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64)
신들의 구독자 164화
164화. 항우의 수련 (2)
합방 콘텐츠가 시작되자 항우의 기세가 본격적으로 에단을 찌르기 시작했다.
방금까지는 사방으로 퍼졌던 기세가 일제히 자신에게 향하자 에단은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 물러나고 말았다.
‘헤라클레스의 시련에서 상대했던 괴물들과는 차원이 다른데.’
에단은 인상을 썼다. 헤라클레스의 시련 때와 달리 이 합방 콘텐츠에서는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잘 보여.’
호루스의 눈, 거기에 본래 가지고 있던 에단의 경험이 합쳐지니 자연히 알 수밖에 없었다.
‘빈틈이 없어.’
아무리 살펴봐도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관찰만 할 수도 없는 노릇.
일단 뭔가 해야 한다.
‘왼발을 중심으로 빠르게 검을 뽑는다.’
분명 악수(惡手)다.
그럴 경우 장창이 중심부로 순식간에 들어와 에단에게 큰 피해를 입힐 것이다.
반면에 에단은 거리가 애매해 제대로 공격을 할 수가 없다.
‘그 거리가 문제야. 내 검이 닿는 거리보다 창의 거리가 더 길어.’
하지만 파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콱-!
에단이 강하게 땅을 밟으며 검을 휘둘렀다.
에단 검술 제1식
서리천뢰
서리와 번개를 마치 검의 날처럼 사용하여 휘둘렀다.
그 일검엔 척신검술의 묘가 고스란히 실려 있었다.
“음!”
에단의 검에 담긴 힘을 느꼈는지 항우가 웃으며 장창을 휘둘렀다.
콰앙-!
검과 창이 맞부딪침과 동시에 항우가 움직였다.
강맹한 창이 에단의 급소를 찌르기 위해 움직였다.
단단해 보이는 창이 낭창거리며 휘는 게, 마치 아가리를 쩍 벌리고 쇄도해 오는 뱀과 같았다.
캉-! 까앙-!
공세에 들어선 항우에게선 반격의 틈이 보이지 않았다.
에단은 어떻게든 공격을 쳐 냄과 동시에 회전하여 항우에게 반격을 하려 했으나 역습의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저렇게 유연하게 창을 움직일 수가 있다니.’
에단이 알던 기존의 창술과는 완전히 달랐다.
“조금 더 단단하게 잡도록.”
까앙-!
강맹한 공격을 퍼부으면서도 항우는 여유가 있어 보였다. 에단에게 조언을 하면서 창을 더욱 거세게 휘둘렀다.
뱀처럼 휘던 창이 이번엔 파도처럼 밀려들어 왔다.
‘젠장!’
연타로 들어오는 창에 에단은 조금씩 공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항우가 든 창이 연습용 장창이 아니라 진짜 창이었다면 이걸로 큰 피해를 입었을 터.
에단은 어쩔 수 없이 뒤로 한 발짝 물러서야 했다.
팍-!
항우의 모습이 순간 사라졌다.
“!”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오는 항우의 발놀림에 에단은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에단 또한 속도라면 그 누구에게도 따라잡히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항우의 붉은 번개와 에단의 노란 번개가 크게 맞부딪쳤다.
카앙-!
땅이 움푹 파일 정도로 강렬한 공격이었다. 에단 또한 그에 맞춰 검을 휘둘렀으나 두 걸음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서리와 번개의 힘으로 항우가 가지고 있던 창의 이점을 메웠다. 이제는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의 싸움이야!’
에단을 슬쩍 본 항우가 창을 한 차례 뒤로 뺐다.
“서로 몸도 풀었으니, 이제 제대로 가지.”
샤아아아악-.
항우의 창에 붉은 번개가 깃들었다.
“전력을 다하도록. 여유를 부리다간 한순간에 끝날 수 있으니.”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항우가 창을 뻗었다.
방금 전과 비슷해 보이는 공격이었으나 그 본질이 달랐다.
회전창.
창의 끝에 회전의 묘와 함께 거력이 느껴졌다.
‘역발산!’
항우 본인의 힘, 역발산이 그대로 창끝에서 뻗어져 나왔다.
괜히 전력을 다하라는 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 항우 본인이 사용하는 역발산은 에단이 사용한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앞길을 가로막는 모든 걸 부숴버릴 듯한 기세.
