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57)
신들의 구독자 157화
157화. 기부
빈센트 주교는 이 아리엔 영지에 부임한 이후로 여러 가지 일을 도맡아 왔다.
개중에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건 약자 구제였다.
홀리라이트 교단은 선을 펼치고 행하는 걸 미덕으로 삼는 종교다.
때문에 약자들을 돕는 게 이들의 주요 사명 중 하나였다.
아리엔 영지 근처에는 가난한 이들이 꽤 많았다.
뒷골목에서 태어나 거친 세상만을 아는 약자들.
병을 앓고 있음에도 돈이 없어 고치지 못하는 이들.
대개의 영지민들은 아기가 태어나면 홀리라이트 교단에 찾아와 세례를 받는데, 그렇게 하면 교단 쪽에서 물품을 지원한다.
하지만 그런 정보조차 모르는 이들이 너무 많았다.
영주가 잘 다스리고 있다고 하지만 뒷골목과 낙후된 곳까지 다 헤집으며 살필 수는 없으니, 미처 손을 대지 못하고 방치할 수밖에 없는 곳들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빈센트는 더욱 그들에게 신경을 썼다.
한 영지의 교단을 총괄하게 된 이상, 빈센트는 그러한 이들까지 모두 돌보며 선을 행하고 싶었다.
그러나 한계가 존재했다. 그의 몸은 하나였고 해야 하는 일은 많았으며 교단의 자금 상황 또한 부족했다.
홀리라이트 교단이 선을 베풀고 행하는 곳이라고 하지만, 자선단체도 아니고 돈이 무한한 것도 아니었다.
교단의 예산은 한정되어 있으니, 교단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곳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빈센트에게 사업가들이 여러 번 찾아왔었다.
돕고 싶다고.
하지만 그들의 말끝엔 항상 조건이 붙었다.
‘뻔한 이야기지.’
그들은 기부의 대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해 왔다.
성수를 독점적으로 판매할 권한 혹은 교단이 가지고 있는 권한 중 몇 가지를 자기 쪽에만 은밀하게 풀어 달라는 등의 불편한 내용이 이어지기 일쑤였다.
‘거절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야.’
장차 교회를 타락시킬 만한 제안들이었다.
자본가들에게 휘둘려서야 교회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나중엔 그 돈에 휘둘려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들을 다 접어 버리고 말겠지.
차별을 두고 행하는 선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빈센트는 에단도 그들과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했다.
거액의 돈을 기부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테고, 지금까지 겪어 온 바에 따르면 그 이유는 대개 교회와 신자를 타락으로 이끄는 것들이었다.
‘이 사람 또한 같은 말을 할 거야.’
빈센트는 에단의 입에 집중했다.
그가 어떤 말을 할지 알기에 곧바로 거절할 생각이었다.
“더 많은 사람을 돕기 위함입니다.”
“그런 이유로는…… 예?”
에단의 말에 빈센트 주교가 두 눈을 껌뻑거렸다.
더 많은 사람을 돕기 위해서라니?
기부의 대가로 뭔가를 달라거나 은밀한 혜택을 부탁하려는 게 아니란 말인가?
“정말 그 이유십니까?”
에단의 입에서 굉장히 신실한 이유가 나오자 빈센트 주교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껏 기부를 명목으로 찾아온 사람들 중에 순전히 선한 이유만으로 기부를 하겠다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걱정하시는 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에단은 그런 빈센트에게 미소를 지었다.
순간 그 미소를 보자 빈센트는 자신도 모르게 부끄러워졌다.
“저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에단은 차분히 자신의 뜻을 전했다.
“이 돈, 저한테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상당한 돈을 벌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운이 좋아 벌인 사업이 잘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말하면서 에단은 또 하나의 돈 주머니를 꺼냈다.
“하지만 저 아래에 있는 사람들에겐 아닐 겁니다. 제가 돈을 버는 이 순간에도 죽어 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홀리라이트 교단이 뻗는 손을 꽉 잡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에단의 말에 빈센트 주교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리는 높은 곳에서 찾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저 아래에서, 저 낮디낮은 곳에서부터 찾을 수 있는 겁니다. 저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에단 님.”
그 말에 빈센트 주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어 어깨가 떨렸고, 찻잔을 집은 손이 떨렸다.
“기부금을 받아 주십시오. 그리고 빈센트 주교님께서 원하시는 곳에 써 주십시오.”
에단의 말에 빈센트는 더 이상 에단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부끄러움이 계속해서 몰려왔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제가 의심을 했습니다. 이 영지에 온 이후로 여러 일을 하면서 교단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교단에는 그만한 금액이 없었죠. 그래서 기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빈센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에단 님과 같은 이유를 말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러고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별말씀을.”
에단이 별거 아니라는 듯이 손사래를 치자, 빈센트 주교가 한층 더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기분이 나쁠 법도 한데 이렇게 용서를 해 주다니.
이 사람은 큰 사람이다.
“그렇다면 이 기부금, 감사히 받겠습니다.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곳에, 제가 확실하게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띠링-!
그와 동시에 에단에게 알림음이 들렸다.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기부의 시작] 업적 달성에 따라 좋아요를 획득했습니다.
-좋아요를 ‘1’만큼 얻었습니다!
에단이 기부를 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홀리라이트 교단과의 좋은 관계를 맺는다는 이유도 있지만 기부를 하게 되면 당연하게도 업적이 달성된다.
첫 업적을 달성하기가 무섭게, 연달아 다른 업적을 달성했다는 메시지가 이어졌다.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신나는 기부] 업적 달성에 따라 좋아요를 획득했습니다.
