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47)
신들의 구독자 147화
147화. 나도 모르겠단 말입니다
신입 이단심문관이 쓰러지는 걸 본 레토마가 순간 인상을 썼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설마하니 저런 짓을 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약해 보이는 인상의 아카데미 교사라, 분명 말로 어떻게든 설득을 하거나 그대로 내쳐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어떤 설명도 없이 바로 한 명을 쓰러뜨리다니.
‘저렇게 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이미 한 명이 쓰러지는 걸 봤다. 저들이 비록 기본적인 교육을 받진 못했어도 몇 번의 출동을 함께하며 서로 동료라는 의식은 가진 상태다.
동료가 쓰러졌으니 곧바로 거칠게 움직일 터.
‘크게 다칠 수도 있다.’
레토마가 제리드를 보았다.
제리드가 예상한 일인지 궁금했기 때문. 그러나 제리드의 표정은 이상했다.
‘뭔가 기대하고 있는 거 같은데.’
고개를 갸웃하며 부국장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 역시 제리드와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도대체 뭐지? 뭘 기대하고 있단 말이냐.’
둘은 에단에게 기대를 하고 있었다.
‘아무리 저들이 신입 심문관이라곤 하지만 실력까지 신입인 건 아니야. 어디까지나 이단심문국에 한해서만 신입일 뿐이다.’
저들이 힘으로 에단을 쓰러뜨리려고 작정한다면 에단은 버티지 못할 것이다.
무려 32명이다. 한 명은 쓰러졌으니 이제 31명.
31명의 신입 이단심문관. 달의 추종자의 작은 지부 하나쯤은 손쉽게 처리할 수 있을 만한 병력이다.
레토마가 예상하기가 무섭게 이단심문관 하나가 에단에게 달려들었다.
“이 빌어먹을 새끼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에단에게 돌진했다. 손에는 메이스가 들려 있었다.
에단은 그 이단 심문관의 돌진을 간단하게 몸을 트는 걸로 피해 냈다.
그리고 손목에 침을 세 개 꽂았다.
마치 번개와 같은 에단의 속도에 심문관이 당황했다. 서리천뢰검술로 인해 에단의 모든 움직임에는 번개와 냉기의 힘이 동시에 깃들었다.
“크윽-!”
손목에 꽂힌 침 때문에 메이스를 떨어뜨린 심문관에게 다가간 에단이 그대로 목 뒤쪽 혈에 침을 꽂았다.
또 한 명의 심문관이 바닥에 쓰러졌다. 에단은 그가 떨어뜨린 메이스를 쥐었다.
“이제 딱 30명이군. 적당해.”
에단이 심호흡을 하곤 눈에 힘을 주었다.
호루스의 눈이 활성화됨과 동시에 달려드는 이단심문관들의 모든 움직임이 보였다.
일전보다 한층 더 발전한 호루스의 눈은 집중하는 그 짧은 순간 동안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끼게 해 주었다.
‘일사불란.’
제대로 배운 이단심문관이라면 절대로 저런 움직임을 취하지 않는다. 앞뒤 가릴 것 없이 일단 에단을 쓰러뜨리기 위해 공격해 오는 꼴이었다.
‘3인 1조도 지키지 않고, 대형을 갖추지도 않아.’
에단은 이 자리에서 그것부터 확실히 교육시킬 생각이었다.
순식간에 에단의 앞에 도달한 이단심문관 하나가 메이스를 휘둘렀다.
‘그저 둔기로만 생각하고 그 힘을 극대화하지 못하는군.’
에단은 가볍게 공격을 피해 냈다.
그리고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
혼자서 다수를 상대하는 싸움이라 최대한 포위를 피해 뒤로 물러나야 했거늘, 에단은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며 포위되기를 자처했다.
쐐액-!
‘위력의 분산. 끝부분이 아니라 메이스 전체에 힘을 펼쳐 두니 파괴력이 약화된다.’
쿠웅-!
메이스가 바닥을 때렸다. 에단이 피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에단의 머리에 꽂혔을 것이다.
‘꽤 쓸 만하군. 마나가 풍부해. 하지만 틈이 너무 크다. 파괴력만 생각하니 공격 이후에 틈이 너무 많아. 이러면 옆의 동료를 지킬 수가 없다.’
