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62)
신들의 구독자 162화
162화. 헤라클레스의 수련
부웅-!
거인 아르고스의 주먹이 위에서 떨어졌다.
엄청난 힘이 담긴 저 주먹은 에단이 지금 당장 정면으로 막아 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쾅-!
에단이 뒤로 몸을 빼며 아르고스의 공격을 피해 냈다. 그리고 동시에 반격할 태세를 취했다.
하지만 아르고스가 다시 어둠 속으로 몸을 감췄다. 그리고 어둠에 적응되었던 눈을 가리며 에단의 감각을 뒤흔들었다.
콰앙-!
그와 동시에 아르고스의 주먹질이 이어졌다.
‘보이질 않아.’
하지만 아예 안 보이는 건 아니었다. 이따금씩 조금이나마 눈이 어둠에 적응될 때마다 아르고스의 번뜩이는 눈이 보였다.
‘눈 덕분에 어디에 있는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저 눈 때문에 제대로 공격을 할 수가 없었다.
번뜩-!
아르고스는 그 천 개의 눈으로 에단의 움직임을 꿰뚫어 보았다. 에단이 어떤 움직임을 취할지 전부 알고 있다는 듯이 그 육중한 몸을 재빠르게 움직여 공격했다.
완벽히 피하기 어려울 정도로, 계속해서 예상한 쪽이 아닌 다른 쪽에서 공격이 날아왔다.
뻐억-!
에단이 온 힘을 다해 검을 틀어 주먹을 흘려 냈다.
“허억, 허억.”
에단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정말 아슬아슬했다. 방금 그 주먹 한 방으로 죽을 수도 있었다.
간신히 흘려 내긴 했지만 에단의 어깨가 욱신거렸다.
놈의 공격을 흘려 낸 손목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선 영웅의 호흡만 사용할 수 있으니 다른 능력을 통한 방어나 회복은 기대할 수 없었다.
단 한 번의 실수가 그대로 죽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터.
‘이건 말 그대로 시련이니까 정말 죽는 건 아닐 거야. 하지만…….’
에단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
영웅의 호흡이 온몸을 돌며 지쳐 버린 몸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후.”
절멸증.
그 병에 대항하기 위해 에단은 수많은 스킬들을 얻어 왔다.
신세계의 신들을 구독하는 걸 필두로 좋은 직업을 얻고 장비들을 얻는 등 여러 방면으로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일 뿐이었다.
‘강해지기 위해 노력은 했지만 생존이 더 우선이었지. 안전제일주의를 걸었어.’
강해지는 것도 맞지만, 아무래도 주목적이 몸을 건강하게 하고 병을 치료하는 것이었기에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다.
‘깊이가 부족했다.’
조금 더 깊이 있게 접근해야 했다.
많은 스킬을 배우는 것도 중요했지만 배운 스킬을 이해하고 확실하게 사용하는 것도 중요했다.
‘리스크를 감수해야 했다. 리스크 없이는 리턴도 없다. 알고 있던 거잖아.’
“후.”
샤아악-.
또다시 주위가 어두워졌고, 더 이상 아르고스의 눈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어차피 보이지 않는 것. 에단은 그냥 눈을 감아 버렸다.
‘다른 감각에 집중한다.’
에단은 깊게 호흡했다. 어차피 쓸 수 없는 다른 스킬들에 대해선 전부 다 잊었다.
지금은 오로지 이 호흡에만 집중했다.
문득 에단의 머릿속에 헤라클레스가 해 주었던 말들이 떠올랐다.
맨 처음 그의 영상을 구독했을 때 그가 해 주었던 말들.
그리고 이 시련에 앞서 그가 해 주었던 충고까지.
“영웅의 앞길엔 시련이 있기 마련이라 했지. 이 시련을 이겨 내기 위해선 이성을 버리고 본능적으로 행동하라고도 했었고.”
물론 에단은 영웅이 아니었다. 하지만 영웅에 근접한 인간이 되어야 성녀를 만날 수 있다는 건 확실했다.
에단은 더 깊이 호흡했다.
그렇게 호흡에 집중하자 온갖 잡념이 차츰 사라져 갔다. 미지의 적의로부터 어떻게든 생존하려는 사람이 되었다.
몸이 오로지 감각과 본능에만 의지해서 저절로 움직였다.
콰앙-!
다시 한번 아르고스의 주먹이 땅을 박살 냈다.
