대단하신 분이 오실 텐데. 근데 우리가 바로 교육을 받을 수 있나?”
다들 새로운 교관이 온다는 말에 흥분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배워 봐서 알잖아. 이단심문국의 교본은 두껍고 어렵다고. 그걸 전부 이해하고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어야 우리를 가르치실 수 있을 테니까.”
“음, 그러면 이미 은퇴하신 선배님이 오실 수도 있겠는데?”
“진짜 선배님께서 오실 수도 있겠어.”
다들 새롭게 올 새로운 교관에 대해서 예측하며 기대했다.
“혹시 누가 오시는지 아십니까, 레토마 님?”
레토마는 잠시 침묵했다.
“곧 국장님이 새로운 교관님과 함께 오실 거다. 유명한 아카데미인 이베카 아카데미의 현직 교사로 일하는 분이라고 하더군. 에단 휘커스라는 분이다.”
레토마의 말에 잔뜩 흥분해 있던 이단심문관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카데미의 교사?”
“누군데?”
“에단 휘커스라니, 처음 들어 봤는데.”
“나 참, 이건 좀 아닌 거 아닌가?”
“무슨 아카데미의 교사가 우리 심문국의 교관으로 온 거야?”
“우린 애새끼가 아닌데.”
“애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우리를 가르친다니. 아무리 명문 아카데미의 교사라도 그렇지.”
신입 이단심문관들은 혀를 차며 새롭게 올 교관을 탐탁찮게 여겼다.
당연했다. 명문 아카데미를 다니는 학생들은 대다수가 명문 귀족가의 자제들이다. 그들 중 대다수가 위험한 전선으로 나가지 않는다.
그들이 교육받는 건 겉핥기일 뿐.
제대로 된 실전 교육 따위는 받지 않는다. 단 한 번의 실수로 내가 죽거나 옆의 동료가 죽는 상황에 대한 교육은 전혀 없는 것이다.
온실 속의 화초.
그 말이 딱 어울리는 게 아카데미의 학생이었다.
반면에 이단심문국은 야생이었다. 야생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철저한 실전 위주의 교육을 받아야 했다.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경험 삼아 하는 실전이 이단심문국에서는 목숨이 걸린 현실의 일이었다.
그런데 그런 온실 속의 화초를 가르치는 데 탁월한 실력을 가진 아카데미의 교사가 이단심문국의 교관으로 온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아무리 명문 아카데미의 교사라지만, 저희 심문국의 교관으로 오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얼굴에 상처가 있는 이단심문관이 말했다.
모여 있는 신입 심문관 중에서 가장 젊어 보였지만 가장 독기 있는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알렝드르, 이건 국장님의 선택이다.”
레토마가 얼굴에 상처가 있는 이단심문관, 알렝드르에게 말했다.
사실상 그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한정되어 있었다. 이 모든 건 이미 국장이 정한 일이니까.
불만이 폭발할 것 같은 가운데.
“국장님 들어오십니다.”
부국장과 함께 심문관 하나가 먼저 들어오더니 이내 이단심문국의 국장 제리드가 대련장 안으로 들어섰다.
레토마와 신입 이단심문관들은 들어오는 국장보다 그 뒤를 따르는 사람에 집중했다.
‘젠장.’
역시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레토마는 에단의 얼굴을 보자마자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적어도 강인한 사람이길 바랐다.
일단 데리고 왔으니 무를 순 없는 일이고. 그렇다면 이 거친 심문관들을 조금이라도 교육을 할 수 있어야 할 텐데.
그러려면 강인함은 필수였다.
그런데 에단에게선 전혀 강인함이 보이지 않았다.
“다들 표정들이 썩 좋지 않은데. 아직 상처들이 다 낫지 않았나?”
제리드가 신입 심문관들을 보며 말했다. 레토마가 다급히 제리드에게 가 귀엣말을 했다.
-정말 제대로 데리고 오신 거 맞습니까?
레토마에게 있어 제리드는 국장이기 이전에 이단심문국의 후배였다. 그랬기에 조금은 더 편하게 말할 수 있었다.
