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52)
신들의 구독자 152화
152화. 안개 숲
에단은 눈앞에 놓인 탕약들을 보았다.
맨 처음 한 개를 제외하고 모두 S등급이 나왔다.
성수와 결합하여 만들다 보니 약초가 가진 모든 힘을 이끌어 낼 수 있었고, 무엇보다 양이 많았다.
‘이러면 탕약 하나를 세 번을 나눠 마실 수도 있겠는데.’
우선 탕약의 효과부터 확인했다.
여러 약초들로 만들었기 때문에 각자 효과가 달랐다.
-성수에 물든 실버 세이지 탕약 [S등급]
효과 : 모든 체력을 회복하고, 모든 상태 이상을 치료합니다. 5분간 모든 독에 저항력을 가집니다.
체력 회복은 물론이거니와 모든 상태 이상을 치료하고, 일정 시간 동안 독 저항력을 부여하는 실버 세이지 탕약.
‘미쳤군. 내가 만들긴 했지만 효과가 미쳤어.’
모든 체력과 상태 이상을 회복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독에 한해서는 5분간 무적이 되게 해 주는 효과였다.
그리고 그걸 세 번 사용할 수 있었으니, 사실상 15분간 독에 대한 절대적인 면역력을 갖는다고 봐도 무방했다.
‘물론 연속으로 마시는 건 힘들겠지만.’
탕약도 한 번에 마실 수 있는 양이 한정되어 있다.
에단은 다음 탕약을 확인했다.
-성수에 물든 은초롱꽃 탕약 [S등급]
효과 : 모든 체력을 회복합니다. 모든 상태 이상을 치료합니다. 마신 직후 방어력이 크게 상승합니다.
‘성수를 섞은 덕분에 모든 상태 이상을 치료하는 효과가 기본 성능으로 붙었어.’
상등품의 성수를 쓴 만큼 몇 가지 상태 이상을 완벽하게 치료하는 효과를 기대하긴 했다. 하지만 모든 상태 이상을 치료하는 탕약이 만들어질 줄이야.
‘동의보감의 효과도 적용된 거 같은데.’
현재 에단의 동의보감에는 수많은 독이 저장되어 있다.
아마 그 영향이 큰 듯했다.
‘은초롱꽃 탕약은 5분간 방어력이 크게 오르는 효과군.’
다른 탕약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체력 회복과 모든 상태 이상 치료가 기본적으로 붙어 있었고, 거기에 특별한 효과가 한 가지씩 추가되었다.
그야말로 S급에 걸맞은 탕약이었다.
에단은 쓱 웃으며 완성된 탕약들을 아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이 정도면 즉사하지 않는 이상은 어떻게든 회복해 낼 수 있다.
‘회복만 한다면 얼마든지 대처가 가능해.’
이 탕약은 후에 위급한 상황에서 탈출하거나 적에게 반격하는 데 유용한 발판이 되어 줄 것이다.
에단은 이어서 마스터에 도달한 허류 탕약술을 살폈다.
허류 침술은 마스터 이후 진맥 스킬이 추가됨과 동시에 침으로 인한 체력 회복 능력이 크게 상승했었다.
그렇다면 허류 탕약술도 마찬가지일 터.
“오.”
-진 허류 탕약술 [MASTER]
-재료 배합 : 재료를 배합하여 높은 등급의 재료로 만듭니다.
진 허류 탕약술의 마스터 효과는 재료 배합이었다.
“재료를 섞어서 상위 등급의 재료로 만드는 거군?”
심지어 확정적으로 상위 등급의 재료를 얻을 수 있는 것 같았다.
에단은 곧장 B등급의 재료들을 꺼내 재료 배합을 시도했다.
-루카트 초[B], 자바니시아[B]을 배합합니다.
-배합 중…….
-허류배합초[A]가 제작되었습니다.
재료 배합으로 만들어진 허류배합초는 A등급이었다.
“B와 B를 섞어서 A라.”
에단은 A등급의 허류배합초로 곧장 탕약을 만들어 보았다.