“그으?”
아르고스는 자신의 주먹에 납작해졌어야 할 에단이 보이질 않자 의아해했다. 분명 피하지 못할 타이밍이었는데.
푸욱-!
그때 아르고스의 눈 하나가 그대로 터졌다.
“그으으으윽!”
눈을 찔린 아르고스가 분노를 터뜨리며 에단을 쫓았다.
에단이 어디에 있든 수많은 눈들이 그의 움직임을 쫓으니 아르고스의 주먹은 정확하게 꽂힐 수밖에 없었다.
콰앙-!
그러나 이번에도 놓치고 말았다.
“후우욱.”
에단의 입에서 새하얀 숨결이 쏟아져 나왔다. 호흡을 이어 갈수록 몸놀림도 점점 빨라졌다.
콱-!
에단이 다시금 검을 휘둘렀다.
지금까지 배워 온 모든 것을 잊은 채 오로지 호흡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이건가.’
본능 속에서 에단의 사고가 꿈틀거렸다.
헤라클레스의 충고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르르르륵!”
아르고스가 분노하며 무차별적적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천 개의 눈으로 에단의 모든 움직임을 예측하여 그가 피할 만한 위치까지 주먹을 휘둘렀다.
콰앙-! 콰앙-! 콰앙-!
그러나 그것보다 더 빠르게.
아르고스의 눈이 터져 나가고 있었다.
분명 어둠은 자신의 편일 텐데.
아르고스는 에단의 움직임을 계속해서 쫓았다. 그러나 중간중간 에단을 놓치고 말았다.
푹-! 푹-!
그에 반해 에단은 계속해서 아르고스의 눈을 찔러 터트리고 있었다.
아르고스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저 작은 인간이 어떻게 이 어둠 속에서 자신만큼이나 잘 움직일 수 있는 것인가.
분명 앞이 안 보일 텐데 저렇게 움직일 수가 있는 것인가.
“그윽.”
순간 아르고스의 눈 하나가 에단의 움직임을 포착했다.
그는 눈을 감고 있었다.
그렇다면 오로지 감각만으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정확히 눈을 찔러 대는 거란 말인가?
아르고스는 당황해서 순간 움찔하고 말았다.
에단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들었다.
‘이성을 버려야 이성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말이 바로 이거였어.’
본능에는 망설임이 없다.
반면에 이성적 사고에는 망설임이 있었다. 아주 작디작은, 인지하기도 어려운 시간이지만 본능적인 움직임에 비하면 확실히 늦었다.
강자들과의 싸움에선 그 짧은 시간이 중요했다. 그 미세한 차이가 승패를 나누고 생사를 갈랐다.
‘12사도와의 싸움에서 나는 단 한 번도 본능적으로 움직인 적이 없어.’
지금껏 고수해 왔던 이성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본능에 몸을 맡긴다.
본능이라는 낯선 감각이 연 새로운 지평에 에단은 온몸을 내던졌다.
‘이건 아카데미에서 수업 내용으로 써도 좋을 것 같군.’
에단은 씩 웃으며 계속해서 아르고스를 공략해 갔다.
더 이상 에단의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아르고스. 천 개의 눈이 거의 다 터지고 어느새 열 개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끝이다.”
에단은 연이어 아르고스의 눈을 찔렀다. 모든 눈이 터진 아르고스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더니 그대로 축 늘어졌다.
-첫 번째 시련을 클리어하셨습니다!
-최단 기간 클리어!
-당신의 점수가 신들의 전당에 등록이 됩니다!
[헤라클레스의 열두 가지 시련]순위표.
1. [제대로 된 신만 구독함] -156점 [NEW!]
2. [매화검수] – 150점 [1↓]
3. [괴력난신] – 139점 [2↓]
……
……
…….
“순위표도 있군? 구독자 합방이라 그런가, 이런 재미난 게 있을 줄이야.”
에단은 기존에 1위였던 매화 검수를 밀어내고 새로이 1위에 안착했다.
“다른 신세계 구독자들도 볼 수 있는 것 같은데, 기분이 썩 나쁘지 않군.”
피식 웃은 에단이 그 자리에 잠시 주저앉았다.
“후우우.”
어둠 속에서 다가오는 천 개의 눈을 가진 아르고스.
에단은 이 아르고스가 어째서 첫 번째 시련인지 깨달았다.