에단은 철저히 머릿속 이단심문국의 교본을 중심으로 신입 이단심문관들의 문제를 꿰뚫었다.
반격하지 않는 에단을 보며 신입 이단심문관들이 더욱 거세게 공격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도무지 에단을 잡지를 못했다.
분노에 휩싸인 채 파괴력만 앞세우는 이들이 서리천뢰검술의 묘를 살려 움직이는 에단을 잡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슬슬 눈이 아파지는군.’
이걸로 이들의 부족한 점을 모두 확인했다. 부족한 점을 확인했으니 다음은 교육이었다.
“빌어먹을.”
“쥐새끼처럼 계속 피해 다니기만 하고, 이런 자가 무슨 아카데미의 교사란 말이냐?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이런 걸 보면서 뭘 배우겠냐고!”
이단 심문관들이 도발을 해 왔지만 에단은 전혀 도발에 끌리지 않았다. 오히려 인자한 미소를 보였다.
‘말솜씨도 형편없군.’
도발은 저렇게 하는 게 아니다.
“뭘 배우냐고? 반푼이 쓰레기들. 만약 내가 이곳에 침입한 달의 추종자였다면 너희들은 지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었을 거다. 그 예쁘장한 제복에 취해서, 개개인의 무력만 믿고 옆의 동료와는 아무런 연계도 하지 않아. 분명 여러 번 같이 출동하면서 싸웠을 텐데, 대체 그동안 뭘 한 거냐?”
에단의 말에 순간 이단 심문관들의 표정이 확 달아올랐다. 귀가 빨개지고 목덜미까지 빨개지는 이들이 생겨날 정도였다.
상대를 흥분시키기 위해선 상대가 부족한 부분을 찔러야 했다.
이들에게 지금 부족한 건 달의 추종자들과 싸울 준비가 안 됐다는 것이었다.
교육을 받지 못해 개인의 무력을 중심으로만 돌아간다.
에단은 그 부분을 정확하게 찔렀다.
‘쉽게 흥분하는군. 멘탈도 그리 좋지 않아.’
에단은 달의 추종자들이 얼마나 추잡한지 잘 안다.
그들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중엔 멘탈을 흔드는 기술도 많았다. 이런 식으로 상대를 모욕해서 틈을 만들어 내고 상대와 자폭하는 경우도 있었다.
‘고쳐야 할 게 많군. 업적이 좀 쌓이겠어.’
부족하면 부족할수록 좋았다.
“국장님께서 데려오셨다 해서 봐주고 있었더니!”
참지 못한 심문관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가장 덩치가 큰 심문관이었다. 2미터가 훌쩍 넘어 보이는 키에 옆으로도 꽤나 체격이 두꺼웠다.
그의 손에는 다른 심문관들보다 훨씬 더 큰 메이스가 들려 있었는데, 과연 그 덩치에 걸맞게 특대형이었다.
에단의 메이스와 비교하자면 이쑤시개와 젓가락의 차이였다.
“어디 한번 피해 봐라!”
에단이 반격 없이 계속해서 피하고 있었기에, 덩치 큰 심문관은 이번에도 에단이 피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에단은 피하지 않았다.
이제부턴 교육의 시간이니까.
“역발산.”
에단의 메이스와 덩치 큰 심문관의 거대한 메이스가 그대로 부딪쳤다.
“무, 무슨!”
그대로 짓뭉개 버리겠다 생각했던 덩치 심문관은 순간 당황했다. 에단의 메이스가 자신의 특대 메이스를 그대로 밀어냈기 때문이었다.
까앙-!
“윽!”
손목이 부러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강력한 힘이었다. 그대로 힘에서 밀려난 심문관의 특대 메이스가 튕겨져 위로 날아갔다.
메이스가 튕겨져 나가자 그대로 덩치 심문관이 무방비한 상태가 되었다.
이 상태에서 에단의 메이스가 한 번 더 휘둘러진다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러나 에단은 메이스를 휘두르자 않고 그를 발로 찼다.
쐐애애액-!
그와 동시에 다른 방향에서 메이스가 또 날아왔다.
에단은 빙글 몸을 돌려 메이스를 휘두르는 놈을 빠르게 살피고 메이스로 어깨와 허리를 찌르듯 공격했다.
“……어?”