“오호라.”
허류 침술과 마찬가지로 허류 탕약술 또한 이름에 ‘진’이라는 글자가 붙은 만큼 확실히 다른 감각을 선사했다.
‘스킬 보정이 이전보다 훨씬 더 좋아졌어.’
본래라면 사람의 감각으로 컨트롤이 불가능한 영역을 스킬이 고스란히 보정해 주고 있었다.
-탕약을 만들었습니다!
만들어진 탕약은 정말 가볍게 만들었음에도 A+등급이었다.
“이게 진짜 허준의 기술이군.”
이전까지 에단이 쓰고 있던 건 허준이 가지고 있던 기술의 일부에 불과했다. 고작 수박에 겉핥기였던 수준.
‘이제야 허준의 힘을 제대로 쓸 수 있게 된 거야.’
허류 침술에 이어 허류 탕약술까지. 처음으로 구독했던 신의 모든 힘을 이제야 제대로 쓸 수 있게 되었다.
‘다음은 영웅의 호흡이다.’
영웅의 호흡은 허류 탕약술을 사용할 때도 상당한 도움이 되어 주었다. 이걸 마스터할 수 있다면 헤라클레스의 힘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안개 숲.
신성 제국의 이단심문관들이 발맞춰 전진했다.
숫자는 총 오십여 명이었고, 신입 심문관들을 제외하면 국장을 포함한 10년 차가 넘는 심문관들이 다수였다.
제복을 갖춰 입고 이단심문국의 문양이 그려진 깃발을 든 기수와 함께 움직이니 드래곤을 토벌하러 가는 토벌단과 같은 웅장함이 느껴졌다.
‘꽤 멋있단 말이지. 이 제복을 입은 것만으로도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질 정도니 말이야.’
에단은 이 제복의 디자인을 한 장인을 나중에 꼭 만날 생각이었다.
이 장인과 함께 사업을 한다면 신성 제국뿐만이 아니라 마도 제국에도 그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제복 차림으로 행군하는 심문관들 사이에 에단의 교육을 받은 신입 심문관들이 눈에 띄었다.
신입 심문관들은 베테랑 심문관들 사이에 껴서 함께 행군하고 있었다.
에단의 교육을 받은 신입 심문관들은 꽤나 긴장한 표정을 하면서도 자신감 있게 움직였다.
이제 저들 중에 죽어도 좋으니 한 명이라도 더 죽이겠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은 없었다.
자기가 죽으면 동료도 죽는다.
달의 추종자를 한 놈이라도 더 처치하기 위해선 목숨을 내던지는 게 아니라 일보 후퇴하거나 동료와 함께 그 자리를 지키는 게 효율적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만큼 에단의 교육 방식은 대단했다.
32명의 신입 심문관들 모두가 에단의 교육을 통해 강해졌다 느끼고 있었다.
동시에 한 가지 더 절실히 느끼는 바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동료와의 유대감이었다.
예전엔 동료들을 그저 같은 신입 심문관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하나.
32명이 한 팀이자 하나라는 것을 서로가 느끼고 있었다.
“뭐냐, 쟤들? 신입들 아닌가?”
“맞는데? 근데 느낌이 완전 달라졌어.”
“뭔가 다르군?”
다른 지부에서 지원을 나온 심문관들이 에란트의 신입 심문관들을 보며 놀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대로 써먹기 어려울 정도로 기초가 없던 이들이었다.
이단심문관이라기보다는 그냥 여기저기서 막 뽑은 용병들과 같은 모양새라 서로 간의 화합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교육을 받았다고 하던데.”
“짧지 않았나? 내가 들은 게 일주일 전인데?”
누군가가 한 곳을 가리켰다.
“저분이다. 저분이 그 아카데미에서 온 교관이신 것 같은데.”
“에단 휘커스라, 진짜 처음 들어 본다고.”
“근데 그 처음 들어 본 교관이 이 신입들을 이렇게까지 끌어올린 거야? 이베카 아카데미가 대단한 건지 저 교사가 대단한 건지 모르겠는데.”