-좋아요를 ‘2’만큼 얻었습니다!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거액 기부] 업적 달성에 따라 좋아요를 획득했습니다.
-좋아요를 ‘5’만큼 얻었습니다!
거액 기부 업적 달성까지 하자 에단의 기부 금액이 천만 골드를 훌쩍 넘겼다.
‘최대 10억 골드까지 기부 업적을 달성할 수 있다.’
아직 더 얻을 게 남아 있다는 뜻.
“그럼 기부를 받기로 하신 겁니다.”
에단은 천만 골드가 담긴 주머니를 또 하나 꺼내 건넸다. 오늘 기부할 금액은 1억 골드였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교단의 다른 지부에도 기부를 하고 싶습니다만.”
“정말 진심이시군요. 그럼 제가 바로 교단 상부에 연락해서 도움이 필요한 지부 쪽에 이 기부금이 전해질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빈센트 주교의 의심은 완전히 풀렸다. 의심이 해소되고 믿음이 생기니, 거의 황홀해진 상태라 볼 수 있을 정도로 표정이 풀려 버린 상태였다.
-홀리라이트 교단의 주교 빈센트가 당신을 신뢰합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기부 금액에 따라 명성이 추가로 오릅니다.
“그런데 이 금액이…… 얼마나 되는 겁니까? 제가 보기엔 적어도 천만 골드는 넘을 것 같습니다만…….”
에단이 씩 웃었다.
그러고는 주머니를 계속해서 꺼냈다. 마법이 별다른 게 마법인가. 이게 바로 마법이었다.
“천만 골드입니다.”
“정말 많은…….”
“주머니 하나당 천만 골드입니다.”
에단의 말이 이어지자 빈센트 주교의 눈이 찢어져라 크게 떠졌다.
“그리고 주머니는 총 열 개입니다.”
“이, 이, 일억 골드입니까!?”
빈센트 주교가 말까지 더듬었다.
1억 골드는 엄청난 거액이었지만 지금의 에단에게는 그리 큰돈이 아니었다.
‘쓸 땐 써야 한다. 그게 아무리 큰 금액이어도 말이야.’
금력이란 돈은 버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그 사용처에 걸맞게 돈을 써야지만 제대로 된 금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에단이 씩 웃으며 손을 내밀자 빈센트가 두 손으로 에단의 손을 맞잡았다.
“감사합니다. 홀리라이트 교단은 이 은혜를 잊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주교님. 혹시 교단에 축복을 내려 주는 마법이 있지 않습니까?”
“아, 예, 있습니다. 축복이 필요하십니까?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 대신 이 축복은 오래가진 않습니다. 하루에서 길어 봐야 이틀입니다.”
주교가 에단을 향해 기도하듯 두 손을 맞잡았다. 그러자 에단의 머리 위로 마나가 별처럼 쏟아졌다.
-빈센트 주교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24시간 동안 신체 능력이 소폭 향상됩니다.
사실 이 축복은 무척이나 기본적인 버프이기 때문에 에단의 침술이나 탕약보다는 효과가 현저히 떨어졌다.
‘하지만.’
방금 보였던 그 이펙트.
반짝이는 그 이펙트가 중요했다.
성스럽고 반짝이는 그 모습은 축복을 받는 이에겐 엄청난 효과의 축복을 받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요컨대 짧게 말하자면.
‘멋이 흘러넘친다는 거지.’
저 반짝이는 이펙트는 축복의 지속 시간 동안 계속 유지된다. 물론 항상 반짝이는 건 아니라, 1분에 한 번씩 또는 마나를 사용할 때 반짝이곤 했다.
‘이게 지금은 머리 위에서 반짝이고 있지만, 만약 갑옷이나 무기에 깃들어 반짝인다면?’
축복의 효과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무기와 갑옷이 축복을 받은 것처럼 반짝이는 게 중요한 것이다.
‘이것도 분명 수요가 있다.’
문제는 이 축복 마법에서 반짝이는 이펙트만 떼어 내는 것인데, 에단에겐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나한테는 예리카가 있으니까.’
에단이 구상한 사업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예리카. 그녀라면 이 축복 마법을 개량하는 건 일도 아니다.
‘지금쯤 마탑에서 여러 가지 정보들을 접하고 한창 불타오르고 있을 테지.’
할아버지인 헤카테가 어떤 이유로 모함을 당했는지 알게 됐을 것이다.
‘누가 그 주동자인지 더욱 더 확실히 알게 됐을 거고.’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와중에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전말을 확실하게 알게 됐을 터.
거기에 마탑에 남아 있는 헤카테의 숨겨진 마법책들까지 읽었을 것이다.
에단이 마법책들이 숨겨진 위치를 전부 다 알려 주고 왔으니 아직까지 못 읽었을 리는 없다.
‘원래대로라면 헤카테의 마법 지식이 없는 이들이 책을 읽게 되니까 그리 큰 도움이 안 돼.’
하지만 그 책을 읽는 게 헤카테의 마법 지식을 전부 이어받은 예리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굳이 내가 직접 움직일 필요조차 없지.’
마탑은 근시일내로 예리카의 손에 떨어질 것이다. 그 타이밍에 맞춰 찾아간다면 이 축복 마법 역시 쉽게 개량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이 축복 마법을 제가 사용할 수 있겠습니까?”
“음, 이건 교단의 주교가 된다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기초적인 축복이니까요. 원래는 주교가 되셔야 배울 수 있는 거지만.”
빈센트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에단 님이라면 얼마든지 가르쳐 드릴 수 있지요.”
-생존 확률이 소폭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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