에단의 메이스에 찔린 심문관은 자신의 바뀐 움직임에 그 자리에서 멈추고 말았다.
“비켜!”
다른 심문관이 멈춰 있는 심문관을 뒤로하고 에단에게 메이스를 휘둘렀다. 특유의 마나가 담긴 공격이었다.
“돌풍일격!”
메이스에 바람이 실렸다. 그 속도를 살린 메이스가 에단의 목을 노렸다.
빠른 공격이었으나 에단의 눈은 그 속도를 쫓고 있었다.
서리천뢰검술 제 1식.
천뢰발도.
에단은 곧장 천뢰발도의 묘를 응용해 그 속도만을 살렸다.
푹-! 푹-! 푹-!
방금 전과 같이 완전히 비어 있는 부분을 찔렀다. 그러자 덤벼든 심문관의 돌풍일격이 그대로 와해되는 것과 동시에 완전히 다른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우뚝.
마찬가지로 또 한 명의 심문관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동작은 작게 해라. 큰 동작은 의미가 없다. 정확하고 간결하게.”
세 명이 완전히 무력화되자 무작정 달려들던 심문관들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래, 그래야지. 너희들보다 강한 자를 상대할 땐 대형을 짜는 거다. 너희들의 공격력을 한 명에게 최대한으로 퍼부을 수 있는 대형을.”
에단이 힘을 뿜어냈다.
파지지직-!
샛노란 번개와.
샤아아악-.
새파란 냉기가 주변으로 퍼졌다.
손에 든 게 검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메이스여도 그 힘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교육을 시작한다. 첫 번째 교육이다. 지금부터 강대한 적을 상대로 어떻게 대형을 짜야 하는지 알려 주마.”
* * *
“…….”
에단은 꽤 잘 싸웠다. 역시 명문 아카데미의 교사라고 생각이 들다가도 한편으로는 의아한 게, 아카데미의 교사가 저런 거친 움직임을 취한다는 게 조금 의외였다.
하지만 체력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고, 앞선 동료들이 쓰러지는 모습에 이단심문관들도 점차 대처를 하게 될 터.
레토마는 그 타이밍에 국장과 부국장이 나서서 상황을 정리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상해.’
레토마는 위화감을 느꼈다. 눈에 힘을 주고 뭐가 이상한지 살피던 레토마의 몸이 움찔거렸다.
‘마, 말도 안 돼.’
에단은 그냥 싸우고 있는 게 아니었다.
‘자세를 교정시키고 있다. 분명 방금 쓰러뜨릴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쓰러뜨리지 않았어.’
처음 두 명을 제외하면 그 후로 쓰러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거기다…….’
그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에단을 보았다.
“저게 가능한…….”
절로 입이 벌어지는 광경이었다.
“신입들을 몰아세워서 강제적으로 대형을 짜게 만든다고?”
백날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한 번 몸으로 체득시켜 주는 게 제일 확실하게 와닿는다.
하지만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몸으로 체득시켜 주는 게 쉽다면 누가 말로 설명하려 들겠는가.
그런데 그 어려운 걸 저 아카데미의 교사가 해내고 있었다.
그것도 오늘 처음 이곳에 온 아카데미의 교사가!
“도대체…… 저 사람은 누굽니까?”
레토마는 자신이 보고 있는 모습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국장은 분명 오늘 처음 에단을 데리고 왔다.
그 말인즉슨 뭔가를 가르칠 수 있는 베이스가 없다는 뜻이었다.
제대로 된 교육을 시작하려면 이단심문국 교본을 완벽하게 숙지하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두 달.
그는 아카데미의 교사니 방학 기간 동안에만 일할 테고, 그렇다면 세 달 중 두 달은 교본 숙지를 할 것이다.
이후 나머지 한 달 동안 신입 심문관들을 교육하는 커리큘럼으로 이루어질 텐데.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오늘 분명 처음 데리고 오신 거 아닙니까?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지금 신입들을 가르치고 있는 겁니까?”
저건 교육이었다.
흠잡을 데 하나 없이, 훌륭한 이단심문관을 만드는 교육이었다.
“…….”
심히 당황한 레토마를 보며 제리드가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예?”
“나도 모르겠단 말입니다.”
제리드의 표정에는 쓴웃음이 가득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