다른 지부의 심문관들은 완전히 달라진 신입 심문관들과 에단을 번갈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 짧은 시간에 저렇게까지 훈련시키다니.”
“우리 국장님이 보는 눈 하나는 확실하다니까. 바닥에서 정상까지 오른 사람이니 당연한 일이지.”
에단은 그들의 시선을 느끼는 한편으로 안개 숲에서 어떤 식으로 움직일지를 생각했다.
기본적으로는 이단심문국의 작전에 따를 테지만 안에 들어가서는 혼자 움직여야 할 때가 생길 터.
“정지.”
안개 숲에 다다르자 안개 숲 바깥에 있던 이단심문관들이 뛰어왔다.
“국장님, 현 상황 보고드립니다.”
“자세히.”
“예.”
안개 숲을 지키는 이단심문관들은 하나같이 안색이 좋지 않았다.
앞서 여러 번의 싸움을 겪었는지 제복에 찢어진 부분이 많았고 판금 갑옷 부분은 박살이 난 상태였다.
“일전에 보고를 올린 대로 지원군으로 온 건 달의 추종자 쪽의 사도인 것 같습니다.”
보고하던 심문관 옆에서 누군가 앞으로 튀어나오며 소리쳤다.
“도, 도망쳐야 합니다. 도망쳐야 한단 말입니다!”
“이쪽은?”
“숲의 일족입니다. 저희를 돕고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계속 도망쳐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귀가 쫑긋한 엘프들이었다.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엘프 장로가 공포에 물든 낯빛으로 반복해서 도망쳐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놈들이 신의 분노를 살 짓을 하고 있습니다. 그놈들은 절대 살아 나오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눈먼 신의 분노는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도망쳐야 합니다.”
엘프 장로가 다급하게 말했다.
“신의 분노?”
“저희 일족은 오래 전부터 이 숲에서 살았습니다.”
숲의 일족은 오래 전부터 이 숲에 살았다. 이 안개 숲에는 숲을 관장하는 신이 있어, 엘프들은 외부의 침입 없이 평화를 유지하며 살 수 있었다.
엘프들은 숲을 관장하는 신을 믿지는 않았으나 그 고마움에 가끔씩 공물을 바쳤고, 그 보답으로 신의 축복을 받아 왔다.
그러던 그 신전에 달의 추종자 놈들이 나타났다.
“별의 파편. 신께서 힘을 담아 두신 그 물건에 손을 대는 걸로도 모자라 신전 안까지 침입했습니다. 그곳은 오랫동안 금지였던 곳입니다.”
“금지에 들어갔으니 신의 분노가 내릴 거란 말인가?”
“예, 숲이…… 불타오를 겁니다. 신의 분노로.”
그렇게 말하며 엘프 장로가 눈물을 보였다. 그도 고향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침입자들을 격퇴하고 고향을 되찾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늦고 말았다. 신의 분노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설령 신의 분노뿐만이 아니더라도…… 도망쳐야 할 겁니다. 침입자들의 지원군으로 온 자는…….”
그는 그 장면이 떠오른 듯,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
“지금껏 봐 온 그 어떤 자보다 강했습니다.”
그 모습에 제리드가 혀를 찼다.
“안전한 곳으로 모셔라.”
“예.”
“도망치셔야…….”
그때 엘프 장로가 다시금 소리쳤다.
“놈들이 신전을 부수고 그 안에 있는 신의 침소에 들어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도망쳐야 합니다!”
제리드는 그 말을 신경쓰지 않고 다른 이에게 물었다.
“몇 번째 사도인지는 아나? 놈들은 숫자로 힘의 척도를 표현할 텐데.”
“죄송합니다. 몇 번째 사도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만, 분명 상위 숫자의 사도인 건 틀림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조금 더 빨리 정리를 했다면…….”
“아니야, 지금에 와서 후회해 봤자 늦었지. 어쩌면 놈들의 계략일 수도 있다.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고 우리를 여기에 묶어 두려는 계략 말이다.”