첫 번째 시련치고는 높은 난이도지만, 결국 여기서 본능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 그 다음 시련으로 나아갈 수 있있다.
“게다가 이 어둠이 생존 본능을 자극한단 말이지.”
어둠 속에서 다가오는 공포가 한층 더 에단의 생존 본능을 자극한 덕에, 보다 쉽게 본능에 따라 움직일 수 있었다.
“이런 느낌이었나.”
메판을 하던 당시 이해할 수 없었던 이들이 있었다.
이성을 버리고 본능적으로만 플레이하던 유저들이 바로 그 대상이었다.
“바보 같다고 생각했지. 그렇게 하다가 도망칠 힘마저 다 잃으면 어쩌려고. 그럼 거기서 다 끝인데.”
그러나 직접 해 보니 그 행동에 명백한 의도가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더 집중할 수 있었어.”
이성을 버리고 본능적으로 움직이라는 건 생각 없이 무작정 싸우라는 말이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잠재된 야성을 끌어내고 그 야성 사이에 이성을 끼워 넣어 더욱 몰입해서 싸우라는 것이었다.
‘내가 헤라클레스 그 자체가 되는 것처럼 말이야.’
전투에서 이길 수 있다는 강력한 확신만 가질 수 있다면 본능에 몸을 맡기고 싸워도 문제가 될 것이 없는 법.
‘이걸 잘만 이용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질 수 있어.’
생존도 생존이지만 이제는 강함도 함께 추구할 수 있게 된다.
“너무 간단한 걸 놓치고 있었어.”
에단이 차분히 숨을 내쉬며 호흡을 골랐다.
-두 번째 시련이 시작됩니다.
-시련을 준비하십시오.
순간 어두웠던 공간이 갑자기 밝아졌다.
그리고 눈앞에 동굴 하나가 보였다.
-두 번째 시련 : 네메아의 식인 사자
-식인 사자를 사냥하십시오!
“눈 천 개 달린 거인보다는 낫겠지.”
에단이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 * *
헤라클레스는 꽤 공들여서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흠흠, 그래도 내 프리미엄 구독자인데 말이야. 실패하고 오면 내가 성공할 수 있는 팁과 함께 직접 그의 몸놀림을 봐 줘야겠지?”
그는 유명세가 있는 메이저한 신이었음에도 신세계에서 구독자 1만밖에 보유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참에 구독자 [제대로 된 신만 구독함]의 도움을 받게 됐고, 덕분에 열 배나 넘게 성장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 성장세가 아직도 멈추지 않고 있었다.
헤라클레스는 자신이 가진 여러 가지 능력과 그 능력을 확실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담은 영상을 계속해서 만들고 있었다.
“내 새로운 영상들도 편집해 달라고 이야기 좀 해 봐야겠군.”
이 헤라클레스의 열두 시련은 헤라클레스 본인이 겪었던 시련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때문에 난이도가 무시무시했다.
적어도 다섯 번.
헤라클레스가 생각하기에 그 정도는 도전해 봐야 클리어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한 번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었다.
“조언을 해 줬지만 그 조언을 듣는다고 해서 그걸 곧장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딱 봐도 그 구독자는 이성적이거든. 그렇게 머리로 생각하고 움직이면 짐승 놈들을 상대로 이길 수가 없지. 그놈들은 우선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이거든.”
사고의 속도보다 본능적인 속도가 한층 더 빠르다는 소리였다.
“사고의 속도를 빼앗기면 그대로 끝.”
짐승에겐 짐승의 방법으로 대해야 한다.
“본능적으로 행동하면서 순간순간 이성적인 사고를 곁들인다면야 최고겠지. 이번 시련을 통과하면 얻을 수 있는 것 중 하나긴 해.”
[제대로 된 신만 구독함] 구독자라면 분명 다섯 번은커녕 세 번이면 클리어할 것이다. 그리고 그쯤이면 본능적으로 움직이며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구우웅-.
그때 문이 열리더니 꽤나 지쳐 보이는 에단이 돌아왔다.
“꽤 힘들어 보이는군. 하지만 내 합방 콘텐츠는 만만한 게 아니야. 그 이름처럼 시련 아니겠는가. 그래도 걱정 말게. 도전 기회는 더 있으니까.”
자신의 등을 쓰다듬으며 위로해 주는 헤라클레스를 보며 에단이 말했다.
“클리어했습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