힘 하나로 산을 뽑아 버린다는 그 말이 이해가 갈 정도로 항우의 오리지널 역발산은 엄청났다.
‘젠장!’
에단은 입술을 깨물며 온 몸에 힘을 끌어 올렸다.
역발산.
하지만 같은 역발산으론 항우를 절대 이길 수 없다. 그랬기에 역발산에 영웅의 호흡, 그리고 검술을 섞었다.
‘전력을 다해서 맞부딪쳐야 한다!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으면 안 돼!’
에단 검술 제2식
문포스
콰아아아앙-!
폭발하는 듯한 굉음과 함께 에단의 몸이 뒤로 휘청거렸다. 하지만 최소한의 피해로 항우의 역발산을 막아 낼 수 있었다.
에단이 휘청거리긴 했지만, 쓰러지지 않고 버텨 내자 항우의 눈빛이 흥미롭게 변했다.
“오.”
물론 전력을 다한 공격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로 별 피해 없이 막아 낼 수 있는 공격도 아니었다.
“그런 몸 상태로도 이런 힘을 낼 수 있다니. 지금까지 그대가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알 것 같군.”
항우는 이미 에단의 몸 상태를 꿰뚫어 보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사정을 안다고 해서 봐줄 생각은 없는지 화려하게 창을 휘휘 돌렸다.
쐐액!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급소를 찔러오는 창과 함께 항우의 말이 에단을 때렸다.
“그럼 이제부터 자네에게 부족한 걸 알려 주지.”
쑤욱-!
마치 창이 늘어난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빠른 창술이었다.
창이 에단의 어깨를 때리고는 연속으로 허리와 다리를 때렸다. 마치 에단이 아카데미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던 교육 같았다.
“자네만의 검술을 꽤나 잘 만든 것 같지만 여전히 겉도는 느낌이 있어. 물론 겉돈다는 건 오로지 내 기준이다. 나보다 아래에 있는 놈들에겐 그럭저럭 통하겠지. 하지만 적어도 나한테는 안 통한다.”
상위권까지는 통할지 몰라도 최상위권의 실력자인 항우가 보기엔 부족한 점이 보인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건 익숙하지 않아서겠지?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자네의 그 검술은 자네만의 방식으로 완성이 될 거야.”
빠악-!
“그렇지만 지금 당장은 부족하군. 내가 보기엔 한없이.”
에단이 혀를 찼다.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다. 확실히 에단 검술에는 투박한 면이 많다.
‘하지만 그 투박함은 익숙해지면 해결될 일이다. 우선…….’
에단은 진-허류 침술의 묘를 살렸다.
쐐애애액-!
그러고는 호루스의 눈의 특수 능력, 불릿 타임을 한계까지 펼쳐 냈다.
‘윽!’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지만 그 효과는 탁월했다.
‘말도 안 돼.’
탁월한 효과였기에 에단은 아까보다 더 정확하게 항우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움직일 수 있다고? 이렇게 빠르게?’
분명 불릿 타임의 능력으로 항우의 모든 움직임을 해체해서 볼 수 있을 텐데.
느려진 시간 속에서도 항우의 움직임은 독보적이었다.
‘종잡을 수가 없다!’
앞서 마주했던 가장 큰 벽인 12사도 루나 스피릿.
그리고 그 뒤에 겪었던 헤라클레스의 열두 시련. 그런 건 상대조차 되지 않을 정도의 실력이었다.
이미 그들은 머릿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였다.
콰앙-!
다시 한번 에단의 검과 항우의 창이 맞부딪쳤다. 불릿 타임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이번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해 기절했을 수도 있었다.
그만큼 더 빠르고 강맹한 일격이었다.
심지어 그런 공격이 연속으로 에단을 찔러왔다.
카앙-! 카앙-!
어떻게든 막아내려 했으나 결국 공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웨엑.”
공격에 제대로 얻어맞은 에단이 피를 토해 냈다.
헤라클레스의 열두 시련을 통과하고 여러 가지 힘을 더 얻으며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 자신감은 항우 앞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눈도 좋고, 감각도 좋고, 센스도 좋아. 거기다 경험도 많지. 언뜻 보면 완벽해 보이지만 그게 패착이야.”
“…….”
“그 많은 경험이 오히려 독이 되고 있어. 자네, 이미 날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 이 대련에서 이길 생각은 없고, 자네가 가진 모든 힘들을 펼치고 내 평가를 받는 게 우선이잖나? 안 그런가?”