제리드가 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위험한 건 이미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물러날 수는 없다. 카진스카, 그리고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심문관들이 여럿 죽었다.
그들을 잃고서 그냥 후퇴할 수는 없는 일이다.
“후우.”
제리드는 성호를 그었다.
상대는 상위 숫자의 사도. 그렇다면 도리어 이쪽이 전멸당할 위험도 있었다.
“국장님, 후퇴하셔야 합니다.”
“저희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
직접 사도를 목격한 이들은 엘프 장로가 말했던 것처럼 후퇴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강했지? 그 사도 말이다.”
“……카진스카 님이 열 합 만에 쓰러지셨습니다.”
“열 합?”
제리드가 어이없다는 듯이 허, 하고 숨을 내뱉었다.
“그 카진스카가…….”
제리드는 이 이단심문국에서 가장 강해서 국장 자리에 앉은 게 아니었다.
국장 자리에 어울렸기에 이 자리에 오른 것이다.
강한 이들은 따로 있다.
심문국의 전투 특무대. 이름하야 전특이라 불리는 무력 심문관들. 지금은 그들이 필요한 나서야 할 때였다.
“나는 내 심문관들을 죽을 게 뻔한 구렁텅이로 밀어 넣고 싶지가 않다.”
“…….”
무척이나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일방적으로 병력을 잃고 후퇴를 한다? 그것도 거의 다 잡았던 이단 놈들을 뒤에 내버려 두고?
하지만 무작정 돌입 명령을 내릴 수도 없는 일.
오랜 생각 끝에 제리드는 판단을 내렸다.
“일단은 전력을 가다듬고 전특 심문관들을 불러 제대로 된 반격을 진행한다.”
후퇴 명령이 떨어지자 숲에서 대기하고 있던 모든 심문관들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
“제리드 님.”
에단이 무리에서 나왔다.
“따로 이야기를 좀 나누실 수 있습니까?”
***
“……못난 꼴을 보였군요.”
제리드가 한숨을 내쉬었다. 기껏 안개 숲 앞까지 왔건만, 국장이 되어서 결국 후퇴 명령을 내리는 꼴이라니.
에단은 고개를 저었다.
“올바른 선택을 하셨습니다. 상대의 전력이 확인되지 않았으니 후퇴하는 게 맞죠.”
“…….”
“하지만.”
에단이 이어 말했다.
“저에게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에단은 일부러 제리드를 따로 불렀다. 그 자리에서 말할 수도 있었지만 이걸 주도하는 건 심문국의 국장인 제리드가 되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편이 제리드의 체면을 세워 주기도 좋지.’
“방법…… 말입니까?”
“제가 유인을 해 오겠습니다. 그럼 거기에 함정을 파고 놈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 주십시오.”
“하지만 놈들은 유인에 응하지 않을 텐데요.”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습격을 준비해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확실하게 유인해 오겠습니다.”
“위험합니다. 혹시 잘못됐다가는 저희 쪽에서도 쉽사리 에단 님을 구하러 갈 수가 없습니다.”
에단에게 너무 부담이 많이 가는 작전이었다.
하지만 에단은 미소 지었다.
“저도 한때 홀리라이트 교단의 도움을 받았었습니다. 그 은혜를 갚을 때가 된 것 같군요.”
“아…….”
물론 그런 적은 없었다.
하지만 제리드는 마치 교단의 성기사라도 본 것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에단을 보았다.
그가 자신을 따로 부른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나.
자신의 체면을 세워 주고, 거기에 달의 추종자들을 처리할 수 있는 위험한 작전까지 수행하겠다니.
“이단심문국에 필요한 게 있으시다면 얼마든지 이야기해 주십시오. 일전에 드렸던 성수든 뭐든 전부 다 구해 드리겠습니다.”
에단이 씩 웃었다.
“여신님을 위하여.”
그 어떤 것도 필요 없다. 그저 여신님을 위하여.
제리드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주르륵 흘렀다.
물론 에단이 말한 여신은 홀리라이트 여신이 아닌 문포스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