“믿고 봐 주십시오, 레토마.”
제리드가 레토마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제대로 데리고 왔으니까.”
제리드가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신입 이단심문관들을 보며 정식으로 에단을 소개했다.
“이분이 내가 새롭게 교관으로 초빙한 에단 휘커스 님이시다. 짧은 기간이지만 에단 님께서 너희들을 가르치실 교관님이 되어 주실 거다.”
“에단 휘커스입니다.”
에단이 짤막하게 인사했다.
“에단 교관님은 너희들도 잘 아는 명문 이베카 아카데미의 교사시다. 가르치는 데 있어 무척이나 프로페셔널한 분이지.”
“온실 속에서 보호받으며 자란 애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정말 저희를 가르칠 수 있는 겁니까?”
그때 알렝드르가 손을 들며 말했다.
“의심스러운가 보군, 알렝드르. 아마 알렝드르만의 의심이 아니겠지.”
다른 신입 이단심문관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저희가 이단심문국에서나 신입이지, 바깥에선 신입이 아닙니다.”
신입이라 하나 이들 모두 바깥에선 여러 경험을 쌓은 경험자들이었다. 신입 딱지는 이미 옛적에 뗐다.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한 이단 심문관들을 보며 에단이 잠시 제리드를 보았다.
“조금 격하게 해도 되겠습니까?”
“아, 예,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확실히 해 주십시오!”
제리드의 허락에 에단이 미소 지었다.
분명 신입 이단심문관들은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현장을 경험한 경험자들이었다.
그 말인즉슨 학생들처럼 유하게 다룰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훨씬 좋지.’
에단은 단상에서 내려가 가장 앞에 있던 이단심문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다들 내가 와서 불만인 거 같은데.”
“뭐, 불만이라 하긴 좀 그렇지. 아카데미의 교사분이 가르치러 왔다 하니 영광이오만, 우린 학생이 아니라는 것만 기억해 주시길. 당신이 정말 우리를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제리드가 있는데도 이런 태도.’
애초에 에단은 제리드가 직접 모시고 온 사람이다. 아카데미의 강사든 뭐든 이들의 상관이 직접 당신들의 교육을 위해 데리고 온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중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다.
‘골머리 좀 앓았겠군.’
고민을 털어놨던 제리드의 심정이 십분 이해가 갔다.
에단은 호루스의 눈으로 이단심문관들을 살폈다.
확실히 이단심문국에 들어올 만한 실력들은 있었다. 학생들과 비교하자면 확실히 강인해 보였다.
다들 마나 보유량도 꽤 준수해 보였다.
‘본래라면 꽤 다루기 힘들었을 거야.’
아카데미 내에선 마나가 제약된다.
그 덕에 절멸증으로 마나가 없다시피 한 에단이라도 학생들을 다루기가 쉬웠다.
하지만 이곳은 아카데미가 아니다.
눈앞의 신입 이단심문관들이 가진 마나는 에단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 마나로 에단에게 저항하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저항할 수 있다.
그만큼 마나는 강력한 힘이었다.
‘하지만 그건 허류 침술 마스터 이전이고.’
허류 침술을 마스터한 에단은 이전보다 한층 더 강해진 상태였다.
이 거친 신입들을 얼마든지 컨트롤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너희들이 본 교관을 믿지 못하는 이유는 실력이겠지?”
에단이 두 팔을 벌렸다.
그러고는 순식간에 앞에 선 이단심문관에게 손을 뻗었다. 정확히 혈이 위치한 자리였다.
슈욱-!
에단은 순식간에 만들어 낸 침으로 정확히 혈을 찔렀다. 불시에 공격당한 신입 이단심문관이 그대로 쓰러졌다.
“이게 무슨……!”
“학생 취급을 하지 말라고? 딱 지금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나중에 가서 제발 학생을 가르치는 것처럼 상냥하게 해 달라고 하지 말도록.”
에단이 말했다.
“싹 다 덤벼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