항우는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계속해서 에단을 몰아붙였다.
모든 공격에는 역발산의 묘가 살아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창술 자체도 신묘하기 그지없었으니, 기세를 흘려 어깨를 공격하는 듯하다가 복부를 찌르는 페인트 공격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워낙 그 기세가 강맹하다 보니 공격이 날아올 것 같은 기세가 느껴지면 페인트임을 인지하기도 전에 절로 방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젠장. 막아내기가 어려워. 이대로 가면 아무것도 못하고 쓰러지겠는데.’
특히 이 페인트 공격은 진짜 공격이 날아올 것만 같은 기세가 뿜어졌기에 상당히 곤란했다.
뻐억-!
그때 항우의 창이 에단의 손목을 정확히 강타했다.
분명 큰 충격을 받은 게 아니었음에도 에단은 검을 놓치고 말았다.
항우의 발밑에 에단의 검이 떨어졌다.
무기를 놓치다니. 엄청난 굴욕이나 다름없었다.
무기를 드는 이들에게 있어 무기를 놓친다는 건 그야말로 큰 수준 차이가 난다는 뜻이었으니까.
“지금 멈춰 섰지? 그게 바로 자네의 경험에서 나오는 거야. 이미 보이는 거지. 이 대련이 어떻게 끝날지, 그리고 이 대련에서 뭘 얻어 가야 하는지 말이야. 자, 보게나. 지금도 내 움직임이 아니라 내 입에만 집중하고 있지.”
항우가 피식 웃었다.
“한없이 냉정한 그 정신은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때로는 이기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도전해야 하는 때가 있다.”
항우가 자신의 발밑에 떨어진 검을 툭 차서 에단 쪽으로 보냈다.
“줍도록.”
그러면서 항우가 말을 이었다.
“방금 내가 한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자네는 더 강해지기 어려울 거야.”
“…….”
에단은 잠시 눈을 감았다.
‘확실히 항우의 말이 맞아. 헤라클레스의 시련에서 다 버리고 왔다고 생각했건만.’
아직도 항우의 눈에는 에단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보이는 모양이었다.
‘사실 이기는 건 힘들다.’
신을 이기겠다니. 신이 봐주지 않는 이상은 힘들다. 그랬기에 처음부터 이길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게 문제였다.
‘포기한 게 되어 버린 거군.’
쓴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순 없지.
에단은 눈을 뜨며 씩 웃었다.
“항우 님의 말, 이해했습니다.”
‘포기해 버리면 0퍼센트는 언제까지고 0퍼센트로 남을 수밖에 없겠지.’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위해선.
“그래, 그 자세지.”
0퍼센트에서 0.1퍼센트라도 확률을 높이기 위해선 절대로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까앙-!
에단이 떨어진 검을 주워 휘둘렀다.
앞서 보였던 움직임과는 완전히 달랐다.
더 이상 망설임이 느껴지지 않는 과감한 움직임이었다.
‘내가 줄곧 가지고 있던 버릇은 당장 버리기가 힘들어.’
그렇다면 천천히 바꾸면 된다. 항상 여력을 가지고 싸웠던 에단이었고 죽으면 안 된다는 강박 관념 때문에 전력을 내는 걸 본능적으로 꺼리고 있었다.
그걸 컨트롤해야 했다.
‘죽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힘을 아껴서도 안 돼.’
말로도 몸으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었으나 에단은 그 어려운 걸 해내야 했다.
‘그래야 산다.’
에단이 가장 좋아하는 영웅이 했던 말이 있지 않았던가.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이라는 그 말.
까앙-!
에단의 전력을 다한 거친 검술 속에서 항우의 창이 그대로 땅을 향해 떨어졌다. 아까 항우가 에단에게 했던 무기 떨구기의 묘가 실린 공격이었다.
항우의 눈썹이 위로 올라갔다.
무기 떨구기의 묘는 딱 한번 보여 줬다.
그런데 그걸 딱 한 번 보고는 그대로 재현해 냈다고?
심지어 그걸 자신에게?
곧바로 반격이 들어올 거라 생각했던 항우였지만 에단은 움직이지 않았다. 에단은 그저 자신의 발밑에 떨어진 창을 보고 있었을 뿐.
에단은 서리검으로 장창을 밀어 항우의 앞에 보냈다.
“주우십시오.”
그 말에 항우가 정말 진하게 미소 지었다.
오